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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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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8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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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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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75. 또다시 회귀?

DUMMY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히 지키고 싶지.”


당연한 질문에 이은 당연한 대답.

세상에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존재하긴 한 걸까. 뭐,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당연한 선택일 게 분명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세상에는 일반적인 사람들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마음 절대 변하지 않길 바랍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 뭔가 일어난다는 거야?”


현과장은 곧바로 기록관에게 되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에게 흘려보낼 뿐.




한편, 여왕의 서신을 받은 성밖마을TV 방송국은 난감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인간 체스」의 폐지 결정. 당장 후속 프로그램은커녕 당장 이번 회차도 아이디어도 겨우 짜내고 있던 방송국은 당장 여왕에게 달려가 사정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무리 여왕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유서 깊은 프로그램을 단번에 폐지시킨다고?”


담당PD같은 남자는 시종이 전해준 서신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런 그때, PD의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오는 한 여성. 등판에 「키토 리코 퇴출 위원회」 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자의 앞에 멈춰섰다.


“여왕 폐하의 명령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마래 아나운서! 지금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야? 우리 프로그램에 밥줄이 달린 식구들이 얼마인데!”


남자는 이를 바드득 바드득 갈며 나마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PD님, 생각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닙니까? 언제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프로그램 만든 적 있어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지.”


현실이라는 폭탄을 그대로 그에게 들려주는 나마래. 덕분에 분노가 하늘을 찌르던 그는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까라면 까야죠. 우리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맞아, 나 아나운서 말이 맞다고. 까라면 까야지.”


분노를 거두고 현실을 직시하기로 마음을 먹은 PD는 노트에 적어놓았던 이번 주 인간 체스 아이디어를 살포시 지웠다.


“그럼 이제 어쩌지? 특별 방송이라도 내보내야 하나?”


준비하지 않고 있던 방송국 입장에서는 몇 달이 걸릴 지도 모르는 차기작 준비를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방송시간을 메꿔야 하는 상황. 그 중 제일 난감한 것은 바로 인간체스의 담당PD, 바로 자신이었다.


“아, 미치겠네.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뭔가 좋은 방법이라고 있는 것일까. 나마래는 그의 귓가에 뭔가를 나직이 속삭였다. 그러자, 마치 대단한 방법이라도 들은 듯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담당PD. 그는 내려 놓았던 아이디어노트를 들더니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 아나운서! 괜히 간판 아나운서가 아니야!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맙다고!”

“별말씀을요.”


그렇게, 고맙다는 말만 남긴 채, 나마래의 앞에서 사라지는 담당PD. 그가 사라지자, 나마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싹트었다.


“이번에는 절대 모두 내쫓고 말 거야. 반드시!”




“그럼 가실까요?”


호떡 접시를 내려놓은 기록관 그녀는, 살며시 현과장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 순간,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들. 어흥선생의 입이 이 모습을 직시하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안 된다냥! 그건 안 된다냥! 현과장과 단 둘이 가는 건 안 된다냥!”

말을 마치자마자 현과장을 향해 달려오는 어흥선생. 그러나 제일 먼저 현과장을 향해 달려 온 건 키토와 리코였다. 기록관의 앞을 가로막은 두 귀염둥이는 다부진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치 맹수에게서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의 모습처럼.


“이건 현과장이 겪으셔야 할 일입니다.”

“의미 없는 일이다냥! 회귀를 경험한다고 뭐가 달라지냥?! 달라지는 건 없다냥!”

“그래요.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바로 당장은.”


그녀는 어흥선생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현과장의 손을 다시 잡아 끄는 그녀. 리토와 키토가 힘차게 그녀의 손을 밀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두 귀염둥이가 어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누군지 몰라도 사람 참 힘들게 만든다랄까나.”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던 채야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내었다. 양 손에 하얀 불꽃을 일렁인 채로.


“우리도 나름 원더랜드를 지키는 주인들이랄까나. 그런데, 이렇게 비참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건 어떤 경우?”


어느새 사라진 말 꼬리. 그녀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일렁였다.


“지금 비참하고 초라하십니까? 그건 진짜 비참하고 초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녀의 담담한 시선이 채야를 향했다.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여인. 그 누구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채야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결연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죽음이라도 불사한 것처럼.


“Why So Serious! 아니, 뭐가 그렇게 심각해? 그냥 잠깐 다녀오는 거잖아.”


그 순간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 이어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그녀들 앞에 서는 목소리의 주인공. 그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군대에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현과장, 그건 지금 맞지 않다냥. 이건 충분히 피할 수 있다냥.”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현과장의 노력을, 단번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어흥선생. 아니, 눈치 없는 것도 무슨 전염병인가? 갑자기 어흥선생이 왜 이런 눈치없는 행동을 하는 걸까. 현과장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분위기 좋았는데! 어흥선생, 망치지 마!”

“현과장 현과장은 여자를 너무 모른다냥. 그런 3류 개그로 여자들의 화가 풀릴 거라고 생각하냥? 현과장이 왜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지 알겠다냥.”


되로 주고 말로 받아버린 현과장. 큰 욕설도 없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것일까. 그건 그렇고 왜 가만히 글쓰는 나한테 까지 광역 데미지가 들어오는 건데? 왜 나까지 이렇게 아파야 하는 거냐고. 아, 잠깐 눈물 좀 닦자.


“이 참에 배워라냥. 여자들 싸움은 이렇게 해야한다냥.”


여자들 싸움을 말리는 방법이라고? 현과장은 두 눈을 번뜩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손에 두 개의 작은 컵을 들고 나타난 어흥선생. 그 컵 안에는 형광 초록빛의 무언가가 가득 담겨있었다.


“자, 이거 먹고 화들 풀어라냥.”


단 1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대로 두 여인들에게 컵을 내민 아흥선생. 그의 얼굴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미소가 가득 피어있었다. 그런데,


“지, 지금 이게 뭡니까?”

“이게 뭘까나?”


부들부들 눈동자를 떨어가며 컵의 내용물을 바라보는 그녀들.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컵을 들고 온 당사자인 어흥선생이 이 사실을 눈치 챌 리 없었다. 미우, 아니 여왕에게 전염된 듯 눈치를 밥 말아 먹었으니까.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복부와 얼굴을 강타하는 두 여인. 그녀들의 얼굴에는 작은 분노가 도사리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는 걸까나?! 나한테 장난하는 걸까나?!”

“아니, 현과장의 호떡도 아닌 이런 걸 눈앞에 내민다고요? 제정신입니까? 휴먼?!!”


아무래도 채야와 기록관은 반민초파였던 모양이었다. 이 사실도 모른 채 회심의 아이템이라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온 어흥선생. 어쩌면 맞아도 싸다. 싫어하는 음식을 강요하는 건 큰 죄악이니까.


“오! 저런 방법이 있었네! 서로를 향한 어그로를 자신에게 돌리는... 마치 광역 도발처럼!”


그리고 이 행동을 잘못 이해하는 한 명이 있다.

현명하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라고.

천재라고 하기엔 나사가 많이 빠진 한 명. 바로 현과장이.

현과장, 그거 광역 도발 아니야. 그냥 어흥선생이 바보 짓 한 거라고.


“아무튼! 현과장은 지금 가야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를 내던진 기록관은 그대로 현과장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만 현과장. 그렇게 그는 또 한 번 회귀를 경험하기 위해 테스트 현실로 이송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불행히도 현과장이 이송되려던 바로 그때 문제가 발생해버리고 말았는데...


“앗! 안 된다냥! 거기로 가면 안 된다냥!”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현과장이 사라진 곳 근처로 달려온 어흥선생. 현과장을 향한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완전 다른 진한 안타까움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단순히 현과장이 걱정되어서? 아니다. 아무리 브로맨스가 대세라고 해도 난 그런 걸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슨 일 때문일까.




“아니 여긴 왜 따라 온 거야?”


눈을 뜬 현과장은 자신의 품 안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신의 품 안에서 공포를 가득 느끼며 오돌오돌 떨고 있는 리코와 키토. 둘을 향한 반가운 마음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오! 현과장 일어났냐능!”

“현과장, 이제 일어남.”


순간, 현과장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들린다. 둘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빛과 행동으로만 교감했던 두 귀염둥이가 이제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세상이면 살만 할지도 모르겠는데?


“현과장! 우리 무서웠다능!”

“나, 무서움.”

“키토님, 리코님 많이 무서웠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의 말을 되물어본 현과장, 그러자, 그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건 환청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상황이다.


“오! 둘 다 따라온 겁니까? 멍!”


현과장이 눈을 뜨자,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온 거대한 늑대, 루프. 그 거대하고 듬직한 덩치는 두 귀염둥이의 마음에 작은 안정감을 안겨다 주었다.


“루프 씨! 어디 갔었냐능! 나 무서웠다능!”

“루프, 미움.”


제대로 삐친 것인지, 리코와 키토는 루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주변 단속을 하고 왔습니다, 멍! 위험이 있으면 안 되니까, 멍!”

“오! 그런 거면 인정이라능!”

“나, 루프 안 미움.”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단순하다고 해야 할까. 루프의 말을 들어본 리코와 키토는, 현과장의 품에서 벗어나 루프의 복슬복슬한 등에 올라탔다. 하긴 현과장의 품보다는 루프의 등이 안락하겠지.

두 귀염둥이가 현과장의 품에서 떨어지자, 현과장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실에 널브러진 구호물품과 혼자 열심히 지껄이고 있는 TV.

그리고 현관을 제외하고 활짝 열린 집 안의 모든 문들.

그래, 여기는 바로...


“여긴 내 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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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2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8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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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19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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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5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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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2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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