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병사
모스크바강 이북 붉은 광장 인근의 굼 백화점 옥상에서 소련군 저격수 류드밀라, 안나, 크세니야는 졸고 있었다.
쿠르릉 쿠릉 쿠르르릉
남서쪽에서는 계속해서 천둥이 치는듯한 포격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류드밀라 일행은 이런 포격 소리에 익숙했기 때문에 완전히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잠시 뒤, 류드밀라가 일어나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남서쪽을 바라보았다. 류드밀라가 안나와 크세니야를 깨웠다.
"일어나..."
안나와 류드밀라도 일어나서 남서쪽을 바라보았다. 안나가 말했다.
"파르티잔 새끼들 어디까지 온거야?"
류드밀라가 말했다.
"남쪽은 1/3 정도 점령 당했나봐."
안나가 말했다.
"시가전은 쉬운게 아니야! 분명 파시스트 놈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할거야! 설마 여기까진 못 오겠지?"
"맞아! 아직 북쪽은 무사하잖아!"
"놈들이 처음엔 모스크바를 빙 둘러싸듯이 양쪽에서 포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막혔나봐! 그래서 남쪽으로 오는거야!"
"우린 북쪽에 있어서 다행이다...여기까진 못 오겠지?"
크세니야가 말했다.
"이제 좀 있으면 모스크바 강이 얼어붙을거야. 전차는 못 건너겠지만 보병들이 강을 건너서 올 수도 있어."
"강 건너서 온다면 저격총으로 쏴버리지!"
류드밀라, 안나, 크세니야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애써 안도했다. 크세니야가 말했다.
"나타샤는 잘 있겠지?"
류드밀라가 말했다.
"걔라면 분명 은신처에 음식 잔뜩 숨겨두고 잘 버티고 있을거야."
안나 또한 웃으며 말했다.
"맞아! 오히려 잘된거지! 어쩌면 우리 중에 나타샤만 살아남을 수도..."
그리고 이 순간, 나타샤는 다락방에 누워서 마지막 남은 통조림을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다 떨어졌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물이 필요할 때마다 목숨 걸고 나가야 했다. 똑똑한 나타샤는 얼마 전에 독일군이 쓰는 이즈빗 코펠과 성냥, 고체 연료를 노획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체 연료가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아껴야 했다.
나타샤는 다락방에서 담요를 덮어쓰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삼천칠백구십팔...삼천칠백구십구..."
그때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다!!!'
나타샤는 지붕 위에 대야를 올려두었다. 다섯 시간 뒤, 대야에는 함박눈이 소복히 쌓였다. 이걸 가열하면 뜨뜻한 물을 마실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나타샤는 배가 고팠기에 허겁지겁 눈을 먹었다. 안 그래도 추웠는데 식도와 위장까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타샤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지금은 울 수 있는 기력도 없었다. 허겁지겁 눈을 먹은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던 식량을 구해야 해! 이러단 진짜 죽겠어!'
나타샤는 민가 있던 민간인 복장을 입고는 바구니를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왔다. 맘씨 좋은 아주머니들이 어린 아이들을 위하여 우유와 통조림을 하나씩 배급하고 있었다. 나타샤가 가서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동생이 둘 있어요."
아주머니는 나타샤의 바구니에 우유와 통조림을 세개와 캔디까지 넣어주었다. 나타샤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살았다!!!'
그렇게 나타샤는 신나게 바구니를 들고 은신처로 걸어갔다. 그 때, 정치 장교가 골목에서 튀어나왔다.
'꺅!!!'
혹시 블라슈크인가 싶어서 나타샤는 심장이 쿵쿵거렸다. 다행히 블라슈크가 아니었고 그 정치 장교는 나타샤를 지나쳐갔다.
나타샤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은신처에 돌아가서 허겁지겁 우유와 통조림을 먹었다.
'이게 얼마만의 특식이야!!'
나타샤는 캔디를 꺼내어 입안에 넣어보았다. 그런데 캔디를 먹으니 동료들이 생각났다.
'크세니야...안나...류드밀라...'
나타샤는 간식을 얻으면 늘 혼자서 다 먹었지만 크세니야, 안나, 류드밀라는 늘 나타샤에게도 간식을 나누어주었다. 나타샤는 갑자기 이 캔디를 동료들과 나누어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타샤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크세니야가 너무 보고 싶다. 그리고 안나도. 내가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주면 안나는 나에게 간식을 나눠주곤 했었다. 다시 안나를 보게 되면 간식을 주지 않아도 책을 읽어줄거다...다들 살아있을까? 심지어 그 얄미운 류드밀라년이라도 보고 싶다. 아니다...개네들은 날 보면 분명 신고할거다!! 다 필요없고 꼭 나만 살아남을거다!]
나타샤는 일기장을 덮고는 톨스토이의 책을 읽었다.
'타인을 벌할 자격이 있는 자는 없다. 죄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용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각, 만토이펠 대대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에밀이 말했다.
"저 망할 새끼들은 무기가 끝도 없이 나오냐!!"
"우리 공업 생산력에 10배는 되는 것 같네!!"
우크라이나 병사가 이를 갈며 말했다.
"스탈린이 천만 명을 굶어죽이고 농산물을 수출하여 이 무기들을 만들었지...놈들 전차의 리벳, 총알 하나 하나 모두 우크라이나 인들의 목숨이네."
"근데 우리 자력으로 탈출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 이러다 진짜 좆되겠네!"
그리고 이 시각, 오토는 소련군의 유류 창고와 탄약고에 폭약을 설치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만토이펠 대대장이 외쳤다.
"이대로 버티고만 있으면 승산이 없다! 적극적으로 로스케에게 사보타주를 해야 한다!!"
참고로 오토는 포위되고 티거가 기동불가된 이후로 하루에 두세번씩 소련군 진영에 사보타주를 하러 갔다. 오토는 톰슨 기관단총으로 만토이펠의 몸통에 .45 ACP 탄을 모조리 박아넣고 싶었다.
'저 시발 새끼...'
어쨋거나 임무는 수행 해야했기에 오토는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과 함께 소련 군복을 입었다. 비르타넨은 마지막으로 아껴두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오토가 말했다.
"우리 쪽에서 배급받은 담배를 피우면 냄새로 들통나게 되네. 이따가 돌아와서 피우게."
비르타넨은 속으로 욕설을 씨부리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오토가 말했다.
"혹시 몸 수색을 받을 경우 독일제 담배가 나올 경우 의심을 받게 되네. 모두 두고 가게."
그렇게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은 독일제 담배, 슈납스 병은 모조리 군사 수첩과 함께 대대 지휘소에 보관해두었다. 비르타넨이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가져가는건 아니겠지?'
임무가 끝나고 돌아오면 분명 다른 놈들이 담배나 슈납스처럼 꼭 필요한 물건을 긴빠이칠 것이 분명했다. 비르타넨은 대피소 1층에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한권 꺼낸 다음, 페이지 사이에 담배 한 개피를 숨겨두었다. 오토가 비르타넨에게 외쳤다.
"뭐하냐!! 빨리 와!!"
"네!! 갑니다!!"
오토는 소련군의 마호르카 담배를 삐라에 말아서 피운 다음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에게도 한 모금씩 피우도록 했다. 그리고는 소련군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오토는 상당히 부피가 큰 폭약과 도화선을 바라보았다.
'이걸 잡낭 속에 다 쑤셔넣을 수도 없을텐데...'
이렇게 많은 양의 폭약을 갖고 다니면 누가 봐도 눈에 띌 것 이었다. 오토는 수레를 구해온 다음, 폭약과 도화선을 대놓고 수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수레에 폭약 또한 실었다. 데니스가 물었다.
"이걸 어떻게 은폐할까요? 페인트라도 빌려올까요?"
오토가 말했다.
"은폐 안할건데?"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가 눈을 크게 뜨고 오토를 쳐다보았다.
'???'
한 시간 뒤, 오토는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와 함께 폭약과 방차통이 들어있는 수레를 끌고 대놓고 소련군 점령 구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실리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난 이제 뒤졌다!!!'
데니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뒤질거면 정치 장교랑 NKVD 최소한 세 놈은 죽이고 뒤진다!!'
저 앞에 NKVD가 검문을 하고 있었다. 오토가 그 NKVD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이 인근에 파시스트(분노를 담아서 발음)의 전차가 있는 길목을 아시오?"
NKVD는 오토 일행이 가지고 오던 수레를 쳐다보았다. 오토가 외쳤다.
"길을 막고 있는 파시스트의 전차에 폭약을 설치해서 날려버리라는 명령이 내려왔소!"
"난 잘 모르겠으니 저 쪽에 가서 물어보시오!!"
그렇게 오토 일행은 NKVD의 검문소를 통과했다.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 셋 다 식은 땀을 줄줄 흘렀다.
'으아아아....'
잠시 뒤, 오토는 수레를 멈추라고 했다.
"이봐!! 멈추게!!"
오토는 수레에 담긴 폭약과 도화선을 살펴보고 외쳤다.
"이보게!! 폭약 퓨즈 철저히 점검하라고 했는데 이게 뭔가!!!"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는 가만히 서 있었다. 오토는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에게 고함을 쳤다.
"지금 한시라도 빨리 대로변을 막고 있는 파시스트의 전차를 폭파시켜야 하네!! 그런데 퓨즈 점검을 이 따위로 하나!! 대가리 박아!!!"
결국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는 대가리를 박았다. 오토는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장교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 근처에 탄약고가 있소?"
"저 쪽으로 가서 우측으로 꺾으시오."
오토는 데니스, 비르타넨, 바실리에게 가서 외쳤다.
"일어나게!!"
그렇게 오토 일행은 수레를 갖고 탄약고로 갔다. 탄약고에는 소련 병사 둘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폭약과 도화선을 탄약고에 보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소!"
소련군 보초, 미하일로프가 물었다.
"상부 명령서 있습니까?"
오토가 외쳤다.
"무기를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주고 가는건데 무슨 명령서가 필요하나? 내가 다 보고하겠네."
그렇게 오토 일행은 폭약과 도화선을 들고는 탄약 보관소 안으로 들어갔다. 소련군 보초, 미하일로프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소대장님한테 보고하고 올까?'
소대장님은 미하일로프에게 뭔가 수상한게 있으면 바로 자신한테 와서 보고를 하라고 했던 것 이다. 그 때, 탄약보관소 안에서 오토가 바실리에게 외쳤다.
"이보게!! 자네는 왜 따라들어왔나!!"
오토가 바실리를 데리고 탄약보관소 밖으로 나간 다음에 수레에 남은 폭약을 가리키며 외쳤다.
"지금 파시스트 놈들이 온갖 비열한 방식으로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 이 폭약이 파시스트(분노를 담아서 발음)놈들 손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오토는 바실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윽박질렀다.
"이 폭약을 똑바로 지키고 있게!!!"
그렇게 바실리는 탄약 보관소 밖에서 폭약을 지키며 기다렸다. 미하일로프가 바실리에게 물었다.
"이보게. 그 폭약은 어디다 쓰는건가?"
바실리가 말했다.
"파시스트 놈들의 중전차가 길목을 막고 있네. 그 전차들 밑에 폭약을 설치해서 폭파시켜서 길을 내야 하네."
미하일로프는 여전히 바실리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때, 다른 보초, 벨랴예프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배 아픈데...장티푸슨가?"
바실리가 물었다.
"최근 몇 주간 열이 났던 적이 있나?"
벨랴예프가 대답했다.
"열이 났던 적은 없네."
바실리가 말했다.
"열이 났던 적이 없으면 장티푸스는 아닐걸세. 장티푸스 초기 증상은 열이 서서히 오르다가 1주일 넘게 고열에 시달리는걸세. 단순 배탈일걸세."
미하일로프 물었다.
"자넨 뭘 그리 잘 아나?"
바실리가 대답했다.
"위생병한테 들은걸세."
잠시 뒤 오토, 비르타넨, 데니스가 나왔다. 미하일로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오토 일행을 바라보았다. 오토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파시스트들이 탄약 보관소를 터는 일이 있었지!!"
오토는 미하일로프 앞에서 코트 속의 주머니를 뒤집고 코트를 제껴서 아무것도 긴빠이치지 않은 것을 확인시켜 주고 비르타넨, 데니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자네들도 확인시켜주게!"
미하일로프는 비르타넨, 데니스를 확인해보았다. 오토가 외쳤다.
"성실한 친구로군! 그럼 수고하게!!"
오토가 비르타넨, 데니스, 바실리에게 외쳤다.
"5시까지 파시스트 놈들의 전차를 폭파해야 하네!! 빨리 가자!!!"
그렇게 오토 일행은 수레를 끌고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하일로프가 말했다.
"약간 이상하지 않나?"
아까부터 배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벨랴예프가 말했다.
"이상하다고? 방금 확인까지 했잖아."
미하일로프는 오토 일행이 수레를 끌고 가는것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소대장님한테 보고해야겠네. 잠시만 기다리게."
"이봐!! 굳이 그럴 필요 있..."
하지만 미하일로프는 이미 맞은편 건물에 장교 지휘소로 달려간 상태였다. 벨랴예프가 말했다.
"아 저 븅신새끼...무기를 가져간 것도 아닌데...'
벨랴예프는 탄약 보관소 안에 들어가서 없어진 것이 없나 확인했다. 수류탄, 탄창, 바주카 탄 모두 그대로 제자리에 있었다. 벨랴에프는 탄약 보관소 구석에 폭약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박스 안에 놔야지 왜 밖에 놓은...'
벨랴예프는 폭약에 연결된 도화선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악!!!!"
벨랴예프는 탄약 보관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파시스트다!!! 파시스트가 폭약을 설치했다!!"
쿠과광!!! 콰광!!! 쿠구궁!!!!!
엄청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순간, 오토 일행은 천을 덮은 수레를 끌고 유류 창고로 가고 있었다. 유류 창고에서 보초를 서던 소련 병사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폭발은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파시스트다!!"
오토가 유류 창고 옆에 수레를 갖다 놓고는 유류 창고를 지키던 보초들에게 외쳤다.
"파시스트가 침투한 것 같다!! 이건 미국에서 수입한 아주 중요한 무기니 절대 파시스트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잘 지키고 있게!!! 이를 분실할 경우 자네에게 책임을 묻겠네!!"
오토가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에게 외쳤다.
"따라와!!"
그렇게 오토 일행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보초들이 속으로 욕설을 씨부렸다.
"뭐야 저 새끼!"
"이거 도대체 뭔데 그래?"
한 보초는 수레를 덮고 있는 천을 들춰보았다. 그 안에는 폭약이 잔뜩 들어있었다.
"이런 시발!!!"
그 때, 비르타넨이 골목에서 나타나서 수레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소련군 보초들이 총을 꺼내들려는 순간, 수류탄이 폭발했다.
쿠과광!!!
유류 창고 앞에 놓아둔 폭약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쿠궁!! 쿠과광!! 쿠구궁!!!
오토 일행은 무기를 들고 똥줄 빠지게 달리며 외쳤다.
"파시스트가 침투했다!! 파시스트를 잡아라!!!"
그리고 유류 창고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쿠과과광!!!! 쿠구궁!!! 쿠과과광!!!!!
오토 일행은 잽싸게 앞에 있는 하수구로 들어갔다.
'으아아악!!!'
오토 일행은 하수구 속을 달렸다.
"빨리 뛰어!!!"
이렇게 오토 일행은 소련군의 탄약 보관소와 유류 창고를 사보타주하는 것에 성공했다.
한편, 관동군은 소련과 휴전 협정을 체결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명장 쿠리바야시 다다미치 소장 덕분에 관동군은 소련군에 포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병태는 4호 전차의 부품을 살펴보았다. 독일에서 직접 수입한 4호 전차와 일본군이 설계도를 받아 만든 4호 전차는 품질이 달랐다.
병태는 소련군의 T-34 전차 또한 살펴보았다.
'진짜 대단한 전차군...'
병태의 동기 켄타, 히로, 하루토, 타이세이, 그 외 전차를 다뤄본 일본군 모두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 제국의 전차는 엄청나게 구리다는 것이었다. 물론 입 밖으로 이 말을 대놓고 꺼낼 수는 없었다. 켄타가 말했다.
"일본 제국도 앞으로는 공업 생산력에 중점을 두고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네."
황룡이 외쳤다.
"일본 제국의 공업 생산력은 충분히 우수하다!"
히로가 말했다.
"이보게 자네도 독일제 전차랑 일본제 전차 둘 중에 고르라면 독일제 고를거잖아."
황룡이 말했다.
"무...물론 전차 품질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품질의 차이는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네!"
어쨋거나 다들 휴전이 이루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병태는 자신의 군도를 꺼낸 다음 칼을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자신의 칼등에 이마를 갖다댓다.
'...'
병태는 이 군도를 이용하여 직접 소련군 포로들의 목을 베었다. 총알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병태는 조선 땅을 떠올렸다. 병태의 가족은 물론이고 아사코의 가족도 지금은 모두 조선에서 살고 있었다.
병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늘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했다.
'나는 매국노다...하지만...'
병태는 소련군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조선을 지키겠다.'
그리고 이 시각 미국, 한국계 병사가 훈련을 받다가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련과 일본의 휴전 협정이 맺어졌다는 것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국인 병사 브레드가 외쳤다.
"이보게!! 자네 나라가 휴전 협정을 맺었다는군!"
"난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계 미국인일세!"
"그거나 그거나 같은거 아닌가? 아! 둘다 중국에서 나왔나?"
"병신같은 놈...뉴질랜드가 어디있는지는 아냐?"
브레드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내가 바본줄 아냐? 영국 옆에 있잖아!!"
한국계 병사는 한숨을 쉬고는 맛있는 군용 식량을 먹었다. 다른 미국인 병사가 물었다.
"이보게. 근데 정말 동양인 장교들은 전쟁하다가 패배하면 명예를 위해 할복하나?"
"잽 새끼들은 포로가 되는 것보다 자살하는 것을 명예롭게 본다며!"
한국계 병사가 말했다.
"그건 프로파간다에 세뇌당한 자들이나 그러는거고...나는 아닐세."
부대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한 톰은 빵을 먹으며 밀리터리 잡지를 보다가 그 한국계 병사에게 물었다.
"이 사람 조선인 출신 관동군이라던데? 너도 아냐?"
그 밀리터리 잡지에는 한병태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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