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47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2.21 16:25
조회
30
추천
0
글자
8쪽

5. 그라플로 (3)

DUMMY

정호기는 황급히 가젠에게 책을 내밀었다.


[[혹시 특별한 힘 같은 게 느껴지진 않나요? 마법이 걸린 책일지도 모르잖아요.]]


가젠은 덤덤하게 책을 받아들었다. 책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본 가젠이 대답했다.


[[네. 미약하지만 이 책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느껴집니다.]]


”!“


[[백지가 아니었던 거군요. 가젠! 혹시 그 책의 내용을 볼 수 있을까요?]]


가젠은 침묵하더니 표지 위에 손을 얹었다. 정호기는 그늘이 드리운 가젠의 얼굴에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예감이 좋지 않군요.]]


가젠이 손을 얹자 책은 발광체라도 되는 듯이 붉은 빛을 내뿜더니,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빛을 뿜어내기를 멈추었다.


’아.‘


정호기는 가젠이 어째서 예감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젠과 정호기는 이전에도 이러한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형의 붉은 빛으로 만들어진 활과 화살, 괴물, 그리고 스스로 불길한 빛을 흘리던 괴물의 심장. 가슴이 술렁거렸다. 정호기는 말을 고르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게 왜 여기에...‘


가젠은 말없이 책을 감싸고 있는 우단을 벗겨냈다. 그러자 가죽으로 된 책이 나타났고, 검붉은 가루가 부스스 떨어지더니, 바닥에 닿기 전에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정호기는 자꾸만 파열음을 남기며 부서지던 괴물의 심장이 떠올랐다.


[[책을, 책을 한 번... 살펴보죠.]]


정호기는 애써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말을 꺼냈다. 가젠은 긍정했다. 가젠이 내민 책을 받아들고 정호기는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 팔락.


”아!“


정호기는 더 이상 백지가 아닌 책을 보면서 짧게 감탄했다. 무언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걸 알기는 했지만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 마술을 보는 느낌이었다.


”....음.“


정호기는 책장을 넘기며 짧게 신음을 흘렸다.


[[가젠. 이건 사람 이름처럼 보이죠?]]


[[그렇습니다.]]


[[이건 날짜고, 사람 이름에.. 금액... 수량...]]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어... 이거 장부.. 거래장부.. 일까요?]]


정호기의 뜻을 받은 가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호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라플로 이전, 전 영주 때부터 거래되던 물건. 장부를 숨겨야 할 만큼 비밀스러운 물건. 전 영주가 그라플로에게 장부를 넘겨주었고, 넘겨받은 그라플로는 이 장부의 정체를 알고 집어 던질 만큼 장부를 싫어했다....


[[설마...]]


아이우드의 특산품처럼 여겨진다던, 그랍...


[[이건 그랍을 거래한 내역일까요?]]


가젠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기는 장부를 넘기며 기함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이렇게 많이 거래했단 말이에요?]]


[[이걸...]]


정호기는 말을 잃었다. 정호기는 말을 잃은 채 한동안 책장을 넘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아무리 넘겨도, 계속해서 기록은 이어졌다.


[[이 책도 그래요. 중간에 필체가 달라져요.]]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


[[그라플로는 가젠이 이 장부를 찾길 바랐을까요?]]


[[집무실에서의 안의 행보를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걸 왜 가젠에게...]]


정호기는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어느 순간부터, 기록이 끊겨 빈 페이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호기는 한숨을 쉬며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그 때였다.


”어?“


정호기는 마지막 페이지 전 장에 쓰인 무언가를 발견하고 페이지를 다시 뒤로 넘겼다.


[ 모든 가능성을 모아 기적을 일으켜 주십시오. ]


”...가능성?“


정호기는 고개를 기울였다. 의미심장한 문장이었다.


[[가젠. 무슨 뜻일까요, 이건?]]


’이건 누가 쓴 문장일까.‘


정호기는 생각에 잠겼다.


’그라플로가 쓴 것일까. 그라플로가 기적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긴 했는데.. 그라플로가 남긴 말이라면 분명 가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일 텐데..‘


정호기는 인상을 찌푸렸다.


’헤매지 말고 잘 찾아오라는 이야기인가?‘


결국 문장의 의미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정호기와 가젠은 장부를 더 들여다보았지만 더 얻을만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둘 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라플로는 분명, 가젠이 그라플로가 있는 곳을 알아내라고 이런 단서를 던져 준 것일 텐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무슨 의도로 던져준 건지 말이에요.]]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 그렇겠지만요.]]


- 달칵.


그 순간 문을 열고 루올이 들어왔다. 루올은 책장 앞에 서 있는 정호기와 가젠을 보고 물었다.


”소득은 좀 있어?“


”잘 모르겠어요.. 아마, 조금?“


”아하.“


루올은 별 관심이 없는지 소파에 앉았다. 정호기는 충동적으로 장부에 쓰인 이름 몇 개를 불렀다.


”루올. 혹시 아는 이름들인가요?“


”아니. 모르겠는데.“


정호기는 조금 아쉬운 기색으로 웃었다.


’하긴. 무턱대고 장부에 적힌 이름을 불러줬는데, 아는 사람인 게 더 이상하지.‘


”그걸 알아내야 하는 거야?“


”...어, 이게 목적은 아니지만, 이걸 알아내면 단서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도와줄까? 중요한 일이면 알아봐 줄 수 있어.“


[[가젠. 어떻게 생각해요?]]


가젠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그래? 그럼.“


[[이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 하긴.. 그래요. 제가 좀 성급했네요.]]


정호기는 루올 맞은편에 앉았다. 루올이 힐끔 정호기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할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 테니까.“


루올의 의도가 너무나도 투명하게 읽혀서 정호기는 조금 웃었다.



***



”......?“


그라플로의 집무실에서 수첩을 들여다보던 정호기는 안이 말을 걸자 수첩에서 눈을 떼고 안을 바라보았다.


”혹시 내일도 찾아오셔서 수첩을 열람하실 생각이신지 여쭤 보아도 괜찮을까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내일은 제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예정이어서요. 내일도 이곳을 방문하실 예정이시라면, 그리오 님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러면 내일은 쉬지요 뭐. 그런데, 손님이요?“


”예. 내일은 저택에 손님께서 방문하십니다.“


안은 웃었다. 웃는 안의 얼굴은 적대적인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상냥했으나 벽이 느껴졌다.

네가 물으니 대답을 해 주겠지만, 모든 걸 알려주지는 않겠다. 라는 메시지가 읽히는 기분이었다.


’손님이라는 게, 그라플로가 남긴 단서들과 분명 관련이 있겠군.‘


[[이것도 단서가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일은 바쁜 날이 되겠군요.]]


”그렇군요. 그럼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실 텐데,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가젠과 정호기는 집무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손님이 방문한다는 것은 정말인지, 여전히 저택은 조용했으나, 조금 역동적인 상태였다. 사용인들이 조용하고 침착하게 이곳저곳을 오가는 게 보였다.


[[무슨 손님일까요. 평범한 손님은 아니겠죠.]]


정호기는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며 약하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7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4) 21.08.15 18 1 8쪽
86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3) 21.08.08 18 1 8쪽
85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2) 21.08.01 22 0 9쪽
84 7. 수상한 새를 키우는 방법 (1) 21.07.25 15 0 7쪽
83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6) 完 21.07.18 17 0 7쪽
82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5) 21.07.11 18 0 8쪽
81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4) 21.07.04 20 0 10쪽
80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3) 21.05.30 19 0 8쪽
79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2) 21.05.23 19 0 10쪽
78 6. 수상한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 (1) 21.05.09 16 0 8쪽
77 5. 그라플로 (12) 完 21.05.02 21 0 8쪽
76 5. 그라플로 (11) 21.04.25 18 0 10쪽
75 5. 그라플로 (10) + 그림 有 21.04.17 20 0 10쪽
74 5. 그라플로 (9) 21.04.11 29 0 6쪽
73 5. 그라플로 (8) 21.04.04 34 0 8쪽
72 5. 그라플로 (7) 21.03.21 17 0 8쪽
71 5. 그라플로 (6) 21.03.14 20 1 11쪽
70 5. 그라플로 (5) 21.03.07 17 1 5쪽
69 5. 그라플로 (4) 21.02.28 17 0 10쪽
» 5. 그라플로 (3) 21.02.21 31 0 8쪽
67 5. 그라플로 (2) 21.02.14 25 0 8쪽
66 5. 그라플로 (1) 21.01.31 27 0 9쪽
65 4. 푸른 나비 (23) 完 21.01.24 26 0 9쪽
64 4. 푸른 나비 (22) 21.01.13 31 0 8쪽
63 4. 푸른 나비 (21) 21.01.05 18 0 9쪽
62 4. 푸른 나비 (20) 21.01.03 19 0 8쪽
61 4. 푸른 나비 (19) 20.12.27 26 0 11쪽
60 4. 푸른 나비 (18) 20.12.20 24 0 9쪽
59 4. 푸른 나비 (17) 20.12.12 20 0 13쪽
58 4. 푸른 나비 (16) 20.12.05 18 0 9쪽
57 4. 푸른 나비 (15) 20.11.29 49 0 10쪽
56 4. 푸른 나비 (14) 20.11.29 35 1 14쪽
55 4. 푸른 나비 (13) 20.11.15 28 1 8쪽
54 4. 푸른 나비 (12) 20.11.07 26 1 9쪽
53 4. 푸른 나비 (11) 20.10.24 23 1 12쪽
52 4. 푸른 나비 (10) 20.10.24 19 1 10쪽
51 4. 푸른 나비 (9) 20.10.18 21 1 8쪽
50 50편 특별편 20.10.09 26 1 17쪽
49 4. 푸른 나비 (8) 20.10.02 22 1 9쪽
48 4. 푸른 나비 (7) 20.09.25 25 1 9쪽
47 4. 푸른 나비 (6) 20.09.18 24 1 10쪽
46 4. 푸른 나비 (5) 20.09.06 36 1 10쪽
45 4. 푸른 나비 (4) 20.08.30 33 1 9쪽
44 4. 푸른 나비 (3) 20.08.23 31 1 7쪽
43 4. 푸른 나비 (2) 20.08.20 45 1 8쪽
42 4. 푸른 나비 (1) 20.08.15 32 1 10쪽
41 3. 아이우드로! (9) 完 20.08.09 25 1 8쪽
40 3. 아이우드로! (8) 20.08.02 25 1 11쪽
39 3. 아이우드로! (7) 20.07.26 24 1 7쪽
38 3. 아이우드로! (6) 20.07.19 2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