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江山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도전

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로맨스

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67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3.17 15:24
조회
344
추천
4
글자
7쪽

4화 장미클럽

DUMMY

장미클럽








장미클럽의 독신녀들이 살고 있는 곳은 현대아파트 63평형이었다. 그녀들은 장미클럽의 막강한 재력으로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미란의 부탁으로 인사불성이 된 이진을 장미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미란이 가끔 입던 잠옷을 찾아 그에게 입혀 침대에 눕힌 후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새벽 2시.

이진은 난생 처음 만취하여 정신을 잃은 후 심한 갈증과 통증으로 깨어났다. 아직 제정신이 채 들지 않은 상태여서 속이 거북했고, 먹었던 것이 넘어오려고 하자 황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그는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참지 못하고 눈도 뜨지 않은 반 수면 상태에서 왝! 왝! 하고 토했다.

바로 그때 코앞에서 비단을 찢는 듯한 여자의 비명 소리가 파고들었다.

“어마! 사람․․․․․․,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유라는 평소의 습관대로 목욕을 마치고 벌거벗은 채 변기에 앉아 있다가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묘령의 신인 가수로 한창 인기 상승 중에 있는 유라는 지방 공연 때문에 지금 막 들어와서 목욕을 하다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늦은 밤에 장미의 집에 남자가 있다는 사실만 해도 놀랄 일인데, 벌거숭이인 채로 화장실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오물을 토해 내자 그녀는 그만 혼비백산했다.

이진은 그녀의 금속성 비명 소리에 혼수 상태에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황한 가운데 샤워기로, 오물을 뒤집어쓰고 벌거벗은 채 변기에서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하고 놀라 엉거주춤해 있는 유라를 두 손으로 더듬더듬 씻겨 주었다.

한 사람은 벌거숭이로 변기에 앉아 있다가, 또 한 사람은 술에 떨어져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었다.

유라는 너무나 놀라고 부끄럽고 황급하여 이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혼이 반쯤 나간 상태여서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어 울어 버렸다.

유라의 비명 소리에 놀라 일어난 장미의 집 여인들은 잠옷 바람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두 사람을 보고 모두들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그녀들은 유라를 씻겨 주고 달래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빼어난 미모, 절묘한 율동, 고운 음색으로 각광 받고 있는 신인 가수, 유라는 유별나게 자존심이 높고, 홀로 고고한 척하여 그녀들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시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모두 유라의 황당한 수난을 한편으로 고소해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진이 장미아파트에 오던 첫날 벌어진 이 사건은 오히려 그녀들과 이진의 거리감을 좁히는 촉매제가 되었다.

그 이후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눈에 띄지 않게 생활에 변화가 일어났다. 여인들만의 깊숙한 세계에 청일점으로, 이진의 존재는 그녀들에게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미란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그녀들의 눈에 비친 그는 지금까지 보아 왔던 남성들과는 달랐다.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는 편안함과 또 다른 알 수 없는 신선한 충격으로 그는 장미의 집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제각기 독특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닌 그녀들과 생활하면서도 그는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과 허무에 젖은 그의 눈빛과 마주치면서 그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연민의 정으로 들끓곤 했다.

언제나 무심한 그의 마음속 밑바닥에는 표출되지 않는 아픔의 심연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감성이 예민한 그녀들에게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장미의 집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조용한 생활이었으나 이진의 동거 이후에는 이전에 없는 활력과 생기가 감돌았다. 식사 때에도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빠짐없이 참석했고, 각자 일이 끝나는 대로 모두 일찍 귀가했다.

코발트색 하늘에 흰 조각구름 한 점이 두둥실 떠가는 상쾌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연희에게는 일요일이 언제나 즐거웠다. 그녀는 방송국의 꽃이라 불리는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 언제나 맑은 표정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주일이면 이진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처음엔 그가 교회에 간다는 것이 신자로서 반갑고 즐거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특별한 설렘으로 기다려졌다.

아침 일찍 이진과 함께 다정하게 순복음교회에 나가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 연희는 이진의 팔짱을 끼고 걸어나왔다.

예배를 마치고 난 후의 연희의 얼굴은 보통 때보다 더욱 정결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었다.

“이진 씨!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차 한잔하고 가요.”

“……”

연희는 돌아오면서 매번 카페 ‘주노’에 들렀다. 이진은 그녀의 요구에 언제나 말없이 따랐다.

“혜미 씨는 어떤 분이었어요?”

“……”

정면으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묻는 연희의 말을 피해 그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동안 수없이 묻고 싶었지만 상처를 건드리는 게 되는 것 같아 참아 왔던 연희는 그의 마음이 완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생각하고 직접 물었다.

“혜미 언니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으세요?”

“혜미는 이미 잊혀진 사람입니다. 그 이상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이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진 씨는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들 중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은 없나요?”

“같이 있는 분들은 제각기 개성이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분들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마음을 비워 사람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재능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이진은 한참 있다가 계속했다.

“모두 나에게 세심한 배려를 해 주고 있어, 그 고마운 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연희는 이진의 말이 솔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진이 온유한 표현을 썼지만 아직까지 그는 어느 누구에게나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것은 연희로선 한편으로 실망스러웠지만 그녀들에게 전혀 마음의 부담을 주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연희는 생각했다. 혜미는 어떤 여인일까,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또한 이진의 사랑을 외면할 수 있는 여성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연희는 그와 단둘이 만나면 무엇인가 막연히 기대감으로 부풀었지만 막상 다시 헤어질 때는 아쉬움만 남았다.

다음 주말에는 꼭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해야지!

연희는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이진과 함께 카페를 나왔다.

그들이 장미의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들은 모두 점심도 먹지 않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위대한도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신작 공지 +2 16.03.12 397 0 -
12 12화 세상밖으로 16.04.05 286 2 7쪽
11 11. 세상 밖으로 +1 16.03.31 269 4 10쪽
10 10화 세상 밖으로 +1 16.03.29 285 4 9쪽
9 9 화 세상 밖으로 16.03.24 294 5 8쪽
8 8. 유서 16.03.22 314 3 7쪽
7 7. 유서 16.03.21 347 4 10쪽
6 6. 유서 16.03.19 272 4 8쪽
5 5화 장미클럽 16.03.18 365 4 10쪽
» 4화 장미클럽 16.03.17 345 4 7쪽
3 3화 실연 16.03.15 432 5 12쪽
2 2화 실연 16.03.14 531 8 8쪽
1 실연 16.03.12 918 1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