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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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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58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4.05 21:38
조회
285
추천
2
글자
7쪽

12화 세상밖으로

DUMMY

유라는 이진을 생각하면서 소혜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진에게는 특별한 데가 있었다.

“소혜를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이진 씨를 떠나지 않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소혜를 늦게 만나 것이 안타깝구나······”

“내가 유라 언니만큼 나이가 되었다면, 오빠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그렇고 나는 혜미 언니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미란은 소혜가 진작부터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낸 것 같아 얼른 말했다.

“소혜 말에 동감이야. 그런데 혜미가 갑자기 결혼을 하면서 나에게 이진 씨를 부탁했을 때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어쩌면 혜미 언니가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그 어떤 큰 비밀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혜미 언니가 뭐라고 했는지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말해 보세요.”

“혜미가 편집국으로 전화를 해서 만나게 되었어. 혜미는 웃음을 잃은 얼굴에 수척한 모습이었지. 혜미는 한참 망설이다가 밑도 끝도 없이 이진 씨를 부탁한다고 하면서 내가 있어서 안심이라고 그랬어. 당시 나는 너무 황당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어. 더욱이 혜미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나는 다른 말을 할 여유도, 기분도 아니었지.”

“혜미 언니는 미란 언니가 있어 오빠를 돌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언니는 혜미 언니 때문에 오빠에게 능동적으로 할 수 없었지요. 그것이 미란 언니의 장점이자 단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소혜! 너의 말은 나를 칭찬하는 것인지 나무라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유라는 미란과 소혜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명석하고 똑똑하던 미란이 소혜 앞에서는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한테 꾸지람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혜는 이제 대학 2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품고 있는 마음의 비밀까지 지적했다. 유라는 소혜가 이진의 제자였다는 것을 상기하고, 제자가 이렇게 지혜로우니 이진의 지혜와 재능은 경험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세 명의 여인들은 이진에 대한 상념으로 각자의 생각에 골몰했다.

소혜가 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깼다.

“혜미 언니를 이해할 수 없지만 비열한 건 한민섭이에요. 그의 부친 한창대 회장도 결코 좋게 봐줄 수 없구요. 조그만 회사였던 한창물산을 오빠가 대기업으로 키워 주었는데, 그 보답은 못할망정 그런 식으로 오빠를 배신했다는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어요.”

“나도 그래. 한민섭도 같은 운동권이었지. 이진 씨가 대표로 희생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졸업도 하지 못 했을 거야. 이진 씨와 혜미의 사이는 공개된 사실이었잖아. 그것을 알면서도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억지로 사장 자리에 앉더니, 비열한 방법으로 혜미와 결혼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어.”

유라는 이진과 혜미의 관계, 그리고 혜미가 결혼하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미란 언니, 어떤 방법으로 한민섭이 혜미 씨와 결혼하게 되었어요?”

“혜미는 한창물산 비서실에 근무했고, 이진 씨는 수출부장으로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던 혜미 아버지가 부도를 냈어. 나도 얼마 전에 조사한 내용인데 한민섭이 비열하게 조작한 것이었어. 한창물산에서 그 부도를 처리해 주는 대가로 혜미와의 결혼을 요구했던 모양이야.”

“그러면 혜미 씨는 부친을 위해 희생당한 것이군요. 혜미 씨도 오히려 피해자군요.”

“한민섭과 혜미의 결혼은 한민섭의 부친과 혜미의 부친에 의해 정략적으로 성사됐지. 물론 한민섭이 주도했지만 그것도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

유라는 한민섭이 비열하게 느껴졌다.

“미란 언니, 우리 이진 씨의 복수를 해요. 우선 골격이 섰으니 이름부터 지어야 할 텐데 언니는 생각해 둔 것 있어요?”

미란은 유라의 질문에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그 동안 장미클럽 정리다 뭐다 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소혜는 유라의 말에 이미 생각해 둔 듯 입을 열었다.

“언니들이 다 함께 모였을 때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왕 나온 김에 말하겠어요.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니, 억진이 어때요?”

“억진!”

“억진. 이진 씨를 기억한다, 정말 좋아.”

미란과 유라는 소혜의 제안에 모두 찬성하며 기뻐했다.

억진 그룹. 절세의 미녀들에 의한 억진 그룹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가네마루 그룹








세상 밖의 세상은 세월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진이 이곳에 온 지 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이곳에서의 삼 년이란 세상의 삼 년과는 의미가 달랐다. 지금의 이진은 처음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왔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져 있었다. 처연한 그림자에 싸여 있던 음울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물처럼 유연하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풍모로 변해 있었다. 어느덧 자연과 동화되어 있었다.

노인과의 선문답이 계속되면서 심오한 경지에 들어선 이진은 이제는 노인이 말을 하기 전에 노인의 의사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얼마 전부터 노인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진에게 따뜻한 정을 주었다. 이진은 이별이 가까워 오는 것을 감지하고 노인의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오늘도 노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하고 있었다. 무아경에 젖어 있던 이진은 문득 노인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아해야! 네가 처음 나를 만난 곳을 기억하느냐.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다녀오너라.”

이진은 눈을 떠서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노인은 눈을 감고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일어났다.

노인은 이진을 언제나 아해라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진은 신상의 내력을 얘기하려고 했으나 노인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노인에게는 이미 이름조차도 특별한 의미가 없음을 알았고 어쩌면 이미 이진의 내력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세상 밖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 강했지만 물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장경석고의 고서와 노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이해하는 데 며칠 간, 때로는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소비되었기 때문에 그 외의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노인은 이진의 추측을 불허하는 경지에 있었고, 이진으로서는 노인의 세수조차도 짐작할 수 없었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도 못하고 무한의 세계 속에서 유한의 자신조차 잊은 채 무념무아의 상태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이진은 노인의 중얼거림을 들은 후 세상 밖의 세상을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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