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53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8.08 21:13
조회
18
추천
1
글자
8쪽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

DUMMY

“감정?”


루올은 정말로 당혹스러운지 마른세수를 했다.


“그건 물질조차도 아니잖아..... 그런 걸 어떻게, 왜...”


두 사람이 당혹스러워하건 말건, 설탕은 만족스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진짜로 먹었단 말이야...?”


정확히 어제와 같은 반응. 식곤증이라도 되는 건지 먹자마자 조는 앙증맞은 하얀 새를 바라보던 세 사람은 결국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애초에 나온 이유도 설탕에게 무언가를 먹이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더 있을 이유도 없었다.


“돌아가죠.”


“그래...”


“알겠습니다.”


루올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정호기도 조금 피곤한 낯으로, 어깨에서 손바닥으로 설탕을 내려들고 다른 손으로 조심스레 받쳐 들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외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 짧은 외출을 끝마쳤다.


*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자신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설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세 사람이 설탕의 지저귐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조금 곤혹스러워 반응할 순간을 놓쳤을 뿐이고, 한 사람은 설탕이 스스로 먹고자 하는 것을 밝힐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을 뿐이었다.


“...이번엔 뭘?”


며칠 동안 아이우드 주민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삼키는 설탕을 바라보던 루올은 이해하기를 포기한 모양인지 조금은 침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설탕은 조금 뜸을 들였다. 설탕이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정호기는 설탕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설탕은 여전히 새하얬고, 새카만 눈동자는 반질반질하고 둥글둥글했으며 몸도 동글동글해 눈으로 만든 새 모양 눈사람 같았다.


“...어?”


“왜?”


“루올. 설탕이....”


정호기는 설탕의 몸을 자세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자란 것 같지 않으세요?”


“자랐다고?”


루올도 정호기 만큼이나 설탕을 꼼꼼히 뜯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자란 거야? 난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만, 확실히 자란 것 같아요. 갓 태어났을 땐 이만큼 올라왔는데, 지금은 이만큼 올라오잖아요.”


“...차이가 있어? 같은 높이잖아.”


“정호기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 새는 먹이를 먹을 때마다 미세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가젠을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아?”


“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마법사는 그런 것도 느껴지나?”


그거 편리하네. 루올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자란다니 다행이네.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는 아니니까.”


루올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설탕을 바라보며 말했다.


“심장!”


그 순간 설탕이 맥락 없이 빽 소리쳤다.


“심장. 심장.”


“....심장?”


정호기는 오싹해졌다.


“동물의 심장...?”


“아니. 아니. 아니.”


“.....”


정호기는 망설이며 아주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심장 모양의 어떤 것...?”


“심장!”


“....사, 사람?”


정호기는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심상치 않은 것들을 먹어왔던지라 설탕이 정말로 사람의 심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호기는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꽉 메우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사람의 심장을 요구하는 거면... 어디서 그걸 구하지?

이 조그만 새를 먹이기 위해 그런 끔찍한 짓까지 저질러야 하는 건가? 죽은 사람의 것도 먹을까?

.....아니, 그라플로는 이런 생물을 가젠에게 선물로 준 거야?’


“아니. 아니.”


정호기는 빳빳하게 긴장되었던 몸이 허탈하게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정호기는 몹시 안도했다.


‘다행이긴 한데...’


정호기는 가젠과 루올을 돌아보았다.


“그럼 무슨 심장을 달라는 걸까요?”


“밤.”


“...밤?”


“바깥, 바깥.”


“밤에 밖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는 건가?”


정호기는 미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은데요.”


“.....나도.”


루올도 석연치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루올도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어두운 밤, 달 아래서 목격했던 그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


“설마, 심장이라는 게...”


정호기는 설탕을 바라보았다.


“괴물의 심장...? 여기에도 괴물이 있어?”


설탕은 부정하지 않았다.


“...여기에도?”


“우습게 들리겠지만. 마왕인지 뭔지 하는 작자 때문이겠지.”


“....마왕이요.”


정호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소유한 영지도 예외로 두지 않고...

아니, 그라플로 입장에서는 이 땅과 이 땅 위에 사람들이 더욱 증오스러울지언정...’


정호기는 눈을 감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라플로는 이제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자기가 알던 그라플로를 좇게 되었다.


“괴물의 심장이면. 저번에 그, 나오던 붉은 보석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겠죠. 지금까지 괴물들을 처치하면 꼭 그 보석이 나왔으니까요...”


- 그리고 그라플로가 있는 곳에도 거대한 그 보석이 있었으니까.


“진짜로 별걸 다 먹네.”


루올은 설탕의 머리깃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처럼 말을 걸었다.


“도대체 그런 건 왜 먹어. 좀 정상적인 걸 먹어 볼 생각은 없나 보지?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정호기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뜻을 전했다.


[[그라플로는...]]


[[그라플로에겐 정말로 가젠밖에 안 보이는 모양이에요. 눈이 멀어서.]]


로맨틱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정호기는 무척 참담한 심정으로 툭 내뱉었다. 이제 그라플로에게 가젠은 전부였다. 다시 말하자면, 그 외의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어쩐지 뼈아팠다.


[[제 책임입니다.]]


[[자꾸 그런 말씀 마시라니까요. 그게 어떻게 가젠 책임이에요. 그라플로가 가젠을 좋아한 게요? 가젠이 그라플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게요? 그라플로가 뒤틀려 버린 게요? 어떻게 그게 가젠 책임이에요. 가젠은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잖아요.]]


[[진실로 제 책임입니다.]]


가젠은 드물게도 고집스레 말했다.


[[저는 그를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정호기.]]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정호기는 풀이 죽었다.

소설을 볼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정호기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마다 안타깝고 속이 답답해졌다. 도저히 실마리가 안 보여서. 어떻게든 두 사람이 행복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겠어서.


‘만났는데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똑같아.’


여전히 두 사람이 행복해지는 길은 안 보였다. 정호기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밤을 기다릴까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정호기는 가젠의 말을 곱씹었다.


[서로의 사슬을 움켜쥐고 끌어당겨,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아닙니까.]


정말로 가젠 말대로일까.


작가의말

휴가 다녀오기 좋은 때입니다. 다들 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늘 건강 챙기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 21.08.15 18 1 8쪽
»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 21.08.08 19 1 8쪽
8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 21.08.01 22 0 9쪽
8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 21.07.25 15 0 7쪽
83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6) 完 21.07.18 17 0 7쪽
82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5) 21.07.11 19 0 8쪽
81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4) 21.07.04 20 0 10쪽
80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3) 21.05.30 19 0 8쪽
79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2) 21.05.23 19 0 10쪽
78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1) 21.05.09 16 0 8쪽
77 5. 그라플로 (12) 完 21.05.02 22 0 8쪽
76 5. 그라플로 (11) 21.04.25 18 0 10쪽
75 5. 그라플로 (10) + 그림 有 21.04.17 20 0 10쪽
74 5. 그라플로 (9) 21.04.11 29 0 6쪽
73 5. 그라플로 (8) 21.04.04 34 0 8쪽
72 5. 그라플로 (7) 21.03.21 17 0 8쪽
71 5. 그라플로 (6) 21.03.14 20 1 11쪽
70 5. 그라플로 (5) 21.03.07 17 1 5쪽
69 5. 그라플로 (4) 21.02.28 17 0 10쪽
68 5. 그라플로 (3) 21.02.21 31 0 8쪽
67 5. 그라플로 (2) 21.02.14 25 0 8쪽
66 5. 그라플로 (1) 21.01.31 27 0 9쪽
65 4. 푸른 나비 (23) 完 21.01.24 26 0 9쪽
64 4. 푸른 나비 (22) 21.01.13 31 0 8쪽
63 4. 푸른 나비 (21) 21.01.05 18 0 9쪽
62 4. 푸른 나비 (20) 21.01.03 19 0 8쪽
61 4. 푸른 나비 (19) 20.12.27 26 0 11쪽
60 4. 푸른 나비 (18) 20.12.20 24 0 9쪽
59 4. 푸른 나비 (17) 20.12.12 20 0 13쪽
58 4. 푸른 나비 (16) 20.12.05 18 0 9쪽
57 4. 푸른 나비 (15) 20.11.29 49 0 10쪽
56 4. 푸른 나비 (14) 20.11.29 35 1 14쪽
55 4. 푸른 나비 (13) 20.11.15 28 1 8쪽
54 4. 푸른 나비 (12) 20.11.07 26 1 9쪽
53 4. 푸른 나비 (11) 20.10.24 23 1 12쪽
52 4. 푸른 나비 (10) 20.10.24 19 1 10쪽
51 4. 푸른 나비 (9) 20.10.18 21 1 8쪽
50 50편 특별편 20.10.09 26 1 17쪽
49 4. 푸른 나비 (8) 20.10.02 22 1 9쪽
48 4. 푸른 나비 (7) 20.09.25 25 1 9쪽
47 4. 푸른 나비 (6) 20.09.18 24 1 10쪽
46 4. 푸른 나비 (5) 20.09.06 36 1 10쪽
45 4. 푸른 나비 (4) 20.08.30 33 1 9쪽
44 4. 푸른 나비 (3) 20.08.23 31 1 7쪽
43 4. 푸른 나비 (2) 20.08.20 45 1 8쪽
42 4. 푸른 나비 (1) 20.08.15 32 1 10쪽
41 3. 아이우드로! (9) 完 20.08.09 25 1 8쪽
40 3. 아이우드로! (8) 20.08.02 25 1 11쪽
39 3. 아이우드로! (7) 20.07.26 24 1 7쪽
38 3. 아이우드로! (6) 20.07.19 2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