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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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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55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3.19 15:41
조회
269
추천
4
글자
8쪽

6. 유서

DUMMY

밤 열시. 창 밖엔 어둠이 깔리고, 방안에는 우윳빛 조명 아래 안색이 도화색으로 옅게 물든 유라가 다리를 포갠 채,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놀랍게도 속옷을 입지 않은 알몸 위에 핑크빛 나삼 잠옷만 걸치고 있었다. 그것도 안이 비치는 투명한 것이었다. 그는 그녀 앞에 멈추어 섰다.

방금 목욕을 마친 듯 검고 윤기 흐르는 긴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그녀의 내밀한 곳까지 비치는 선정적인 잠옷이 길게 아래까지 내려왔다.

숨을 멎게 하는 고혹적인 자태였다.

“우선 앉아서 술 한잔하세요.”

“……”

그는 그녀의 말대로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술잔 가득 술을 따르는 그녀의 동작 하나 하나가 완만하면서도 우아했다.

“오늘은 이진 씨와 거래를 하고 싶어요. 물론 거절할 권리도 있어요. 그러나 이진 씨는 거절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요.”

“……”

그는 그녀의 거래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응시한 채 말했다.

“여자란 본능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죠. 그리고 그렇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죠. 그런데 나는 이진 씨에게만은 그렇지 못했어요.”

“……”

“나는 이진 씨에게 나의 가장 추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치 않아요. 나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시켜 드리고 싶어요.”

“……”

“그 유일한 방법은 나와 함께 오늘밤을 보내는 것이에요.”

그는 그녀의 대담한 말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곤대는 듯 작았으나 발음이 정확했고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다. 얼굴엔 아직도 홍조가 감돌았으나 그것은 그녀를 더욱 요염하게 보이게 했고, 그녀의 보이지 않을 듯 보이는 자태는 교태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와 말은 당당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응낙한 것으로 간주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만 거래예요. 거래 내용은 이진 씨가 나와 하룻밤을 보내는 대가로 나에게 일 백억원 짜리 차용증을 한 장 써 주시면 되는 거예요.”

“……”

“나는 나 자신을 평소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결코 나를 주지 않았어요. 다만 이진 씨에게는 나에 대한 추한 기억을 없애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오늘밤을 같이 보내는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 마세요.”

그는 그녀가 영리하면서도 무척이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만일에 그녀가 아니고 다른 여인이었다면 이토록 고혹적인 매력과 자연스러움을 결코 동시에 나타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벌거벗은 모습은 이번까지 두 번째 보는 것이었지만, 그의 기억으로는 첫 번째의 벌거벗은 모습도 추하다기보다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남아 있었다. 놀라 비명을 지르고, 울고 당황하던 천진한 모습은 천부적인 교태였었다.

이진은 그녀의 말에 조금의 거부감도 없었고, 거절할 만큼 냉혹한 마음도 갖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읽은 그녀는 매우 부드럽고 은근한 음성으로 다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오늘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해요. 영원한 비밀로……”

그녀는 말을 마치자 오히려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술잔을 들었다.

술은 달콤했고, 조용히 흐르는 음악도 마음을 젖게 했다. 그리고 감미로운 여인의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했다.

거래라는 명분과 실리를 갖춘 그녀의 유혹은 그로 하여금 조그만 퇴로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라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마음 한편에 애잔한 아픔을 느끼면서 밤을 지새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에게 그 이상의 것도 요구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정말 단 한번의 거래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가 그녀를 요구하면 당연히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그는 그녀를 자연스럽게 안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안온했다. 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에는 밝은 아침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고 있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그는 이미 없었고, 그가 누웠던 흔적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갑자기 온 세상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녀는 테이블에서 일 백억원 짜리 차용증과 한 편의 시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했다.


사랑은 그리움인가

사랑은 아픔인가


시작도 끝도 없는 미망

머물다 가 버린 세월처럼

돌아보면 아득한 아쉬움만

가슴 가득히 밀려오네


지나간 흔적

다가오는 미래도

못 다한 사랑, 잃어버린 마음도

덧없는 시공에 묻고


이제 나만 홀로 안고

돌아올 수 없는 본향으로…

사랑의 슬픈 전설

어디선가 피어날 때


그대 모습 애써 지우며

피안의 언덕에 홀로 있으리.






유서








토요일 오후.

미설은 친구가 주말 여행을 가자는 말에 문득 이진을 생각했다. 왕 회장과 산산을 함께 만난 후로 미설은 이진과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오늘은 미설이 이진을 담당하는 날이고, 내일은 연희가 맡는 날이지만, 연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진과 함께 주말 여행을 떠날 생각으로 바쁘게 아파트로 향했다.

미설은 최근 그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변화는 장미의 집 여자들 모두 느끼고 있었다. 무심하기만 하던 사람이 다정다감해졌고, 특히 조그만 일에도 성의껏 그녀들을 대했다. 매우 반가운 변화였지만 상대가 그였기에 그녀들은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회광반조. 마지막에 찬란한 불꽃을 발하는 현상, 그러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처음엔 미란 언니의 요청으로 그를 맡았지만 몇 개월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그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녀들은 모두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차지하고서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그를 이해하고 순수하게 아끼게 되었다.

미설은 근래 그의 변화를 느끼면서 무엇인가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그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급히 주말 여행 계획을 세운 것도 그러한 마음 때문이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녀들이 모두 외출했을 경우에도 언제나 그가 혼자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미설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그의 방을 급히 열고 들어갔다. 그의 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 하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었다. 미설은 깜짝 놀라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었다. 봉투 안에는 미란, 그녀들 그리고 소혜라는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 세 통이 들어 있었다.

미설은 우선 그녀들 앞으로 남긴 편지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너무 놀라 허둥지둥 방문을 열고 미란에게 먼저 연락했다.

“미란 언니! 큰일났어! 이진 씨가 편지를 남기고 떠났어.”

“미설아! 천천히 설명 좀 해봐……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 모두에게 연락해라.”

미설의 연락을 받은 미란은 당황한 가운데 미설을 위로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미란은 편집국에서 원고를 쓰다 말고 급히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미란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지만 마음속으로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그녀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맞은 셈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미모와 재능이 뛰어나고 개성이 강해 어쩌면 이진을 붙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그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녀들의 정성과 헌신이 그를 잡아 두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그가 부담스러워 할까 봐 미란은 한번도 장미의 집에 들르지 않았고, 그녀들을 통해 매일 보고만 받아 왔었다.

미란이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그녀들은 모두 와 있었고,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미설이 내미는 편지를 전부 읽어 본 미란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녀들에게 마음의 빚을 안고 떠난다는 것과 그 동안 헌신적으로 베풀어 준 호의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편지를 남겼다. 또한 그는 마지막 부탁으로 그녀들의 미래를 미란과 함께 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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