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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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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1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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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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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60. 권력자의 딸 - 2

DUMMY

난, 은하라는 아이를 살짝 품에 안고, 그대로 험악한 기운이 풀풀 풍기고 있는 은아의 앞으로 걸어갔다.


“거!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내 존재를 들키지 않게, 나름 목소리도 걸쭉하게 내보았다. 그런데,


“인형탈 뒤에 숨는 것도 모자라, 어른 흉내까지? 어이가 없네.”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녀석 눈치가 빠른데?


“어이가 없는 건 네 이야기지. 네가 경찰이야? 네가 검사야? 네가 신이야? 네가 뭔데 사람을 판단해?”


순간, 날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분노 서린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오호라, 그럼 넌 뭐라도 되냐? 같잖은 곰돌이 머리통 속에 숨어있는 주제에!”


그녀가 빠르게 달려와 내 인형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확실히 빨랐다. 여태껏 만난 경찰들보다도 군인들보다도. 그렇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내 눈에는 여전히 하찮게 보였으니까.


“어쭈? 피해?”

“피한 게 아니라. 그쪽이 느린 거야. 움직이는 건 못 잡아?”


난 살살 그녀의 성격을 건드렸다. 그런 바로 그때!


“그래! 언니는 움직이는 건 못 잡아?”


갑자기 내 편을 들며, 은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은하. 그녀의 잔소리 덕분일까. 은아의 눈빛이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저 미친년이!”

“엄마가 욕하지 말라고 했어! 아빠도 엄마도 욕을 안 하는데, 언니는 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야? 돌연변이인가?”

“너! 너! 너!!”


잔뜩 약이 오른 그녀는 무작정 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이번 그녀의 목표는 내 인형탈이 아니었다. 내 품에 안긴 꼬맹이 은하였지.

은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은아의 손. 그 손은 마치 수십 마리의 뱀처럼 보이기도 했다.


“꺄아아악!!”


잔뜩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르며 내 품으로 얼굴을 묻는 은하. 아무리 봐도 그냥 연기하는 건데. 이걸 속아줘야 하는 걸까.


“사람 살려~!”


또 한 번 비명을 올렸다. 그것도 내 눈치를 보면서. 젠장, 이러면 어쩔 수 없잖아!


[탁!]


난 내 가슴 쪽으로 날아오는 그녀의 손은 덥석 잡았다. 그러자, 일제히 놀라는 주변 사람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은아도, 내 품에 안겨있는 은하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우리 언니의 청사권을 아무렇지 않게 막다니!”

“이 바보야! 막은 게 아니라 잡은 거잖아!”


그녀는 내 손으로부터 자신의 오른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입술까지 꽉 다물고,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자신의 팔을 힘껏 당겼다. 그렇게 애쓴다고 해서 쉽게 놓아줄 생각은 없는데.


“꼴 좋다! 마녀! 카악! 퉤!”


그런데 그때였다. 쓰러져있던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은아를 향해 침을 뱉었다. 그것도 생굴 같은 가래침을.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저 갈아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그러니까 마무리를 지었어야지. 엄마가 매번 말했잖아. 마무리까지 확실히 하라고.”


실망했다는 듯, 은하는 그녀의 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은아. 그녀는 당장이라도 소년을 잡아 죽일 것처럼 매섭게 노려보았다.


“저 새끼 죽여야 해! 놔! 이거 놓으라고!”

“아무리 그래도, 아직 애를 죽이면 안 되잖아.”

“저런 놈은 이대로 1년만 지나도 큰 범죄를 저지른다고!”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노. 그러나 그 분노 속에 강한 확신이 담겨있었다.


“보라고! 저 새끼 부모도 가만히 있잖아! 자식 새끼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가만히 있잖아!”

“넌 저 애를 던지고 목까지 밟았잖아.”

“그게 뭐 어때서!”


그녀는 아무래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저 아이와 자신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분노로 뒤범벅이 되어 괴악하기까지 한 그녀의 얼굴. 아무래도 내가 한 번 더 움직여야 할 상황인 것 같다.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우리 아가씨, 잠깐 내려갈까. 언니 교육 좀 하게.”

“응!”


마치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내 품에서 내려가는 은하. 이상하게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냥 그녀를 내려준 뒤, 난 은아를 응시했다.


“뭐, 뭐야?!”

“버릇 좀 고쳐 놔야겠다.”

“뭐?!”


괴팍스러운 그녀의 얼굴 안에 당혹감이 피어났다. 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 교육하기 제일 좋은 타이밍이니까.


[와락!]


난 그대로 그녀를 꽉 껴안았다. 예전 여희에게도 썼던 방법. 몸의 자유를 막고 공포심과 경외감을 심어주는 나만의 방법이다. 오직 힘만으로 제압하는 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순 없으니까. 아, 그 근본적인 원인이 사람 그 자체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긴 하지만.


“이, 이, 이거 놔!!”


그녀가 발버둥 치려고 몸을 뒤틀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런다고 얌전히 풀어줄 내가 아니다. 난 더욱 강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절대로 움직일 수 없게.


“내가 누군지 몰라?! 빨리 이거 안 풀어?!! 나 대통령의 딸이야!”


알지, 알아. 현은아. 현과장의 딸.

은아라는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이제 확신이 생겼다. 그녀가 위기감에 내뱉은 대통령이란 단어 때문에.


“놔! 놓으라고!!”


더욱 격하게 발버둥 쳤지만, 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주변에서도 이런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는지, 당황한 채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나 같으면 빨리 핸드폰을 들고 경찰이라도 불렀을 텐데. 왜 여기 사람들은 이런 생각도 못 하는 것일까.


“언니, 군대 불러줄까?”

“시, 시끄러워! 이딴 놈 나 혼자 충분해!”


내 품 안에서 아무 짓도 못 하지만, 입술만큼은 자유롭게 나불거리는 그녀, 은아. 이거 안 되겠네. 더 큰 벌을 줘야지.

난 은근슬쩍 그녀의 목 뒤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러자,


“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 손 안 내려?!”


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급격하게 다급해진 그녀의 목소리. 내 주변에 있던 은하는 이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기만 했다.


“야! 현은하! 빨리 멈추라고 해!”

“뭘? 나 이 사람 몰라.”

“너 진짜!!”


난 그녀의 자유분방한 입술이 더는 움직일 수 없도록. 그대로 내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끌고 왔다. 이윽고 나와 맞닿은 그녀의 새빨간 입술. 그녀의 입술 위로 보드라운 인형탈의 입술이 맞닿았다.


“읍! 읍!!”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품을 벗어날 수는 없는 법. 그녀는 그렇게 약 5분 동안 내 인형탈과 뽀뽀를 해야만 했다. 이 특이한 광경에 사람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나와 은아를 촬영했다. 그러자,


“대통령의 딸을 함부로 찍다가는 평생 빛을 못 볼 텐데.”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향해 눈치를 주는 은하. 어쩌면 은아보다 은하가 더 악랄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이제 놔 줘요. 그만하면 언니도 정신 차렸을 테니까.”


은하의 말대로, 정신을 차린 것일까. 은아는 내 품에 안긴 채 가만히 있었다. 분노가 가득했던 얼굴도 이제는 평소대로 돌아왔다.

난 그녀의 변화를 확인한 후, 그대로 내 품에 있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와락!]


그렇게 그녀가 원했던 대로 풀어줬지만, 이내 내 품으로 다가와 나를 안아버리는 은아. 난 그 순간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작은 박수 소리가.


“축하합니당~ 맹수를 길들이셨습니당~”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날 축하하는 건 다름 아닌 은하. 그녀의 목소리에서 비아냥과 비웃음이 가득 느껴졌다.


“곰돌이 오빠! 우리 언니 어때요? 괜찮죠?”


그녀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진짜 문제는 은아가 아니었다. 그녀의 동생, 은하였지.


“언니! 꽉 잡아야 해!”

[와락!]


그녀의 외침에, 더욱 강하게 날 껴안는 은아. 내색하진 않았지만, 은아도 아닌 은하의 덫에 걸린 게 무척 쪽팔렸다. 하긴, 대통령의 딸들이 경호원도 없이 유원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말이 되지 않았는데. 이걸 놓치다니! 난 나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하나.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난 젖먹던 힘까지 짜내 날 안고 있던 그녀를 살며시 떼어낸 뒤, 그대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내가 도망을 선택했음에도, 그녀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유원지의 오후.

유원지 안으로 경찰들이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그들의 목표는 대통령의 딸, 은아와 은하. 그녀들의 주변으로 도착한 경찰들은 사주경계 하며 목격자들을 붙잡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 분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잔뜩 긴장한 듯한 경찰이 그녀들의 앞에 나타나 경례했다. 그러자,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아무렇지 않아요.”


싱긋 웃으며 경찰을 상대하는 은아. 조금 전 오리지널 현과장 앞에서 보였던 그 표독스러운 모습과는 180˚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 저희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뒤, 사건을 정리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깍듯하게 경례한 뒤, 그대로 그녀들의 앞에서 벗어나는 경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은아는, 자신들의 주변에 더 이상 경찰들이 오지 않자,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정말 네 꿈대로 나타났네.”

“난 언제나 백발백중이라고, 언니.”


은하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 사람이 진짜 신이야?”

“그렇다니까. 창조주님은 아니시지만, 신이야. 창조주의 가르침을 받은 신. 언니는 이제 성녀가 될 테니까 신께 잘 보여야지.”


어린아이답지 않게 냉철한 눈빛을 내뿜는 은하. 그 모습을 본 은아는 조금 안타까웠다. 하필이면, 여희의 예지몽 능력과 현과장의 통찰력을 같이 물려받게 된 것일까. 그 때문에 은아는 네오 무협랜드의 숨겨진 두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막 8살을 넘긴 소녀일 뿐인데.


“다음번에 나타나면 확실하게 잡아야 해. 언니, 알았지?”

“그래, 그렇게 할게.”


은아는 살포시 은하의 뺨에 손을 올렸다. 상처가 나 딱지가 앉아있던 은하의 뺨. 그렇지만, 은아의 손이 그녀의 뺨에 닿자,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소생』이었다. 현과장의 능력, 『소생』.


“언니! 그 엄청난 능력을 이럴 때 쓰면 안 되지!”

“어차피 쓸데도 없어. 한두 시간만 지나면 또 쓸 수 있고.”

“그래도! 이런 작은 상처에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어차피 네 얼굴에 흉지면 그때 가서 또 써야 하잖아. 그냥 있을 때 쓰는 게 나아.”


은아의 말을 듣던 은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금 쓰는 게 나아.”

“그럼 돌아가자. 돌아가야 잠을 자고, 잠을 자야 미래를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손을 잡고 유원지를 빠져나가는 은아와 은하. 살포시 포개어진 두 사람의 손에서 따뜻한 자매의 사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

“응?”

“그게 첫 뽀뽀지?”


은아의 인상이 굳어졌다.

은하의 말대로 그게 그녀 인생 첫 뽀뽀였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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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9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1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0 4 12쪽
»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4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2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6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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