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9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07 10:00
조회
20
추천
4
글자
11쪽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DUMMY

“아, 우리 큐티 스쿼드에게 까불다가 된통 당한 사람. 이름이 뭐였지?”

“이, 일입니다. 일.”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비굴함만 가득 남은 은빛 기사... 아니지, 지금은 옷을 다 벗고 있으니, 나체 기사 일. 몸 어디 한군데 상한 곳이 없던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현과장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맞고만 있었다.


“무슨 잘못을 했냥?”

“그냥 나한테 덤볐어. 리코 님과 키토 님 그리고 루프 씨가 묵사발을 만들어줬고.”

“내 식당을 망쳐서 화가 났다능!”


어느새 뛰어온 키토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화난 듯 말했다. 그러자, 덩달아 날아오는 리코. 그 역시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나체 기사를 흘겨봤다.


“텃밭. 중요.”


그런 바로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스산한 분위기. 그 분위기의 주인은 다름아닌 채야였다.


“잠깐만. 지금 누가 뭘 어떻게 했다고?”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힘을 끌꺽 삼켰다. 말꼬리가 없다, 말꼬리가. 그렇다는 건...


“어느 놈이 내 텃밭을 망쳤어?! 가뜩이나 요즘 신경도 못썼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아니지, 이번엔 슬픔 예감이 아니라, 위험한 예감일까나.

채야는 우레와 같은 분노를 이끌고 눈앞의 나체 검사를 향했다.


“내 텃밭을 망쳤으니. 널 거름으로 써도 되겠지?”

“네? 네에?!”


희번뜩이는 채야의 눈빛에 그만 반사적으로 현과장의 뒤로 숨는 일. 주변의 공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 여자가 지금 무척이나 진심이라고.


“잠깐! 잠깐! 잠깐! 텃밭은 내가 정상으로 만들었으니까. 너무 그러지 마.”

“현과장이? 무슨 수로?”


살짝 화가 누그러진 듯한 그녀였지만, 방심은 금물. 아직 말꼬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의 말꼬리가.


“현과장이 다가가면 쑥쑥 큰다능!”

“쭉쭉! 쑥쑥!”


마치 신기한 경험을 한 것 마냥, 상기된 귀염둥이들의 목소리.

그들의 말에 채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들이 말하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도대체 뭘 보았기에 이렇게 신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까.


“별이 현과장에게 은혜를 값는 중이다, 멍.”

“그건 또 무슨 말일까나?”


그녀의 질문에 루프는 텃밭에 놓인 커다란 무를 물고 앞에 나타났다. 관리 안 된 텃밭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거대한 무. 그런 무를 눈앞에서 본 채야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니, 아니 이게 뭘까나~?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건 뭘까~ 나~?”

“뭐긴 뭐냥. 무다냥. 무.”

“그걸 내가 몰라서 이러는 걸까나!”


채야는 무를 확 끌어안으며 새침한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리코 님 따라하지 마라냥. 안 어울다냥.”

“안 들린다랄까나~ 안 들린다랄까나~”


뜻밖의 수확에 신명이 나버린 채야. 그녀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애교 섞인 콧노래를 연이어 불렀다.


“무랄까나~ 배추랄까나~ 당근이랄까~나~”

“무라능! 배추라능! 당근이라능!”

“무! 배추! 당근!”


그녀의 한껏 들뜬 목소리 때문에, 덩달아 신이 나버린 키토와 리ㅗ. 그들 역시 채야의 옆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뿐히 얹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내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모두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나체 기사, 일. 그는 웅크렸던 몸을 피더니, 그대로 곧장 하늘 높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날 있어라! 무식하고 한심한 놈들! 다음번엔 아담 님께서 너희를 처단 할 것이다!”


그는 날아가는 도중, 발밑에 있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꼭 보면, 악역 중에서도 못나디 못난 애들이 저런 말을 지껄이더라. 싸움에서는 졌지만 자존심만은 지켰다는 듯이.


“잡아서 땅 속에 묻을까냥?”

“그냥 둬. 어차피 아담인가? 아담한 애인가? 뭐 그 놈이랑 같이 오겠지.”

“제정신이야? 적에게도 호구 짓을 하겠다고?”


어흥선생과 현과장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갓패치. 그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그러나 이 긴장감도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는데...


“지금은 저 인간이 중요한 게 아니야. 김치가 중요하지.”

“제정신이야? 김치라고? 김치?”


김치라는 현과장의 말에 눈이 돌아가 버린 갓패치. 그는 지금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김치는 무슨 말일까나?”


채야도 슬그머니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원더랜드 최고의 요리사인 그녀 또한 김치에 관심이 있기는 마찬가지. 이내 두 사람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배추가 달아. 무도 달고. 이건 김장김치를 담글 절호의 찬스지!”

“김치라능! 김치라능!”

“김치! 현과장 김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진 리코와 키토는 현과장이 하는 어떤 말에도 곧장 호응해 줬다. 참 사랑스러운 두 귀염둥이들. 나도 저런 주인님이 있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이건 보통의 김치와 달라. 바로 김장김치지. 먹기도 하지만 주 목적은 보존! 잘 보존된 김치는 바로 김치찌개의 최고 재료라 할 수 있지!”


현과장의 말이 끝나자, 갓패치의 동공이 더욱 커졌다. 그냥 김치가 아닌, 김장김치. 그리고 그 목적은 김치찌개. 그는 이내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던 일생일대의 대 이벤트. 이런 이벤트를 이렇게 뜬금없는 상황 속에서 맞게 될 줄이야. 그는 감격스러웠고 또 영광스러웠다.


“잠깐, 나 눈물 좀 닦고. 이런 감격 난생 처음이야.”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훔치는 갓패치.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사람, 어흥선생은 생각이 그와 좀 많이 달랐다.


“현과장, 지금 군인들이 밖에서 기다린다냥. 우선은 군사훈련이 먼저다냥.”


어흥선생의 현재 목적은 바로 군사훈련. 언제 또 은빛 기사들이 원더랜드로 침략을 강행할지 모르는 상황에, 그냥 한가롭게 김치를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흥선생, 제정신이야? 김치라고! 김치찌개라고!”

“지금은 김치찌개를 마구 퍼먹을 정도로 비상사태는 아닌 거 같다냥. 별로 안 땡긴다냥.”


현과장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갈린 두 사람의 의견. 이제 남은 건 현과장의 선택뿐이었다.


“선택해라냥. 현과장. 원더랜드가 먼저인지 아니면 김치찌개가 먼저인지.”

“제정신이야? 김치찌개는 신이라고, 신.”


현과장을 바라보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두 사람. 그들을 바라보던 현과장은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좋아, 결심했어!”


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사를 던지는 현과장.

그의 대사를 듣고 갑자기 머릿속에 브금, 아니! BGM, 아니! 배경음악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알지? 내가 무슨 말 하는 건지? 힘내요! 힘내자고! 아자아자! 파이팅!




한편, 그렇게 비굴하게 도망쳐서 아담의 곁에 도착한 나체 기사, 일. 그는 벌거벗은 그대로 아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담 각하! 원더랜드에는 상상이상의 괴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기사들을 데리고 가라고 했을 텐데.”


싸늘하게 들려오는 아담의 목소리. 하지만 나체 기사의 말을 들은 아담은 그 이상 싸늘함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100명이 넘는 기사들이 전부 당했습니다.”

“100명?”


아담의 동공이 무척이나 흔들렸다. 100명이 전부 당했다니. 원더랜드에 기사들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그 정도의 군사력이 있었다는 것일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부 죽었나?”

“동 시간에 통신이 두절된 거로 봐선, 거대한 무기에 전부 당한 것 같습니다.”

“내 「신의 창」에 견줄만한 무기인가?”


거대한 무기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아담의 목소리에 약간의 분노가 섞여있었다.


“신의 창과 견줄만한 무기는 세상에 없습니다, 각하.”

“하지만 놈들은 내 흉내를 냈지.”


멋대로 자존심을 깎아내리더니, 멋대로 상상하기 시작한 아담. 이렇게 소문이라는 것이 무섭다. 한 다리 건너기만 해도 이야기에 살이 엄청나게 붙는다. 그냥 어흥선생 일행들에게 단 한 순간에 당했을 뿐인데, 거대한 무기라니. 또 흉내라니.


“전 기사들을 불러 들여라. 이번엔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다.”

“네, 각하!”

눈동자 가득 분노가 일렁이는 아담. 얼굴에 난 그의 상처가 씰룩거리더니 이내 파르르 떨렸다.




“본 조교. 나쁜 사람 아닙니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수많은 군인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현과장. 그는 어디서 가지고 온 건지 모를 붉은색 팔각모를 푹 눌러쓴 채로 군인들을 앞을 절도 있게 거닐었다.


“자, 군대의 기본은 뭡니까. 따라합니다. 복명복창.”

“복명복창!”

“소리가 작습니다. 복! 명! 복! 창!”

“복! 명! 복! 창!”


카리스마 있게 모두를 휘어잡는 현과장.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코와 키토도, 현과장을 따라 절도 있게 군인들 앞을 거닐었다.


“복명이라능! 복창이라능!”

“복명! 복창!”


두 귀염둥이의 아름답지만 기개 넘치는 목소리에, 잔뜩 긴장한 군인들. 그 누구도 둘의 눈동자를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본 조교의 눈동자를 바라보지 않는다능!”

“눈동자! 안 됨!”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의 모습에서는 군인다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저 무서움에 눈을 바라보지 못할 뿐이었고. 두려움에 잔뜩 긴장할 뿐이었다.


“리코 교관, 키토 교관. 안 되겠습니다. 제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제대로 한다능!”

“리코! 재대로!”


순간, 리코와 키토의 눈빛에 맴도는 결연한 의지. 그들의 의지는 이내 붉은 제복으로 형상화 되었다.


“잠깐! 잠깐이다냥! 이건 너무 귀엽다냥!”

“본 조교들에게 귀엽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조교 무섭다능!”

“조교! 우앙!”


붉은색 제복을 입은 채로, 군인들과 어흥선생을 향해 작은 포효를 외친 키토와 리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엽다. 정말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엽지? 순간의 선택으로 잔뜩 쌓아올린 긴장감이 완벽하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두 귀염둥이를 헤벌쭉한 얼굴로 바라보는 군인들과 어흥선생.

바로 그때, 현과장의 우레와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누가 교관들을 똑바로 바라봅니까? 제정신입니까?”


그의 목소리에 맞춰, 바람도 스산하게 불어왔다. 나이스 원더랜드.


“전원 앞으로 취침!”


현과장의 말에 어기적어기적 움직이는 군인들. 그러자, 키토가 달려가 사정없이 어퍼컷을 날렸다. 키토의 펀치에 의해 날아가는 군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제일 느린 한 사람은 이렇게 됩니다. 뒤로 취침.”


키토의 펀치 맛을 봐서일까. 다시금 얼굴에 긴장감에 새겨진 군인들. 그들은 현과장의 구령보다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퍽!]


단번에 날아와 복부를 걷어차는 리코. 그의 발길질에 자비란 없었다.


“내 구령보다 빨리 움직이면, 리코 교관이 다가갈 겁니다. 좌로 굴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0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