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1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06 10:00
조회
23
추천
4
글자
11쪽

189. 사릉과 전쟁

DUMMY

“일시적이라도 효과가 있었다고?”

“일주일이요.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이 정신을 잃기 전까지.”


무려 일주일이라는 말에, 현과장은 더욱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래, 어쩌면 이 방법이 먹일 지도 모른다. 그는 웬지 모를 자신감에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그래! 그렇다면 이 방법이 먹힐 거야!”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제각각이었던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현과장을 향했다.


“내 「신의 방패」 능력을 원더랜드에 이식하는 거지!”


너무나 자랑스럽고 자신감 넘치게 목소리를 드높이는 현과장. 하지만 듣고있던 모두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지 않았다.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진즉 썼겠지요? 안 그래요?”

“그건 기록관 노예의 말이 맞다냥. 능력을 이식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냥.”


기록관 우유나와 어흥선생은 딱 잘라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힘든 일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 그럼 도전해 봐야지!”


더욱 목소리를 드높이는 현과장. 여기서 조금만 더 크게 말하면 해인이 엄마가 또 달려올 정도였다.


“그래. 일리 없는 말은 아니야. 오래간만에 현과장이 제정신인 말을 했군.”


게다가, 현과장의 말에 동조하더니 미소까지 짓는 갓패치. 그도 뭔가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뭐든지 떨어뜨려주는 곳이 있다. 아무리 철썩 같이 붙어있어도 단번에 잘라 내버리는 곳이지.”


갓패치의 얼굴에 천천히 감도는 아련하면서도 쓸쓸하고, 담담하면서 안타까운 미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그가 왜 그런 미소를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만남과 헤어짐의 세계, 바로 「사릉가즌쟁」이다!”




「사릉가즌쟁」

원더랜드에서도 한 참이나 떨어진 아름답고 잔혹한 별.

이 곳은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어지고, 또 수만 명이 헤어지는 별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여긴, 2주의 조정기간만 지나면 자웅동체인 지렁이도 갈라내주는 곳이지.”


처음에는 이런 갓패치의 말이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졌었던 현과장이었지만, 그의 차원문을 통해 보게 된 사릉가즌쟁의 풍경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번화한 대로 한복판에서도,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절대 좋지 않는 남녀커플.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마치 한편의 UFC를 연상할 정도로 멋지게 싸우는 두 여자.

그리고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세상 떠나갈 정도로 펑펑 우는 동성 커플까지.

그야말로 아비규환. 사릉가즌쟁의 사람들은 정말로 사랑과 이별에 진심인 듯이 느껴졌다.


“차원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차라리 원더랜드로 돌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나?”


차원문이 열리는 것을 보자, 채야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제정신이야? 그냥 이렇게 가서 뭘 어쩔 건데? 그냥 원더랜드가 붕괴될 때까지 그저 희희낙락 기다리자는 거야?”


그런 그녀의 생각을 단번에 가로막은 갓패치. 그의 눈빛은 단호하고도 또 날카로웠다.


“지금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우선은 현과장의 의견대로 행동한다. 일단 「신의 방패」를 현과장에게서 떼어놓는 거야.”

“떼어 놓은 다음에는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데요”


핵심을 찌르는 우유나의 질문에, 그만 말이 막혀버린 갓패치. 그러자, 어흥선생이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냥. 여긴 헤어짐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만남의 나라이도 하니까.”

“무슨 방법이 있는데?”

“바로 운명의 붉은 동아줄이다냥!”


현과장의 물음에 어흥선생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운명의 붉은 동아줄? 그게 도대체 뭘까?


“붉은 동아줄? 그게 뭔데?”

“혹시 운명의 붉은 실이라는 걸 들어봤냥?”


어흥선생은 모두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운명의 붉은 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뭐, 간단히 설명하면, 「인연은 붉은 실로 이어져있다.」 뭐 이런 이야기인데. 도대체 이 이야기와 원더랜드의 존망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붉은 실은 원래 붉은 동아줄이 변형 된 이야기다냥. 이건 정말 무서운 물건이다냥. 모든 것을 다 묶어 버린다냥!”


모든 것을 묶어버린다는 말에,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자신의 중요부위를 가리면서.


“현과장, 그 이야기 아니다냥.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물건을 묶을 리 없다냥. 안심해라냥.”

“어?! 어...”


어흥선생의 말에 안심이 된 것일까. 현과장의 얼굴에 안도감이 피어났다.

그런데, 도대체 이 두 사람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일까.


“아무튼!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냥! 중요한 건 운명의 붉은 동아줄로 「신의 방패」와 원더랜드를 묶어버리면 되는 거다냥!”


자신감 넘치는 어흥선생의 표정. 결코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의 공감을 얻어낼 정도로 좋은 생각이었다.


“그럼 생각이 정리 되었으니 넘어가자고. 이렇게 한가롭게...”


모두를 이끌고 차원문을 넘으려던 갓패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멈췄다. 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갈등 그리고 초조함. 그의 눈동자는 중요한 결정을 망설이는 듯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걸까나? 뭐 중요한 일이 생각이 난 걸까나?”

“제정신이야? 원더랜드를 살리는 것 말고 중요한 게 어디있어? 난 단지...”


중요한 일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전혀 떨림이 멈추지 않는 그의 눈동자. 이윽고 그 망설임의 끝에서 갓패치는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미안한데, 김치찌개 한 번만 더 먹고 넘어가면 안 될까? 넘어가면 못 먹잖아, 김치찌개.”




갓패ㅣ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김치찌개까지 먹고 넘어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얼마나 포식을 한 것인지, 그들의 얼굴에 기름이 좔좔좔 흘렀다.


“좋아! 정말 맛있었어!”


사릉가즌쟁의 땅을 밟자마자, 큰 소리로 외치는 갓패치. 포만감 가득한 그의 얼굴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끝없는 만족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지. 그렇겠지. 먹은 양이 얼마인데.”

“그렇다능! 그렇다능!”

“갓패치, 먹보...”


그런 그를 마치 괴물을 보는 듯이 바라보는 현과장과 키토 그리고 리코. 그들의 눈동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먹었기에 이렇게 두 귀염둥이 마저도 갓패치를 바라보며 기겁을 하는 것일까.


“그래요. 너무 먹었다고요, 갓패치. 일주일 치 한 번에 다 먹으면 어떡해요?”

“모두 시끄러워! 언제 먹을지 모르는 데 그럼 그걸 남겨?”


갓패치는 우유나를 비롯한 모두를 바라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그의 말에 서운한 것인지, 눈물을 글썽이는 우유나. 이내 그녀는 갓패치로부터 한 발짝 떨어지며 말했다.


“나 여기서 노예 생활 못해요! 우린 이제 끝이에요!”

“제정신이야? 누가 할 소리! 너랑 나는 이제 끝이야! 끝!”


도착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결별을 선언한 갓패치와 우유나. 그 둘의 모습에, 현과장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도 그랬지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서로를 향한 비난부터 쏟아낸 사람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설마... 이거 저주 아니겠지?”

“저주라능! 저주라능!”

“현과장. 이거 저주.”


아무래도 저주 만렙의 두 귀염둥이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라 전체에 퍼진 저주라니. 도대체 이 곳은 어떻게 되어먹은 곳일까.


“저주고 나발이고, 난 저 노예와 함께 못 가!”

“누가 할 소리! 나도 당신 곁에서 노예 짓 못 해요!”


지금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머리끄덩이를 잡을 것만 같은 우유나와 갓패치. 그래, 지금은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저주 운운할 때가 아니었다. 우선 이 둘부터 어떻게 해야지.


“기다려. 해결해 줄 테니까.”


현과장은 순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러자, 이내 그의 몸에서 서서히 퍼져 나오는 따스한 기운. 그 따스한 기운은 단순히 그의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주변까지도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어? 화가 안 나네? 나 제정신이었어?”

“그러게요. 화가 무척이나 많이 났었는데.”


우유나와 갓패치는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별의 원인이 이 저주인지도 모르겠다냥.”

“현과장, 이 저주 풀어 줘야 할까나?”


채야의 질문에, 현과장은 조금 망설였다. 마음같아서는 저주의 근원을 찾아 제거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원더랜드의 앞날이 걸린 중요한 시기. 다른 문제에 한눈을 팔고 있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여긴 나중에 와서 풀어줘도 되지 않을까?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으아아악!!!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현과장이 말을 이어가려던 바로 그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모두 하나같이 사람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것도 흉기를 든 사람들로부터.


“아니,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나 아직 플래그를 세우지도 않았다고!”


현과장은 얼굴에 억울함을 가득 담은 채로, 힘껏 「신의 방패」의 범위를 늘려나갔다. 그러자, 점차 걸음이 느려지는 가해자들. 그들은 자신에 손에 들린 흉기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 지금 뭐야?!”

“내가? 이걸? 왜?”


마치 자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듯 흉기를 떨어뜨리는 사람들. 다급하게 쫓기던 사람도 이내 자리에 멈춰 서더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과장, 이거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냥.”

“그렇다! 멍!”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루프와 어흥선생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현과장.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동자가 남다른 위화감을 발견했다. 살짝이 커지는 그의 동공. 이윽고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주변의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유나는? 그 미래의 우유나! 기록관 우유나는 어디 있는 거야?”




“아무래도 방법을 찾은 모양입니다.”


난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러했다. 많은 현과장들이 원더랜드 살리기에 도전했고. 도전한 수만큼 실패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건... 모르죠. 시도조차 해본 적 없으니까.”


시도조차 해본 적 없다라.

그래, 얼마나 허무맹랑한 생각이기에 모두가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던 것일까. 순간 마음속 한 편에 착잡함이 몰려왔다. 그를 믿은 내가 잘못된 것일까.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실수를 저지른 걸까?”

“실수는 매번 하시잖아요. 그걸 다른 사람들이 매번 만회하고.”


왜 오늘따라 우유나의 목소리가 유독 이렇게 날카롭게 느껴지는 걸까.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자고로 팩트로 때리는 건 비겁한 행동인데.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를 봐야지.


“그렇게 사실만 말하면 내가 도망칠 곳이 없잖아.”

“신이 되었는데 도망치기만 하면 안 되죠.”


이건 날카롭다 못해 날이 시퍼렇게 서 있다. 아니, 짝퉁 현과장에게는 안 이랬잖아. 왜 나한테 이러는 걸까.


“우유나,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4 194.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2 23.09.11 23 4 12쪽
193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23.09.10 23 4 11쪽
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6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4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3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2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3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1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8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3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19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19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4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2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7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19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6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2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