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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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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53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3.12 23:46
조회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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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4쪽

실연

DUMMY

실연








경복궁 경회루.

이씨 왕조의 흥망성쇠도 덧없는 세월 속에 묻혀 버리고 지금은 지난날의 영화롭던 흔적만이 석양에 기울어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싱그러운 라일락 향기가 유월의 신록 사이로 젖어 들고 있건만 노을 빛에 물든 연못 위에 드리운 경회루의 잔영은 너무나 쓸쓸해 보였다.

세월도 시간도 멈추어 버린 듯, 적막한 연못가 한 구석에 고독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벌써 며칠 째나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석양을 등지고 앉아 있는 청년의 수려한 얼굴, 맑은 눈동자에는 짙은 음영이 그늘져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욱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비쳐지고 있었다.

어느 곳에 있어도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고독한 청년.

젊은 그에게 그 무슨 사연이 있기에, 얼마나 상심이 컸기에, 저토록 시간의 흐름도 멈춘 채 깊고 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까.

그의 무거운 침묵, 끝없는 사색은 낙조의 경희궁을 더욱 삭막하게 했고, 연못을 스치는 바람조차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진.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숙명적인 시대의 아픔을 이어받은 그에게 지금의 현실은 어찌할 수 없는 좌절과 고통의 연속일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삶의 목표도, 존재의 이유도, 해야 할 일도 잃어버린 그에게 그녀는 그가 살아야 하는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 전부였다.

그러한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이유나 말 한마디 없이 결혼을 했다.

바로 보름 전.

그녀의 결혼식 날 이후 그는 아무도 없는 경회루 연못가에서 끝없이 무거운 사색 속으로 함몰되어 가고 있었다.

고독한 청년, 그의 침잠 되어 가는 처절한 침묵은 시공을 딛고 시간의 흐름도, 미래까지도 용해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처절한 옆모습을 멀리서 보름 동안이나 연민에 가득 찬 눈동자로 남몰래 지켜보고 있는 긴 머리의 여인이 있었다.

미란.

그녀는 이진을 혜미와 함께 똑같이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그를 사랑했던 두 여인.

한 여인은 그를 배신하고 보름 전에 결혼을 했고 한 여인은 멀리서 아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고통, 그의 아픔, 그의 좌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진,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대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그는 전국 대학생 총학생회장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학생들의 리더이자 구심점이었다.

그 무렵 시위가 절정에 달해 과격으로 치달아 수많은 학생들의 구속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는 총학생회장으로 과감하게 모든 책임을 지고 구속된 학생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자신을 희생한, 대학가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회자되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가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으로 함몰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녀, 혜미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었다.

아무도 없는 그에게 혜미는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이었던 혜미의 갑작스러운 결혼은 그에게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고, 그 어떤 것보다 더 클 수 없는 충격이요, 배신이었다.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란이었기에 그를 지켜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이 안쓰럽게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예측하지 못했기에 미란에게도 반의 책임은 있었고 또한 벗어날 수 없는 공범이기도 했다.

이진, 혜미, 미란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사랑하는 삼각 관계였다.

그러나 외로운 이진에게는 혜미의 부드러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미란은 이진을 부탁하고, 스스로 삼각 관계에서 빠져 나왔기에 바로 이진과 혜미가 사랑하는 사이로 맺어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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