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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의 서재

읽었던 것과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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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생인
작품등록일 :
2019.11.26 21:40
최근연재일 :
2022.10.23 22:16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748
추천수 :
85
글자수 :
529,736

작성
21.05.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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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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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5. 그라플로 (12) 完

DUMMY

’그러고 보니.. 이것이 그라플로의 피로 이루어진 결정 조각들이라는 건 알겠는데... 안은 왜 이걸 쓰는 거지?‘


[[그러고 보니 안은 왜 이걸 쓰는 걸까요?]]


[[아마, 결정의 힘을 사용해 그라플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아. 그런 거군요. 그래서 안이 계속 이걸 섭취하는 거였어요. 그럼, 불면증 때문에 이 가루를 섭취한다는 건 역시 거짓말이었네요?]]


”효과는 있으셨습니까?“


”네?“


”불면 대신 숙면하는 데에요.“


안이 그라플로의 모습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호기는 찔끔하며 대답했다.


”그럼요.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어요.“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리오가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은 그리오가 안으로 들어올 것을 허락했다. 그리오가 가져온 것들을 소리 없이 적재적소에 배치할 때, 물끄러미 그리오를 바라보던 안이 입을 열었다.


”그리오님께서도 함께하시지 않으시겠어요?“


”저 말씀이십니까?“


”아, 이런. 사도님과 계약자님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서, 죄송합니다. 무례한 짓을 저질렀군요.“


”아니에요.“


정호기는 안의 사과에 당황해 손사래를 쳤다. 안은 정호기를 한 번, 가젠을 한 번 바라보며 물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그리오님께서도 이 자리에 함께하셔도 괜찮을까요? 내키지 않으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정호기는 가젠의 얼굴을 살폈다. 가젠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젠도 괜찮다고 하시네요.“


”너그러이 허락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오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오는 정호기와 가젠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가젠.]]


[[말씀하십시오.]]


[[어쩌면, 저희가 마주쳤을 때부터, 이 자리가 마련되리라는 건, 결정된 일이 아니었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안은 즉흥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할 만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리오는 그럴 수도 있지만.]]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가젠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습니다. 아마, 그리오가 안에게 명령을 내렸겠지요. 그리오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단서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는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제가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네. 계약자님께서 숙면을 위해 그것을 조금 나눠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렇군요. 그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셨습니까, 계약자님?“


”어.. 맞아요.“


”그건 이상하군요.“


”?“


”그건 숙면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닙니다만...“


”하지만, 안은 처음부터 숙면을 위해 그것을 섭취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리오가 안을 바라보았다. 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리오가 안에게 눈짓했다. 안은 붉은 가루가 든 통을 꺼내왔다. 통을 건네받은 그리오가 통을 기울이며 말했다.


”이건 수면을 위한 물건이 아닙니다.“


정호기는 차르르 떨어지는 붉은 가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무엇에 쓰이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그리오가 작위적인 웃음을 보였다.


”직접 섭취해 보셨다면, 제게 굳이 묻지 않으셔도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


가루의 정체는 알았지만 직접 먹어본 적은 없던 정호기는 몸을 조금 당겨 앉았다.


”실례가 아니라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것이 무엇인지.“


”저희를 시험하시는 건가요?“


그리오는 대답 대신 더욱 짙게 웃었다.


[[가젠. 어떻게 할까요.]]


[[저희가 알아낸 것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그건... 이 영지의 진정한 주인인 그라플로의 피로 이루어진 결정들이에요.“


그리오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닌가요?“


그리오는 긍정도 부정도 없이 애매한 웃음을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 주인은,“


정호기는 눈을 부릅뜨고 안을 한 번, 그리오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적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꾸몄죠. 아닌가요?“


여전히 그리오와 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신 주인을 말려볼 생각은 없는 거예요? 당신 주인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네?“


”저희는 감히 주인님의 뜻에 반하기 위해 마련된 존재가 아닙니다.“


”....네?“


”주인님의 뜻이 무엇이든, 주인님께 기꺼이 쓰이기 위해 마련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말리지 않겠다는 건가요?“


안과 그리오는 정호기의 말에 대답 없이 웃었다. 정호기는 두 사람의 웃음에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건, 저걸... 충성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질문에 답해주셨으니, 주인님께서 남기신 물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의 물건..이요?“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리로 그 물건을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무슨 물건을 주겠다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결정이라도 주려는 걸까요?]]


”무슨 물건을 주시는 건가요?“


”그리오님께서 가져다주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답하실 수 없다는 건가요?“


안은 상냥하게 웃을 뿐 역시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정호기는 생각에 잠긴 채로 돌아올 그리오를 기다렸다.

그리오는 정말로 금방 돌아왔다. 그리오에 손에 들린 건, 검은 천으로 가린 무언가다. 꽤 부피가 커 보이는, 반구형을 억지로 잡아 늘린 것 같은 형상에 정호기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새장?“


”놀랍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리오는 검을 천을 벗겨냈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정말로 새장이었다. 고풍스런 검정색 새장 안에는 원목으로 만든 듯한 횃대가 전부였다.


”새장이네요... 정말로.“


”받으십시오.“


”...?“


정호기는 새가 없는 새장을 받아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리오는 정호기의 의문에 대답해주는 대신 새로운 의문거리를 던져주었다.


”이것도 받으십시오.“


그리오가 준 것은 검은색 함이었다. 묘한 광택이 흐르는 걸 보아 이것도 우단인 모양이다. 한 손에는 빈 새장을, 한 손에는 검은 함을 받아든 정호기는 가젠을 바라보았다가 그리오를 바라보았다.


”이게 주인님께서 주신 물건인가요?“


”네. 주인님께서는 여행자님께 이 물건을 전해주실 것을 명하셨습니다.“


”....?“


정호기는 새장을 한 번, 함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이걸? 왜?


”저희는 이만 돌아가 봐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고, 저희는 내려가 보겠습니다. 귀한 선물을 받아서, 어서 선물을 풀어 보고 싶거든요.“


”선물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주인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오늘 여행자님과 계약자님, 두 분과 함께한 시간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이 같은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군요. 조심히 내려가십시오.“


가젠과 정호기는 그리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원래 머무르던 공간으로 돌아왔다. 정호기는 그리오에게 이제 그만 가 보셔도 된다는 의사를 전했고, 그리오는 본분을 다한 인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 달칵.


가젠이 문을 연 채로 정호기를 바라보았다. 정호기는 천천히 대답했다.


”고마워요. 가젠.“


”아닙니다.“


정호기는 먼저 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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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라플로 (12) 完 21.05.02 2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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