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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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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55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5.09 15:54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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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1)

DUMMY

”선물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주인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오늘 여행자님과 계약자님, 두 분과 함께한 시간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이 같은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군요. 조심히 내려가십시오.“


가젠과 정호기는 그리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원래 머무르던 공간으로 돌아왔다. 정호기는 그리오에게 이제 그만 가 보셔도 된다는 의사를 전했고, 그리오는 본분을 다한 인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 달칵.


가젠이 문을 연 채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천천히 대답했다.


”고마워요. 가젠.“


”아닙니다.“


정호기는 먼저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루올이 있었다. 의미 없는 심부름을 마친 모양이었다.


”그건 뭐야?“


”오셨어요? 어...“


정호기는 애매한 얼굴로 말했다.


”새장이요?“


”아니. 그건 나도 봐서 알아. 그걸 물어본 게 아니라, 갑자기 웬 새장이냐고.“


”그러게요?“


루올은 ‘이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고 묻는 듯한 얼굴로 가젠을 바라보았다.


”저택의 주인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새는?“


”없습니다.“


”빈 새장을 선물로 받은 거야?“


”그렇습니다.“


”빈 새장을 대체 왜 선물로 주는 거야?“


루올이 당최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로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춘 채 들린 새장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새장이 이렇게도 아름다우니, 감상하라, 이건가?“


”글쎄요... 새장과 함께 뭘 받기는 했는데.“


정호기는 다른 손에 들린 함을 들여다보았다. 주먹만 한 검은 함에 루올이 관심을 보였다.


”뭐가 들었어?“


정호기는 잠시 루올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어지간히도 심심했던 모양이다.


”글쎄요.“


- 달칵


정호기가 탁자 위에 새장을 내려놓은 채 까만 함을 열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알?“


정호기는 조심스럽게 새하얀 알을 꺼내들었다. 알의 크기는 메추리알보다는 컸고, 달걀보다는 작았다.


”아. 그래서 새장을 준 건가. 부화시켜 기르라고.“


”새장과 알을 쌍으로 내려 주신 걸 보면 그렇겠죠?“


정호기는 조심스레 알을 건드려 보았다. 알의 표면은 매끈하고 차가웠다.


”그런데 어떻게 부화시키는 거죠?“


”그런 걸 해 본 적이 있었어야지.“


”위인전에서 읽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따뜻하게 하면 깨어나나.“


[[정호기.]]


”네?“


정호기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대답하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가젠에게 뜻을 전했다.


[[왜 그러세요?]]


[[그 알에서, 희미하게 붉은 결정의 힘이 느껴집니다.]]


[[네?]]


[[확실히 그가 내린 선물인 모양입니다.]]


”골치 아픈 선물이네.“


루올이 새장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부화시키지 못하면 우리에게 벌을 준다거나?“


”설마요.“


루올이 픽 웃었다.


[[저도 잠시 살펴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알을 손바닥 위에서 도르륵 굴려 보던 가젠이 뜻을 전해왔다.


[[...]]


한손은 품에 집어넣은 채로, 한 손은 알을 든 채로 가만히 서 있던 가젠이 정호기와 시선을 맞췄다.


[[제약(制約)이 걸려 있군요.]]


정호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젠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이 알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부화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부화시킬 수 없다고요?]]


[[예.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네? 물건이요?]]


[[이것은 결정의 힘으로 창조된 인공적인 생명체입니다.]]


[[저희가 일전에 마주쳤던 괴물들 같은?]]


가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한 얼굴로 시선을 주고받는 정호기와 가젠을 뚱한 얼굴로 바라보던 루올이 말했다.


”서로 속마음을 읽을 수 있기라도 하는 거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꼭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정호기는 찔끔했다. 루올은 용병이라서 감이 좋은 건지 가끔씩 저렇게 날카롭게 꿰뚫을 때가 있었다.


”어쨌든. 둥지 같은 거라도 만들어 줘야 하나?“


”둥지도 따지고 보면 보온 때문에 만드는 거 아니에요? 따뜻하게만 해 주면 되지 않을까요. 일단은.“


”것보다 이거 살아 있는 건 맞아?“


루올이 가젠에게 다가가 알을 두드렸다. 알을 두드려 본 루올이 깜짝 놀랐다.


”내가 새 알을 잘은 모르지만 이거, 이상한데.“


알을 손톱으로 두드려 보던 루올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알이 아니라 돌 아니야? 느낌이 꼭 돌 같은데.“


루올이 알을 집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


”일리가 있군요. 당신 말씀대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지금 그것은 무생물에 가까울 것입니다.“


”지금은? 그럼 이게 깨어나기는 해?“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그럴 것입니다.“


”조건이 뭔데?“


”모릅니다.“


”선물 준 사람이 알려주지 않았어?“


”아니요.“


루올이 정호기를 보았다.


”저희는 지금에서야 이 안에 든 게 알이었다는 걸 알았는걸요.“


”키울 거지? 그거.“


정호기와 가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려달라고 해. 이 귀-한 선물을 내려주신 대단한 분께 말이야.“


정호기는 애매하게 웃었다.


‘알려줄 리가 없지만.’


[[정말 모르시겠어요? 조건이 무엇인지를요.]]


[[그렇습니다. 이질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물건인데다가,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흔적을 지워 두었습니다.]]


가젠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덤덤히 말했다.


[[저를 의식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젠이 마법사니까요?]]


가젠이 긍정했다.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이것이 그라플로가 만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되, 제약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게 했다고.

그라플로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가젠을 시험하고 싶은 건가?’


정호기는 미간을 구겼다.


‘그라플로가 가젠을 시험해서 얻는 게 뭐지?’


[[그보다, 가젠도 모른다면.. 이 알은 어떻게 부화시켜야 할까요.]]


[[단서를 얻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단서요?]]


[[그라플로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지워 두었다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또 다른 단서들을 남겨두었을 겁니다.]]


정호기는 물끄러미 빈 새장을 한 번, 검은 함과 새하얀 알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렇겠죠... 네.“


*


”진짜로 돌멩이인가 봐. 장식하라고 준 거 아니야?“


”아뇨. 방법이 잘못되었나 봐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런 방식으로는 깨울 수 없었어요.“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알이 깨어나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깨운다는 거야?“


”그거야 아직은 모르죠.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에요.“


루올이 황당하다는 듯 정호기를 바라보다 고개를 젓고는 책을 펼쳐들었다.


정호기는 손바닥 위에 매끈한 알을 올려놓은 채 손가락으로 도로록 굴렸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역시 아니었나?“


정호기는 지금까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시도해 본 숱한 경우의 수들을 떠올렸다. 정호기는 다시 알을 들여다보았다. 알은 여전히 어떠한 변화도 없이 매끈하고 매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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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 21.07.25 15 0 7쪽
83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6) 完 21.07.18 17 0 7쪽
82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5) 21.07.11 19 0 8쪽
81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4) 21.07.04 20 0 10쪽
80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3) 21.05.30 19 0 8쪽
79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2) 21.05.23 19 0 10쪽
»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1) 21.05.09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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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 그라플로 (1) 21.01.31 27 0 9쪽
65 4. 푸른 나비 (23) 完 21.01.24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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