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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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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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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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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추천
3
글자
12쪽

8화. 가을에 찾아온 손님

DUMMY

성북동 1층 거실과 주방에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다.


하윤을 만나고 온 진호가 주방 싱크대 앞에서 흥얼거리며 몸을 흔든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에 물을 받아 인덕션 위에 올리고, 버튼을 눌러 숫자 9가 나오자 멈춘다.


몸을 돌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핵불닭볶음면 두 봉지를 차례로 뜯어 액상 스프를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더니 “흠음음” 신음소리를 내며 내려 놓는다.


진호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하다.


주방 앞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나희가 한쪽 다리를 달달 떨며 진호를 수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나희 ‘미쳤나 저게’ 속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뭐야? 로또라도 됐어? 왜 자꾸 미친놈처럼 실실 웃어, 무섭게.”


나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는 진호, 냉장고에서 대파를 꺼내 싱크대에서 씻는다.


“관심 꺼라.”


나희가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대파를 씻고 있는 진호 옆에 서서 싱크대 문을 열고 그릇 두 개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는데, 진호에게서 향수 냄새가 난다.


코를 킁킁거리며 개처럼 냄새 맡는 나희.


“너 요즘 걸그룹 쫓아다니냐? 사생팬 뭐, 그런 거 아니지?”


말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다시 다리를 달달 떨며 진호를 바라본다.


진호가 대파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번쩍이는 주방 칼을 들고 고개를 돌려 나희를 슬쩍 바라본다.


“왜 예쁜 연예인 좀 따라다니면 안 돼. 크게? 작게?”


“니 맘대로 짤라. 넌 여자가 예쁘면 다냐?”


나희 말이 끝나자.


진호가 어설픈 동작으로 대파를 자르며 말한다.


“얼굴이 다는 아니지만, 예쁜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다. 잘생긴 남자 싫어하는 여자 있어? 다 똑같아.”


말과 칼을 동시에 멈추고, 잠시 하윤을 생각하는 진호, 또 바보처럼 ‘헤에’ 웃는다.


말과 칼질을 동시에 시작한다.


“그리고 예쁘면 좋잖아. 나는 솔직히, 예쁜 여자는 모든 게 용서가 돼.”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진호 코에서 콧노래가 나온다.


나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쳇” 하고, 진호 뒤통수에 대고 말한다.


“야, 오진호. 넌, 너무 외모 지상주의야. 여자는 예쁘고 몸매 좋으면 다 용서가 된다는, 그런 구린 생각부터 버려. 니가 꿈꾸는 그런 여자들이, 너 같은 고리타분한 남자를 만날 일이 없어. 너. 내 생일날 현실적으로 살라고 말했지? 뭐 고철인지, 고찰인지 말하면서. 너도 니 이성관을 다시 한번 고찰해 봐.”


나희 ‘구린 생각, 너 같은 고리타분한 남자’ 부분에서 톤을 높였다.


“도나희 너는, 니 카드 값이나 고찰해.”


하지만 칼날 같은 진호의 현실적인 말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깨갱하며 막힌다.


‘크~ 카드 값. 비겁한 놈, 말싸움은 안 되겠구나’ 나희는 여자의 외모만 밝히는 진호에게 진지 톤으로 다시 한번 말을 한다.


“내 말은. 니 가 누굴 만나든지. 니 미래에 사랑을 그리지 말고, 사랑으로 미래를 그리라고.”


‘캬아아악. 어머나, 멋있다’ 자신이 말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희.


나희를 등지고 서 있는 진호의 입술이 소리 없이 ‘너나 잘해’라고 움직인다.


냄비 뚜껑 열어 물이 끓는지 확인하고 뚜껑을 닫는 진호.


이때, 거실 벽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걸려 있던 인터폰이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소리를 내며 울리자,


나희와 진호가 눈을 마주친다.


나희가 일어나 퉁명스럽게 인터폰을 받는다.


“네에. 누구세요?”


나희 눈이 커지더니, 말없이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누 군···데?”


진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나희.


주방에 서서 현관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바라보는 진호.


밖에서 철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바퀴 달린 가방이 끌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철걱’ 소리와 함께 현관문 열리고, 나희가 빨간색 루이비통 캐리어를 힘겹게 들어 거실을 향해 밀자,


고급스러운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루이비통 캐리어가 미끄러지듯 식탁 의자에 부딪혀 멈춰 선다.


진호 ‘뭐야?’ 하며 나희 바라보면 현관문에서 사라졌다.


현관문 다시 열리고, 나희가 손에 파란색 루이비통 보스턴 백을 들고 들어온다.


나희 뒤에, 나희의 중, 고등학교 펜싱부 친구인 작고 통통한 김소민이 분홍색 애견 이동장을 들고 현관문 앞에 선다.


레스토랑 식탁보를 잘라 만든 것 같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의상에 커다란 농사용 밀짚모자를 썼다.


마녀들이 타고 다니는 빗자루만 들면 유럽의 황실에서 일하는 하녀와 흡사하다.


소민이 통통한 볼에 옅은 보조개를 만들며 진호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데,


특유의 애교와 담배 한 갑을 쉬지 않고 피운 후 날 것 같은 쉰 목소리가 섞여 나온다.


“지노야, 잘 지냈어? 정말 오랜만이다.”


멍하니 소민을 바라보는 진호.


정말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보고 본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던 김소민이다.


나희에게 언뜻 들었던 이야기는 강남으로 이사를 갔고, 유학 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학 간 것 같다니?’ 물었는데, 나희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그렇게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더니 잘 모른다고? 도나희는 참 무심한 인간이다’라고 생각했다.


소민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작고, 통통하고, 터질 듯 빵빵한 볼도 변함이 없다.


진호가 주방 칼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들어 번들거리는 칼날을 보이며 인사한다.


“어? 김소민. 너, 진짜 오랜만이다. 연락도 없이 어떻게 왔어?”


“나희가 전화를 안 받더라고....”


소민이 말하는데,


칼을 들고 있는 진호가 무서운 듯 애견 이동장 안 흰색 강아지가 진호를 보고 몸을 떨며 짖어 댄다.


그제야 진호가 손에 들고 있는 칼을 발견하고 도마 위에 내려놓는다.


소민은 애견 이동장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하얀색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진정시킨다.


“아띠. 아띠 야, 괜찮아.”


진호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소민 옆에 서 있는 나희를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뭐야?’ 질문하자,


나희의 어깨를 으쓱하며 ‘나도 모르겠어’ 대답을 대신한다.


나희가 파란색 루이비통 보스턴 백을 들고, 빨간색 루이비통 캐리어 끌고 소파 옆에 가방들을 정리해 놓는다.


나희가 왠지 지쳐 보이는 소민을 부축해 소파에 앉히자,


애견 이동장 안 흰색 강아지 ‘아띠’가 조용해졌다.


인덕션 위 냄비 물이 끓어 넘쳐 뚜껑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를 낸다.


진호가 라면을 넣으려다가 소파 앞에 서 있는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는 진호의 시선을 받고, 애견 이동장 안 흰색 강아지와 눈을 맞추고 있는 소민을 바라보며 진호에게 말한다.


“진호야, 냄비에 물 더 넣어야겠다. 하나 더···. 아니, 두 개 더 끓여. 라면은 있지?”


진호도 나희와 소민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어, 어어. 그래. 소민아 오랜만에 왔는데, 라면 괜찮지?”


애견 이동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소민이 쉰 목소리로 대답한다.


“라면 좋지. 맵지만 않게 부탁해.”


핵불닭볶음면 두 개를 더 꺼내, 봉지를 뜯던 진호의 손이 멈춘다.


그날, 나희는 갈 곳이 없다는 소민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빠가 서재로 썼던 현관문 바로 옆 빈방을 내 준다.


나희의 부모님이 떠나고 6개월 만에 1층에 가족이 늘었다.


‘김소민’과 흰색 믹스견 ‘아띠’


가을바람이 점점 차가워져 쓸쓸했던 나희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들이다.



***



겨울.


강아지 아띠가 분홍색 하트가 크게 그려진 노란 겨울 패딩 조끼를 입고 소파 앞에서 뼈다귀 모양의 개 껌을 열심히 씹고 있다.


식탁 위 나희와 소민이 마주 보고 앉아 각자 노트북을 진지한 얼굴로 보면서 식어 버린 커피를 홀짝거린다.


나희는 골무처럼 생긴 비니 모자를 머리에 반쯤 끼우고,


베이지색 플리스 재킷을 입고 노트북으로 오디션 정보를 보며 이메일로 프로필 보내고 있다.


다리를 달달 떨면서. 지금은 추워서 떠는 것이다.


소민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빵빵한 얼굴을 내밀고 부동산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다.


‘철컥’ 소리와 함께 현관문 열리고 검은색 롱 패딩을 입은 진호가 흥얼거리며 들어온다.


개 껌을 씹고 있던 아띠가 진호를 반기는지 “왈! 왈! 왈!” 세 번 짖고 다시 개 껌을 입에 문다.


나희와 소민은 각자의 노트북에 빠져들어 갈 것 같다.


진호가 식탁에 다가와 나희와 소민의 노트북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오디션. 부동산. 니들하고 전혀 안 어울리는 걸 찾아보고 있냐? 주말인데 어디 갈 데 없어? 하긴 평일에도 집에만 있는데, 주말이라고 어디 갈 데가 있겠니.”


일상이 되어 버린 진호의 무시? 농담? 에 나희와 소민은 반응도, 대꾸도, 시선도 주지 않고 노트북만 바라본다.


두 사람 반응이 없자,


재미없는 진호가 화제를 바꾸려는 듯 나희에게 묻는다.


“도 나희. 너 운전 연수 얼마나 받았냐?”


손톱 아래 굳은살을 이빨로 뜯어내던 나희가 앞에 서 있는 진호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면허도 없으면서 운전 연수는 왜?”


나희 말에 소민이 놀란 눈으로 진호를 올려다본다.


“지노. 아직 운전면허 없니? 세상 제일 똑똑하고 잘난 애가 왜 운전면허를 아직 안 땄어.”


소민이 은근히 진호에게 먹이고 나희 바라보며 소리 없이 앞니가 보이 게 환하게 미소 짓는다.


진호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운전면허증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나 면허 땄거든. 지금 연수받으러 가는 길이야.”


운동 신경도 없고, 공간, 지각 능력도 부족해서 바퀴 달린 건 아무것도 운전하지 못하는 진호가 면허를 따고 연수받으러 간다고 자랑하러 1층에 들린 거였다.


“너 한테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시험이였을 텐데. 운전 연수 조심해서 해라.”


노트북에 시선이 고정된 나희가 오디션 정보 확인하며 건조하게 말하자,


진호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 패딩 주머니에 넣는다.


“도로 미끄러울 수 있으니까 운전 조심해.”


소민이 말하자,


진호가 주먹을 불끈 쥐며 현관으로 걸어간다.


“잘하고 올게. 니들도, 수고해라.”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진호를 나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소민이 부동산 사이트에서 매물로 나온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았다.


가게 안 사진을 넘기며 보다가 나희를 부른다.


“나희야, 여기 가게 아담하고 좋은 것 같다.”


나희가 일어나 건너편 소민 자리 옆에 앉는데, 다리가 저리는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코끝에 찍어 바른다.


“어디, 어디?”


소민 매물로 나온 이발소 내부의 허름한 사진 넘기며 지도와 로드 뷰를 나희에게 보여 주며 말한다.


“여기, 큰길 로터리 아니야?”


“맞네, 로터리. 근데 소민이 너 뭐 하려고 가게를 구하는 거야?”


나희 생각해 보니, 소민이 왜 부동산 사이트를 보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소민이 나희를 바라보며 소심하게 말한다.


“아~ 나. 창업해볼까 하고.”


나희는 소민이 창업을 준비한다는 게 뜻밖이라는 듯 놀란다.


“창업?? 니가?? 여기 이발관인데? 너 돈은 있어?”


“어, 어, 어··· 어···”


소민이 쪼그라들며 소심하게 말한다.


돈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대답이다.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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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40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2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6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70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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