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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8.19 23:53
연재수 :
6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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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8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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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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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제 416화 흡혈귀와 강의 여신.

DUMMY

어딘가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월검향은 머리가 아픈 것을 느꼈다.

그의 시야는 끊임없이 회전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에 침범해오는 느낌이었다.


“윽! 나의 무공들이...

사라지고 있어!?”


먹으로 칠한 것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새겨진 무공들이 하나둘 지워져 가기 시작했다.

이 사실에 월검향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무인에게 무공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

그런데 그것이 사라지고 있다니. 월검향으로선 비명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모르는 지식들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월검향에게 ‘살인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술들이겠지.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가 되자. 월검향은 어지러운 주변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았다.


“6개의 스킬이라...

이것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해보면 알겠지.

아직 쓸 수 없도록 봉인되어있는 것들이 많군...”


특정 레벨 이상이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배울 수가 있다고 쓰여있자.

월검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레벨’이란 것은 분명...

매운 갈비가 입에서 한시도 떼지 않았던 개념 아니던가?

이상한 우연이라고 월검향은 생각하며.

자신의 손에 있던 루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그가 싫어하는 존재의 검이라지만.

검을 다루는 무인으로서, 다루고 있던 검을 놓친다는 감각은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게 내 무기인가. 짧군...’


주머니칼이라고 칭할 정도의 매우 짧은 단도였다.

월검향은 머릿속에 부어진 지식들로 인해,

손아귀의 감각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면서.

어디론가로 이동되는 도중에, 현재 주어진 무기를 휘둘려보았다.


“전투스타일이 나랑 전혀 맞지 않아.

하지만 여기에 적응하지 않으면.

먼저 온 이들처럼 실패하겠지.”


월검향이 이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 본지 얼마나 됐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의 주위가 성스러운 빛에 감싸지기 시작하였고,

그러한 변화에 월검향은 곧 기만의 조커의 ‘게임’이 시작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대들은 영웅들로서 이 세계에 소환되었습니다.]


‘영웅들이라... 7명의 거짓된 영웅들인가?’


역사는 이미 들은 관계로 월검향은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이름은 여신 프레이야. 8명의 주신 중 빛의 주신 켈렌트님의 부관이자.

그리고 현재 이곳의 방어를 맡는 자입니다.

우리는 4세계 괴물들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으며.

당신들이 저희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4세계 괴물들!’


가슴이 두근거린다.

조커의 말이 맞다면.

월검향이 현재 가는 곳은 천 년 전 전쟁.

시기는 4세계 괴물들의 침공 당시겠지.

그렇다면...

이곳은 얼마나 강대한 존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제가 비록 힘이 부족하여, 그대들의 본래 정신과 힘을 완전히 소환할 수가 없었지만...

시간을 들여 점점 복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본래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왠지 노예 계약 같군.”


[아뇨. 영웅인 당신들에게 그럴 리가요...(웃음) 다만 이것만은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켈렌트님의 성지는 함락될 것이며.

그리고 모든 ‘세계’는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도움을 받고자...]


“.....멸망이라.”


결국에는 휴전이라는 결말인 것을 아는 월검향이기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멸망이란 결말은 천 년 후에 온 그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은 소환의 후유증에 의해 아직은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제가 당신들에게 부여하는 임시 이름을 쓰셔야 하며.

당신들의 본래 이름은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되돌려질 것입니다. 그리고는 당신들이 있던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결국. 멋대로 소환해 부려먹다가. 전쟁 끝난 다음에 돌려보낸다는 것을.

왜 이렇게 돌려서 말하는지. 월검향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당신의 이름은 ‘살인귀’입니다.]


“...뭐? 잠깐만! 내 이름은 그것이 아니야!

나에겐...[]이란 이름이...

어?”


자신의 이름인 월검향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는 기억하지만.

입으로는 결코 흘려나오지 않는 상황에 월검향은 당황해했지만.

곧 자신의 역할이 ‘살인귀’임을 깨닫고 이내 수긍하고 말았다.

이곳은 인형극이나 다름없었다.

인형극에서 배역은 자신의 역할로 부가된 이름을 쓸 뿐.

진짜 자신의 이름을 내뱉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러한 점 때문에.

월검향 스스로의 이름을 말할 수가 없는 거겠지.


[당신들에게 지어드리는 이름은 당신들의 본래 이름과 관련된 이명입니다.

제가 당신들의 기억들을 복구해나가면. 그 이유가 생각나겠지요...]


‘이미 알지만 말이지.’


월검향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곧 앞에 생긴 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이거?”


2세계 중원 출신인 그의 지식으로는 결코 알 수가 없는 시스템 창에.

월검향은 신기한 듯이 그 창을 손가락으로 두드려보았고.

그러자 그곳에는 7개의 이름이 떠올랐다.


[영웅왕.

살인귀.

도서관.

검귀.

마법소녀.

소환사.

힐 하는 마왕.

7명의 거짓된 영웅들의 참전을 환영합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앗!!!!!!


빛이 서서히 잦아들고, 어지러웠던 시야가 서서히 본래대로 되돌아오자.

월검향은 그곳이 본래 자신이 있었던 장소임을 깨달았다.

그래...

그곳은 자신이 고블린킹과 들어왔던 동굴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시간의 흐름에 풍화된 동굴과는 달리.

화려한 빛이 사방에서 반짝여, 성스러운 기운들을 풍기고 있었고.

그의 주위에는 신성한 힘이 담긴 구체들이 떠다녔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이곳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한 모습이랄까?

월검향은 자신과 함께 이곳에 나타난 6명의 인영들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정작 그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라....람히르!?’


그의 앞에서 금발의 람히르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영웅들이여.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저의 이름은 빛의 주신님의 부관. 프레이야.

여러분을 1세계로 소환한 여신입니다.”


그것이 살인귀(월검향)와 프레이야의 첫 만남이었다...


---------------그 시각.-------------------------


치지지직!


피와 진흙이 뒤섞여 물들어진 웅덩이 안.

그곳에서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이 울리고 있는 통신장비에 연결된 무전기가.

굳어져 있는 인간의 손에 쥐어진 상태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소음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진지로 뛰어 들어온 병사는 한 팔을 잃은 상태로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소음을 따라가. 마침내 발견한 무전기를 시신으로부터 빼앗았다.

그는 이전에 통신병이 기기를 어떻게 동작시키는지. 곁눈질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통신 장치에 대해 사용이 가능했고, 그에겐 그것이 유일한 희망으로 보였다.


“누구 있어?

들려? 제발!!!!

살려줘!!!!

이...이곳은...”


치직!


건너편으로부터 노이즈 소리가 들린다. 그 반응에 화색을 지은 병사는 외쳤다.


“본부! 지원요청!!! 이곳 위치는....!!”


[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청량하다고 할까?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고운 미성이었다.

그것은 이 전쟁에서 흔히 듣기 힘든 고운 소리로...

그걸 들은 순간. 병사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대체...”


[666의 괴물. 서열 199위. 방랑자 하은이야.]


그 말에...

병사의 손이 덜덜 떨린다.

방금...

뭐라고 했지?

설마... 아닐 거야...

병사는 현실을 부정해보았지만...


[이 통신을 듣고 있는 장병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입속에 총구를 넣은 후.

조금 위쪽으로 향하게 하여,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추천해.

지금 당장 죽으면, 윤회의 궤로 다음 생을 시작할 수 있지만.

내 동료들에게 걸려서 죽으면.

너희에게 다음은 없어.

영혼마저 잡아먹히긴 싫잖아?

그러니 당장 자살해.

너희의 사령부는.

이미 내 손에 몰살당했으니까.

이 통신을 듣고 있는 곳으로는 지원 같은 것은 오지 않아.

설사 온다고 하들.

...내 동료들에게 무참히 잡아먹히겠지.

그러니 어서 자살해. 친구들.

아니면...

행운을 빌게.

이 이상. 조언을 해주고 싶긴 한데.

이제야 사령부가 점령된 것을 깨닫고, 오는 장병들이 있어서 말이지.]


콰직!


반대편에서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노이즈 소리만이 들려오는 것이 느껴지자.

병사는 경악 어린 시선으로 손아귀의 무전기를 내려다보았다.


“시...시발... 빌어먹을 666의 괴물 놈들....”


병사는 그 말과 함께 절뚝거리며 진지에서 벗어나. 바깥을 보았다.


“...지옥이야. 이곳은.”


100명이 넘어가는.

‘666의 괴물’들이라 불리는 악마들이 사방에서 날뛰고 있었다.

그들이 손짓할 때마다. 수십 개의 산이 솟아오르고,

충격파에 쿠킹호일처럼 찌그러져 가는 전차들의 모습은 ‘비상식’. 그 자체였다.

하지만....

666의 괴물들 개개인이 그러한 악몽을 현실로 일으키고 있었다.

한 번의 공격에 수 킬로미터가 쑥대밭이 되고,

어떠한 괴물은 주위에 오는 포격 정도는 가볍게 버텨내며,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

‘지옥’이란 ‘어떤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옥이란....

몇 명의 존재들이 ‘날뛰는 것만으로도’ 현실에 강림시키는 것.

그리고 그 장소가.

바로 병사의 앞이었다.


“....제길.”


눈앞의 진지를 관통한 거대한 해일 속에서 수십 개의 물기둥이 치솟는가 싶더니,

그곳에 말려 들어간 병사들이 수백 조각으로 나누어져.

그대로 그 물에 흡수되어 간다.

그래...

저것은 ‘포식’이다.

아마도 666의 괴물에 의한 식사겠지...

인간이 물에 둘러싸여,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잡아먹혀 가는 모습은 호러영화. 그 자체.

문제는...

그다음. 타켓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이.

가까이에 있는 바로 자신이란 것이고.

일반적인 공포영화랑 달리. 손에 화기가 있는데도 답이 없다는 점이겠지.


“하아...하아....”


다행이라면 자신처럼 살아있는 병사들은 많았고,

그들은 자신의 앞에서 666의 괴물들에게 여기저기 쫓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병사는 뒤돌아서 달려나갔다.


’살아야 해. 난 아직...‘


처음에는 웬 오지 파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의 거짓말.

이런 지옥 같은 곳에 끌려올 줄 알았으면.

군인이란 직업을 바로 그만뒀겠지.

그에게 내려온 것은 위치사수뿐.

그 결과는 몰살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지휘관부터 픽! 픽! 죽어가기 시작하더니,

저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살육과 사냥의 도축장.

그래...

이곳으로 온 병사들은.

모두 저들을 막기 위한 총알받이이자.

저 괴물들에게 맛있는 사료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총알받이로 죽을까 보냐?

난 고향으로 돌아가겠어...

반드시...

그러니까... 흐흑....”


알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달린다고 하들.

뒤에서 먹어치우면서 오는 저 괴물들이.

먼저 자신을 먹으러 오겠지..

인간이란 다리가 느려터지기 짝이 없는 생물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사실에 개인장구까지 모두 버리고 달린다.

하지만...


“어라? 인간?

이곳에?”


은발의 미소녀가 달려오는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병사는 멈추어 섰다.

그래. 알고 있었다.

저것은 ’괴물‘이다.

그것이 아니고선. 이러한 혼돈의 살육장에서.

저렇게 태연하게, 혹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666의 괴물의 이름을 가진 존재겠지...


척!


헛된 저항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총을 소녀에게 겨루었고,

그 모습에 소녀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전 666의 괴물들 중 하나.

’미르‘라고 해요.

이명은 말하지 않을게요.

그... 화기는 치워주실래요?

방아쇠를 당기면. 당신은 저에게 죽어요.”


“...네 놈은 애초에 살려줄 생각이 없을 텐데?”


“그게 네메시스님의 ’명령‘이니까요...

하지만...

전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 않아요.”


창백한 얼굴의 미르는 옆으로 물러서. 길을 비켜주었다.


“....뒤도 보지 말고, 도망가세요.

제 동료들은 이번 전쟁에서 끊임없이 살육을 하느라.

항상 배고파있거든요.”


“우울한 흡혈귀 미르~.

또 네메시스님의 ’명령‘에 저항하는 거야~?.”


“!!!!”


대체 언제 다가온 걸까?

귀여운 소년이 자신을 지나, 미르란 이름의 괴물에게 다가가더니.

소녀의 뺨에 친근하게 얼굴을 비볐다.


“흡혈귀가 피 빠는 것이 뭐 어때서. 정신 좀 차려. 미르.”


”흡혈악마 추파카브라...

이 필멸자만이라도.. 보내줘요..”


그 말에 추파카브라는 흘깃!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병사를 보았다.


“응응! 난 상관없어!

피는 충분히 먹어치웠고, 내 주식은...”


소년은 전차에서 뜯어낸 듯한 철판을 씹어먹으며, 뒷말을 이었다.


“금속인 걸?

게다가 난 인간이란 종을 상당히 좋아해!

그러니 한 명쯤은 눈 감아 줘도 상관없어~.”


추파카브라는 귀엽게 윙크를 날리더니, 곧 자동차 크기의 괴물로 변하여.

본래 있었던 전장으로 되돌아갔고,

그 모습에 병사는 자신의 가슴을 쓰려 내렸다.


“움직일 수는 있겠어요? 출혈이 심하신데...”


“.......”


믿어도 되는 걸까?

은발 소녀의 모습에 병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켜. 난 가겠어.”


“잠깐만요... 간단한 소독만 해드릴게요.”


미르는 뭉개진 병사의 팔을 보고는 그에게 고속으로 다가가.

상처 단면을 살짝 물었다.


“윽!”


병사가 급히 저항하려고 했지만.

소녀의 이빨에 물린 순간. 몸이 마비되어 그대로 굳어버렸고,

미르는 약간의 피를 섭취한 후. 입을 열었다.


“됐어요. 이걸로 쇼크사 걱정은 없을 거에요.”


미르는 입술의 피를 혀로 핥으며 물러났고,

병사는 자신의 잘려나간 팔 단면에 새살이 돋아나 있는 것을 보았다.

다시는 그 팔을 못 쓰겠지만...

적어도 출혈사 할 걱정은 없겠지.


“잘 가요.

...부디 살 수 있으시길.”


미르는 그 말과 함께 병사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뒤돌아서 전장 쪽을 향해 걸어갔다.

서서히 멀어져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본 병사는 그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지만...

곧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틀었다.


“미르... 이게 무슨 짓이지?”


피슝!


청량한 소리와 함께.

우울한 흡혈귀 미르의 이마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러자 꿰뚫어진 궤도를 따라서. 붉은 핏방울들이 흩어지더니.

물감처럼 지면에 번져나갔다.


“아.....?

....아!!!”


반응은 잠시 후. 미르는 그제야 자신의 머리에 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그것은 일반적인 괴물이라면 즉사였을 상처였다.

하지만 미르란 이름의 괴물은 능력인 ’피의 지배‘로 인해.

피 한 방울이라도 남아있는 한.

몸이 아무리 뭉개져도, 태연히 재생하면서 상황판단이 가능했다.

그녀는 괴물이긴보다는, 불멸자에 가깝운 생명이기에... 가능한 재주.

미르는 고속으로 재생되어가는 머리의 상처를 느끼자마자.

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병사에게 외쳤다.


“도....도망쳐!!!!

나...나에게서!!!!”


“?”


미르의 주위로 붉은 피 보라가 분출된다.

그것은 거대한 분수처럼. 소녀의 주위를 피로 물들며,

주위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르의 은발의 머리카락과 눈을 붉게 물들여 간다.

피 안개가 서서히 퍼져 나가고...

미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싫어...나.....이거....”


피로 이루어진 붉은 날개가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지고,

미르는 피로 물든 눈동자로 가장 가까운 ’먹이‘를 노려보았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제발.... 도망쳐..!!”


우드드득!


소녀의 신체가 전투에 적합하게 재구성된다.

그와 동시에 미르는 붉은 날개를 퍼덕여.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가기 시작한 병사의 머리를 잡고는 지면에 그대로 처박았다.


“살려....”


“미안....해요....”


목을 물 필요도 없었다.

그저 고양이과 맹수처럼....

크게 벌려진 입에 있는 송곳니로 병사의 두개골을 부순다.

그것만으로도 한때 ’살아있던‘ 병사는.

원숭이 골 요리의 원숭이처럼, 골수가 먹혀가면서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미르가 다시 입을 벌리고 깨문 순간.

머리라고 칭하는 살덩어리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고.

그곳의 내용물은 소녀의 목구멍으로 탐욕스럽게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병사는 그녀의 육체 일부로서 응축되어 갔다.


잠시 뒤.

마침내 발 끝까지 먹어치우자.

미르의 붉은 눈동자에서 핏기가 서서히 가라앉아. 본래의 순박한 눈동자로 되돌아왔다.


“아....아....”


전투에 적합하도록 성장했던 육체가...

연약한 소녀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은.

마치 꽃 속에 숨은 거미와도 같은 의태와 같았다.

미르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입과 손. 그리고 입속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자신을 공격한 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미르가 식사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서열 404위 강물의 에린!!!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것은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한 명의 여신이었다.

그래... 그녀는 한때 2세계에서 물을 담당했었던 ’여신‘이었던 신족이었다.

현재 4세계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는.

자신에게 따지고 있는 미르를 보며, 자신을 둘러싼 물로 이루어진 용들을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따끔한 교훈은 준 것뿐인데.

뭐가 문제일까요? 서열 300위 우울한 흡혈귀 미르?”


“문제가 있어요!

전... 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말에 에린은 자신의 입을 가리며, 쿡쿡! 웃더니.

곧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 전장에서 가장 많은 필멸자들을 죽인 년이.

평화를 사랑하는 척이라니. 위선도 적당히 하지?

제발 정신 차려. 미르!

넌 이 전장에서만 수만 명을 잡아먹은 괴물이야.

그 한 명을 살려 보낸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강한 것으로 따지면.

나보다 강한 괴물이! 왜 그렇게 한심한 건데?!

네가 아무리 네메시스님의 ’명령‘에 저항한다고 하들.

조금이라도 의식이 흐트러진 순간.

너의 본 모습이 드러나면서 항상 이렇게 되지.

넌 그저. 추하디추한 위선자야. 미르.”


“위선? 맞아요. 이건 위선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의 진심이기도 해요.

전 싸우고 싶지 않는 걸요...”


미르는 그 말과 함께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어,

서서히 이곳으로 오는 666의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전장에 끌려온 병사들은 저희와 같은 ’피해자‘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그들도 우리가 무참히 학살해버리면.

우리가 주신들보다 나은 점이 뭐죠?”


한때 주신들의 피해자였던 괴물들.

그들은 죽음에서 되돌아와.

현재 1세계의 드림랜드란 행성 곳곳을,

자신들의 전장으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피로 물들여져,

코끝을 찌르는 혈향에 미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흡혈충동을 최대한으로 억눌렸다.


“우린 주신이 아닌. 네메시스님을 따르지.

그러니 우린 666의 괴물로서 네메시스님의 ’명령‘대로 움직이면 돼.

이제 너도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어? 얼간이 흡혈귀?”


네메시스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미르가 알고 있던 동료들은 변해버렸다.

그리고... 자신도 말이다.

미르에겐 제대로 억누르지 않으면. 겉으로 나오는 광폭한 충동이 생겨났다.

그래... 이것은 끊임없이 부추겨 있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목적 의식을 뒤틀어,

그것이 ’본인의 의지‘라고 왜곡시키는 저주.

미르는 네메시스의 ’명령‘을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평화‘라는 것에 신념을 두지 않았으면.

미르 또한 저항하지 못하고, 다른 동료들처럼 저곳에서 날뛰고 있었겠지.


“아뇨. 이것이 저의 신념인 이상.

전 끝까지 네메시스의 명령에 저항할 것에요. 에린!”


미르는 피를 먹고 사는 흡혈종.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다.

그렇기에 자기가 모르게 피를 마셔가면 갈수록.

그녀는 제정신을 차릴 때마다. 후회를 하고 있었다.


“...넌 정말 짜증 나는 년이야.

조금만 솔직해지면.

서열 2자리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괴물이.

스스로가 욕구를 억눌려, 그 모양! 그 꼴이라니!

네가 나와 같은 네메시스 세력 출신이 아니었으면.

야누스 세력과의 전쟁에서 확실히 죽여뒀을 텐데...

....아니다.

다시는 네 꼴을 보지 않기 위해.

지금 죽여버리는 것이 낫겠어! 이 빌어먹을 위선자년!!!!”


강물의 에린의 주위로 물기둥이 치솟아. 거대한 용들의 모습으로 변해가더니,

그것들은 주인의 명령만 있다면. 언제라도 돌진하겠다는 듯이 꿈틀거렸으며.

그러한 모습에 미르는 방어를 위해 자신의 손에 피의 창을 만들었다.


“둘 다 그만!

동료들끼리 뭐하는 거야?”


그러한 둘의 사이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구미호의 모습에, 미르는 화색을 지었다.


“하은씨!”


“그래. 다친 곳은 없어? 미르?”


하은의 말에 미르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하였고, 에린은 눈매를 좁혔다.


“...귀찮은 놈이 왔군.”


“에린도 진정해.

동료끼리 싸워야겠어?”


“네메시스님을 위해 싸우지 않는 놈들은 전부 적이야. 하은.

곱게 말해서 비켜.”


“이런이런 네메시스의 광신도는 여전하다니까~.

그 전에 이걸 봐주겠어?”


“.....”


하은이 건넨 양파지에 강물의 에린은 짜증 어린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면서도.

낚아채는 듯이 그것을 받았다.


“....이건.”


“너는 전선이동이야.

아까 전에 네메시스님이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렸는데.

살인인형 엘리스가 네가 한 동료에 대한 공격 행위들을 왕에게 모두 보고했어.

그 결과가 이거야.”


“나를 2세계 전선에서 빼고...

촌놈들이나 있는 1세계 전선에 집어넣겠다고!?”


666의 괴물들이 대다수 싸우고 있는 곳은 2세계 세력들이 방어를 맡은 곳으로.

드림랜드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빛의 주신. 켈렌트의 성지를 빼앗기 위한 이 전쟁에서.

가장 노려야 하는 곳으로 666의 괴물들 중 절반이 이곳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한 전선에서 자신을 빼겠다는 말에 에린은 표정을 구겼다.


“다른 666의 괴물들도.

동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지속적으로 같이 공격해버리는 너의 행동에 불편해하고 있어.

생각해봐.

누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자신의 등을 맡기겠어?

너도 동료의 실수에 의한 공격으로 죽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

강물의 에린?”


“이 멍청이들이...

다들 플로라에게 빠져 가지고!!!

그녀와 똑같은 말을 한다고?

그 공격에 죽을 놈들이면!

666의 괴물 자격을 가져선 안 되지!”


“하하. 그럼 똑같이 말을 돌려줄까? 에린?

오메가가 특히 벼르고 있더라고.

그러니 이 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텐데?

’오발‘된 레일건을 맞고 싶은 것은 아니지?”


“...........”


오메가란 말에 에린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네메시스 세력 출신으로서,

네메시스의 바로 곁에서 날뛰었던 오메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코 ’실수‘따위를 하지 않는 호문클로스였다.

그런데 오발로 자신을 맞춘다?

100% 고의겠지.


“그만큼. 너에게 화를 내고있는 666의 괴물들이 많으니.

진정해.

네가 강한 것은 모두 알지만...”


하은은 미르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뒷말을 이었다.


“666의 괴물은 너 혼자가 아니야.”


“.......”


그녀는 강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강한 괴물들은 666의 괴물들에 널려있었고,

각자 분야의 차이가 있을 뿐.

아래 서열의 괴물도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 명 이상은 무리.

에린은 스스로의 전투력에 대해 평가하며,

어쩔 수 없이. 그 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네메시스님은 다시

나를 부르실 거지?”


“머지않아. 마지막 결전이 시작될 거야.

그곳의 전투에선...

반드시 너를 다시 부르겠지.

그때까진 1세계 필멸자들 상대하면서.

머리나 식히고 있어.

그때가 되면. 5명의 주신들과 맞붙어야 할 테니.”


“...알겠어.”


아직은 혼돈의 주신 시온이 참전하기 이전이기에,

하은은 5명의 주신들을 거론하였고.

그 말에 에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공격할 곳은?”


“빛의 주신의 부관. ’프레이야‘가 방어전을 하고있는 곳이야.

현재 레지나 연합들이 그곳을 공격하고 있으니.

그들과 합류해서 무너뜨리면 될 거야.”


“간단하네.

그것들을 금방 다 죽여버리고 전선으로 돌아올게.”


강물의 에린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물의 용들을 묶어.

거대한 형태로 바꾸더니, 그 위에 올라탔다.


“레지나 연합은 우리와 동맹 관계야. 그 사실을 잊지 마. 에린.”


“흥! 벌레 자식들과 동맹은 얼어 죽을!”


에린은 그 말을 남기고, 거대한 물의 용을 타고 모습을 감추었고.

그 뒷모습을 본 하은과 미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플로라가 4세계를 변하게 했어도.”


“...아직 변화된 4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이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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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은 매우 효율적인 뒤처리 방법들을 사용한다.

무기물로 이루어진 무기나 탈 것,

유기물인 뼈, 살, 근육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 살해당한 모든 것들이 그들의 신체 일부로서,

혹은 힘으로서 고스란히 ’포식된다‘.

’피‘는 미르의 일부로서,

’물‘은 에린의 일부로서.

’강철‘은 추파카브라의 일부로서.

..................등등.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얼마 남지 않는 생존자들을 제외하고는.

한때 생물이라고 불러야 할 것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엑스트라 괴물들과 레지나 연합들이.

남은 생존자들과 신체 일부들을.

모조리 잡아먹거나, 자신들의 수를 늘리는 데에 이용하기에.

메마른 대지만이 남게 되고.

그 대지마저도 퍼져나가는 네메시스의 검은 피에 오염되면.

대지 내부에 남은 무기물, 유기물들까지. 모조리 네메시스에게 빨려.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검은 대지만이 남게 된다.

그래....

그것은 ‘100% 재활용’이라고 해야겠지.

괴물들이 지나간 곳에는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그들은 전투를 벌일수록 약해지기는 커녕.

더욱 강대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살육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래..

이것은 괴물을 상대하는 존재들에게.

‘악몽’ 그 자체겠지..

-전쟁 당시. 괴물들이 지나간 검은 대지에 남겨진 글-


작가의말

100% 효율의 재활용이라.

환경부가 매우 좋아하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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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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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제 426화 퍼져나가는 절망. +1 23.03.05 17 2 24쪽
425 제 425화 666의 괴물의 침공. +1 23.03.05 16 3 35쪽
424 제 424화 물의 정령왕. 엘. +1 23.03.05 13 2 22쪽
423 제 423화 잠시동안의 휴식. +1 23.03.05 19 2 21쪽
422 제 422화 쓰러진 영웅. +1 23.03.05 25 2 39쪽
421 제 421화 여왕을 공격한다! +1 23.03.05 18 2 26쪽
420 제 420화 모습을 드러낸 영웅왕. +1 23.03.05 20 2 23쪽
419 제 419화 곤충들의 공세와 요새 방어전. +1 23.03.05 12 2 25쪽
418 제 418화 침공해오는 레지나 연합. +1 23.03.05 13 2 14쪽
417 제 417화 거짓된 영웅들의 만남. +1 23.03.05 16 2 23쪽
» 제 416화 흡혈귀와 강의 여신. +1 23.03.05 11 1 27쪽
415 제 415화 7명의 거짓된 영웅들의 이야기. +1 23.03.05 11 2 22쪽
414 제 414화 '종말을 삼키는 자'의 테스트. +1 23.03.05 12 2 27쪽
413 제 413화 광기에서 춤추는 기만의 조커. +1 23.03.05 19 2 32쪽
412 제 412화 슈퍼히어로와 고블린. 그리고... +1 23.01.20 32 2 40쪽
411 제 411화 달을 베는 고블린 +1 23.01.20 28 2 24쪽
410 제 410화 달이 추락하는 날. +1 23.01.20 40 2 27쪽
409 제 409화 영웅과 악당. +1 23.01.20 32 2 27쪽
408 제 408화 슈퍼히어로의 힘을 가진 소녀. +1 23.01.20 40 2 24쪽
407 제 407화 여신의 전설과 검의 행방. +1 23.01.20 46 2 16쪽
406 제 406화 괴물과 인간 그리고 플레이어. +1 23.01.20 75 2 32쪽
405 제 405화 이세계에서 찾아온 침략자. +1 23.01.20 32 2 16쪽
404 제 404화 땅콩으로 비행기를 돌려보자! +1 23.01.19 36 2 21쪽
403 제 403화 세계수의 영역을 떠나다. +2 22.12.12 74 3 21쪽
402 제 402화 침실로 찾아온 드래곤. +1 22.12.12 41 3 18쪽
401 제 401화 엘프와 버블티를! +1 22.12.12 41 3 26쪽
400 제 400화 꼬마 람히르와 눈싸움을! +1 22.12.12 47 3 17쪽
399 제 399화 고블린킹의 기억. +1 22.12.12 38 3 33쪽
398 제 398화 비누 좀 주워주게. +1 22.11.05 50 3 17쪽
397 제 397화 괴물의 연애문제. +1 22.11.05 31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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