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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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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0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21 22:00
조회
165
추천
3
글자
11쪽

6화. 여자 친구 있어요?

DUMMY

나희를 바라보던 규혁의 표정도 굳어진다.


프로듀서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여자 스텝에게 눈으로 사인 하자,


규혁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여자 스텝이 카메라 녹화 버튼 누른다.


“자, 그럼 시작하시죠?”


프로듀서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희가 1미터 거리의 규혁을 향해 달려가는 시늉을 하며 숨이 찬 표정으로 선미 역할에 몰입한다.


오디션 대본 지문 내용


‘태수가 뒤돌아 언덕을 향해 걸어 올라가자, 선미가 언덕을 향해 뛰어 올라가 숨을 헐떡거리며 태수에게 연락처를 물어본다.’


상황으로 나희가 연기를 시작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희.


“허! 헉! 헉! 저기. 저기요. 휴대폰 번호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어느새 나희를 등지고 서 있는 규혁.


뒤돌아 나희를 바라보며 놀란 눈으로···


“그쪽, 방금 전까지 남자 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규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카메라에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지문에 없는 오른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나희, 동시에 입술은 규혁을 향해 ‘씨발’을 날린다.


규혁 봤다. '씨발'


나희가 미소 띤 얼굴로 숨을 고르며 대사를 한다.


“허! 헉! 제가 생각을 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정리했어요.”


규혁이 실실 웃는 표정으로 나희를 바라보며 대사 한다.


“그쪽 남자 친구 있는 거, 다 아는데. 저는 양심상, 양다리는 아닌 것 같아요.”


규혁의 대사가 나희의 뇌리에 꽂히며 이성을 흔든다.


‘양심? 양다리? 민규혁, 니 가. 양심이라는 게 있기나 하냐? 나쁜 새끼야’


나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규혁과의 아픈 상처.


그 시작은 규혁의 ‘양다리’, 눈앞에 있는 규혁이 개새끼의 닉네임 이기도 하다.


’양다리’


태수에게 전화번호를 받기 위해 달려가던 선미 역할에서 양다리로 상처받은 도나희로 감정 이입이 180도 변경된다.


태수 역할에 몰입되어 나희를 보고 실실 웃는 규혁에게.


“양다리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내가 눈으로 봤는데. 이 개자식아.”


나희가 이를 악물고 자기 마음대로 대사를 바꿔 말한 후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는 규혁의 뺨을 ‘철썩’ 후려갈긴다.


오디션을 보던 다섯 명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여자가 “오~~ 잘한다.” 하며 박수를 치고,


프로듀서는 대본을 넘기며 대사를 확인한다.


왼쪽 뺨에 나희의 손바닥 자국이 도장처럼 빨갛게 찍힌 규혁이.


“아이 씨발.”


하며, 나희 머리를 향해 긴 팔을 들어 휘두르자,


몸을 숙여 가볍게 피하는 나희가 규혁의 명치에 오른손 주먹을 ‘퍽’ 소리와 함께 꽂아 넣는다.


“헉”


외마디 비명을 토해내며 전봇대처럼 키가 큰 규혁이 자리에서 쓰러진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을 이제서야 파악하는 프로듀서 깜짝 놀라 책상을 넘어와 주먹 쥐고 있는 나희 손을 잡고 말린다.


“왜 그러세요? 대본을 마음대로 바꿔서 연기를 실제처럼 하시면 어떡해요?”


나이가 많은 여자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 스텝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달려와 바닥을 뒹굴며 고통의 몸부림을 치는 규혁을 둘러싼다.


분이 풀리지 않는 나희가 씩씩거리며 책상으로 시선을 돌리자,


나이가 많은 여자는 잘한다며 물개박수를 치고,


카메라를 잡고 녹화하는 여자 스텝은 나희가 규혁에게 주먹을 날렸던 흉내를 내며 살며시 엄지척한다.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나희.


손등으로 눈물 훔치며 빠른 걸음으로 오디션장 문을 열고 달려 나간다.


‘바보야. 제발 그만 울자.’



***



서쪽 하늘 끝에서 노을이 붉게 물들이며 밀물이 들어 오듯 파란 하늘을 서서히 붉게 물들인다.


파주 출판단지 근린공원 언덕 위 서쪽을 향해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진호가 서쪽 하늘 노을과 맞닿은 자유로(행주 대교에서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고속화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넓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노을빛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저마다 갈 길을 향해 간다.


싸늘한 바람이 공원 옆 추수를 끝낸 노란 들판에서 가을의 향기를 품고 지나간다.


조용하고, 인적 없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 공원을 알려 준 건 친구 민준이다.


민준은 인적 없는 곳을 찾는 진호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또 지진 계측하러 가냐?’라고 못 말린다는 듯 말하고는 지도 어플로 위치를 공유해 줬다.


이유를 묻지 않는 민준이 정말 고마웠다. 아직 면허가 없는 진호는 기상청에서 이곳 공원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사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진호가 앉아 있는 벤치 옆 가로등을 시작으로 텅 빈 공원을 비추기 위해 가로등이 켜진다.


언덕 위 혼자 앉아 있는 진호는 스스로가 왠지 운치 있어 보인다.


승용차 엔진음 소리에 진호가 고개를 돌려 출판단지를 바라보면 공원을 향해 길게 뻗은 도로 위를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라이트를 켜고 달려온다.


텅 비어 있는 공원 주차장에 주차하는 쏘나타 승용차.


운전석 문이 열리고 긴 다리를 뻗어 밖으로 나오는 하윤, 스키니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


흰색 스냅 백을 고쳐 쓰더니 차에 상체를 밀어 넣어 테이 크 아웃 캐리어를 들고 운전석 문을 닫는다.


언덕 위에서 하윤을 바라보고 있는 진호는 하윤이 지적이면서도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테이 크 아웃 캐리어를 손에 든 하윤이 노랗게 물든 잔디를 밟고 진호가 있는 언덕으로 걸어간다.


진호가 언덕 위 벤치에서 일어나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하윤을 바라보고 오른손을 살짝 들어 인사하자,


하윤은 밝은 미소로 답한다.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이 하윤의 라일락 향수의 향기를 진호에게 전달한다.


하윤이 언덕 위 벤치 앞에 서서 서쪽 하늘에 새빨갛게 짙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와아~” 하며 감탄한다.


진호는 하윤 손에 들려 있는 테이 크 아웃 캐리어를 받아 들며 어색한 존칭을 쓰며 말한다.


“아, 오셨어요. 커피 이리 주세요.”


괜찮다는 손짓을 하는 하윤이 테이 크 아웃 캐리어에서 커피를 꺼내 진호에게 건네며 벤치에 앉는다.


“어, 아니에요. 제가 드릴게요.”


“예, 잘 마실게요. 커피 향이 좋네요.”


커피를 받아 든 진호가 커피 향기를 맡으며 하윤과 나란히 벤치에 앉는다.


커피를 들고 어색한 몸짓을 하며 옆에 있는 하윤을 힐끗힐끗 바라보는 진호.


하윤은 커피를 마시며 서쪽 하늘 노을을 본다.


두 사람은 현재 어색한 시간을 보낸다.


노을 바라보던 하윤이 진호를 바라보자, 진호가 눈을 피하며 몸을 슬슬 꼬기 시작한다.


“진호 씨 제가 오늘도 좀 늦었죠? 미안해요.”


하윤의 말하자,


하윤 앞에만 서면 작아지면서 진호가 바보처럼 헤 웃으며 말한다.


“헤, 헤, 헤. 하는 일이 그러니까 늦을 수 있죠. 헤~”


말을 하고, ‘아차, 이거 아닌데. 오진호 너 왜 바보처럼 왜 그래. 하윤 씨도 그냥 사람이야’ 생각하며 후회하는데.


“‘하는 일이 그러니까 늦을 수 있죠’ 처음 만날 때랑 똑같은 이야기 하시네요.”


하윤이 진호가 말한 걸 따라 하며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신다.


또 바보처럼 실실 웃는 진호 자신을 보고 후회했지만, 진호의 반응은 똑같다.


“헤~~ 그랬나요? 헤~~”


바보바이러스는 진호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 순간 만약 진호 입에서 침을 흘린다면 하윤은 기겁하며 도망칠 것이다.


다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진호는 혼자 중얼거리며 마인드 컨트롤에 들어가고, 하윤은 노을 만 보고 있어도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이승철의 ‘서쪽 하늘’ 을.


진호가 어색함을 깨기 위해 말을 건네는데, 하윤도 동시에 말을 한다.


“저어···”


“저...”


진호 ‘찌찌 뽕이다. 뭔가 통했다는 건데?’ 생각하며 말한다.


“하윤 씨 먼저 말하세요.”


“진호 씨가 먼저 말하세요.”


하윤이 진호를 빤히 바라보며 말하자, 진호 몸을 꼬며 말한다.


“저기, 방금 불렀던 노래 제목이 뭐예요? 저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거든요.”


하윤이 웃으며 말한다.


“아~ 이승철에 서쪽 하늘 요. 혹시 아세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진호에게 이어서 말한다.


“옛날 노랜데.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노래를 함께 듣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옛날 노래를 좋아하게 됐나 봐요. 가사가 엄청 슬픈데. 서쪽 하늘 노을을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네요.”


“아~” 하며 고개를 끄떡거리는 진호.


“서쪽 하늘. 아, 하윤 씨는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진호 씨. 혹시 여자 친구 있어요?”


하윤의 커다란 눈이 진호의 눈을 보며 묻자, 진호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답한다.


“아니요, 아니요. 저 여친 없어요. 다들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없어요. 없어.”


진호의 격한 부정에 하윤도 놀라며 질문을 잘못했다는 듯 다시 묻는다.


“아. 애인 아니고, 여자 친구요. 프랜드.”


“아··· 프랜드 요.”


진호 ‘에이, 괜히 오버 했네’ 생각하며 커피를 조금 입 안에 넣고 말한다.


“여자 친구··· 는···.”


말하는데···


소파에 앉아 발가락 사이에 때를 열심히 빼고 있는 나희의 모습이 눈앞에 쓱 하고 스쳐 지나간다.


진호의 표정이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원 샷 한 사람처럼 찡 그려지고, 입은 쓴 알코올을 뱉어내듯 ‘크으’ 한다.


“여자 친구가 하나 있는데··· 굳이 여자라고 하기엔, 좀 적절하지 않은 여자 친구가 있긴 해요.”


“여자라고 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보이시 한 스타일인가 봐요?”


하윤이 궁금한 얼굴로 진호를 바라보며 말하자, 진호가 얼렁뚱땅 넘기려는 듯 대충 말한다.


“보이시 하다고 할 수도 있고. 남자 같다고 할 수도 있고. 그냥 애매한 여자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는 왜요?”


진호를 바라보던 하윤이 시선을 돌려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자, 진호도 하윤의 시선을 따라 노을을 바라본다.


노을 바라보면서 하윤이 말한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고등학교 일 학년 일 학기를 마치지 않고 캐나다에 갔다고 말했잖아요. 10년이 지나고 한국에 왔는데.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쉬는 날이 되면 마땅히 만날 사람이 없는 거예요. 쉽게 말하며 친구가 없다는 거죠. 일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은 서로 말할 수 없는 경쟁자. 그런 느낌이라 누군가의 단점을 알게 되면 그걸 무기로 사용하더라고요. 무섭지 않아요?”


“네··· 좀 무섭네요.”


생각하지 못했던 하윤의 말에 진호가 조용히 대답하고 하윤을 바라본다.


에둘러 말하지만, 하윤은 외로운 것이다.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하윤의 옆모습이 방송에서 보였던 화려함과 밝은 이미지와 달리 쓸쓸해 보인다.


진호의 시선을 느낀 하윤이 진호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요. 진호 씨, 저랑 나이도 같은데. 우리 친구 하는 건 어때요?”




내 친구의 첫사랑


작가의말

좋아요 ♥ 선호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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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23세 처녀 보살의 점괘 21.10.2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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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술집 반디 21.10.24 15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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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드라마 오디션 21.10.19 180 3 11쪽
5 4화. 황당한 오디션 +4 21.10.17 214 3 12쪽
4 3화. 완벽한 이상형 21.10.14 241 3 12쪽
3 2화. 이별과 잔소리 21.10.12 263 4 12쪽
2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21.10.11 387 4 12쪽
1 프롤로그 - 인천 공항에서 +4 21.10.11 70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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