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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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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1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10 1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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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DUMMY

“도둑질? 당연하지!”


현과장은 당차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도둑질은 나쁜 거다냥. 어릴 때 안 배웠냥?”

“현과장 실망이랄까나.”


단호한 표정으로 현과장의 선택을 반대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진심이 거리낌 없이 표출되고 있었다.


“아니! 여기서 훔치는 게 아니야. 훔치는 장소는 따로 있다고.”

“장소가 문제가 아니다냥. 훔친다는 행위 자체가 문제다냥.”


어흥선생은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반대에도 전혀 생각을 굽히지 않는 현과장. 이내 그는 갓패치의 곁으로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갓패치, 내 기억 속의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거지?”

“제정신이야? 기억만 읽어 내면 어디든지 가능하지.”


그의 말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짓는 현과장. 그는 모두에게 호언장담을 하더니, 갓패치의 손을 직접 자신의 이마 위로 올렸다.


“가자! 모두 가능한 파라다이스로!”




“응? 뭐야? 누가 침입한 거지?”

“무슨 일이야?”


웬만한 일에도 호들갑을 떨지 않는 우유나가, 조금 당황한 목소리를 흘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누가 테스트 현실에 들어왔는데요.”


테스트 현실에 들어가는 방법은 없다. 실존하는 세계가 아닌, 현과장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만든 공간일 뿐이니까.


“내 허락 없이? 그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지금 침입 문구가 떴는데요.”


테스트 현실에 들어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어차피 그 안에 있는 것은 단순한 물건들 뿐. 동물도 식물도, 모두 영혼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으니까.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밥 먹는데요?”


밥을 먹는다라...

크게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창조와 붕괴가 반복되는 테스트 현실. 그 안의 음식들은 폐기 처분을 기다리는 편의점의 도시락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다른 모습을 보이면 조치를 취하고, 그냥 밥만 먹으면 놔두자고.”

“그럴까요?”

“궁금하면 우유나가 다녀오던가.”


내 말에, 우유나는 잠시 고민한 듯 보였다. 과학자로서의 궁금증이 발동된 모양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다녀와.”


그렇게 궁금증을 못 이기고 테스트 현실로 떠나게 된 우유나.

난 그냥 아무런 감정 없이,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다. 정말이라고.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문제가 발생한 테스트 현실에 도착한 기록관 우유나는, 이내 할 말을 잃었다.

깔끔하게 털린 정육 매장과 채소 진열대.

이름표만 남아있는 과일 진열대와 그저 물만 가득한 수조들.

분명 그녀가 도착한 곳은 대형 식품매장이었지만,

남은 식품이라고는 몇 병의 술과 불닥뽀끔면이 전부였다.


“우리? 지금 밥 먹잖아, 밥.”


매장 한 편에서 연신 호떡을 굽던 현과장은, 그녀의 물음에 너무나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두 눈에 불을 켜고 현과장 앞으로 다가오는 기록관 그녀. 터벅터벅 다가와 그의 앞에 멈춰선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호떡을 한 장 집어 들었다.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저녁을 안 먹었을 텐데.”


아, 화난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어? 무단으로 테스트 현실에 들어온 게 분노의 원인이 아니라, 먹을 때 안 부른 게 화가 난다는 거야? 실로 기가 막힌 이유가 아닐 수 없었다.

이어서 그녀는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향이 향긋하게 올라오는 그 현과장표 호떡을 한입 당차게 베어 물었다. 입안 그득한 달콤함과 시나몬 향의 조화. 언제 먹어도 현과장표 호떡은 일품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어요?”

“가서 봐. 아직 먹고 있을 테니까.”


매장 안쪽을 향해 손가락을 뻗은 현과장은,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 가득히 나타난 자신감. 도대체 뭘 만들었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머릿속에 궁금증이 샘솟듯 솟아난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매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매장 안쪽에 점차 가까워지자, 매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홅고 지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서 서서히 고이는 군침. 분명 호떡까지 먹은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허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음식이기에 이렇게 냄새가...”


기록관은 매장 안쪽에 들어간 그녀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매장 안 음식코너 주변으로 가득 차려진 음식들. 회와 초밥, 갈비와 삼겹살. 소 등심과 안심.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까지. 그야 말로 잔칫상도 이런 잔칫상이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다 뭐예요?”

“제정신이야? 보고도 몰라? 전부 저녁이지.”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던 갓패치가, 그녀를 바라보며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때,


“갓패치, 그거 조금만 더 먹어도 되냥?”


갓패치의 앞에 놓인 큰 냄비 쪽으로 손을 뻗는 어흥선생. 순간, 갓패치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지고, 경계심만 가득 남았다.


“제정신이야! 이건 내 몫이라고! 현과장이 나만을 위해 만들어 준 거란 말이야!”

“그래도 우리 건 다 먹었다냥. 이제 남은 건 그거 뿐이다냥.”


갓패치의 단호한 거절에도, 어흥선생은 서서히 냄비쪽으로 다가왔다. 비단 이렇게 다가오는 건 어흥선생 혼자뿐이 아니었다. 채야도, 우유나도, 심지어 루프와 두 귀염둥이도 동시에 다가오고 있었다.


“꺼져! 모두 현과장 집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갈 땐 가더라도, 한 입만 더 먹고갈까나!”

“같이 좀 먹어요!”


제일 먼저 달려 온 건 채야와 우유나. 하지만, 둘의 움직임으로는 갓패치의 품에 안긴 냄비를 빼앗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정신이야? 먹을 거 많잖아! 체야가 양껏 차려 줬잖아!”

“그럼 이건 갓패치가 다 먹어라냥! 우린 그거 먹겠다냥!”

“제정신이야? 이건 이 곳에 차원문을 열어준 나를 위한 음식이라고! 나를 위한!”


갓패치는 쫓아오는 어흥선생을 피해, 매장 안을 이리저리 재빠르게 도망쳤다.


“아니, 하나 더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 모습에 기가 막혔던 기록관 우유나. 그녀는 뛰어다니는 어흥선생을 말리며 그를 차분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저게 마지막 김치란 말이다냥!”


아! 김치! 김치라는 말에 순간 눈동자가 돌아가버린 기록관 그녀.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갓패치의 품에서 냄비를 빼앗아 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여긴 테스트 현실. 이 곳의 재료로 만든 음식은 전부 제가 관리해야 합니다.”


새빨간 거짓말. 당연히 그녀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그녀는 단순히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현과장이 만들어 준 김치찌개가.


“그럼 내가 먼저 맛을.”

“맛은 이미 우리가 봤다랄까나. 그러니까 그거 우리한테 주면 된다랄까나.”

“그거 나 줘요, 미래의 나 자신! 과거를 위해 양보 좀 하라고요!”


기록관 우유나를 향해, 채야와 우유나가 득달같이 달려 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들이 달려든 상대는 갓패치에게서 냄비를 빼앗은 존재. 둘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고 해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목표물이 애당초 아니었다.


“그럼 맛을!”


이윽고 냄비 뚜껑을 연 그녀.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내 혼돈으로 가득 채워졌다. 도대체, 이게 뭐지?


“이거 김치찌개가 아니잖아요?!”


당황한 듯 냄비 안을 바라보는 그녀. 이런 절호의 찬스를 그냥 놀칠 어흥선생이 아니었다. 단 숨에 달려 들어 냄비를 낚아 챈 어흥선생. 그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냄비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돼지 김치찜은 내 거다냥!”

“치사하게 혼자 먹으면 안 된다랄까나! 같이 먹어야 한다랄까나!”

“어흥선생! 나도 먹고 싶다능!”

“나도, 먹고싶음.”


그가 냄비를 손에 넣자, 리코와 키토도 합세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날쌔게 그들을 피하더니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김치찜을 음미하기 시작한 어흥선생. 모두의 눈에서 부러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 내 김치찜이... 나만을 위한 김치찜이...”


그들 중 제일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갓패치. 그는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천장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뭐야, 여기 왜들 서 있어? 밥 안 먹어?”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현과장이 고개를 기울이더니 모두를 향해 다가왔다. 쟁반 가득한 호떡을 음식물 사이에 내려놓은 현과장. 이내 그는 제일 침울해 하는 갓패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갓패치, 무슨 일 있어?”

“제정신이야? 저 못된 고양이놈이 내 김치찜을 훔쳐갔다고! 내 김치찜을!”


갓패치의 입에서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들은 척 만 척도 하지 않는 어흥선생. 그의 신경은 온통 김치찜에 집중되어 있었다.


“뭐야, 단지 그것 때문이야? 그럼 다른 마트 털어서 김치를 가지고 오면 되잖아. 아니면 김치 공장을 털던가.”


현과장의 말에 두 눈이 확 뜨인 사람들. 그래, 김치가 없으면 다른 곳에 가서 가지고 오면 그만이었다.


“그래! 그 방법이 있지!”


마치 언제 화냈냐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갓패치. 그의 뒤로 채야와 우유나가 함께했다.


“가자! 김치를 잡으러!”


그렇게 차원문을 열고 떠나간 김치 원정대. 마트에 남겨진 현과장과 일행들은 오순도순 앉아 김치찜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름 김치를 가지고 돌아온 갓패치와 사람들. 양손 가득한 김치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우유나와 채야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럼 김치 좀 볼까?”


현과장은 그들이 가져온 김치를 천천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찬찬히 김치를 살펴보던 바로 그때,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한 현과장. 그는 이내 그들이 가져온 김치를 쓱 앞으로 밀어버렸다.


“이거 못 먹어. 이건 쓰레기야.”


너무나 단호한 현과장의 한 마디. 힘들게 김치를 들고 온 갓패치로서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제정신이야? 못 먹어? 왜 못 먹어? 이렇게 맛있는데!”

갓패치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가져온 김치를 한 조각 뜯어 먹었다. 그러자,


“지금 채야와 우우나가 들고 온 김치는 국내산이 아니야. 정확히 말해서는 중국산 김치지.”

“중국산? 그게 뭐냥”

“있어 그런 게. 그냥 무늬만 김치라고 생각하면 돼.”


어흥선생의 말에, 간단히 대답한 현과장. 그는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냥 참았다. 더 말해 봤자 입만 아플 테니까. 그들이 김치를 두고 벌인 그 악랄한 짓을 어떻게 나열할 수 있을까. 한두 개 정도여야 말을 하지. 이럴 때는 그냥 신경 안 쓰고 넘어가는 편이 좋다. 현과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참자, 참자 또 참자.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끓어 넘치는 분노. 중국산 김치향한 그의 분노가 그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그는 아줌마들이 인정한 진정한 김치 마이스터, 김치의 수호자니까.


“아니, 테스트 현실에 왜 중국산 김치가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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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2 23.09.11 23 4 12쪽
»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23.09.10 23 4 11쪽
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6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3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3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2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3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1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8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3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19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19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4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2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7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19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6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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