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2부 27화) Episode17. 거울(3)

[2부: 아틀라스 편]

[Episode17. 거울(3)]

'놈의 스킬을 상상해. 상상하고 또 상상해. 오직 하나만을 상상하는 거야. 상상이 안 되면 상상하는 걸 상상해. 그렇게 끊임없이 상상하다 보면..'

가든이 크게 당황한 목소리로 최선을 불렀다.

"지금 뭐 하시는.."

가든은 최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치챘다.

'현자'의 힘을 사용하려는 것.

최선이 눈을 감고 가만히 있자, 하늘을 떠 다니던 다섯 마리의 룡들이 가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명령을 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거였나?'

룡들은 힘차게 포효했고, 제일 먼저 수룡이 가든을 향해 숨결을 내뿜었다.

['수룡'이 스킬, [水]

[수룡브레스[水龍閃光](Lv32)]를 사용합니다.]

그와 동시에 가든은 예전에 단단하고 두꺼운 번개 장막을 펼쳤다.

['루이 가든'이 스킬, [霹]

[번뇌의장막[煩惱毅帳幕](Lv33)]을 사용합니다.]

수룡의 브레스로도 가든의 장막을 깰 수 없었는지 브레스가 장막에 가로막혀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수룡의 브레스가 사라지자, 네 개의 브레스가 장막에 부딪쳤다.

['화룡'이 스킬, [火]

[화룡브레스[火龍閃光](Lv31)]를 사용합니다.]

['뇌룡'이 스킬, [電]

[뇌룡브레스[雷龍閃光](Lv31)]를 사용합니다.]

['흑룡'이 스킬, [冥]

[흑룡브레스[黑龍閃光](Lv31)]를 사용합니다.]

['빙룡'이 스킬, [氷]

[빙룡브레스[氷龍閃光](Lv31)]를 사용합니다.]

'.. 아무리 불꽃으로 이루어진 모조품이라 할지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란 거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가든은 먼저 룡들을 처리하기 위해 전창을 꺼내 들었다.

창을 던지려던 가든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고 그대로 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저, 저게.. 대체.."

브레스를 뿜은 룡들은 다시 최선의 곁으로 돌아갔다. 가든은 황급히 루이 레이를 바라봤다.

가든이 바라본 루이 레이는 이제껏 몇 번 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40년 전 그날 봤었던 그 표정, 품위, 격식 따위는 모두 내다 버린 듯 입을 살짝 벌리고 눈이 조금 커진 표정을 한 채 최선을 보고 있었다.

루이 레이 마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 자신은 그러지 않을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얼굴을 더듬자 자신도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가든은 다시 전창을 손에 쥐었다.

콰아앙!!!

최선이 있던 곳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커다란 먼지 폭풍 사이로 연두색의 마력 흘러나왔다.

"카아아.."

먼지 속에서 사람이 아닌 것의 소리가 들렸다. 저건 최선이 아니다. 가든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먼지가 게워지며 메시지가 주인 잃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개인 특성, '이매진메이커'의 힘이 상승합니다!]

['이매진메이커'의 힘으로 새로운 스킬이 발현됩니다!]

['電 속성' 파동의 힘이 진화하여, '霹 속성' 파동으로 탈바꿈 됩니다!]

※(전기 속성 1단계)電‐번개 전

(전기 속성 2단계)霹‐벼락 벽

'霹', 가든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수련하여 간신히 그 단계로 발을 내디뎠다.

그런 단계를, 최선은 간단하게 돌파해냈다. 가든은 그런 최선에게 질투와 함께 경이로움을 느꼈다.

'칠가주'도 4층에서 '초월기'와 '속성 진화'를 겪지는 못 했으리라 생각하니 가든의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자신이 싸우는 상대는 먼 훗날 위대한 '칠가주' 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든은 지금 이 싸움이 너무나도 황홀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전창에 손이 조금씩 익어갈 무렵, 다시 한번 그것이 울부짖었다.

"크아아아!!"

[폴리모프:뇌룡[變質:雷龍](Lv0.1)] [霹] [최선류 초월기]

잠재되어 있던 모든 힘을 개방하여 인간의 모습에서 룡의 모습으로 변한다. 다섯 가지 속성의 룡들 중 가장 강력한 파동을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룡(霹)의 모습으로 변한다.

녹색 계열의 색으로 칠해진 룡이 그곳에 있었다.

['최선'이 스킬, [최선류 초월기] [霹]

[폴리모프:뇌룡[變質:雷龍](Lv0.1)]을 사용합니다.]

※變‐변할 변, 質‐바탕 질, 雷‐우레 뇌, 龍‐룡(용)

드래곤, 와이번과는 다른 모습에 가든은 잠시 당황했지만, 최선이 부리는 건 룡이었다는 사실에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뱀처럼 긴 몸통 사이에 뻗어있는 네 개의 다리, 커다란 부채 같이 생긴 꼬리와 머리 위로 솟아나 있는 두 개의 뿔.

길어진 주둥이와 날카로운 이빨, 길고 가는 두 개의 수염, 머리 뒤로 나 있는 갈기들, 그리고 룡의 비늘까지.

누가 봐도 룡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의 룡이 최선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든은 최선을 찾기 위해 눈알을 이리저리 열심히 굴렸지만, 최선은 보이지 않았다.

가든을 바라보던 뇌룡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가든은 어리둥절해하며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뒤에서 또 다른 경이로운 격이 느껴졌다.

"역시 너는 내게 늘 재밌는 걸 보여주는구나."

"공주님.."

루이 레이의 얼굴이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루이 레이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룡의 피를 잇지도 않은 순수 100%의 인간이 폴리모프를 한 것으로도 모자라 초월기까지 사용한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루이 레이는 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싶었다.

본인들도 모르는 룡이 나타난 걸 알아차린다면 '그들은' 분명 이곳으로 쳐들어 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이 레이는 가든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 격을 방출하며 웃었다.

"넌 내가 갖겠어."

앞으로 나선 루이 레이를 가든이 만류했다.

"공주님, 공주님께서 나서신다면 최선 님은.."

"알아~ 살짝 겁만 줄 거니까 걱정 마."

루이 레이는 주머니에서 새로운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반지를 끼자마자 폭발음이 들리며 반지에서 녹색 불꽃이 터져 나왔다.

진심으로 싸우려는 기색에 가든이 루이 레이를 강하게 만류했다.

"아무리 약하게 공격하신다고 하셔도 죽을 겁니다."

"빗겨치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맞아도 죽을 겁니다."

"그렇다고 저걸 그냥 내버려 두면 '리츠' 애들이 올 거 아냐~"

'칠가문 리츠'.

리츠 가문은 비공식으로 칠가문 중 최강이라 불린다. 리츠 가문의 세력은 모두 '수인종'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세계 최강의 생물인 드래곤, '골드 드래곤'의 후예가 '리츠 가문의 가주'다.

리츠 가문 소속이 아닌 드래곤이 최저층에서 나타난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분명히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선 님은 리츠 가문에게 빼앗기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되겠죠.'

루이 레이는 그런 참사를 막기 위해 가든을 제치고 자신이 직접 나선 것이다.

"맨 손으로 제압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저런 걸 어떻게 맨 손으로 잡니~?"

"충분히 가능하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최선 님께서 아무리 강하신다고 한들, 이 세계에 법칙까지는 깰 수 없습니다."

"그건 맞지만~"

웅크렸던 룡의 몸이 개화하듯 활짝 펴졌다.

"키아아아아!!"

"저렇게 큰~ 과녁은 맞춰보고 싶잖아?"

"공주님!"

어느새 전창을 손에 쥐고 있던 루이 레이는 가든을 보며 싱긋하고 웃고는 창을 공중에 띄우고 가볍게 밀었다.

['루이 레이'가 스킬, [靂]

[뇌수천가[惱垂舛苛](Lv63)]를 사용합니다.]

살짝 밀기만 했을 뿐인데도 가든의 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의 전창이 공간을 뚫어내며 룡을 향해 날아갔다.

"고, 공주님!"

루이 레이의 힘을 버티지 못 한 가든의 아공간이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공간이 버티지 못합니다! 공간이 깨지면 리츠 가문이 오는 건 정말 시간문제입니다!!"

"그전에 끝내면 되잖아?"

"키아아아!!!"

주둥이를 활짝 펼친 룡은 그대로 아공간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자신의 에너지로 쓰기 시작했다.

에너지는 순식간에 모였고, 가든조차 감당하기 벅찬 숨결이 루이 레이의 창과 부딪쳤다.

['최선'이 스킬, [최선류:뇌룡 초월기] [霹]

[뇌룡개악[雷龍開樂](Lv0.61)]을 사용합니다.]

※雷‐우레 뇌, 龍‐룡(용), 開‐열 개, 樂‐노래 악

가든은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초월기의 힘이 압도적이라도 해도 랭커인 루이 레이의 창을, 고작 4층의 플레이어가 막아내고 있었다.

"어머? 약하게 던지긴 했어도~ 막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키아!!-"

비록 1도 되지 않는 힘이었지만, 그래도 초월기였기에 60이 넘어가는 루이 레이의 일반기를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룡은 약 3초의 시간을 막아냈고, 3초가 지나자 브레스의 세기가 점차 약해져 갔다.

점점 약해져 가는 브레스와는 다르게 루이 레이의 전창은 건재하다 못해 살아 있는 활어처럼 팔딱 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전창이 브레스를 뚫고 룡의 몸통까지 뚫으려던 순간, 루이 레이가 마력으로 전창의 궤도를 룡의 오른쪽 몸통 부분을 살짝 빗겨 맞을 정도로 비틀었다.

루이 레이의 생각대로 궤도가 살짝 빗겨나가 룡의 오른쪽 몸통을 살짝 뚫고 지나갔다. 전창에 몸이 살짝 뚫린 룡은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으며 발광했다.

"키아아!! 키아아!!!"

"공주님!! 더 이상은..!!"

"조금만 더 버텨~ 명령이야!"

불꽃이 넓고 커다란 그물망의 형태로 변했다. 루이 레이는 커다란 룡을 향해 힘차게 전기로 된 그물을 날려 보냈다.

['루이 레이'가 스킬, [루이 레이류 각성기] [靂]

[뇌전박[惱筌縛](Lv62)]을 사용합니다.]

※惱‐번뇌할 뇌, 筌‐통발 전, 縛‐얽을 박

'뇌전박', 얇고 촘촘한 포박용 스킬.

시전자보다 약한 존재는 절대로 그물망을 자의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최상급 포박 스킬이다.

그물을 발견한 룡은 다시 한번 브레스를 준비했지만, 브레스를 준비하고 쏘는 것보다 그물망으로 포박이 되는 게 훨씬 빨랐다.

"키아아아!!!"

그물에 얽힌 룡은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그럴 때마다 그물은 크기를 줄여 룡을 압박했고, 룡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가든의 아공간도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공주님!!"

"자~ 꼬마는 이제 잠들 시간이야!"

주먹을 쥐자 그물의 크기가 축구공 만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파앙!!! 콰아아아!!!!

엄청난 크기의 룡으로 변한 최선의 몸은 그대로 터져나가 부유물이 되어 아공간을 떠다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든의 아공간도 더 이상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쿠당탕!!

원래 세계로 돌아온 두 사람은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윽.."

그곳에는 룡으로 변했던 최선이 대자로 뻗어 있었다.

막대한 힘을 사용했는데도 최선은 조금 지쳐 보이기만 할 뿐 아무런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루이 레이가 의자에 앉으며 은근한 눈길로 최선을 훑었다.

"자, 그럼 이제 설명해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