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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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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57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3.31 22:40
조회
268
추천
4
글자
10쪽

11. 세상 밖으로

DUMMY

분지를 돌아, 기암괴석과 천인단애 사이의 길 없는 길을 지나자 홀연히 절지가 나타났다. 절지. 위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바위로 가려져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화강암으로 된 석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형의 석굴은 청정했고 신선한 공기가 가득하여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노인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그 앞에 이진이 무릎을 꿇고 갈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해야! 이곳은 세상 밖의 세상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영천이 있고, 오른쪽으로 돌면 장경석고가 있다. 모든 것은 인연이 있는 자가 얻을 수 있는 법, 너와 내가 만난 것도 인연이니라. 네가 궁금해하는 것을 그곳에서 찾아라.”

노인의 모습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고 우렁찬 목소리는 그의 생각을 꼬집어서 말했기 때문에 그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노인의 말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왼쪽을 향해 들어가자, 조그만 통로가 나타났고 통로를 따라가자 청량한 향기가 짙어졌다. 조금 더 들어가자 순백색의 종유석 아래에 조그만 밥그릇 같은 네모진 석기가 있었다. 그 안에는 종유석에서 떨어진 맑은 물이 반 그릇 정도 담겨 있었다.

너무나 향기로워 이진은 옆에 있는 숟가락 같은 석기로 떠서 마셨다. 곧바로 내장까지 얼어붙는 듯 청량한 기운이 전신에 퍼지면서 온몸에 상쾌한 냉기가 돌았다. 이진은 이 물이 바로 노인이 말한 영천이라고 생각했다. 산삼이나 천년 영지보다 더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전설이 생각났다.

이진은 노인이 말했던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굴 안은 천연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졌으나 사람이 조각해 놓은 것처럼 정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빛이 흘러 들어와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석문 입구에는 고문체로 ‘장경석고’라고 음각되어 있었다. 내부는 마치 돌로 만들어 놓은 서고 같았고 서가에는 수백 수천 년은 됨직한 고색 창연한 고서들이 놓여 있었다. 어떤 것들은 얇은 대리석에 음각된 것들이 있는가 하면 죽간에 씌어진 것도 있었고, 한 장의 커다란 양피지에 적힌 것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고서들을 들춰보던 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들은 ‘해초심득’, ‘원효진결’, ‘솔거절편’ 등 절세의 고승이니 기인들이 세상에 남겼다고 말로만 전해 오던 비록들이었다.

그 종류는 불경에서부터 의도, 서화, 연공연단도가의 비결 등 모두 전대의 고승 현인들이 남긴 지혜의 절정들이었다.

그는 장경석고를 일일이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난 후 그 동안 자신의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답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진은 노인이 있는 원형 석실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청했다.

노인은 눈을 감은 채 자애로운 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가고 머무는 것은 제 마음에 있다. 모든 만물은 주인이 없는 법, 깨닫는 자가 바로 주인이니라.”

그는 그 날 이후 모든 것을 노인에게 의탁했다. 석실에 입문한 후 그는 장경석고의 희귀한 고서들을 탐닉하면서 삼매경에 몰입했다.

그는 시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각종 고서들의 심오한 진리에 다가갔다. 자신이 얼마나 얕고 천박한 학문밖에 이루지 못했는가를 깨닫고 더욱 새로운 세계로 함몰되어 갔다. 처음엔 노인과의 간단한 선문답으로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해박하고 정심한 해독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간파한 노인은 이진이 궁금해 할 때만 깨우쳐 주었다.

석고에 존재하는 무한지고의 진리는 이진에게 어둠 속에서 맞이한 등불이 되어 깨달음을 주었다. 노인과 함께 좌선하는 시간도 길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의 모습을 닮아 갔다.

한편 미란과 소혜는 이진이 떠나간 후 매일 장미아파트에 모여 혹시나 이진의 소식이 있을까 하고 기다렸다.

소혜는 이진이 남긴 사업 계획에 따라 미란과 상의하여 장미클럽을 처분했다. 그리고는 유진건설의 축적된 재력을 동원해 자금을 확보한 후 정부 각 부처, 법조계, 금융계 등 각계의 인맥들을 찾아 필요한 자문과 인재를 구하는 등 신속하고 빈틈없이 일을 추진해 갔다.

그녀들과 미란은 처음엔 막연히 이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소혜만은 누구보다 이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진이 남긴 당부를 실행하는데 더욱 주력했다. 미란과 그녀들은 소혜가 침착하게 사업을 추진하자 처음엔 섭섭한 마음까지 일었으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소혜의 냉철한 선견지명에 감탄하면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소혜는 비록 나이가 제일 어렸으나 해박한 이론과 뛰어난 지혜를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도 소혜와 상의하면 간단하게 결론을 추출해 내었고, 다음 문제도 손쉽게 유추해 내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다방면에 전문 지식을 쌓아 온 미란까지도 소혜의 의견을 물어 본 후에야 일을 진행할 정도였다.

어느 날 유라는 미란과 소혜를 조용한 카페로 불러냈다. 소혜와 미란은 유라의 진지한 태도에 다른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나왔다.

그러나 유라는 소혜와 미란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커피잔만 만지며 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영리한 소혜는 유라가 분명 중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언니가 불렀으면, 속 시원히 얘기해요. 우리는 지금 한 식구나 마찬가지잖아요.”

소혜의 독촉에도 유라가 머뭇거리자 미란도 거들었다.

“무슨 얘기인지 더 궁금해지는데 빨리 얘기해라. 혹시 이진 씨에 관한 것 아니니?”

소혜와 미란의 성화에 유라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미란 언니와 소혜에게 이진 씨에 관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 있어요. 처음엔 이진 씨와 나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이진 씨가 나타나지 않아 혹시 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라 언니는 오빠와 단둘이 만난 적이 있지?”

소혜는 유라의 심중을 꿰뚫었다.

“어쩜! 소혜는 그렇게 귀신같니. 귀신은 속여도 너는 못 속이겠다.”

소혜의 말에 유라는 오히려 기운을 얻은 것 같았다.

“사실은 이진 씨가 편지만 남기고 떠나기 며칠 전에 이진 씨와 나는 신라호텔에서 밤을 함께 보낸 적이 있어.”

유라는 수줍은 듯이 핸드백에서 일 백억 원짜리 보증수표를 꺼내 놓았다. 소혜와 미란은 유라의 말이 너무도 의외였다. 미란이 급하게 독촉했다.

“무슨 내용인지 자세하게 얘기해 봐.”

“그 날 밤 내가 몰래 이진 씨를 신라호텔로 불러내 1백억 원짜리 차용증서를 요구하고 하룻밤 같이 보냈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이진 씨는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가 버렸고 탁자 위에 시 한편과 차용증서만 남겨 두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이진 씨가 편지를 남기고 떠났고 나 때문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유진건설 이사장이 나 혼자만 나오라고 해서 갔더니 이 수표를 이진 씨가 나에게 꼭 전해 주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나 다시 오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오지 않는 것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소혜와 미란은 유라의 말에 처음엔 놀랐다. 그러나 소혜는 이내 유라를 추궁했다.

“에이! 유라 언니는 너무 약했어요. 유라 언니가 차라리 사랑으로 오빠를 유혹했으면 붙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언니가 오빠를 너무 몰랐어요. 오빠는 하려고만 하면 못하는 일이 없어요. 유진건설도 그렇고 한창물산도 오빠가 삼 년 만에 외형 6백억 원에 불과한 회사를 1조원 가까이, 그것도 수출 하나로 그렇게 키웠어요. 그까짓 1백억 원으로 어떻게 오빠를 붙잡을 수 있겠어요. 차라리 1조원쯤이나 되었다면 모르지만 정말 좋은 기회를 놓쳤군요.”

“나는 이진 씨를 잘 몰랐고 당시엔 그것도 천문학적 숫자라 생각했는데······”

“유라 언니! 언니 때문에 오빠가 오지 않는 건 아니니 그건 절대 걱정하지 말아요. 오빠는 혜미 언니가 결혼한 날부터 오빠의 신변을 정리해 왔어요. 오히려 유라 언니 때문에 오빠는 어쩌면 자살까지는 안 했을는지도 몰라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미란과 유라는 소혜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녀들을 한번 쳐다본 후 소혜는 조용히 말했다.

“오빠는 모든 정열을 학문에 둔 것 같았어요. 불경과 주역 그리고 유가, 도가의 고전들을 섭렵했지요. 오빠의 깊은 학문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일가를 이룰 만큼의 경지에 달했어요. 그래서 어떤 것이라도 오빠를 유혹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다만 하나 오빠는 정에는 무척 약했어요.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자라난 환경 때문일 거예요. 오빠는 아마 대단한 가문의 내력을 지녔음에 틀림없어요. 어렸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자랐으나 고승과 도인들이 오빠를 돌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이 이미 집중적이고 엄격한 수련을 받았어요. 그 덕분에 오빠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정에 약했어요. 그래서 혜미 언니와 사랑에 빠졌고, 오빠의 사랑은 더욱 지순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라 언니가 오빠를 조금만 더 정으로 잡았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아쉽군요.”

미란과 유라는 소혜의 말을 들으면서 이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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