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3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02 15:00
조회
21
추천
5
글자
11쪽

215. 죽지 않는 기사들

DUMMY

“네. 그것도 극히 일부요.”


아니, 이렇게 많은 내용이 극히 일부라고? 도대체 데빌 위딘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릿솟에서는 얼마 전 어흥선생과 건넸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데빌 위딘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스스로 진화를 시작했다는 이야기. 그렇다는 건, 이렇게 방대한 내용이 만들어진 원인이 데빌 위딘의 진화? 결코 가능성이 없는 생각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능성이 더 컸으면 컸지.


“데빌 위딘의 진화와 관계가 있는 걸까?”

“진화요? 그건 모르겠어요. 밀크나도 얼마 전에 데빌 위딘 안에 들어간 거라서.”


우유나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어요.”


말크나는 달랐다. 현과장의 말에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옷 좀 입으면 안 될까? 현과장이 잘 못 쳐다보잖아.


“권한이 없었어요. 내부 파일 취급을 당했지만, 극히 일부만 열람이 가능했다고요.”

“어? 어...”


자극적(?)인 그녀의 상태에,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현과장. 아니, 그냥 쇳덩이를 보고 이렇게 수줍어해서야! 그렇게 하면 어디 장가를 가겠어? 첫날밤은 어떻게 치르려고?!


“제정신이야? 그런 정신 상태로 채야를 먹여 살릴 수 있겠어?”


드디어 주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갓패치. 아마도 이제야 김치찌개를 다 먹어치운 모양이었다.


“아니, 채야가 여기서 왜 나와?!”

“현과장, 예로부터 유부남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떠돌 곤 했지.”


갓패치의 얼굴에 비장함이 맴돌았다. 그런 그의 주변으로 웅장한 BGM이 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 아니, 실제로 우유나가 웅장한 브금을 틀었다. 이런 잔망스러운 여자. 분위기를 아주 지 마음대로 막 만드네. 아우! 얄미워!


“다른 여자를 돌 같이 봐라.”


잠깐, 그거 최영 장군님의 말씀 아니야? 황금 보기를 돌 같이 봐라.


“그리도 또 있지. 황금 보기를 또라이 같이 봐라.”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또라이 뭐? 그거 전부 최영 장군님 말씀이잖아!


“그거 최영 장군님 말씀...”

“쉿! 조용! 조용! 제일 중요한 부분이니까!”


엄청난 카리스마로 단번에 현과장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갓패치. 그의 두 눈가에는 뜻 모를 열정과 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두 명언이 합쳐져 나온 위대한 말씀! 다른 여자를 또라이 같이 봐라! 이건 모든 유부남의 진리이자, 단 하나의 가르침! 이거 못 지키면 그냥 이혼당하는 거야.”


어느새 갓패치의 눈빛에는 광기 대신 진심이 가득히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경험이 있는 듯한 그의 눈빛. 설마, 당신?


“이거 경험담이야?”

“제정신이야? 내가 결혼을? 그 미친 짓 내가 왜해?”


갓패치는 현과장의 물음에 단호한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그 진심어린 눈빛은 뭐야? 도대체 뭐가 진실이야?


“현과장, 현과장은 나 같은 아이 키울 수 있어?”


그의 질문에, 현과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먹보에 자기중심적이면서, 츤데레 같은 구석을 보이는 인간, 갓패치. 이런 인간이 자신의 아이라면? 순간, 그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것 봐. 이건 말이 안 되는 난이도야. 미친 난이도라고.”

“어... 어.”


현과장은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온 거지? 분명 데빌 위딘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왜 결혼에 아이 이야기가 나온 거냐고, 대체.


“아무튼!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자기 마음대로 시작하고, 자기 마음대로 끝내버린 갓패치.

그래, 미친 짓이긴 하... 이게 아니잖아! 가뜩이나 출산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럼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내가 갓패치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니. 내가 바보지. 내가 바보야.”

“바보도 맞지만 그것보다 호구가 더 맞는데요.”


이럴 때마다 깜빡이 없이 그냥 훅 들어오는 우유나.

맞는 말이라 반박도 못하는 현과장.

엉망진창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대화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희는 머리 좀 식히고 있어. 다른 곳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현과장과 정신 나간 파티가 만담을 즐기고 있을 무렵,

집에서 그들만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여왕님! 큰일이 났습니다!”


채야의 집을 찾은 성 안의 시종. 그는 엉망진창인 몸 상태로 채야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여왕을 애타게 찾으며.


“아니, 무슨 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만?!”


문을 열어주던 여왕은, 다죽어가는 그의 모습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 가사들이... 기사들이...”

“우선 호떡을 먹여야 한다냥! 현과장의 비상용 호떡을 가지고 와라냥!”

“알겠다랄까나!”


어흥선생의 말에 헐레벌떡 주방으로 들어가 호떡 조각을 들고 온 채야. 호떡을 입에 대자, 시종은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인지 말해 보랄까나.”

“기사들이 침입했습니다. 왕실군이 막아내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여왕님, 돌아와 주십시오!”

“그 기사들 은빛 갑옷을 입었어?”


짐작 가는 곳이 있는 것일까. 라니가 시종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어, 어떻게 그걸...”


놀란 토끼 눈, 아니 놀란 키토 눈이 된 채 라니를 바라보는 시종. 그의 반응에 라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아담, 그 미친 놈 짓이네. 하여튼 기다릴 줄 몰라.”

“아담이 누구냥?”

“있어. 참을성을 엿 바꿔 먹은 미친놈이.”


말을 마친 라니는 곧바로 현관문을 나섰다. 은빛 기사들을 막으러 가는 것일까.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어흥선생과 일행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도와주고 싶지만, 난 중립적인 입장이라서. 여기 온 것도 그냥 신의 방패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서였거든. 이번 일은 여기 있는 사람들로 막아야겠네.”

“그냥 도망가는 거냥?”

“어머나, 거기 커다란 총각은 남에게 기대는 게 습관이 된 거 같은데, 내 말이 맞아?”


밝은 미소와 함께 어흥선생의 자존심을 거침없이 박살내버리는 라니. 이 여자 보통내기가 아니다.


“호떡을 못 먹는 건 좀 아쉽지... 아니 무척 무척 아쉽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끼어들면 안 되는 일이잖아. 여긴 원더랜드니까.”

“원더랜드인게 무슨 상관일까나?”


그녀의 말에 의아한 부분이 느껴진 것일까. 채야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라니의 설명이 끝나기 전까지는.


“원더랜드는 없어져야 하는 별이잖아. 신의 방패와 함께. 여긴 운명이 뒤틀리는 곳이라고.”


그렇게 옅은 미소와 함께 사라져버린 라니.

이제 원더랜드에 남은 불청객은 은빛 기사들뿐.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어흥선생이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미우는 여기 있어라냥.”


잔뜩 화가 난 듯 상기된 어흥선생의 목소리. 그는 이내 고양이귀머리띠를 벗어서 루프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머리띠가 벗겨지자, 점차 돌아오는 어흥선생의 진짜 모습. 눈부실 정도로 광채가 나는 하얀 정장이 그의 분노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켰다.


“이게 뭐냥, 멍? 냥냥? 멍?” 냥이 붙는다냥, 멍?“

“루프 씨, 그건 내 목숨과도 같은 것. 잘 부탁하네.”


말을 마치자마자 어흥선생의 온몸을 감싸는 어둠. 그렇게 어흥선생도 모두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혼자 보내도 되는 거냥? 멍?”


그런 그를 걱정하는 유일한 존재, 루프. 어흥선생 혼자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걱정 안 해도 된다랄까나. 머리띠도 벗어 두고 갔으니까.”

“저건 한바탕 크게 벌이겠다는 말입니다만. 걱정할 필요없습니다만.”


일말의 걱정은커녕 표정조차 변하지 않는 채야와 여왕. 그들은 그대로 모두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거침없는 그들의 행동. 입이 아닌 행동으로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작은 걱정조차 그에게 실례라는 듯이.




그렇게 원더랜드 성에 도착한 어흥선생. 도착해보니,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했다.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칼을 휘두르는 은색 갑옷의 기사들. 현과장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희생되는 이런 상황은 쉽게 마무리 될 수 있었겠지만, 기사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것도 마무리 됐을 것이다. 어쩌면 현과장이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흥선생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놈만 살려 주겠다. 누가 살겠나?”


원더랜드 성 곳곳으로 퍼지는 어흥선생의 목소리. 그의 도발에, 민간인들을 향하던 은빛 기사들의 칼질 그대로 멈췄다.


“한 놈도 살려두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정보는 빼내야 하니까.”


담담한 목소리에 숨어있는 막대한 분노. 그는 곧바로 눈앞에 보이는 기사들의 목을 가볍게 부러뜨렸다. 모두에게 본보기라도 보이는 듯이.

순식간에 쓰러진 은빛 기사 서너 명. 그들이 쓰러지자 다른 곳에 있던 기사들이 우르르 어흥선생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래, 어느 놈이 살겠나. 기회를 주겠다.”


은빛 기사들은 말이 없었다. 그저 어흥선생을 향해 무자비한 칼질을 해댈 뿐. 하지만,


“그게 전력인가, 기사들?”


그들의 공격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어흥선생. 이런 것들에게 성의 군대가 당했다니. 어흥선생은 뭔가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 그때,


[스스스...]


자리에서 스멀스멀 일어서는 기사들. 처리 한 줄로만 알았던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흥선생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 않는 기사들인가. 이러면 말이 좀 달라지겠군.”


어흥선생은 되살아난 기사들을 다시 한 번 짓뭉개버렸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이래도 일어서는 지 한 번 볼까?”


그는 뭉개져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기사들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여전히 기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채로. 그러자, 시간이 걸려도 다시 모습을 되찾는 뭉개졌던 은빛 기사. 아무리 망가져도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오는 그런 존재인 모양이었다.


“팔다리를 찢는 건 어떨까?”


어흥선생은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기사 중 한명을 잡아, 그대로 팔을 뜯어버렸다. 팔이 뜯겨도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마치 아픔 따위는 못 느끼는 존재처럼.

팔이 찢겨도 원래대로 복원되는 건 여전했다. 어흥선생이 손을 들고 있었지만, 재생이 끝나자 이내 그 손은 재로 변해 버렸다.


“괴물 같은 존재군.”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어흥선생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물론, 모두의 공격을 그대로 받는 채로.


“시종이 미우를 찾았던 게 이해가 되는군.”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어흥선생. 아마도 그녀의 강력한 얼음 마법으로 얼려버렸으면 순식간에 결판이 났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여왕이 아닌 어흥선생 자신이 와 있는 상황. 어쩔 수 없다, 본인이 끝내겠다고 말을 했으니, 본인이 끝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3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0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0 4 12쪽
»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2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2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2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0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3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7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2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