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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9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30 10:0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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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DUMMY

수많은 창과 화살을 맞으면서도 담담하게 스테이지 위에 서 있는 여왕.그녀는 강렬한 눈빛으로 스테이지 위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한 적의와 살기가 가득한 그녀의 눈빛.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목숨을 앗아갈 것만 같았다.


“여왕님이십니다! 여왕님의 등장이십니다!”


여왕의 등장에, 더욱 열기가 뜨거워진 경기장 안. 그리고 그 열기만큼이나 진지한 두 사람의 눈빛. 그렇게 그를 노려보던 여왕은 이윽고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죽어줘야겠습니다만.”

“난 죽을 수 없는데. 무슨 개소리지?”


여왕의 등장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아는 사람. 그는 여왕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채, 다시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의 발밑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얼음 가시. 날아오는 투사체들에 비해, 여왕이 만든 얼음가시는 그에게 적잖은 타격을 주는 듯했다.


“오호라, 이렇게 나오시겠다?”

“원더랜드를 지키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만.”

“그런데, 이 정도로 내 앞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하지만, 여왕의 공격에도 여전히 앞을 걸어가는 아는 사람. 얼음 가시가 그에게 상쳐를 내긴했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다. 살짝 긁힌 정도 일뿐.


“더는 갈 수 없습니다만!”


다급해진 여왕은 자신의 온 힘을 쏟아넣은 일격을 준비하려고 했다. 예전, 은빛 화염으로 타들어가는 숲을 단 번에 잠재운 그 일격을.


“제정신이야? 여기 모두를 얼려 죽일 참이야?”


바로 그때, 그런 그녀를 향해 적잖은 핀잔을 주는 목소리. 익숙한 그 목소리에, 여왕은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켜라냥. 이젠 우리가 하겠다냥. 단일 공격은 내가 우위다냥.”


어느새 여왕의 앞을 막고 선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 뒤로 채야와 현과장 그리고 우유나가 꼬리를 이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만.”


여왕은 고집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필살기를 꺼낸 현과장, 그의 말을 들은 미우는 이내 그녀의 생각을 달리했다.


“저기 호떡 가지고 왔어. 가서 먹어.”

“아, 그럼 내려갑니다만.”


원더랜드의 존망보다 호떡이 존맛인 걸까.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호떡을 향한 그녀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 보다 가벼운 것을 보면.


“이제 내가 상대다냥. 각오해라냥.”

“오호, 그때의 빚쟁이들이 여기 다 모였군.”


빛쟁이라는 말에, 갓패치와 어흥선생은 고개를 기울였다. 빚쟁이라고? 누가? 우리가?


“우리 만난 적이 있냥?”

“행복한 삶에 약속까지 잊은 건가, 어흥선생?”


인상을 찌푸린 그는, 이내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두 눈이 휘둥그래지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 중에서 제일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우유나였다.


“아, 아빠?”

“오, 우유나. 잘 지냈냐? 아빠는 지금 좀 바빠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후드를 벗자,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 중후한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더욱 환호하며 열광했다. 역시 외모가 전부란 말인가. 쳇, 외모만 중요시하는 더럽고 치사한 세상! 쳇쳇!


“나, 고만 마샤. 약속을 받으러 왔다.”


고만은 두 눈을 부라리며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뭔가 꽤 많은 사연이 있었던 것만 같은 그의 눈빛, 하지만 현과장은 그런 고만의 감정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왜 본인이 직접 오냐고요?”

“당연한 거 아님? 내가 받은 약속인데, 내가 와야지. 다른 얘들이 와서 내 몫까지 호떡을 먹으면 어떡하려고.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고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더니,


“나이 먹으면 인내심이 떨어져. 알아? 네가 나이 먹는 괴로움을 아냐고?”

“아니, 나도 나이는 먹거든요? 누가 들으면 혼자만 나이 먹는 줄 알겠네.”


곧바로 나이 어필을 시작한 고만. 하지만 그냥 그렇게 당하고 있을 현과장이 아니었다.


“가서 기다리세요. 내가 간다니까.”

“언제? 언제 올 건데? 약속을 지켜, 지키라고!”


여기서 모르는 이들을 위해 잠깐.

고만이 말하는 약속이란, 예전 현과장이 고만에게 조언을 얻을 때 한 약속으로, 일주일간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돕기로 한 일을 말한다. 이미 지나간 회차를 찾아가며 무슨 일이었는지 열람하지는 말도록 하자. 조회수가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이니까.


“일을 끝내고 간다고요! 아직 안 끝났어요!”

“선거는 이미 끝났잖아! 내가 모르는 줄 알아? 이미 다 알아 봤다고!”


고만은 더욱 열을 올리며 현과장의 말에 반박했다.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고만 마샤. 그를 바라보고 있던 모두는 어쩔 수 없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미안하다냥. 원더랜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냥.”

“현과장이 원더랜드의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고만. 여기서 그의 오해를 풀기 위해 누군가가 예언에 대해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그 누구도 예언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예언 자체를 잊은 것처럼.


“원망하지는 마라냥.”

“그쪽도.”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어흥선생과 고만. 이어서 그들의 주먹과 발이 서로의 급소로 향했다. 하지만, 전혀 닿지 않는 그들의 공격들. 단 한차례의 유효타 없이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체력만을 소모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대단하다냥.”

“그쪽도 좀 치네.”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금 주먹을 겨뤘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염두해 둬야 할 사실은,

어흥선생이 경기장에 오기 전 김치찌개를 무척이나 많이 먹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지금 엄청나게 많이 몸을 움직였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움직이면...


[뿌~웅?]


그래, 장운동이 활발해 진다는 것.

순간, 어흥선생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고만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적중해서? 아니다.

그럼 발이 적중해서? 당연히 아니다.

이유는 단순했다. 신호가 왔다, 조금 전 방귀를 시작으로.


“자, 잠깐이다냥!”


엉덩이를 손으로 틀어막은 어흥선생은 그대로 스테이지를 내려갔다. 이어서 앞뒤를 보지 않고 화장실로 달려간 어흥선생. 그의 어이없는 퇴장에 현과장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아니, 이러려고 많이 처먹은 거야?”

“제정신이야? 아직 벌크 업 전이었다고. 어흥선생이 준비만 되면 저런 잔챙이는 아무 것도 아닌데.”

“준비만 되면? 그냥 비만 고양이가 된 거 같은데.”


그의 발언에, 순간 얼어붙은 경기장의 분위기. 하여간에 늙다리 꼰대 아니랄까봐 이렇게 티를 내는 현과장. 그런 개그는 지갑을 열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


“아, 예전에 부장님은 좋아했는데.”

“제정신이야? 헛소리 그만하고, 이제 현과장이 나설 차례야.”


갓패치는 머쓱해하는 현과장을 앞으로 슬쩍 떠밀었다. 그러더니, 이내 밑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현과장은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어흥선생이 못 이긴 상대를 나보고 이기라고?”

“제정신이야? 나랑 채야는 광범위 전체 마법이라고. 좁은 스테이지 위에서는 쓸 수 없단 말이야.”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신을 떠밀어? 아무런 공격 능력이 없는 자신을?


“자, 잠깐! 이렇게 경기에 난입하는 건 반칙이잖아, 안 그래?”

“그건 이미 내가 다 정리했습니다만. 원더랜드의 주인들은 난입이 가능합니다만.”


원더랜드의 주인이라고? 현과장은 여왕의 말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원더랜드의 주인이라면 갓패치 혼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주인‘들’ 이라고? 설마 그렇다는 건...


“혹시 색깔의 주인도...”

“맞습니다만.”


호떡을 양손에 쥐고 행복한 미소를 짓던 여왕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젠장. 난 붉은색의 주인이잖아...”


현과장은 난감한 표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어흥선생과 갓패치 그리고 채야를 믿고 벌인 일이었는데, 이렇게 전부 자리에서 도망을 치다니. 정말이지 눈앞이 깜깜했다.


“저, 지금 같이 가드리면 기권 하실 겁니까?”


현과장이 이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다. 하지만,


“아니. 처음에는 그랬지만, 이젠 욕심이 생겨서. 이 경기를 우승하고. 널 우리 강원랜드의 호떡 주방장으로 만들겠다, 반드시.”


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어쩔 수 없이 고만을 상대해야만 하는 현과장. 불사조의 재킷을 쓸 순 있겠지만, 대참사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다고 은화를 쓸 수도 없다. 은화는 고만이 만든 단검이니까. 그렇다면, 이 순간에 현과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고만 마샤! 당신 이거 알아?!”

“뭐 말이지?”

“당신 딸! 우유나는 매일 같이 내 이런 저런 요구에 답을 해줘야만 하지! 이런! 저런! 요구 말이야!”


바로 분노를 유발해 상대방이 실수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당장 아무런 대책이 없던 현과장이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정말이냐, 우유나...”


충격을 받은 듯 멍한 눈빛으로 우유나를 바라보는 고만. 현과장의 잔머리가 그에게 통한 듯했다. 그래 그렇게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렇긴 한데요.”

“아빠, 감격이다. 너와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았구나...”


이윽고 고만의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눈물. 분노의 눈물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눈물은 다름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아니, 아빠잖아! 아빠는 그러면 안 되지!”


아버지가 되어서 딸의 변태적인 취향을 바로 잡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응원을 하다니. 현과장은 날 선 반응을 보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한 아버지지. 딸의 모든 것을 존중하는. 심지어 특이 취향까지도.”


너무나도 담담했다.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고만의 얼굴. 정말 참된 아버지의 얼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일까. 관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 고만의 이름. 아는 사람이라고 불렸던 그는 어느새 고만 마샤라는 그의 진정한 이름으로 힘차게 불리우기 시작했다.


“고만 마샤! 마지막까지 힘내 주세요!”

“고만 마샤 파이팅!”


사방에서 고만을 향한 응원이 들려왔다. 심지어,


“나도 저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같다랄까나?”


같은 편인 채야 마저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가식인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우유나는, 같지도 않다는 듯 고만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여간 저 소시오패스.”


우유나가 고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내뱉어 보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내 관중들의 함성에 가려지고 말았다.

등장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모두의 환호를 받았던 현과장과 일행들. 하지만 현과장만 남은 이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현과장을 응원해 주고 있지 않았다.


“그러게 단어 선택을 잘 했어야지. 단어 선택을.”


그의 말을 들은 현과장은 순간 생각이 멈추고 말았다.

아뿔싸. 고만을 도발하기 위해 꺼냈던 말들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와 버린 상황. 실수였다, 너무나 큰 실수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현과장의 눈빛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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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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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7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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