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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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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50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7.11 22:46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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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5)

DUMMY

“루올!”


“왜.”


“오늘 특별한 일정 있으신가요?”


“아니, 딱히.”


“그럼 제가 루올의 모습을 좀 빌려도 될까요?”


“뭐?”


루올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가젠과 정호기를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젠.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똑같은 과정이 되풀이되었다. 정호기가 눈을 깜빡거리자 루올이 감탄했다.


“허.”


루올이 무심코 또 다른 자신을 더듬어보려 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스쳤다. 정호기의 입장에서는.. 루올이 허공에 헛손질 하는 걸로 보였다.


“겉모양을 왜곡시켰을 뿐입니다.”


‘아. 그래서.’


“이게 뭐...”


루올은 당황스런 얼굴로 자기 손을 들여다보았다.


“정호기보다 커다란 형체를 뒤집어씌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본질은 같다고...?”


“그렇습니다.”


루올은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이었으나 곧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이니까.”


“그래서, 만족하십니까?”


“음...”


정호기는 조금 뜸을 들이다 긍정했다.


“좋아요. 이 모습으로 손님을 구경하러 가 볼까요.”


*


[[기왕 보여 주는 거...]]


가젠이 정호기와 시선을 맞췄다. 정호기는 투덜거렸다.


[[정확한 시점을 알려주는 것도 괜찮을 텐데요. 볼지 보지 않을지의 선택권조차도 주지 않으면 그 정도 특혜라도 줄 수 있을 텐데.]]


정호기가 얕게 웃었다.


[[그 불친절한 나비들이 그럴 리가 없겠죠.]]


정호기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에요.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어서.]]


[[불편하십니까.]]


가젠은 기민하게 정호기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뜻을 전했다. 정호기는 애써 웃었다.


[[그렇기는 한데... 괜찮아요.]]


정호기는 떨리는 손끝을 감추기 위해 두 손 모두 주먹을 그러쥐었다.


[[제 두 눈으로 봐 두고 싶어요.]]


[[정호기의 뜻대로.]]


[[가젠은 괜찮아요?]]


[[마력석의 힘은 아직 충분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리오와 안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그리오까지 대동한 걸 보면... 만만찮은 손님이거나, 중요한 손님이거나...’


정호기는 층계 위를 올려다보았다.


‘우리만 올라가 있으면...’


그 때였다. 사용인이 조용히 문을 열어젖히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그 뒤로... 그 자가 나타났다.


- 쿵.


정호기는 여전히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충격을 느껴야만 했다. 정호기는 더욱 힘주어 주먹을 그러쥐었다.


“먼 변두리 땅까지 어려운 걸음 해 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우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정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영주님. 아이우드에 번영 있기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듣기 좋은 축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호기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도도독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온 몸이 남자를 향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


남자가 스쳐 지나가며 열없는 시선을 던졌다. 가젠에게 한 번, 정호기에게 한 번.

정호기는 그 온도 없는 시선에도 가슴이 쿵덕거려 태연한 체를 하려 애를 썼다.


“저택에 머무르고 계시는 제 손님들이십니다.”


“그렇군요.”


남자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도 않은 채 가젠과 정호기를 완전히 지나쳐 그리오와 안 쪽으로 향했다.


- 쿵. 쿵.


그럼에도 정호기는 뻣뻣하게 굳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남자가 갑자기 돌아서서, 달려와 잡아챌 것만 같았다.

정호기는 힘겹게 눈만 굴려 평온하게 올라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저 사람입니까?]]


[[맞...아요. 저 사람이었어요.]]


[[괜찮으십니까.]]


[[아니요...]]


정호기는 뻣뻣한 얼굴로 물었다.


[[이상해 보였나요?]]


[[정호기가, 말씀이십니까.]]


[[네. 아까부터... 지금까지요.]]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괜찮아 보입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정호기는 피곤한 얼굴로 뜻을 전했다.


[[돌아갈까요.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어서요.]]


‘라야의 몸은 생각보다... 연약하네. 아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나. 이 반응은 결국...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거니까...’


정호기는 소파에 묻힌 채 눈을 감고 생각했다.


‘도대체 저 남자가 라야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이마가 구겨졌다.


‘그러고 보니 라야가 그자를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이건 약속을 지킨 건가.’


정호기는 심란한 기분에 몸을 조금 뺀 후 익숙하게 품에 손을 넣어 상자를 꺼냈다. 며칠 사이 알을 살펴보고 손끝으로 매만져 보는 것을 거듭하다 보니 이젠 그 행위가 거의 습관처럼 자리잡아있었기 때문이다.


지친 얼굴로 상자를 열어보던 정호기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어!”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야.”


루올이 농담처럼 물었다.


“알이 깨지기라도 했어?”


“마.. 맞아요...”


“뭐?”


“정말 금이 갔는데요...”


두 사람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부여잡은 정호기 뒤로 가서 섰다. 정호기는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알에는 정말 선명하게 금이 가 있었다.


- 툭. 툭.


“깨어나려나... 본데요?”


정호기가 확신 없는 어조로 말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알은 더욱 금이 가고, 톡톡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그만 구멍이 뚫리고, 그 안으로 부리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도와줘야 하나?”


“잘은 모르지만 자기가 스스로 나올 수 없을 때만 돕는 거 아니에요?”


“나도 몰라! 난 새 알이라고는 달걀밖에 안 만져봤다고!”


“가젠은 아세요?”


가젠은 부정했다.


“그럼 일단.. 기다려볼까요?”


두 사람은 긍정했다.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자니 티끌만한 구멍이 점점 넓혀져 쌀알만 하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앙증맞은 부리 끝이 살짝 드러났다 사라지곤 했다.


정호기는 경이로운 기분으로 새 생명의 탄생을 목도하던 와중 의문이 생겨 가젠에게 뜻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가젠. 왜 갑자기 깨어나는 걸까요. 열쇠를 쥔 관계자들을 만나면 알이 깨진다고 했는데...]]


정호기는 변수를 생각했다. 일상적 요소를 배제한 비일상적 요소, 비일상적 인물.


[[.....설마. 오늘 맞닥뜨린...?‘]]


- 빠각. 빠작...


정호기는 들려오는 열정적인 파열음에 퍼뜩 정신이 들어 알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알은 상당히 부서진 상태였다.


“...다 된 건가?”


세 사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파열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친 건지, 새는 알을 부수기를 멈추었다.


“도와줘야 하나요?”


“...그래야 하나?”


정호기는 조심스럽게 알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약하게 톡 톡, 두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죽었어?”


“아니요.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정호기는 거의 분리된 알껍데기를 조심스럽게 부수고 벗겨냈다. 정호기가 아주 조심스럽게, 반으로 갈라진 알 뚜껑을 집어 들자, 알 안쪽이 드러났다.


- 삐, 삐이.


날카롭고 뾰족한 소리로 울부짖는 조그만 새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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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 21.08.01 22 0 9쪽
8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 21.07.25 15 0 7쪽
83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6) 完 21.07.18 17 0 7쪽
»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5) 21.07.11 19 0 8쪽
81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4) 21.07.04 20 0 10쪽
80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3) 21.05.30 19 0 8쪽
79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2) 21.05.23 19 0 10쪽
78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1) 21.05.09 16 0 8쪽
77 5. 그라플로 (12) 完 21.05.02 22 0 8쪽
76 5. 그라플로 (11) 21.04.25 18 0 10쪽
75 5. 그라플로 (10) + 그림 有 21.04.17 20 0 10쪽
74 5. 그라플로 (9) 21.04.11 29 0 6쪽
73 5. 그라플로 (8) 21.04.04 34 0 8쪽
72 5. 그라플로 (7) 21.03.21 17 0 8쪽
71 5. 그라플로 (6) 21.03.14 20 1 11쪽
70 5. 그라플로 (5) 21.03.07 17 1 5쪽
69 5. 그라플로 (4) 21.02.28 17 0 10쪽
68 5. 그라플로 (3) 21.02.21 31 0 8쪽
67 5. 그라플로 (2) 21.02.14 25 0 8쪽
66 5. 그라플로 (1) 21.01.31 27 0 9쪽
65 4. 푸른 나비 (23) 完 21.01.24 26 0 9쪽
64 4. 푸른 나비 (22) 21.01.13 31 0 8쪽
63 4. 푸른 나비 (21) 21.01.05 18 0 9쪽
62 4. 푸른 나비 (20) 21.01.03 19 0 8쪽
61 4. 푸른 나비 (19) 20.12.27 26 0 11쪽
60 4. 푸른 나비 (18) 20.12.20 24 0 9쪽
59 4. 푸른 나비 (17) 20.12.12 20 0 13쪽
58 4. 푸른 나비 (16) 20.12.05 18 0 9쪽
57 4. 푸른 나비 (15) 20.11.29 4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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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 푸른 나비 (13) 20.11.15 28 1 8쪽
54 4. 푸른 나비 (12) 20.11.07 26 1 9쪽
53 4. 푸른 나비 (11) 20.10.24 23 1 12쪽
52 4. 푸른 나비 (10) 20.10.24 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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