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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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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6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12 1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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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DUMMY

그리고 다가온 다음날.

전날 계획한 대로, 현과장과 일행은 우선 「신의 방패」를 떼어 놓을 방법을 찾기 위해 헤어짐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를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분리 전문 변호사 소0소입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소0소입니다. 일요일, 토마토, 별똥별, 복불복.”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느낌의 이야기. 현과장은 곧바로 고개를 기울였다.


“소영소 변호사님이시라고요.”

“0입니다, 숫자 0. 0, 1, 2, 3, 4, 5, 6, 7, 8, 9, 0. 영어로는 제로.”


사릉가즌쟁의 주민이 어떻게 영어를 아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조그만 체구의 그 여 변호사는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이며 현과장을 쳐다보았다.


“부인의 바람 때문에 이혼하고 싶어서 찾아오신 겁니까?”


그러더니, 다짜고짜 막장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소재를 꺼내든 소0소 변호사. 비록 현과장의 얼굴이 전형적인 호구상이긴 했지만, 아직 결혼 못한 총각에게 꺼낼 말은 아니었다.


“그건 아닌데... 잠깐! 나 아직 결혼 안 했어요!”

“아...”


현과장이 다급하게 그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한 소0소 변호사.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리더니, 생각에 잠기었다.


“아니, 내가 무슨 일로 왔냐면...”

“잠시만요. 우리 변호사님 지금 생각 좀 하고 가실 게요.”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것일까. 막 본격적으로 입을 열려고 하는 현과장의 앞으로, 갑자기 한 여성이 불쑥 튀어나와 그의 입을 막았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냥?!”


이건 그녀의 행동에 너무나 당황하는 어흥선생. 당황감을 느낀 건 비단 그 혼자 뿐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고객이랄까나. 손님이랄까나!”

“저기 죄송한데, 불편사항은 DM으로 부탁 드려도 될까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여자의 행동에 말문이 턱 막힌 사람들.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서 삭아 없어진 밈(meme)이 사릉가즌쟁에서 유행하고 있을 줄이야. 현과장은 어이가 없더도 보통 없는 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 거 같다. 나가자.”


이런 장소는 되도록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 현과장은 모두를 이끌고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이혼이 목적이 아니면, 뭔가 떼어 놓고 싶은 게 있는 겁니까?”


마침내 입을 연 소0소 변호사. 그녀는 생각의 끝에서 뭔가를 알아낸 듯, 자신있는 눈동자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떼어 놓고 싶어서 온 건 맞는데.”

“신체의 일부입니까? 아니면 귀신?”


잠깐, 이 변호사 별의별 걸 다 떼어 놓을 수 있잖아! 신체의 일부라고? 귀신이라고? 무슨 사릉가즌쟁의 변호사들은 전부 성전환 수술 의사에, 엑소시즘 권위자인 거야?


“아니 그런 쪽이 아닌데...”

“그것도 아니면 능력입니까?”


능력을 언급한 그녀의 말에, 현과장과 일행들은 놀란 눈으로 소0소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잠. 시. 만. 요. 우리 변호사님, 그렇게 쳐다보지 않을 게요.”


다시금 소0소와 현과장 사이로 끼어드는 사무관 그녀. 그녀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현과장과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아... 사무관님 괜찮습니다. 익숙해져야 하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니까.”

“어머, 어머! 우리 변호사님! 성장하셨어요! 모두 박수 부탁드릴게요!”

[짝짝짝!]


사무관은 감격에 넘쳐 소0소를 바라보며 연신 박수를 쳐댔다.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온 그녀의 박수 소리. 어쩔 수 없었다. 모두 박수를 칠 수밖에.


[짝짝짝짝...]


힘없는 모두의 박수소리. 하지만, 소0소에게는 그 어느 순간보다 기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다니.


“로스쿨 이후, 이렇게 많은 분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게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말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이게 얼마나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올 건지.


“이번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소0소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모두의 박수가 그녀에게 기합을 불어넣은 듯했다.


“그럼 이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앉으시죠!”




상담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늦은 오후. 아침에 도착한 그들이었지만, 달랑 변호사 한 명을 만났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 만에 분리해 준다는 건 행운 아니야?”


실보다 득이 많았던 그녀와의 상담. 소0소 변호사는 단 하루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모두에게 호언장담을 했었다.


“하지만, 현과장. 뭔가 쫌 이상하다냥.”


나직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표현한 어흥선생. 이어서 그는, 조금 전 그녀의 말과 행동을 천천히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늦은 밤에 혼자 오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냥.”

“모두가 함께라면 조금 부끄럽다고 했잖아. 조금 소심한 성격인 거 같던데. 그냥 넘겨 그냥.”


현과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떨쳐보려고 해도, 불안감은 쉽게 떨쳐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커져만 갈뿐.


“제정신이야? 지금 그게 문제야? 우리 아직 점심도 안 먹었다고!”


어흥선생에게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처럼, 갓패치의 허기 역시 쉬지 않고 상승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거친 숨을 연신 몰아쉬는 갓패치. 원래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지금의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오늘도! 그 곳을 턴다!”

“제정신이 아니랄까나. 이미 그 곳에는 제대로 된 김치가 없다랄까나.”


갓패치의 말에, 단호하게 반대를 하는 채야. 그녀 역시 김치에 진심이었다. 아무리 원더랜드 최고의 요리사라고 할지라도, 현과장의 김치요리를 맛본 이상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갈 곳이 거기 밖에 없잖아.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곳이.”


현과장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들이 있는 지금 시점은, 본래의 시간대가 아닌, 그들과 동 떨어져 있는 시간대.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시간대에서 일을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큰 죄악이었다.


“어차피 민폐는 끼치게 되어 있잖아요. 붉은 동아줄 때문에.”


그 순간, 핵심을 푸욱 찌르고 들어오는 우유나의 목소리. 그녀의 말이 옳았다. 어차피 원더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시간대에 큰 멘폐를 끼쳐야 하는 것도 사실. 이미 큰 사건이 예견 된 와중에, 작은 약탈쯤이야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안 돼! 김치 때문에 지구를 털 순 없는 거잖아!”


하지만, 현과장은 단호했다.

단순히 마트를 터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상징성이 문제였지.


“왜 안 된다는 걸까나? 우리가 김치를 원하는 게 안 보이는 걸까나?”


살짝 올라간 채야의 음성. 그녀의 눈빛 속에서 침전한 분노가 느껴지는 듯 했다.


“성경의 네 기수가 마트를 털 면, 사람들이 퍽이나 가만히 있겠다! 모두들 잘 들어! 종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건드는 거 아니야! 그러다 다 죽는다고!”


여전히 단호한 현과장의 목소리. 그는 채야의 앞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정신이야? 그럼 우리보고 김치를 포기하라고? 김치찌개를 포기하라고?”

“포기해.”


포기하라는 현과장의 말이 이토록 가슴아프게 들린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갓패치는 그 자리에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김치찌개는 포기해. 김치찌개를 할 정도로 김치가 많지는 않을 거니까.”


뭔가 생각이 있는 것일까. 현과장이 갓패치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이미 삐칠 대로 삐친 갓패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현과장이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이번엔 다른 음식이다.”




“흐음... 또 왔는데요.”


우유나의 인상이 굳어졌다. 아마도 또 현과장 일행인 모양이었다.


“크게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곧 있으면 리셋 되는 세계니까.”


그녀가 크게 신경 쓰는 것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아직 말한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초조한 듯한 그녀의 눈빛. 굳어진 표정이 한껏 도드라졌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 김치가 너무 중국산이라고 그래서.”


그녀의 말에, 난 이마를 탁! 쳤다. 그래, 그랬다. 그 시절 나는 김치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김장 마이스터. 김치 마에스트로. 마스터 오브 김치. 별의별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뭐 이젠 다 지나간 일이지만.


“현실 반영이야, 현실 반영. 그 시간대에는 국산 김치보다 중국산 김치가 더 많았으니까.”

“과거의 현과장은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요.”

“그건 과거고. 지금의 난 아니니까.”


난 단호했다. 그러자,


“현과장, 참 많이 변했어요.”


슬픈 눈빛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우유나. 마치 오래된 연인에게 건네는 말처럼, 그녀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난 바뀌지 않아. 예전에도 지금도 오직 원더랜드만 생각할 뿐이라고.”

“아니요. 분명 변했어요.”


우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진 그녀. 그녀가 갈 곳은 뻔했다. 그래, 지금 이 순간에서는 그녀가 갈 만한 장소는 단 한 장소 뿐이니까.




“아니, 기록관은 또 왜 왔어?”


현과장은 자리를 잡고 앉은 기록관 우유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내가 관리하는 곳이에요! 다들 나가고 싶어요?!”

“아닙니다. 어서오십쇼! 미래의 나 자신!”


역시나 강약약강이 철저한 우유나. 그녀는 미래의 자신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고개를 숙였다.


“자, 다들 보세요! 내 모습을 잘 본 받으라고요!”

“어느 쪽을 본받아? 갑질하는 쪽? 아니면 굽신거리는 쪽?”


그런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현과장이 아니었다. 이내 깐족거리며 두 우유나의 심기를 건드리고 만 현과장, 그러나 이 깝죽의 대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디서 국민 호구가 말을?”

“첫사랑도 지키지 못한 남자가 어디 여장부에게 말을 거나요?”


깐족거림의 답장으로 묵직한 팩트로 현과장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리는 두 우유나. 비겁하기 그지 없었다. 날조와 거짓이 아닌 진실로 승부를 보려고 하다니. 그런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바로 이 순간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임기응변의 천재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팩트 폭격보다 더 잔인한 방법이었으니까.


“예로부터 내가 살던 대한민국에는 이런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너무나 비겁하거 치졸한 방법이었기에, 한 순간 마음이 약해졌던 현과장. 하지만 그는 지난날 우유나에게 당해왔던 날들을 떠올리며 이를 꽉 물었다.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여는 현과장. 그의 입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쏟아지자, 두 우유나는 이내 무릎까지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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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0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0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2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0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2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2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0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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