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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3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02 1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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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85. 진실

DUMMY

인간 체스의 우승자가 현과장이라는 그녀의 말에, 거실의 모두는 실소를 금하지 못 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금 인간 체스의 우승자가 현과장이니까.


“내가 현과장인데 무슨 현과장!”

“진짜 현과장이라고요! 인간 체스 우승자는!”

“내가 진짜인데 누가 진짜라는 거야? 도대체?”

“글의 주인! 작가! 현지인 과장이요!”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기록관이었지만, 한결같이 그녀를 무시했다. 단 한 사람, 현과장을 제외하고는.


“내 본명을 알아? 어떻게?”

“그야 진짜 현과장이 말해 줬으니까 알죠!”


당황한 듯한 현과장의 반응에, 그제야 거실 안의 사람들은 기록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그녀가 말하는 진짜 현과장은 어떤 사람일까.


“저기요, 여기 계신 사람들,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죠? 모를 거예요, 당연하죠. 얼굴도 몸도 목소리도 전부 바뀌었는데 어떻게 알아요?!”


서운함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 이내 그녀는 얌전히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우유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쟤라고요. 우유나 마샤. 저 변태 메이드의 미래라고요!”

“제정신이야? 기록관 당신이 이 노예의 미래라고?”


서서히 일그러지는 갓패치의 얼굴. 마치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시간 여행은 함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건 오직 신만이...”

“당신들이 말하는 신이 되어 버렸다고요. 미래의 현과장이...”


착잡하게 떨어지는 기록관 우유나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멈춰지자, 모두의 시선은 천천히 한 사람을 향했다. 거실 구석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사람에게로.


“내가? 정말? 신이 된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명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의 루프(loop)였다.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런 설정을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이번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직접 원더랜드의 마지막을 알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어야 했다. 고만이 등장할 이유도, 현과장이 우승자가 될 까닭도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야? 맛있냐?”

“네! 무척 맛있습니다!”


지금 누가 뭘 맛있게 먹고 있냐고?

누구긴 누구야. 혼자만 알아야 하는 정보를 팔고 스페셜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인간이지.


“기밀 발설로 내 앞에 끌려왔으면서도, 그게 목 뒤로 넘어가냐?”

“얼마 만에 가지게 된 육체인데요! 당연히 넘어가지!”


넓고 넓은 우주 한복판에서,

온갖 능력을 써가며 찌개 냄비 온도를 유지한 채,

오로지 음식에만 매달리고 있는 꼴통 조수, 우유나.

정말 하등 쓸모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버텼다. 그 길고 긴 암흑기의 시작부터 여기까지.


“너 지금 많이 바뀐 거 알아?”

“제가요? 그럴 리가요.”


우유나는 루프 속의 내 자신을 만난 이후, 꽤 많이 바뀌었다.

감정을 숨긴 채 일에만 몰두했던 그녀. 고통과 슬픔을 다른 무언가로 잊으려고 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 비극이 시작되기 전으로.


“이번이 몇 번째 루프지?”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10억 언저리에서 세는 걸 멈췄는데.”


말투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이 싸가지 없는 말투가 그리웠는데. 아, 그렇다고 해서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운 것과 듣고 싶은 건 별개의 문제니까.


“우유나, 여전히 지금의 현과장은 세상을 돌려놓을 확률이 없어?”

“네. 전혀요. 아직도 제 관측으로는 0으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확률은 0이지만, 확실히 그는 바꾸고 있었다. 나도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난 내심 그를 믿고 싶었다. 아니 믿고 있었다.

나를 이 지옥으로부터 구원해 주길.


“그거 다 먹으면 예정대로 초기화 시켜.”


나도 결심을 해야만 했다.

이건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또 마지막 시련이다.

언제나 내가 예상한 것 그 이상으로 선전해줬던 현과장.

이번에도 믿는다. 루프 속의 내 과거야.




“아니! 냄비 채로 가져가면 어쩌자는 거야?”

“어쩔 수 없다! 멍! 이건 기밀을 발설했기에 긴급으로 소환당한 거다! 멍!”


거실에서 한가로이 호떡을 뜯고 있던 루프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미래의 내가 저런 모습이라니.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역시나 쇼크네.”

“우유나, 알고 있었어?”

“당연하죠. 나 와 같은 변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는데.”


우유나의 말에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기록관이 정말 그런 모습을 보였던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런 보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모릅니다. 이건 오직 변태만이 느낄 수 있는 거예요. 그것도 일류 변태!”


우유나는 일류 변태인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이내 고개를 젓는 현과장. 도대체 천재라는 족속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반인 같다가도 한순간에 저리 이상하게 변해버리니까.


“그럼 내가 우승했으니. 내가 바로 원더랜드의 파괴자... 이건 너무 간 거 같은데. 내가 예언의 파괴자라면 그냥 파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현과장, 인생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거였냥? 잊었냥? 지난날들을?”


호떡을 뜯고 있던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생각한 대로 된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매 순간이 선택과 애드리브의 연속. 그들은 지금도 무슨 일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터져 나갈지 감도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사라지면 원더랜드는 멀쩡하지 않을까?”

“제정신이야? 죽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죽여? 마력의 샘물을 그렇게 처먹고 신의 방패까지 있는 사람을.”


현과장의 말을 딱 잘라 반박하는 갓패치.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마음은 동료이자 가족인 현과장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원더랜드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준 고마운 존재이니까.


“그럼 그냥 강원랜드로 갈까? 거기에 가면 일단 원더랜드에는 없는 게 되잖아.”

“누가 받아 준데요? 아빠가? 원더랜드의 재앙인 현과장을? 올해 들어 제일 재미있는 소릴 하시네.”


우유나는 핀잔 아닌 핀잔을 주더니, 이내 호떡을 입 안으로 가지고 갔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현과장.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그의 잔뜩 화가 난 눈동자가 우유나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이런 생각 없는 말에 발끈하시면, 큰일 납니다. 정말 큰일이 난다고요.”


현과장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그의 머리 위에는 기록관 그녀, 미래의 우유나가 두둥실 떠 있었다.


“뭐야, 왜 왔어?”

“왜긴요. 그릇 반납하러 왔지.”


거실로 내려와 탁자 위로 냄비와 그릇들을 살포시 올린 그녀는,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예정대로 초기화가 진행 될 거예요.”

“초기화라면?”

“말 그대로 초기화. 현과장이 원더랜드에 오는 것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현과장은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탈출 프롬 따르코프도 아니고, 이렇게 하드 리셋을 시킨다고? 원더랜드가 무슨 게임 서버 이름인줄 아나?


“무슨 하드 리셋이야? 그게 말이 돼?”

“이 방법만이 원더랜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난 인정 못해! 니끼타 나와! 니끼타!”


현과장은 천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해서, 따르코프 제작자 이름을 부르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여기는 원더랜드인데.


“니끼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현과장님이 전하라는 말씀을 전부 전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전하라고 했는데?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쪽 말고, 진짜 현과장이요!”

“내가 진짜야! 내가! 내가 오리지널이라고! 아이 엠 디 오리지널!”


오리지널? 오리지X 하는 소리 하고 자빠지셨네. 내가 오리지널이다. 내가.


“어! 현과장. 현과장이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냥.”

“누가? 누가 그래?!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내가 그런다! 내가!”


어쩔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등장하는 수밖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내 못습에, 사뭇 놀라는 거실 안의 사람들. 원더랜드의 현과장을 비롯해 귀여운 리코와 키토. 그리고 항상 그리운 그 동료들도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진짜... 나 잖아...”


현과장은 날 넋이 나간 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만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곧 시간의 루프가 다시금 돌아갈 테니까.


“우선, 현과장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네. 고맙다고 말하고도 싶고.”

“미안할 것도 고마워 할 것도 없는데?”


현과장은 내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긴 이런 반응이 정상일 것이다. 지금 무척이나 혼란스러울 테니까.


“처음에 우리의 관계는 연기자와 작가의 관계로 시작됐어. 난 길을 만들어 주고, 당신들은 그 길 위를 서서히 걸어 나가가고. 현과장도 어흥선생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줬다고.”


그래, 분명히 잘 해줬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잘한 나머지, 진짜가 되어버렸으니까.


“난 진짜를 원하진 않았어. 당신들은 내가 만든 세계를 여향하면서 답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고. 진짜를 완성시킬 답을”


사실이다. 난 답만을 원했다. 방법만을 원했다. 원더랜드를 지킬 수 있는, 내 소중한 동료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만을.


“무슨 답? 뭘 원한 건데? 현과장? 아, 이거 이상한데? 꼭 거울보고 말하는 거 같잖아.”


현과장의 말대로 꼭 거울을 보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미 이 사람들은 내가 만든 연극배우가 아닌, 진짜 인물이 되어버렸다.

진짜 현과장. 잔짜 어흥선생. 진짜 키토와 리코.

모두가 진짜다. 마치 내가 가짜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두를 살릴 방법.”


내말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숙연해지는 거실의 분위기.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원더랜드는 이 시간을 기점으로 붕괴하기 시작해. 이유? 나도 몰라. 그걸 찾으려고 이런 루프를 만든 거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나? 나는? 갓패치는? 어흥선생은? 미우는?”


채야의 질문에 난 한동안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붕괴를 막아보려다가 힘이 소진돼 같이 빨려 들어갔어. 나를 제외한 전부 다.”

“나도요? 저기 저렇게 있잖아요?”


우유나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에도 조금은 망설였다. 이 말을 전하는 게 그녀의 혼란을 더욱 야기할 것만 같아서.


“반쯤 남은 육체를 내가 수습한 거야. 그 자리에서 도망치면서.”

“도망쳐요? 모두를 남기고 혼자서?”


그녀의 잔뜩 화가 난 시선이 느껴졌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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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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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3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 185. 진실 23.09.02 23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3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1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8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3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19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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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4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2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7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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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6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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