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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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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4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10 10:00
조회
28
추천
5
글자
11쪽

223. 패잔병과 현과장

DUMMY

아담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마음이 조금 나아진 것일까. 채야의 말투에 말꼬리가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말꼬리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긴장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 아직 분노의 대상일 될 만한 이들이 눈앞에 이리저리 널려있기 때문이었다.


“너희 때문에 텃밭이 이렇게 됐으니까, 너희를 거름으로 써야 한다랄까나!”


분노가 일렁이는 눈동자.

텃밭에 일렁이는 하얀 불꽃.

그 하얀 물결은 잠시를 기다리지 않고 은빛 기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잠깐! 잠깐! 잠깐!”


불꽃이 기사들을 먹어치우려고 하려던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는 걸까나! 난 무척 화가 많이 나 있다랄까나!”

“워워. 진정진정. 내가 능력을 거두지 않는 이상 저 친구들 아무런 피해도 안 입는다니까.”

“그럼 거두면 된다랄까나!”


쉬이 가라앉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 그런 그녀를 향해 현과장은 천천히,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일단 거두기 전에 우선, 우리 심호흡부터 하자,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히? 후우? 지금 장난하는 걸까나?!”

“어허! 어디 속고만 살았나!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가끔 화난 상대에게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먹힐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현과장은 단호하고 강력하게 주장을 이어갔다. 그런 그의 단호함에 조금 당황한 듯한 채야의 표정. 현과장은 그런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깊숙이 파고 들었다. 안 그러면 눈앞에서 일방적인 살육이 일어날 테니까.


“히... 히... 후우...”

“어허! 어디서 흉내만 내. 다시!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다시 한번!”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현과장의 작전이 먹힌 것일까. 심호흡을 한 채야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분노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냥 조금 누그러진 것일 뿐.


“자, 잘 들어. 이 밭 누가 원상 복구하지?”

“당연히 우리랄까나!”


가라앉았던 그녀의 분노가 다시금 끓어올랐다. 그러자, 그녀의 어깨 위에 차분히 손을 올리는 현과장. 그의 눈빛이 진지하게 빛났다.


“아니지! 아니지! 왜 우리가 이걸 원상 복구해? 망친 놈들이 복구해야지.”

“망친 놈들?”


이내 채야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현과장. 그의 시선은 일렁이는 불길을 따라 그대로 이동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멈춘 곳. 그곳에는 겁에 잔뜩 질린 기사들이 공포 가득한 눈빛으로 현과장과 채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놈들을 믿으라는 걸까나?”

“어허. 믿어야지. 안 그러면,”


순간, 말을 멈추며 두 눈을 희번뜩이는 현과장. 그 모습을 마주한 기사들의 눈동자에는 더욱 거대한 공포가 내려앉았다.


“죽을 텐데.”


담담하고 차가운 현과장의 목소리가 텃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 목소리에 그만 다리가 풀려 버리고 만 기사들.

그들은 그렇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 어딜 앉아있냥. 노예들은 노예답게 일을 해야 한다냥.”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기사들을 향해 다가가, 그들을 하나 둘 일으키는 어흥선생. 이내 그는 삽과 농기구들을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살고 싶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냥.”


그렇게 채야의 텃밭을 복구하게 된 은빛 기사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들은 처량하고 또 불쌍하게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저 인간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나?”


이런 기사들의 모습에 살짝 불안해 진 것일까. 채야는 의심가득한 눈빛을 현과장에게 보냈다. 그러자, 당당하게 입을 여는 현과장. 그에게는 경험에 의한 자신감이 있었다.


“당연하지. 군인들은 못하는 게 없거든.”




한편, 초라하게 원더랜드에서 도망쳐 나온 아담은 자신의 은신처도 아닌 다른 어딘가로 황급히 날아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 가득한 당혹감. 그는 달아가는 내내 연신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럴 리 없어. 원더랜드는 그냥 죽어가는 별일 뿐이라고. 이렇게 강력한 존재들이 있을 리 없어, 없다고.”


자신의 공격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를 적지 않게 당황하게 만든 듯 했다.

그렇게 당혹스러움을 어찌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날아간 아담. 그 긴 도망의 끝에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구였다.

아담이 내려앉은 곳은 일본의 한적한 시골. 정말 집도 몇 채 보이지 않는 한적하고도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 곳에 여러번 온 적이 있는 것처럼.


“젠장! 이럴 리 없어! 없다고!”


그가 당혹스러움을 연신 표현하며 도착한 곳은, 시골의 작은 신사(神社). 참배인도 거의 없는 조용하고 아늑한 신사였다.


“오래간만에 와서 또 시끄럽게 하네.”


그 목소리를 듣고 신사 밖으로 모습을 내민 10대 중반의 소년.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근처 음료수 자판기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렇게 인간 놀이를 할 시간이 없다. 켄지.”

“인간 놀이가 아니라, 인간이야, 인간. 마왕만 잡아주면,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했잖아.”

“마왕이 문제가 아니다, 켄지. 마왕보다 더 위험한 존재들이 나타났단 말이다.”


다급함이 잔뜩 묻어있는 아담의 목소리. 하지만 켄지라는 소년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봤자, 화살 한방이면 인생 사요나라인데. 무슨 호들갑은.”


피식 웃으며 자판기에서 꺼낸 음료수를 홀짝홀짝 마시는 켄지. 그의 목소리에서 형언할 수 없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내 신의 창을 맞고도 멀쩡했단 말이다!”


단 한 순간에 안색이 달라져 버린 켄지. 그는 아담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빗맞은 거 아니야? 아담은 정확도가 무척 떨어지잖아.”


여전히 아담의 말을 못 믿는 듯한 켄지의 표정.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담은 그대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대답했다.


“한 방이 아니다. 여러 방 맞았단 말이다!”

“그런 괴물이 존재한다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아담의 태도로 볼 때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켄지. 그의 얼굴에서 묘한 긴장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새로운 사냥감인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켄지. 다른 신의 능력자들을 소집해야 해.”

“아니. 그건 아직 아니지.”


켄지는 아담의 말에 나직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놈들에게 책잡힐 필요는 없잖아.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라니가 저쪽에 붙을 가능성이 있다, 켄지.”

“라니는 자신이 유리한 쪽에 붙는다고.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만 보여주면 돼.”


켄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뭔가 꿍꿍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내 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캔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축배라도 드는 것처럼. 그런데,


“켁! 이게 뭐야?!”


갑자기 음료수를 몽땅 뿜어내버린 켄지. 그는 손에 든 캔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아즈키(붉은 팥)? 콜라 아니었어?”




“밭을 일구느라 애쓴 제군들. 수고가 많았습니다.”


기진맥진한 기사들을 바라보며 짤막한 감사 인사를 던지는 현과장. 여전히 그의 모습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다. 머리에는 붉은색 팔각모를 쓴 채로.


“현과장, 몸매도 좋지 않은데, 옷을 입어라냥.”

“기사들도 옷을 벗었는데, 나라고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갑옷을 모두 던져버린 채, 밭갈이에만 열중한 기사들. 그들의 얼굴과 등판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전부 샤워, 아니 목욕을 해야한다랄까나!”


젊은 남자들의 땀방울에 그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채야. 언제는 죽여야한다고 아우성을 치더니, 지금은 이렇게 땀에 환장한다고?


“어흥선생, 채야를 말립니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알겠다냥. 데리고 들어가겠다냥.”


이성을 완전히 잃은 그녀를 사뿐히 들고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어흥선생. 그들이 사라지자, 현과장은 기사들을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선택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현과장의 제안에, 기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패잔병인 자신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기회라니.


“집이 싫다면, 여기에 남아도,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도 좋습니다. 갓패치를 설득해 직접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현과장의 말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집뿐만 아니라 다른 곳을 가도 좋다니. 그것도 직접.


“단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더는 사람을 헤치는 일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현과장의 조건에, 기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다음번 당신들의 전쟁터에서는 꼭 누군가가 죽을 겁니다. 당신이 아니면 상대방이.”


현과장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들. 전쟁터라는 곳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지옥같은 장소. 현과장의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더는 무모한 죽음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내 조건 받아들이겠습니까?”


현과장의 제안에, 기사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때,


“우리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 기사가 된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고 지켜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군주가 시킨다면 우린 무기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침착하게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한 기사. 그가 말한 군주라는 인물은 아마도 아담일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다는 겁니까?”


현과장의 말에, 기사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자를 벗어 던지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현과장. 이내 그는 시선을 돌려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건 조금 뒤에 이야기 하자고. 우선은 쉬어.”


이어서 현과장은 그들로부터 몸을 돌렸다. 그런 그때, 그를 향해 들려온 기사의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는 의아함만이 가득했다.


“왜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겁니까? 왜 도와주려고 하는 겁니까?”

“왜냐고?”


그 의문만 가득한 목소리에, 담담히 입을 여는 현과장. 그는 사실을 이야기 했지만, 기사들은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난 모두의 호구니까.”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호구라고 설명하지? 아니 그리고, 호구라고 말하면 누가 알아 듣겠냐고.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기사들은 현과장의 말들을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머릿속에 솟아나기 시작한 불신. 이어서 그들은 현과장이 제안한 모든 사실들이 전부 거짓일거라 믿기 시작했다.


“군주들은 언제나 거짓말만 하는군요.”

“그렇지. 정치인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지.”


기사의 말에 현과장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말이 이어지는 상황. 그런데 현과장, 저 기사가 말한 군주는 너라고, 너.


“인정하시는 겁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현과장은 더욱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기사들에게 어떤 공포로 다가갈 지는 상상도 못한 채.


“그렇군요.”

“아, 참. 그쪽들도 뭐 좀 먹어야지.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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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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