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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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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6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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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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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00. 마지막 찬스 - 2

DUMMY

단발마의 외침과 함께, 목소리를 가다듬은 현과장. 그의 엄청난 돼지 멱따는 소리가 고요한 성당 안에 가득히 울려 퍼져 나갔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그 엄청난 소음에, 성당 안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현과장. 이럴 거면 그냥 훔치는 편이 낫지 않겠어? 이거 너무 눈에 띠잖아.


“역시 내 실력으로는 안 되네.”


이제라도 알았다면 제발 노래는 삼가도록 하자. 그 실력으로 더 부른 다면 사람 여럿 죽을 거 같으니까.

아무튼. 피닉스를 불러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현과장은,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예술적이면서 아름답고, 완벽하면서 화려한 폭발이 불가능하다면, 원초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마음의 결심을 한 그는, 이내 채야를 바라보더니 살며시 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어야지!”

“치아 건강은 오복(五福) 중 하나랄까나.”

“그게 아니라고! 이제 할 건 하나뿐이잖아.”


현과장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은빛 화염. 그 작은 불꽃은 이내 예배당 전체를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런 거면 진즉 말해 줬으면 좋았다랄까나.”


이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일까. 채야 역시 예배당 사방으로 하얀 불꽃을 흩뿌렸다.

이윽고 예배당을 가득 매운 백색과 은색의 불꽃들. 예배당에 모여 있던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은 일순간 패닉이 되어 사방으로 혼비백산 도망치기 바빴다.


“여기다냥! 이쪽이다냥! 이쪽이 출구다냥!”


그런 그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밖으로 유도하는 어흥선생. 우유나도 어흥선생을 도와 사람들을 대피시키기에 열을 올렸다.


“제정신이야?! 성직자들은 불에 면역이야? 빨리 안 나가?”


구석구석 숨어있는 성직자들을 찾아 밖으로 내보내는 갓패치. 이제 남은 건 지하 신방에 있는 커플뿐이었다.


“내가 가겠다! 멍!”


웬일로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하던 루프가 자진해서 나섰다. 게다가,


“나도 가겠다능!”

“나도, 나도.”


키토와 루프까지 나서는 상황.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루프를 비롯한 두 귀염둥이의 얼굴에 호기심이 그득하다. 아니 인간의 짝짓기를 왜 그렇게 궁금해 하는 거야.


“거기 스탑! 우리 세 친구들, 아주 그냥 눈이 완전히 돌아갔네. 내려갈 필요 없어. 거긴 내가 가야하니까.”

“현과장 나쁘다능! 혼자 좋은 구경 하려고 한다능!”

“마자! 마자!”


현과장의 말에, 제일 반발하는 건 키토와 리코였다.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락바락 따라가겠다고 생때를 부리는 두 귀염둥이. 어쩔 수 없었다. 소방대원이 오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만 했으니까.


“그럼, 둘만 빨리 따라와! 그리고, 가서 이상한 짓 하면 안 돼, 리코님, 키토님.”

“난 변태가 아니라능!”

“나도 아님.”




그렇게 둘을 데리고 지하로 내려가게 된 현과장. 현과장은 일부러 작은 불길을 내면서 지하의 신방에 도착했다.


[쾅! 쾅! 쾅!]


신방 앞에 도착하자마자 세차가 문을 두드리는 현과장. 그는 일부러 입까지 가린 채, 구조원인 것마냥 연기를 펼쳤다. 그런데,


- 들어오세요. -


방 안쪽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게다가 그 목소리는 마치 현과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느껴졌다.

설마, 현과장이 붉은 동아줄, 아니 붉은 베넷저고리를 훔치러 온 것을 아는 사람일까.

이런저런 혼란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문 앞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럼 들어갑니다!”


목소리의 지시대로 신방에 들어간 현과장은, 눈앞의 인물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대법관님이 어떻게...”


신방에 침대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대법관. 현과장에게 원더랜드를 살릴 실마리를 안겨준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일 거 같아서요.”

“마지막이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현과장의 가슴에 깊게 파고들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한 대법관 그녀. 그녀는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지, 멈춰 있는 게 아니랍니다. 그건 아시죠?”

“아, 그건 당연히 알고 있는데요...”

“시간이 흐르게 되면 원더랜드가 사라지게 되는 것도 아시죠?”

“...네.”


그녀의 입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 단어, 원더랜드.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자신보다 확실히 위의 존재라는 것은.


“누구나 실수는 해요. 나도 그리고 당신도.”

“아, 뭐 실수 하면서 그렇게 사는 거죠. 하. 하. 하...”


현과장의 어색한 웃음이 신방에 울려퍼졌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있는데, 두 귀염둥이는 도대체 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일까.


“리코님? 키토님? 왜 아무런 반응이...”


어찌된 일일까. 그렇게 밝던 리코와 키토가 현과장의 등 뒤에 숨어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의 두 귀염둥이. 작고 도톰한 손으로 다 가려지지 않는 얼굴을 감싸며 벌벌벌 떨고 있었다.


“본능인 거예요. 본능.”

“무척 대단하신 분 맞다는 뜻이겠죠?”


그녀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옅은 미소만 현과장에게 보였다.


“현과장 씨. 난 제안을 하러 온 거예요.”

“제안이요?”


현과장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 모든 사태를 아는 존재가 제안을 제시하다니. 그녀의 제안에 응하는 게 오히려 이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다른 행성에 똑 같은 이름의 나라를 만들어 드릴게요.”

“그게 가능해요?”


솔깃한 제안이었다. 똑 같은 나라라니. 완전히 자신과 같은 처지가 아닌가. 진짜가 아닌 가짜인 자신과.


“가능하니까 이렇게 제안하는 거겠죠?”

“그럼 물러나지 않는다면요? 그것도 들어 봐야죠.”

“그럼 원더랜드는 구하겠죠. 현과장 씨가 제일 사랑하는 존재의 운명을 희생해서.”

“제... 부모님이요?”


현과장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직접 붉은 베넷저고리를 넘겨주는 그녀. 그는 그녀가 건네는 선물을 말똥히 쳐다보았다.


“가지고 가세요.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드려야 할 거 같으니까.”

“아니요.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과장의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진 긴장감. 그는 무척이나 해맑은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원더랜드에 아는 사람이 좀 많아서.”


이미 그녀의 입으로 미래를 듣게 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

마음을 정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부터 목적은 한 가지였으니까.


“사랑하는 이의 운명을 희생하는데도?”

“그래봤자, 제 운명이잖아요. 뭘 그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세요?”


여전히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현과장.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마치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듯이.


“우직하네요. 듬직하고요.”

“과찬이십니다! 하하하!”


현과장은 소탈하게 웃어버렸다.

무섭지 않을 리 없었다. 두렵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행여나 그녀가 마음을 쥐고 흔들까봐. 자신의 결심을 무너뜨릴까봐.


“그럼 바로 가볼까요?”


현과장을 행해 미소를 지은 그녀는,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무너지듯이 일렁이는 공간.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현과장이 도착한 곳은 진짜 원더랜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이제는 채야의 집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였다.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리코와 키토는 현과장의 품에 꼭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만큼 주변의 상황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턱시도 잘 어울리네?”


난 그런 현과장을 향해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건넸다.

이미 그가 누군가를 만났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가 왔다! 미래의 나 자신!”


여전히 활기차고 당찬 현과장. 이미 그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나였지만, 측은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는 내가 만든, 내 가짜 인생이니까.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당연히 신의 방패를 원더랜드에게 넘겨야지!”


그는 하얀 상자 안에서 붉은 천 쪼가리를 꺼내 자랑스럽게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어허! 잘 봐, 미래의 나 자신! 이걸 이렇게 몸에 밀착을 시켜서...”


현과장은 그 붉은 천 쪼가리를 가슴팍에 대더니 온갖 인상을 찌푸렸다.

야, 그러다가 똥 나오겠다.


“어? 왜 안 되지? 이 정도의 저주면 분명히 능력이 분리 되어야 하는데...”

“넌 자신의 설정도 모르는 거야? 당신은 저주를 받으면 이제 회복한다고요. 잊었어?”


내 말에, 현과장의 눈이 똥그래졌다.

이 인간, 자신의 능력을 잊은 것이 분명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분명히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어디서 사이비 교주한테 조언이나 듣고 와서. 쯧쯧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야 말았다.

하긴, 이런 그를 믿은 내가 멍청했지. 원더랜드를 살릴 확률이 0%였는데. 괜한 객기였다.


“아니요. 객기가 아니에요.”


내가 그를 향해 실망의 헛헛함을 표현하려던 바로 그때, 갑자기 나직이 떨어지는 목소리. 나는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온 머리 위를 빠르게 바라보았다.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

“어, 대법관님!”


대법관의 등장에 당황했던 지난 시간을 잊고 환한 표정을 짓는 현과장.

그런데, 내가 만든 세계에 어째서 내가 모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일까.

그것도 내 허락 없이.


“당신 허락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현과장이 도전한다는 거지.”

“도전한다고 달라질 거 같아? 이미 늦었다고. 틀렸어.”


그래, 도전한다고 결과가 바뀔 리는 없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실패란 없을 테니까.


“도전 안 하면 더욱 달라질 리 없죠. 현과장, 마음먹은 대로 시작해요.”


현과장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내 세계를 망치려는 그녀가.


“그럼 해보겠습니다! 이얍!”


그녀의 응원 덕분인지. 당차게 다시 도전한 현과장. 듣기 싫은 기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거 같아? 절대 그럴 리 없다. 절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현과장의 얼굴에도 피로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예상대로 말이다..


“현과장, 내가 제안 했던 거 기억나요?”

“제안이요?”


그녀가 현과장에게 제안했던 게 뭐였더라.

운명 어쩌구였던가? 그래 그게 뭐 어쨌는데?


“아직 희생되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아... 네...”


그녀의 말에 결연한 눈빛을 장착한 현과장은, 이내 손에서 큼직한 중식도를 꺼냈다. 중식도의 칼끝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은빛 불꽃. 그 불꽃도 그 주인만큼이나 굳건하게 빛났다.


“내 운명을 희생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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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0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0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2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2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2 4 11쪽
»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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