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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9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20 10:00
조회
22
추천
4
글자
11쪽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DUMMY

“아니, 이런 걸 뭘 다 싸가지고 왔어!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그녀가 내민 것은 바로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그것도 김치찌개 용 푹 익은 김치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김치통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여기서 잠깐.

김치통 좀 만저보거나 운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김치통의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도 김치통을 구분하기는 여간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과장은 그 김치통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잠깐! 그거 어디서 났어?”

“테스트 현실에서 가지고 나왔는데요.”


당찬 기록관 우유나의 목소리가 현과장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테스트 현실이라고? 중국산 김치만 가득했던 그곳?

현과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김치통에서 흘러 나오는 스멜은 짝퉁 김치의 향기가 아닌, 오래된 전통 김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고급 진 냄새. 마치 홀애비 향이 풀풀 나는 방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런 냄새였다.


“무슨 소리야? 테스트 현실에 이런 김치가 있을 리...”

“현과장의 집에 많아요.”


현과장의 집에 많다고?

그야 그렇지. 현과장의 집에 많겠지. 하지만 이미 다 먹었잖아. 한 포기도 남김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다 먹었잖아! 남아 있을 리가 없어!”

“아니요. 매일 리셋하니까 매일 생겨있는데요.”


순간, 거실의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래, 테스트 현실은 매일 리셋 되는 세계.

리셋이란 말은, 다음날이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사람도. 건물도. 그리고 현과장의 김치도.


“제정신이야, 현과장? 이런 사실을 몰랐던 거야?”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이건 알았어야 했다냥. 거긴 현과장이 만든 세계였다냥.”

“아니, 내가 만든... 건 맞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직접 만들지 않기도 했는데...”


갓패치와 어흥선생의 합동 공격에, 현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그래, 현과장이 만든 세계가 맞다.

현과장이었던 내가 만든 세계니까. 뭐, 지금은 현과장이 아니지만. 어쨌든.


“아니, 미래의 나는 왜 아직도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다 끝났잖아. 다 끝난 일이잖아!”


거실을 가득 체운 현과장의 외침. 하지만 그 누구도 현과장의 등을 토탁여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난 그래도 현과장 편이라능!”

“나도 현과장 편.”


물론 키토와 리코를 제외하고. 그 둘은 완전한 현과장의 껌딱지들이니까.

현과장과 그의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티키타카.

이렇게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있긴 했지만, 여느 평범한 날과 다를 것 없이 지나가는 하루였다. 모두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말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정신이 돌아 왔나 보네?”


반갑지는 않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대 위에 쓰러져있던 우유나는 이내 몸을 일으켜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그럼에도 상황 파악을 위해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틴 그녀. 그녀는 관자놀이를 꽉 누른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거대한 실험실 같은 주변의 풍경들. 분명 난생 처음 보는 곳인 것은 분명했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분명 김치찌개 먹던 기억은 있는데...”

“다행히 그 기억은 있나 보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우유나에게 다가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기록관 우유나. 우유나의 목덜미가 서늘해져 왔다. 여왕이나 현과장이면 모를까, 이런 무시무시한 살기를 눈치 못 챌 우유나가 아니었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건데?”

“그야, 우린 하나니까.”


하나라고? 이건 무슨 소리일까. 어떻게 이 괴물같은 여자와 자신이 하나라는 것일까. 우유나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린 다른 존재야. 생각이 비슷하고 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동일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니잖아.”

“동의하는데. 그래도 우린 같은 존재야. 그 쪽은 내가 잃어버린 반쪽으로 만든 생명체니까.”


기록관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결연함. 우유나는 이 눈앞의 여자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 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날 흡수라도 할 거야?”


우유나의 온몸을 감싸오는 불길함.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행여나 찾아올 작은 기회를 적대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세워가며, 기록관의 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머나, 왜 이러실까? 나는 너고, 너는 나야. 그런 뻔히 보이는 생각쯤은 훤히 읽힌다고.”


그녀가 앉아있는 침대에서 갑자기 촉수가 튀어나와 그녀를 덮쳤다. 흐물흐물 거리며 그네에게 달려드는 무수히 많은 촉수들. 일반적인 상황에서 만나게 된 촉수였다면, 기픔의 신음(?)을 내지를 그녀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였으니까.


“그래도 나 센스있지? 촉수 좋아하잖아.”

“퍽이나 센스있네.”


다급함 속에도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그녀 특유의 비아냥. 여유 있게 보이려는 허세도 약간 담겨있었다.


“그렇게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안 될까?”

“아니, 제정신이야? 미워하지 말라고?” 날 흡수할 거면서?“


냉정함을 유지하려 했던 그녀였지만, 기록관의 터무니없는 발언에 그만 이성줄이 끊어지고야 말았다. 미워하지 마라니. 이제 곧 죽을 지도 모른데 미워하지 마라니. 이게 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여자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둘이 된 우유나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뿐이야.”


기록관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미소. 담담하기에 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한편, 거실에서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그들은 아직도 꿈나라에서 김치찌개를 퍼먹는 중이었다. 어이,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도 될 거 같은데.


“잔소리는 사양하겠다냥. 이제 일어날 거다냥.”


역시나 제일 먼저 일어나는 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흥선생. 그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키토와 리코에게 다가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귀여운 두 분이다냥.”


잠깐, 지금 그걸 보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주변을 좀 보라고, 주변을.


“주변? 무슨 일 있냥?”


이내 어흥선생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실 중앙의 김치째개를 둘러싼 채로 골아떨여져 있는 사람들. 당연히 키토와 리코, 루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는 별일 없는 거 같다냥.”


그는 고개를 기울이더니, 이내 탁자 위에 놓인 김치째개를 한 숟가락 퍼먹었다. 잠깐! 잠깐! 잠깐! 그걸 먹으면...


“졸립...다... 냥...”


일어난 지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골아떨어진 멍청한 고양이인간. 큰일하나 지났다고 긴장감이 풀려도 너무 풀린 거 아니야? 대부분의 사고는 큰일을 겪고난 뒤 긴장감이 풀려서 일어나는 거 몰라?


“으으... 왜 이렇게 몸이 찌뿌둥하지?”


불행 중 다행인 것일까. 현과장이 머리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동자 안으로 들어온 거실의 풍경. 세 귀염둥이들을 비롯해 모든 식구들이 마치 시체처럼 거실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현과장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절로 「신의 방패」가 발동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면, 그리고 자신이 당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절대 그런 게 아닌 듯이 보였다.


“모두 괜찮아? 괜찮냐고?!”


현과장의 다급한 외침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는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주변으로 따스한 기운을 마구마구 뿜어내었다. 그러나, 미동도 없다. 마치 죽은 사람들처럼.


“저, 정말 모두 죽은 거야?”


점점 암울해져만 가는 그의 낯빛.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니. 정말 믿기 힘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과장. 그 사람들 아직 안 죽었어. 그냥 자고 있는 것 뿐이라고.


“모두가 죽다니... 이런 일이...”


현과장은 머리를 감싸며 좌절했다. 신의 방패만을 믿고 자만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아니, 그러니까 현과장! 그 사람들 아직 안 죽었다니까! 그냥 잠만 자는 것뿐이라고!

이런 내 외침이 그에게 닿을 리 없었다. 그가 어흥선생의 고양이귀머리띠를 빼앗아서 쓰지 않는 한.


“크허엉! 쿨~”


이렇게 현과장이 절망감에 빠져있던 바로 그때, 갑작스럽게 달려온 전차 소리. 화달짝 놀란 현과장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크허어어엉! 쿠울~”


그가 자리에 일어나니까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전차 움직이는 소리.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까, 전차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마치...


“코 고는 소리? 누가 지금 코 고는 거야? 내가 지금 이렇게 심각한데!”


현과장은 우렁찬 코골이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조금 전까지 가족의 죽음에 절망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한 얼굴로.


“아니, 루프 씨! 코를 그렇게 골아?”

“으으응... 나 코 안 곤다... 멍...”


현과장의 말에, 눈을 비비며 잠에서 일어난 루프. 현과장은 그의 말에 다시금 귀를 기울였다.


“크허어어어어엉! 쿠우우우울~”


다시금 들려온 코골이 소리. 루프 본인의 말처럼 범인은 그가 아니었다.


“아니! 감히 내 감성을 방해하는 자, 누구냐!”


현과장은 가시 범인 물색에 나섰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후각이 예민한 루프도 그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이건 후각보다 청각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갓패치? 무슨 사람이 코를 그렇게 골아?”

“으응... 제... 정신이야? 감히 날 깨워?”


현과장의 손길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 갓패치. 그런데 다시금 코골이 소리가 거실을 강타했다.


“크허엉... 쿠울...”


조금 약해진 코골이 소리.

아니,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라고! 우유나가 없어진 거 모르겠어? 우유나가 없잖아! 그것도 둘 다!


“아, 진짜 누가 코를 고는 거야? 도대체 모르겠네...”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널브러져 있는 까닭에, 전혀 잡을 수 없는 코골이 진범. 현과장은 심히 불쾌했다. 마치 군대 시절 PTSD가 그를 덮쳐오는 듯 했다.


“내가! 코골이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나 이 범인 반드시 잡는다!”


현과장은 눈에 불을 켜며 남은 인원들을 차근차근 감시했다.


“나 잘 알아.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걸.”


완전히 명탐정이 빙의 된 현과장.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나이 지긋한 한 마리의 삵. 그런데,


“왜 사람이 비지?”


매서운 눈빛에서 갑자기 당혹감이 뻗어져 나왔다. 다시금 세어봤지만, 머리가 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루프 씨. 지금 누가 없는 거 맞지?”

“킁킁.. 우유나의 냄새가 진하게 나지 않긴 하다. 멍!”

“우유나? 어느 우유나?

“둘 다 느껴지지 않는다. 멍!”


순간, 현과장을 엄습해오는 불길한 느낌. 머릿속에 대법관을 만났던 그때가 황급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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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0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0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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