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1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03 10:00
조회
20
추천
4
글자
12쪽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DUMMY

“더러운 것들은 담고 싶지 않은데.”


어흥선생의 발끝에서 뻗어나가는 엄청난 수의 그림자들. 하늘마저 어둡게 만든 그 그림자들은 이내 그를 둘러싼 모든 은빛 기사들을 모조리 집어 삼켰다.

그런데, 여전히 이상하다. 그림자 안으로 먹혀 들어가면서도 오로지 어흥선생을 향해 칼질만 하는 기사들. 그 흔한 비명조자 지르지 않았다. 마치 공포를 모르는 로봇처럼.


“죽어가는 행성에 이런 인재가 있을 줄이야. 당신, 우리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어흥선생이 기사들의 반응에 의문을 가질 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목소라가 들려왔다. 귓가가 거슬릴 정도로 깐깐한 남성의 목소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은 원더랜드라는 이름이 있는 곳이다.”

“어차피 사라질 별. 이름이 뭐가 중요할까요? 안 그렇습니까?”


이윽고 어흥선생의 모습을 드러낸 목소리의 주인. 그 역시 은빛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까지 같은 것은 아니었다. 갑옷 사이사이로 삐져나오는 음침한 분위기. 그림자에 빨려 들어간 기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럼 그쪽 이름도 중요하지 않겠군.”

“내가 꼭 그쪽 손에 죽는다고...”

“아니, 넌 이미 죽어있다.”


어느 권법쟁이가 할 만한 멋진 말을 그대로 입에 담은 어흥선생.

그러나, 이 말의 출처나 의미를 제대로 알 남자가 아니었다.


“헛소리도 잘 하는군요. 너무 무서워서 헛소리가 나오시나?”


남자는 어흥선생을 향해 비웃음 가득한 미소만을 보여줬다. 그런데,


“... 지금 날 무시하는 겁니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어흥선생. 그는 그저 눈앞의 남자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이런 어흥선생의 모습에 더욱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자신을 무시하다니. 「신의 창」 아담의 기사인 자신을 무시하다니. 이런 남자의 생각은 곧바로 행동으로 나타나고야 말았다.


[푸슉!]


남자의 갑옷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촉수들. 그 촉수들은 인정사정없이 어흥선생의 몸을 관통하고야 말았다.


“흥! 꼴 좋군. 날 무시한 대가는 치러야지.”


남자는 촉수 공격에 구멍이 송송 난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희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채야의 집에서는 어흥선생의 머리띠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말꼬리에 냥이 붙는 신기한 머리띠. 채야도 여왕도, 심지어 키토와 리코도 머리띠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나도 쓸거라능!”

“나도! 나도!”

“리코 님과 키토 님은 머리가 작아서 남는다랄까냥.”


머리띠를 차지한 채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두를 견제했다. 특히 가장 몸짓이 재빠른 리코와 키토를.


“치사합니다만! 나도 쓰고 싶습니다만!”

“어흥선생이 나한테 맡긴 거다, 멍!”


여왕과 루프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채야를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가분히 그들의 손길을 피하는 채야. 여전히 채야는 머리띠를 쓰고서 한껏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그만 돌려주지 않겠나.”

“돌려줄 수 없다랄까냥~ 없다랄까냥~”


채야는 애교 가득 섞인 목소리로 당차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마치 예전부터 알았던 것만 같은 목소리. 순간, 등 뒤에서 엄청나게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어, 어흥선생? 냥?” 그게 아니다랄까냥?“ 냥냥? 냥 좀 그만 나오랄까냥!”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건, 너무나 당연하게도 어흥선생. 그는 이내 채야의 머리 위에 있는 자신의 머리띠를 살며시 집어 들었다.


“그대가 쓰기에는 머리띠가 너무 귀엽다, 채야.”

“나도 귀여운 여자랄까나!”

“아니, 그냥 할매다. 할매.”


장난 아닌 진심 가득한 말을 건넨 어흥선생은 곧장 그녀에게서 빼앗은 머리띠를 썼다. 그러자, 점차 바뀌어가는 그의 의상. 멋진 하얀 정장은, 이내 수수하고 깔끔한 흰색의 개량한복으로 변해갔다.


“왜 우리는 저런 기능이 없었을까나?”

“이건 내 전용이다냥. 함부로 눈독들이지 마라냥.”


채야에게 단단히 경고하는 어흥선생. 갓패치가 먹는 것에 진심인 만큼, 어흥선생도 귀여운 것에 진심이었다.


“그건 그렇고, 일은 잘 처리했습니까? 성 안의 사람들이 걱정입니다만.”

“깔끔히 처리했다냥. 주동자는 어둠 속에 잡아놨다냥. 이제 심문만 하면 된다냥.”


여왕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하는 어흥선생. 그런 그를 바라보며 채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주동자란 사람도 불쌍하다랄까나. 하필 상대가 어흥선생이라니. 나였으면 곱게 죽었을 텐데. 자비가 없다랄까냥~”

“냥 쓰지 마라냥. 그건 내 꺼다냥.”


어흥선생은 귀여운 척 하며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은 채야를 향해, 견제의 눈빛을 보냈다. 아니, 지금 견제할 건 채야가 아니라, 그 아담이라는 존재잖아.

애초에 긴장 따윈 개나 줘버렸던 사람들이었지만, 서로에게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이렇게까지 풀어져 있다니. 지금 이럴 분위기야? 원더랜드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 거라고!


“그럼 나는 사고 수습 때문에 갑니다만. 내 몫의 호떡은 남겨 줬으면 좋겠습니다만.”


이런 상황 속에도 역시나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여왕. 그녀는 곧바로 성을 향해 떠나 버렸다. 그런데, 뒤에 말한 ‘호떡’ 부분에서 진심 이상의 감정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니야, 그냥 기분 탓일 거야. 그냥 기분 탓.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한 하루.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남은 것이 있었는데...


“그나저나 현과장은 아직이냥?




한바탕 헛소리 페스티벌을 벌였던 우유나의 연구실.

이제 그 헛소리들이 잠잠해 진 모양인지, 모두들 밀크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현재의 밀크나는 옷을 입은 상태. 아무리 로봇이라고 해도, 숫총각 현과장이 그 모습을 정상적으로 바라 볼 수 있을 리 없잖아. 얼마나 순진한 양반인데.


“데빌 위딘 안은 지금 너무나 복잡해요. 마치 살아있는 거 같다고요.”

“어흥선생이 그랬어. 예전부터 스스로 진화를 시작했다고.”


현과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데빌 위딘은 처음부터 고성능 AI였다는 말인데요?”


우유나는 현과장의 말에 의문이 든 모양이었다.

하긴, 만들어진 순간부터 진화를 시작한 고성능 AI가 왜 자신을 숨기고 있었을까. 그것도 타인의 손에 제어권까지 넘기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뒤가.


“가끔은, 타인에게 모든 권한을 맡겨 두는 쪽이 마음이 편한 법이라고. 나 봐, 여왕한테 다 맞기니까 얼마나 편해?”

“갓패치,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남자가 승부에 졌으면 깨끗하게 인정을 해야지!”


갓패치의 말에, 지난날의 억지스러운 패배가 떠오른 우유나. 그녀는 울컥한 마음에 갓패치에게 대들었다. 그런데,


“잠깐! 갓패치님의 말이 맞을 수 있어, 우유나. 데빌 위딘은 일부러 제어권을 맡긴 거야. 자신이 편하게 뭔가를 하기 위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 밀크나. 그녀는 데빌 위딘 안에서 뭔가를 느꼈던 모양인지,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유나에게 권한이 넘어간 적이 있었어요.”

“아, 맞다! 그 때!”


우유나 역시 기억이 났다. 데빌 위딘의 AI에 농락당한 바로 그때. 자신의 연구실 안에서도 다룰 수 없던 엄청난 양의 데이터. 20 엑사 바이트라니. 시스템 하나를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 양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우유나에게 권한이 있었을 때, 살며시 데빌 위딘 안을 엿봤어요. 그래서 가지고 온 게 저 데이터이고요.”


말크나는 서류 뭉치를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아무리 봐도 읽기 힘든 양의 문서.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요약본 없어? 요즘 대세가 요약본인데.”

“이게 요약본이에요. 데빌 위딘의.”


현과장은 어쩔 수 없이 읽어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와 주장들. 이런 게 데빌 위딘의 요약본이라고? 현과장은 첫페이지부터 큰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거 그냥 쓰레기 같은데...”

“맞아요, 쓰레기예요. 제가 봐도 그런 거 같아요.”


현과장의 말에 담담하게 동의하는 밀크나. 현과장은 어이가 없었다.


“요약본이라면서?”

“요약본의 폐해에요. 중요 부분만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어요.”


맞는 말이다. 요약본에는 그 이야기가 가진 모든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조금 무리가 있다. 간결하게 중요한 부분만을 설명하는 것이 요약본. 그렇다면 데빌 위딘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요약본이 아닌 전 내용이 적힌 서류를 읽어야 한다는 것일까. 이 두꺼운 요약본도 읽기 힘든데.


“설마 요약본을 읽기도 힘든데 더 많은 양을 읽으라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에요. 그것 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까.”

“뭔데?”


더 쉬운 방법이 있다고? 정말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현과장은 밀크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과장이 데빌 위딘 안에 들어가는 거요.”


단지 들어가면 된다고? 그게 전부야?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냥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들어가서 물어보면 되는 거죠.”

“물어봐? 뭘?”

“의도가 뭔지.”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지한 밀크나의 목소리. 그녀는 무척이나 진심이었다.


“난 여기 적힌 이 이야기도 왠지 함정 같아요. 만약을 대비한 함정. 20 엑사 바이트의 데이터도 함정이고.”


잠깐, 그 정도로 데빌 위딘이 고성능이라고? 함정을 파 놨을 정도로?

현과장은 슬슬 머리가 아파왔다.


“들어가서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거지?”


현과장은 망설임이 없었다. 데빌 위딘 안에 무슨 꿍꿍이가 숨어 있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 원더랜드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과장은 그대로 구석에 있는 가상현실 기계로 다가갔다. 원더랜드의 위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 물어 볼게 있어. 네 목적이 뭐야?”


데빌 위딘 안으로 들어온 현과장은, 인사 대신에 자신의 목적을 먼저 입에 담았다.


“... 우리의 목적은 원더랜드의 멸망에 있습니다.”


대답까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데빌 위딘의 AI는 거짓 없이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여리고도 강인한 AI의 목소리. 하지만 현과장에게 있어서 AI의 목소리 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하나, 데빌 위딘의 목적과 그 이유뿐.


“이유는?”

“... 현과장 님은 지금 자신이 몇 번째 현과장인지 알고 있습니까?”


현과장은 순간, 멈칫했다. 몇 번째 현과장이냐고? 그 사실을 어떻게 데빌 위딘이 아는 것일까. 현과장이란 존재가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에 10억 번도 넘게 리셋되고 활동하고 리셋되고 활동한 사실을.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시간의 굴레가 시작될 때, 버려지는 세계의 메모리 덤프는 그대로 원더랜드 안에 가라앉습니다. 그건 그대로 데빌 위딘 안에 축적 되고요.”


데빌 위딘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 안에 있는 자료들은 시간 루프가 시작되기 전 원더랜드의 내용부터 루프를 끝낸 지금까지의 애용이 모두 축적되어 있다는 이야기. 현과장의 머리가 더욱 아파왔다. 이 사실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러니까, 전부 다 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