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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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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7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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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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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DUMMY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이 땅에 도착해서 정보를 얻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단 한 순간의, 그것도 단 한 번의 행동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호떡을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현과장에게 핀잔을 주는 갓패치. 태평하게 호떡을 먹는 것도 모자라, 잔소리까지. 현과장은 두 손을 불끈 쥐며 뒤집개를 내려 놓았다.


“한 마디만 해줬으면 됐잖아. 여기가 엄청나게 보수적인 국가라고!”

“제정신이야? 미혼인 내가 그런 걸 알 거 같았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억울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억울한 건 억울한 거니까.


“채야는 좋은 사람이다냥.”


나직한 말과 함께, 현과장의 어때를 토닥이는 어흥선생. 하지만, 애써 위로하는 듯한 그의 말투가 더욱 그를 화나게 했다.


“좋은 사람이 지금까지 혼자라고? 그것도 마을 밖 외딴 곳에 살면서? 어흥선생은 꼭 채야와 같이 안 살아본 사람처럼 말하는데, 나 혼자만 같이 살았던 거야?”

“모르는 사람한테 방 내줘, 밥해줘, 빨래해줘. 이 정도면 좋은 사람 아닌가요?”


순간 푹 치고 들어오는 우유나. 틀린 말이 아니다. 천사도 저 정도는 못해줄 게 확실했다. 하지만,


“아니 가족끼리 이러는 게 말이 되냐고!”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절규하고 만 현과장. 그의 눈동자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현과장, 그냥 포기하는 게 좋다. 멍.”

“채야 좋은 사람이라능!”

“난 채야도 좋음.”


마치 두 사람의 결합을 응원이라도 하듯, 현과장의 곁에서 장단을 맞추는 세 귀염둥이. 현과장은 미칠 노릇이었다.


“변하는 건 없다냥. 단지 현과장의 방이 서재가 되고. 그냥 채야의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거 뿐이다냥.”

“그게 바뀌면 전부 바뀌는 거 아니야?”

“아니다냥. 그런 거 없다냥.”


어흥선생은 애써 고개를 저어댔지만, 현과장은 알고 있었다. 결혼이 내포한 사회적 의미를.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면,

게임을 할 수 없다. 애가 태어나면 더더욱이.

친구를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 애가 태어나면 더더더욱이.

기호식품 섭취에 제약이 걸린다. 이건 몸에 안 좋으니까 빨리 끊자. 우리 오래오래 살아야지.


그건 그렇고, 지금 결혼이 문제가 아니잖아.


“제정신이야? 원더랜드를 구하라니까 결혼을 해? 사릉가즌쟁의 저주를 푼다는 인간이 여기서 인생을 풀어?”

“어쩔 수 없었잖아. 경찰에 연행될 판국이었다고.”


현과장은 갓패치의 말에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긴, 썩 좋은 판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히 엉망진창인 임기응변은 아니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눈에 띄면 안 되잖아.”

“그런 사람이 거리 한복판에서 그런 포즈를 취합니까?”


다시 한 번 훅 들어오는 우유나.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팩트로 때리는 법이 어디 있어. 현과장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 예비신부님 입장하십니다. -


대기실 밖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 ‘예비신부’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몇 명의 도우미들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아니, 지금 대기실에서 무슨 짓입니까?”


대기실 안의 모습을 보더니 다짜고짜 화부터 버럭 내는 도우미들. 그녀들의 얼굴에는 짜증과 분노가 적당하게 섞여 있었다.


“음식은 먹어도 되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건 안 된다고요!”

“제정신이야? 그런 건 진즉 말해줘야지. 안 그래?”


갓패치는 도우미의 말에, 비아냥거리며 날을 선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사고를 칠 수는 없는 법. 현과장은 또 한 번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자, 자, 자. 하나 씩 드셔보시고.”


재빠르게 그녀들의 손에 호떡을 하나씩 쥐어 주는 현과장. 그렇디고 해서 그녀들의 얼굴에 분노가 사그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금 이걸 먹으라는 거예요?”

“예비신랑이 도우미님들을 위해 만든 정성어린 선물~”


현과장은 영업 사원시절의 그 넉살 좋은 모습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마지 못해 한 입씩 베어 무는 도우미들. 결과는, 뭐 불 보듯 뻔했다. 그의 호떡은 마약조차 이겨버린 엄청난 호떡이니까.


“아니, 이런 걸 이런 공간에서 만들 수 있다고요?”

“어머! 어머! 이건 꼭 먹어야 해!”


도우미 여성들은 호들갑을 떨며 호떡을 먹어치웠다.

이번 임기응변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갓패치가 자신의 몫이 줄어들어서 심통이 난 게 문제였지만.


“아차! 내 정신 좀 봐! 예비신부님, 나오세요!”

“이제 나가도 될까나?”


호떡을 집어먹던 도우미들 중 한명이, 헐레벌떡 대기실 밖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천천히 대기실 안으로 들어오는 채야. 그녀가 대기실 안에 모습을 비취자, 모두는 아무런 말도 없이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검은색 드레스 위로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채야. 아무런 장신구 없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욱 그녀의 미모를 뽐내 주고 있었다.

혹시, 불쾌한 아름다움을 느껴본 적 있는가. 공포감이나 괴기, 엽기 등이 섞인 아름다움. 채야가 뿜어내는 아름다움도 불쾌한 아름다움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공포스러움이나 엽기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녀가 뿜어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압도적인 미모. 그리고 그 미모가 보는 이에게 가져다주는 자괴감과 자책감. 그녀는 기분이 아닌 마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무척이나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떨까나?”

“...나쁘지 않네.”


완전히 무너져버린 자존심이, 최후의 반항을 했다. 나쁘지 않다고? 적대적인 미모 앞에서 그런 말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나올 수 있을까. 역시 현과장,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아니, 나쁘지 않다고요? 당신 눈알이 삐었어?”


도우미 중 한명이 버럭 화를 내며 현과장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화를 내는 사람에게는 뭐가 약일까. 그래, 호떡이 약이다.


“자, 언니 한 장 더 드시고.”

“앗, 감사합니다.”


마치 도우미들을 동물 조련하듯이 다루는 그의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게 된 우유나. 자신도 저런 위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그녀는 슬그머니 어흥선생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설마, 저게 그 유명한 가스라이팅인가요?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잘 다뤄요?”

“우유나 노예, 현과장은 리코님도 키토님도 그리고 루프 씨도 홀린 존재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우유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까지 사랑을 받는 아저씨라니. 경이로움을 넘어서 두려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나도...?”

“우유나 뿐만이 아니다냥. 여기 모두가 홀린 거다냥. 물론 난 아니다냥. 난 리코님과 키토님 그리고 루프 씨에게 홀렸다냥.”


어흥선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세 귀염둥이들 곁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에도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는 루프와 리코 그리고 키토.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채야를 향하고 있었다.


“채야! 예쁘다능! 아름답다능!”

“채야, 잘 어울림.”

“그럴까나? 잘 어울릴까나?”


채야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리코와 키토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바로 곁에 어흥선생이 재롱을 떨고 있는 것을 모른 척 한 채.


“앗! 그냥 가는 거냥?!”

“애쓴다, 멍!”


그런 그의 어깨 위에 살포시 앞발을 올리는 루프. 그나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루프 덕분에 어흥선생은 마음을 조금 추스를 수 있었다.


“루프 씨 내 마음을 알아주는 구냥.”


어흥선생은 곁에 서 있는 루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런데, 채야. 멍! 검은 드레스 보다 하얀 드레스가 다 나을 수 있다! 멍!”


그 역시 어흥선생을 버리고 채야에게로 다가가고 말았으니. 어흥선생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햐얀 드레스? 그건 내 색이 아니랄까나.”

“그렇다냥! 그건 내 색깔이다냥! 절대 채야에게 못 빌려준다냥!”


두 눈 앞에서 모두를 빼앗긴 어흥선생이 쉽게 색깔을 빌려줄 리 없었다.

현과장은 이런 그의 반응에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검은 드레스를 입었기에 망정이지, 진짜 순백의 드레스까지 입었으면 단번에 반하고도 남을 상황이었으니까.


“도우미 분들. 우리 이야기 해야 하니까, 잠시 자리 좀.”

“저희 보고 나가라고요?”


도우미들은 억울하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입 안 가득 호떡을 머금으면서.


“대기실 나가기 전에 많이 만들어 놓을 테니까, 그때 와서 눈치 보지 말고 드시면 되지. 안 그래요?”


현과장의 말을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도우미 그녀들. 이내 그녀들은 양손에 한 장씩 호떡을 쥐고 대기실에서 퇴장을 하였다.

그녀들이 나가자,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현과장.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채야, 우리 결혼식은 언제로 잡았지?”

“결혼식은 상관업고, 경찰관들 말로는 일주일 안에 혼인신고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랄까나.”


현과장의 난감함이 얼굴에 드러났다. 이제는 혼인신고를 무조건 올려야 하는 상황.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안에 「신의 방패」를 떼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갓패치, 2주는 떨어뜨리는데 필요하다고 했지?”

“제정신이야? 조정기간은 짧게 2주야. 길게는 4주라고.”


2주 이상 걸리는 조정기간. 갓패치의 말을 들은 현과장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결혼하지 않고, 붉은 동아줄을 훔치면서, 「신의 방패」를 떼어 놓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잠깐! 한 가지 대책을 세우지 않은 사항이 있잖아!


“붉은 동아줄!”


정작 제일 중요한 붉은 동아줄을 빼놓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니. 결혼이라는 무덤에 정신이 팔려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결혼 그게 문제일까. 원더랜드의 존망이 문제지.


“우선 붉은 동아줄의 위치부터!”


현과장은 뒤집개를 내려놓더니, 곧바로 대기실 문을 열고 나갔다. 의지가 가득 묻어있는 그의 발걸음. 그렇게 그는 한 번 더 원더랜드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불태웠다.


“현과장! 도우미님들 몫을 아직 다 안 만들었다고요!”

“아차차!”


그런 의지의 발걸음을 단번에 돌리게 만드는 우유나의 목소리. 현과장은 후다닥 돌아와 다시 뒤집개를 잡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약속은 중요한 거니까.




호떡을 만들어준 덕분에, 붉은 동아줄의 위치를 듣게 된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 그들은 거침없이 붉은 동아줄이 있는 중앙 대성당으로 향했다.

사릉가즌쟁의 수도, 럽답. 그 곳에서도 그 중앙에 위치한 중앙 대성당. 늦은 시간이었지만, 대성당은 수많은 순례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 진짜 많네.”

“현과장 제정신이야? 여긴 성지라고, 성지. 사랑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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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6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3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3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2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3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1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8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3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19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19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4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2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6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19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6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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