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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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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山
작품등록일 :
2016.03.12 23:18
최근연재일 :
2016.04.05 21:38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652
추천수 :
58
글자수 :
44,610

작성
16.03.14 20:49
조회
529
추천
8
글자
8쪽

2화 실연

DUMMY

2화 실연

미란은 그 당시만 해도 그것만이 이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는데, 그가 혜미에게 배신당한 지금에는 오히려 그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안겨 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미란은 후회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이 되어 그의 아픔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미란이 회한에 잠겨 있을 때 바로 등뒤에서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언니! 미안하지만 사진 한 장 찍어 주세요!


미란이 고개를 돌리자 귀여운 소녀가 카메라를 내밀었다. 소녀의 뒤에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엷은 웃음을 띄고 서 있었다. 소녀와 아가씨는 얼굴이 닮아 한눈에 보아도 자매임이 분명했다.


미란은 무의식중에 카메라를 받아 들면서 물었다.

“이름이 뭐지? 아주 예쁘게 생겼구나!”

“은지예요.”

미란은 노란 리본을 맨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은지야, 저쪽 연못가에 아저씨가 혼자 앉아 있지? 저 아저씨는 내 친구인데 마음씨도 좋고, 사진도 아주 잘 찍는단다. 아저씨한테 부탁하지 않을래?”

은지의 눈에 비친 미란은 너무나 다정하고 아름다웠다. 아직까지 이렇게 예쁘고 친절한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미란의 말에 호의를 느낀 듯 은지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앉아 있는 이진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언니랑 나랑 사진 좀 찍어 주세요!”

구김살이 전혀 없는 맑은 목소리였다. 이진은 뜻밖의 부탁에 의외인 듯 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언니와 나란히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아저씨! 이쁘게 찍어 주세요.”

깜찍한 모습의 은지는 계속 애교를 떨며 이진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 황혼이 짙어진 경복궁은 조금 적막했지만 무척 아름다웠다.

은지는 이진이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따라 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기뻤다.

“아저씨! 수고했으니 나하고 사진 한 장 찍어요. 특별히 봐 주는 거니까, 나중에 사진이 나오면 한턱내야 해요!”

은지는 이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쪼르르 달려와 팔짱을 끼었다.

은지의 언니는 처음엔 무안한 표정이었으나, 은지의 장난기 가득한 행동에 이진이 미소짓는 것을 보고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었다. 렌즈에 비친 이진의 모습은 어딘지 우수에 젖어 있는 듯했다.

사진 찍기가 끝나자 은지는 제법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오늘 사진 고마웠어요. 사진이 나오면 한 장 드릴게요. 언제 또 만날까요?”

이진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나는…… 다음 주, 그 다음 주에도 이곳에 있을 테니까 이 곳으로 오면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좋아요! 다음 주 토요일 이 시간에 만나요. 꼭 약속 지켜야 해요. 만일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기다릴 거예요. 아저씨, 그럼 안녕!”

은지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약속을 한 후 작은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이진은 은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소녀의 맑고 밝은 모습, 구김살 없이 청순한 모습이 청년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추고 떠나갔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미란은 소녀가 의외로 그의 입을 열게 하고, 다음날 만날 약속까지 하자 고맙기 짝이 없었다.

“저 꼬마가 간단하게 이진 씨를 홀리는 것을 보니, 나중에 크면 굉장하겠군!”

미란은 중얼거리면서 혼자 감탄하고 있었다. 소녀가 떠나간 쪽을 아직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미란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진 씨! 이진 씨는 언제부터 꼬마 친구가 있었어? 아주 예쁜 소녀던데!”

“……”

이진은 깜짝 놀랐다. 여기서 미란을 만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고 지금까지 자기의 행동을 다 지켜 본 듯한 말투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이진 씨와 아주 잘 어울렸어. 나중에 크면 강력한 라이벌이 되겠던데.”

“……”

미란이 계속 농담을 했지만 이진은 웃지 않았다. 미란은 머쓱해졌으나 이내 화제를 돌렸다.

“얼마 전에 소혜한테 연락이 왔었는데 오빠 걱정을 많이 했어. 소혜와 만나 본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네.”

“……”

미란이 소혜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눈빛이 망연해졌다. 소혜는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다. 평소의 그는 소혜 얘기만 나와도 싱글벙글거리며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오늘은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를 알고 나서 지금처럼 수척해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아련한 아픔이 느껴졌다. 미란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와 이렇게 마주 대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오늘의 만남도 서로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미란과 이진. 한 사람은 망연한 모습으로 또 한 사람은 연민에 가득 차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두 남녀가 서로 다른 상념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그들을 먼 곳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여인이 있었다.

연 초록빛 실크 투피스 차림에 가볍게 웨이브를 준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미란이 수선화 같은 청초함을 지닌 여인이라면, 그녀는 장미꽃 같은 화려함과 복사꽃 같은 부드러움을 지닌, 보기 드물게 정적인 여인이었다. 그녀는 미란과 이진을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그들이 떠난 후에야 추연한 눈빛으로 한숨을 쉬고는 떠나갔다.

장미클럽.

압구정동의 요지,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 건널목에 있는 마치 고대 유럽의 성처럼 정교한 석조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명문 사교 클럽이었다.

최근에 와서 급부상한 이 클럽의 회원은 사회적인 명사나 재계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상류 사교계에서는 장미클럽 회원이라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다. 클럽은 호스티스를 두지 않고 남녀 회원끼리의 모임으로만 이루어졌다. 장미클럽의 꽃은 여성 회원으로서 탤런트, 가수, 배우, 패션 모델 등 유명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녁 9시. 화려한 네온사인이 명멸하는, 밤의 열기가 막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장미클럽 정문 앞에 흰색 그랜저가 멈추고, 미란과 이진이 내렸다.

미란이 이진과 함께 클럽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모의 여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환영했다. 그녀들은 미란과 이진을 4층의 로얄 룸으로 안내하였다.

천장엔 수정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넓은 자단목 원탁이 놓여 있었다. 실내는 은은한 조명 아래 속되지 않는 골동품, 그림 분재가 공간을 적절히 메우며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품격 높은 회의실이나 실내 정원에 온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원탁 중앙 상석에 이진을 앉히고, 그 옆에 미란이, 좌우로 다섯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앉았다. 그녀들이 착석하자 나머지 여인들이 모두 미란에게 인사를 한 후 물러갔다.

조금 후에 유니폼을 입은 소녀 셋이 들어와, 안주와 함께 양주 몇 병과 백포도주 등 각종 술을 원탁 위에 놓았다. 모두에게 잔이 돌아가자 세 명의 소녀가 미란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장미클럽 창립 이후, 회장이신 미란 씨가 처음으로 귀빈을 모시고 오신 뜻깊은 날입니다. 부디 편안하게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세 소녀 중 한 소녀가 시원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모두들 박수로 화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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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장미클럽 16.03.17 344 4 7쪽
3 3화 실연 16.03.15 432 5 12쪽
» 2화 실연 16.03.14 530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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