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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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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7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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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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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72. 회?귀? - 4

DUMMY

“이대로 가다간 기록관의 뜻대로 되고 맙니다, 멍.”


기록관의 뜻대로 되고 만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그게 무슨 말이야? 기록관의 뜻대로 된다니?”

“지금 설명할 시간은 없습니다, 멍. 어쨌든 올바른 선택을 하십시오, 멍!”


말을 마친 루프는 재빨리 화장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현과장에게 엄청난 고민거리만 덩그러니 남긴 채.

이제 남은 건 현과장의 선택. 짧은 시간이지만,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몸은 20대지만 머리는 노련함이 풍부한 40대. 침착하게 생각한다면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을 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야, 너 손은 씼었냐?”


수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생각이 멈춰버렸다. 이래서 첫사랑은 못 잊는다는 건가.


“아, 아, 잠깐만.”

“뭘 또 가냐. 그냥 손 내밀어 봐.”


현과장은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손수건에 물을 적셔 그의 손을 닦아주는 수진. 순간, 그가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됐는지 살포시 떠올랐다.


“어, 이건...”


따스한 그녀의 손길에, 그저 멍하니 수진을 바라보고만 있던 현과장.

그는 그녀가 자신의 손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모양이었다.

그 손 안에 뭐가 쥐어있는지도.


“이거 나 주려는 거야?”

“응? 어?”


현과장은 그제야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은빛의 반지. 순간 현과장은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어, 그게...”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반지를 넘겨준다고 해도,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5일. 서로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이런 경험은 그냥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현과장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런데,


“나 쓰려고 샀는데, 내 손에 안 맞네. 너 써.”


천연덕스럽게 반지를 내미는 현과장. 그녀의 반짝거렸던 눈동자를 도무지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차마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줄 용기는 없었다. 그저 내밀 뿐이었다. 반지를 내밀 뿐.


“야, 낭만이라고는 쥐뿔도 없냐? 이런 건 네가 손에 껴줘야지!”

“아니 거기까지는...!”


아, 간과한 게 있었다.

수진, 그녀는 『엽귀적인 그녀』의 엄청난 팬. 그녀 때문에 이 작품을 얼마나 많이 봤던지. 불법 다운로드, DVD랜탈, 소장용 DVD구입 등등. 덕분에 이 시절 나는 초식남이었다. 그녀 단 한 사람을 위한 초식남.

너무나 당당하게 현과장의 손을 잡아 끌면서, 반지를 끼워주기를 강요하는 수진. 어쩔 수 없었다. 첫사랑이 해달라고 하면 해 줘야지. 뭘 지금 어쩌겠어. 이 상황에서는 이게 지금 제일 현명한 방법인데.

그렇게, 그녀의 약지에 반지를 껴주고만 현과장.

호구도 이런 호구가 있을까. 때마침 카페 안에는 『사랑의 바보』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그 누구보다 더 내겐 좋은 여자니까...

잠시나마 웃어주면 난 행복해...」

《더 너츠, 『사랑의 바보』 중에서》


왜 이렇게 손해 보는 일만 했던 걸까, 20대의 이 시절에는.

그래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자. 좋은 추억...”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와 버리고 만 현과장. 그러자, 수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왜, 왜 그래 수진아?”

“왜 그러긴! 회귀를 한 인간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게 말이 안 돼서 그렇지!”


당황해 하는 현과장을 향해, 주변에서 일제히 목소리를 올리는 사람들. 각각의 자리에서 일어난 커플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매서운 눈초리를 탑재한 채로.


“현과장, 현과장은 지금 이 선택이 맞다고 생각해?”


나긋한 목소리. 이 목소리를 내는 건 다름아닌 수진이었다.


“남자답게, 미국 가지 마라. 나와 같이 살자. 여기서 함께 꿈을 일구자. 뭐 이런 멘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내 인생만 중요한 건 아니잖아.”


현과장의 담담한 대답에, 수진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대단한 연예 호구 납셨네.”

“나도 바보는 아니야.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지.”

“그럼 뭐? 찐한 하룻밤이라도 즐기려고?”


진지한 표정의 현과장을, 음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수진. 하지만, 현과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가... 찰 거야.”

“뭐? 현과장이 찬다고?”


수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이 선택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데.


“현과장이 더 많이 좋아했잖아. 그런데 당신이 찬다고?”

“말했잖아. 난 바보가 아니라고.”

“뭐 자존심이라고 지키겠다는 거야?”


수진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였다. 다른 누군가에게 몸의 제어권을 빼앗겼지만, 그 안에는 아직 수진의 정신이 온전히 남아있는 듯 했다.


“이민이라는 게, 쉽게 정해지는 일이 아니잖아. 여러 번 가족의 의사를 묻고, 또 확인하고, 준비하는 서류는 또 얼마나 많겠어.”

“그건 현과장이 상관할 일이 아니야.”


수진의 눈동자에서 또르륵 흐르는 눈물. 현과장은 애써 모른 척했다. 굳게 먹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수진이는 나 좀 데리고 놀다가 미국 들어갈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야. 난 저런 애한테 마음 줄 생각 전혀 없어. 그러니까, 그 반지는 이별 선물이야. 이별 선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내가 모르는 줄 알아, 현과장? 당신의 상황을 내가 모르는 줄 아냐고!”


눈물로 화장이 지워진 채로, 수진은 강렬하게 그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녀의 울부짖는 목소리에도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는 현과장. 이내 현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가면, 이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아?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아냐고?!”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수진이의 선택이지.”


그래도 현과장은 카페를 등지며 걸음을 움직였다.




착잡함이 끝나질 않는다.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이렇게 그녀를 두고 온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확신은 없었다. 확신은.


“잘했습니다, 멍!”


그런 그에게로 다가온 건 바로, 루프. 그는 대견스럽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용케 올바른 선택을 하셨네요, 멍!”

“그냥 기억대로 했을 뿐이야, 루프 씨.”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한 이별도 있겠지만, 현과장의 경우는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양쪽 다 마음이 남아있었던 상황이었으니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악역을 자처해야만 했다. 좋던 싫던 누군가는.


“끝까지 마음 안 바꾸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멍!”

“그런데, 만약 내가 수진이를 붙잡았으면 어떻게 됐어?”

“단순합니다, 멍! 수진 씨는 죽었습니다, 멍! 자살입니다, 멍! 이민 하루 전에.”


현과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그 한 가지 만으로도 현과장은 안심이 되었다. 비록 이 곳이 테스트 현실이긴 했지만.


“매 순간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건 무리입니다, 멍! 하지만 현과장은 매번 그러셨습니다, 멍! 그래서 모두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멍!”

“군시절 회귀는 실패했는데?”

“튜토리얼 실패는 노 카운트입니다, 멍!”


루프의 말이 끝나자, 점차 주변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20대의 육체도 공간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큼은 결코 부서지지 않았다. 그의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정, 그리고 그날의 추억만큼은.

잠깐,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잖아?




“오! 정신이 드냥?!”


누워있는 현과장을 중심으로 뱅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 그 중 제일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역시나 어흥선생이었다.


“어땠냥?”

“잘 넘겼어. 루프 씨 덕분에.”

“아오~!”


루프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덕분에 거실 가득히 날리는 개털, 아니, 늑대털. 모두가 손으로 털을 치우느라 야단이었지만, 그래도 루프는 아랑곳없이 꼬리를 당차게 흔들었다.


“제정신이야? 시간의 번견이 현과장을 도왔다고? 그럴 리 없잖아! 그럴 리 없다고!”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그는 루프가 현과장을 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치 시간의 번견에 대한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정말 도왔는데. 기록관으로부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옳은 선택? 그게 뭐냥?”


어흥선생의 물음에, 현과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랄까.”

“도통 모르겠다랄까나.”

“늙은 사람 특. 쉬운 말을 어렵게 설명함.”


채야와 우유나의 말에, 현과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뽀송뽀송한 20대였어! 왜 이래?”

“늙은 사람 특, 20대였던 거 자랑함. 젊은 사람 특, 여전히 20대.”


현과장은 반박할 수 없었다. 무슨 말만 하면 우유나가 늙은 사람으로 몰아 부칠 게 뻔했으니까.


“아무튼! 이번 회귀 시험은 잘 헤치고 돌아왔으니...”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릴 합니까?”


현과장이 거실에 앉아있는 모두를 해산시키려던 바로 그때, 발밑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현과장만 들어봤던 그 목소리가.


“누구냥! 정체를 밝혀라냥!”

“어흥선생, 우린 당신에게는 볼 일이 없습니다.”


순간, 어흥선생의 발밑에서 강력한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어흥선생의 발밑을 향해 모래시계를 던지는 갓패치. 새어나오던 불빛이 순식간에 모래시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호라, 그렇게 나올 겁니까? 로데인?”

“제정신이야? 이제 로데인이 아니라, 갓패치다, 갓! 패! 치!”


갓패치의 본명을 들은 현과장은 놀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야? 갓패치가 본명이 아니었어?”

“제정신이야? 누가 본명으로 살아? 그럼 현과장은 현과장이 본명이야?”

“아니, 그건 아닌데...”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으며 채야와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도 본명이 아니랄까나.”

“나도 본명은 따로 있다냥.”


당당하게 대답하는 두 어르신. 그런데, 단 한 명만이 이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있었다.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모두를 바라보는 단 한 사람. 그녀는 못마땅하다는 듯 이내 시큰둥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 놓았다.


“난 본명인데요, 우유나 마샤.”

“볼모는 볼모답게 본명을 쓰도록 하자.”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유나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현과장. 그는 마무리 일격으로 우유나를 향해 멋쩍은 미소를 보여줬다.


“늙은 사람 특, 늙었음.”

“야! 넌 뭐 안 늙어?! 이 변태 용자가!”


끝내, 분노를 못 참고 울분을 터뜨리는 현과장. 마침 20대를 경험하고 왔던 터라 무척이나 예민해져 있었던 그였기에,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오호, 그래? 현과장 젊어지고 싶은 겁니까?”


이런 현과장의 마음에 일어난 작은 균열을 용케도 잘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 기록관. 그는 이내 물리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는데...


“젊음, 그걸 돌려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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