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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3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17 10:00
조회
14
추천
3
글자
11쪽

373. 그들의 현실 - 4

DUMMY

“룸서비스입니다.”

“시킨 적 없어요. 가지고 돌아가세요.”


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그녀의 오른팔. 두툼한 깁스를 하고 있는 그녀의 오른팔에서, 난 어제의 침입이 떠올랐다.


“시킨 적은 없을지 모르지만, 난 전달할 게 있어.”


내 단호한 태도 앞에서도, 유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대담하게 들이댔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갈취하려는 듯이.


“내가 받고 싶지 않은데.”

“그럼 네 정체를 다 떠벌릴 거야. 네가 진짜 골드 가문의 주인이라는 걸.”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란 시스가, 그대로 날 바라보았다.


“그냥 죽이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시스 조용히 해. 뭐, 걸핏하면 죽이고 제거하라고만 하는 거야. 세상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잖아.”


난 답답할 정도로 직설적인 그녀를 향해 살짝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내 말에 지지 않고 다시 입을 연 시스. 그녀의 이야기에 난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는 당신의 본성입니다.”


내 본성이라고? 날 도와주는 시스템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말이야? 이거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손님이 왔으니까.”

“네.”


시스의 이야기도 중요하긴 했지만, 유연을 앞에 놔두고 내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 난 일단 유연과의 대화를 정리하려고 했다. 그녀가 시스의 배후 인물이 나라는 걸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골드 가문 자체가 거짓인 것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럼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는 법. 난 되도록 나를 숨겨가며 그녀의 의중을 떠볼 심산이었다.


“내가 골드 가문의 주인인 건 어떻게 알았지?”

“저 여자의 죽음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진짜 부모가 죽었다면, 날 가만히 두지 않았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추리가 맞았다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장단에 맞춰줘야겠지.


“꽤 날카롭네. 그래서 용건이 뭐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트 밑으로 손을 불쑥 넣은 유연. 시스가 살짝 놀란 듯 내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그녀의 손이 카트 안에서 천천히 나왔다. 카트 밖으로 나온 손에는 묵직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야구공보다 약간 크면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건. 그 물건의 정체를 몰랐던 나는, 그냥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안 놀라네?”

“놀랄 물건이야?”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아니, 뭔지를 알아야 놀라든지 까무러치든지 할 거 아니야. 그냥 안 놀라냐고 말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이건 무협랜드의 옥새야. 아버지가 꼭꼭 숨겨두었던 옥새.”


아버지가 숨겨두었다라... 그렇다는 건, 유연의 아버지는 옛 황제의 측근이나 인척 정도 되는 것일까. 조금은 놀랄 만한 사실이지만, 딱히 그녀의 사연에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이건 내가 무협랜드의 정통 후계자라는 뜻이라고!”


정통 후계자라. 황제의 딸 정도 되는 모양이네.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데 여기까지 옥새를 들고 찾아온 걸까.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현과장에게서 이 땅을 되찾게 도와준다면, 이 옥새를 줄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여자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긴 하는 건가.


“옥새를 주겠다고? 제정신이야?”

“지극히 제정신이야.”

“스스로 나라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그저 상징물일 뿐이야. 그건 그냥 상징물일 뿐이라고.”


난 또 한 번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냥 나에게 나라를 되찾는 조건으로 황금을 던진 것과 다를 게 없잖아. 우주 10대 부자인 골드 가문이 돈 따위에 눈이 돌아갈 거라 생각한 건가?


“내가 그 황금 덩어리를 받고 네 부탁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어?”

“당연하지! 이건 무협랜드 그 자체라고!”


이런 꼴통을 봤나. 조금 전까지 그냥 상징물이라고 해놓고, 지금은 옥새가 원더랜드 그 자체란다. 이거 어느 거짓말을 믿어야 하지?


“가지고 돌아가. 5살짜리가 떼를 써도 그것보다 나을 거야.”

“내가 말했지! 거절하면 제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상관없어. 내가 진짜 골드 가문의 주인이라는 게 그리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까.”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덤벼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약 덤비려고 했다면, 내 입에서 거절의 이야기가 나온 그때 곧바로 덤볐겠지. 그녀는 이미 몸으로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난 망국의 황녀야. 날 도와주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내가 직접 보증하지.”


그녀는 다시 한번 침착하게 나와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관심이 없다. 그녀의 사정 따위는.


“난 관심 없어.”

“날 못 믿는 거야?”


이 여자 이야기를 듣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냥 머리가 나쁜 건가. 지금까지 계속 관심이 없다는 표현을 이어갔는데. 어째서 저렇게 못 알아먹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날 습격한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


“뭘 믿고 널 믿지?”

“난 황녀라고! 무협랜드의 황녀!”


저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때 그 황제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 인간도 참 자기 생각만 했었지.


“한 가지 물어보자. 왜 현과장이 무협랜드를 차지하게 되었지?”

“반란을 일으켰으니까!”

“왜 반란을 일으켜?”

“반란분자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난 마음을 굳혔다. 이 여자와는 그 어떤 대화도 필요 없다. 대화를 이어갈 가치도 없다. 그녀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냥 원숭이일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원숭이.


“돌아가.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기 전에.”


난 진심을 가득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목숨을 앗아가는 것에 무척이나 망설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가 내 심기를 무척이나 심하게 건드려 버렸기 때문에.


“내가 말했죠. 그냥 죽이는 편이 낫다고.”


시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녀의 말이 이번엔 옳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18년 동안 무슨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직 18년 전에 머물러 있다. 전혀 성장하지 않은 채.


“후회할 거야! 난 반드시 나라를 되찾을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는 다시 나라를 찾는다고 해도 다시 빼앗기기 마련이야. 18년 전에 머물러 있지 말고 빨리 현재로 돌아와.”


그녀에게 조언을 해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난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이야기는 완전히 무시한 채,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유연. 이내 그녀는 창문을 열고 문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니, 문으로 들어왔으면 당연히 문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저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거지?




[찰칵! 찰칵! 찰칵!]


호텔 근처의 공원.

대포 망원경이 달린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연신 호텔 상부를 찍고 있던 충식.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멋진 장면 하나를 포착했다. 바로, 유연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 찍혔나요?”


그가 사진을 확인하던 그때,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한 여성, 그녀의 정체는 바로 유연이었다.


“황, 아니, 응! 네 말대로 아주 잘 찍었다.”


충식은 주변을 슬쩍 보더니 이내 태도를 바꿨다. 밤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공원에 사람이 많은 시간. 그는 유연의 존재를 무척 숨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럼 빨리 돌아가죠.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


유연도 주변의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충식에게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자신들의 술집 「중성시대」로 돌아온 유연과 충식. 돌아오자마자 충식은 서둘러 사진의 복사본을 만들어 술집 여러 군데에 숨겼다.


“철저하시네요.”

“이 정도 보험은 들어놔야 마음이 편하지요, 황녀님.”


유연은 곧바로 창고로 걸음을 향했다. 창고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안쪽으로 던져버리는 황금색 묵직한 금속 덩어리. 바로 그녀가 소년에게 보여줬던 옥새였다.


[퉁!]

“안 속았군요.”


금속이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를 들었는지, 바 테이블 쪽에서 충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관심조차 없더라고요. 이미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나 봐요.”


실패한 것치고는 담담한 유연의 목소리. 그녀는 이렇게 될 걸 어느 정도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창고에서 일을 마친 그녀는 창고를 빠져나와 곧장 바 테이블로 걸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충식이 찍었던 사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그녀에게 확인이라도 하라는 듯이.


“잘 찍혔네요. 이것만 있으면 어느 정도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 거예요.”

“정말 일대종사가 믿을까요?”


충식의 눈빛은 유연을 120% 신뢰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안 믿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믿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믿고 싶을 만한 달콤한 이야기를 할 거니까.”

“그래도 골드 가문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면 이야기가 더 쉬웠을 텐데.”


충식은 못내 아쉬운 듯 한숨을 지었다. 골드 가문의 자본력만 있으면, 네오 무협랜드를 장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내 제안을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전부 거절했으니까.”

“그럴 리가... 사람이라면 꽤 흔들릴 만한 제안 아닙니까? 황녀님께서 나라를 되찾기만 한다면, 그들이 투자한 돈의 수십 배는 회수할 텐데.”


충식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자들의 생각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말을 듣긴 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다를 줄이야. 그의 마음은 소년의 행동에, 아주 조금, 감탄하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우선은 일대종사에 연락을 하죠. 우리의 입장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

“네, 황녀님. 이젠 더는 이용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내 충식은 사진을 들고 술집을 나섰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짓는 우연. 그녀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은아 자매와 여희. 그녀들은 식탁 앞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 일 잘 안 됐어?”

“엄마가 하는 일 자꾸 물어보라고 했어, 안 했어. 너 그러다가 키 안 큰다.”

“칫, 그게 키 크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은하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밥숟갈을 들었다. 매번 꿈 이야기로 집안을 구하는 은하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언제나 소외되기 일쑤. 그녀는 이런 대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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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9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1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0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4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2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6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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