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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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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8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06 10:00
조회
20
추천
5
글자
11쪽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DUMMY

현과장이 다가가자, 그대로 시들시들 죽어버리는 잡초들. 완벽히 죽는 건 아니었지만, 푸르고 싱싱했던 그 모습이 완전히 쉬어 꼬부라진 파김치 마냥 푹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무슨 일이지?”

“왜 그러냐능?”

“현과장, 큰일 남?”


현과장의 반응이 조금 남달랐던 탓일까. 주변에서 뛰놀던 키토와 리코도 다가왔다.


“현과장이 죽였다능! 풀을 죽였다능!”


쓰러진 풀을 보더니, 울상이 되고만 키토. 세상 서러운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본 그는, 이어서 살며시 풀을 품에 안았다. 그러더니,


[덥석]


야무지게 한입 베어 물었... 잠깐 그 풀을 먹은 거야? 그 잡초를?


“이거 맛 없다능. 죽어도 된다능.”


이내 곧바로 입에서 플쪼가리를 뱉어내는 키토. 그는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연신 저었다. 태세 전환이 무슨 가스레인지 불 올리는 것보다 빠르네.


“키토 님.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니까. 차라리 배추 먹자. 배추.”

“배추 좋다능!”

“배추. 배추”


현과장의 말에, 키토와 리코는 반색하며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 현과장. 그는 망설임없이 텃밭에 심어진 배추를 한 포기 집었다. 그런데,


“어라? 이건 또 왜 이래?”


알이 너무나 실하다. 기존에 키웠던 배추의 두 배 이상의 크기가 되어있는 텃밭의 배추. 겨울도 아닌데 단내가 나는 듯 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니, 이 크기는 뭐야...”


잡초가 무성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튼실하게 자란 배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현과장, 여기 좀 와바라. 멍.”

“루프 씨, 무슨 일인데?”


그 이유를 알아 차린 것일까. 루프는 빠르게 현과장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두 귀염둥이와 함께 루프의 곁으로 다가간 현과장. 루프가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완전히 시들은 무였다.


“무 농사는 망친 건가?”

“아니다, 멍. 잘 봐라, 멍.”


루프는 현과장이 다가오자, 그대로 무를 땅 위에 올렸다. 그러자, 감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한 무. 키토의 태세 전환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이거 왜 이래?”

“대지가 현과장을 알아보는 거 같다. 멍.”


대지가 현과장을 알아본다고? 설마, 그의 영혼과 원더랜드가 서로 묶여있기 때문인 걸까.


“내 영혼이랑 묶여 있어서 이러는 걸까?”

“원더랜드의 작은 보답일지도 모르겠다. 멍.”


그의 조건 없는 호의의 대가인지, 강제로 드루이드가 되어버리고 만 현과장.

이거 좋은 거야, 아니면 나쁜 거야. 현과장은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렇게 특혜를 받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제 밭일은 혼자 도맡아 해야 하는 거잖아.


“아, 이거 애매한데.”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 거다. 멍.”


루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원한 바람이 현과장의 주변으로 흘러 들어왔다. 상쾌하고 총명한 숲의 바람. 그냥 그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 되는 것만 같았다.


“와우. 저절로 힐링이 되는 거 같네.”

“신과 별은 절대 은혜를 잊지 않는다. 사람과 다르게, 멍.”


키토와 리코도 지금 이 바람이 가지고 오는 에너지를 느끼는 것일까. 편안한 표정으로 바람에 몸을 맡겼다.


“힘이 샘솟는다능!”

“불끈! 불끈!”


넘쳐 오르는 힘 덕분일까. 더욱 활기차게 뛰어놀기 시작한 두 귀염둥이.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고 또 큰 편안함이었다.


“한가롭게 동물 뛰어다니는 것이나 보다니.”


바로 그때, 그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비아냥거리는 목소리.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누군데 남의 집 텃밭에 함부로 들어오는 건가요?”


누군지 대충 감이 오기는 했다. 아마도 어흥선생이 책임지고 맡겠다고 한 그 사람들이겠지.


“난 아담 각하의 참모 비서관 일. 「신의 방패」. 널 제거 하겠다.”


번뜩이는 은빛 갑옷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남자, 일. 텃밭 위에 떨어진 그는, 텃밭의 야채들을 마구 뭉개며 천천히 현과장 쪽으로 걸어왔다.


“잠깐, 당신 지금 무슨 짓이야?”

“내가? 뭘?”

“지금 텃밭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싸우러 왔으면 곱게 싸우다 갈 것이지. 남의 집 텃밭은 왜 망쳐? 너, 양아치야? 깡패야?”


현과장은 그의 이런 몰상식한 행동에, 사정없이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텃밭?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


전혀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은빛 기사, 일. 남의 집 일년 농사를 망쳐 놓고 저리도 뻔뻔하다니. 현과장은 그에게 참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너, 이 쓰레기 같은,”

“현과장! 저 뻔쩍뻔쩍은 내가 맡겠다능!”

“나도! 나도!”


현과장이 분노 가득한 함성을 지르려던 찰나. 그의 앞을 막고 선 두 귀염둥이들. 심지어 루프도 현과장을 막아섰다.


“현과장, 우리가 맡겠다, 멍.”

“루프 씨도? 그래도 되겠어?”

“먹을 것의 고마움을 모르는 인간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 멍.”


그렇게 현과장 대신 은빛 기사의 앞에 나선 귀염둥이 스쿼드. 귀염뽀작한 그들의 얼굴과는 다르게, 그들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이런 쓰레기들이 또 올 줄은 몰랐다냥.”


성벽마을의 어귀.

어흥선생은 발밑에 굴러다니는 은색의 투구를 무심하게 발로 짓이겼다. 마지 종잇장처럼 쉽게 구겨지는 투구. 그런 그의 등 뒤로 작은 언덕이 눈에 띄었다.

수십 구의 시체들이 겹겹이 쌓여, 마치 언덕을 연상케 하는 풍경. 그 시체들 위를 사뿐사뿐 거닐던 채야도 어흥선생의 말에 동조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랄까나. 이것들의 주인이 올 줄 알았다랄까나.”

“조무래기만 보내다니.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은빛 기사들과의 일전이 시시했던 것일까. 시체 언덕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키토 님이 있었다면, 전부 땅 속에 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이것들의 주인에게 보내야지. 쓰레기는 직접 치우라고.”


신경질적인 말투와 함께, 이내 발에 뭍은 흙을 털어내는 갓패치.

그러고 보니, 그들의 몸가짐에는 전혀 흐트러짐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한바탕 전투를 치렀을 텐데. 글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전투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새하얀 한복임에도 불구하고 피한방울 묻지 않은 어흥선생.

단지 그 혼자뿐이 아니라, 채야와 갓패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손맛도 느껴지지 않았다냥. 이런 거에 군인들이 당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냥. 군사훈련을 빡세게 돌려야 한다냥!”


시체를 주위데 두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그의 교육열.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새로운 군사훈련에 관한 생각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여왕에게 너무 큰 짐을 지게 한 게 아닐까 싶은데.”

“낙장불입이랄까나. 이제 갓패치는 그냥 갓패치랄까나.”

“제정신이야? 그래도 아직 원더랜드의 주인이라고.”


그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바로 그때, 대규모의 군사들과 함께 일행들의 앞에 나타난 여왕. 그녀는 언덕을 이룬 시체들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라는 듯이 보였다.


“모두 정리 한 것입니까.”

“아직 큰 게 남았다랄까나.”


여왕의 물음에 채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큰 게 남았다는 건?”

“주동자 놈이 아직 살아있다냥.”

“그럼 내가 쫓겠습니다만.”


여왕은 남은 주동자를 잡기 위해, 군인들에게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그런 바로 그때,


“제정신이야? 군인들을 희생시킬 셈이야?”


그런 여왕의 앞을 가로막고 선 갓패치. 그는 평소에는 결코 잘 보이지 않는 진지한 눈빛으로 여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원더랜드의 정예들입니다만.”

“그 정예들이 어제 단 한명도 처리 못했다냥.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증거다냥.”


어흥선생도 사람들 앞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분노 가득한 눈동자로 여왕의 뒤에 있는 군인들을 노려보았다.


“모두가 용감하게 덤벼들었다면, 단 한명도 희생되지는 않았을 거다냥.”


그의 말과 눈빛에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슬슬 어흥선생의 눈빛을 피하는 군인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모습은 어흥선생을 더욱 화나게 만들 뿐이었다.


“안 되겠다냥. 너희는 지금부터 특훈이다냥. 그 썩어 빠진 정신 상태를 고쳐 주겠다냥”


아니, 이렇게 갑자기? 군인들의 훈련을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정한다고?


“이건 내 군대...”

“여왕, 할 일이 그렇게 없냥? 군대까지 혼자 볼 여유가 있냥?”


여왕은 입을 닫았다. 매일 서류에 쌓여서 밤에나 겨우 짬이 나는 성 안 생활. 그런 그녀에게 군대의 교육까지 책임질 여유는 없었다.


“이건 나와 현과장에게 맞겨라냥.”


잠깐, 잠깐, 잠깐. 여기서 갑자기 현과장이 나오는 건 왜일까?

왜 갑자기 자리에 없는 사람을 언급하는 걸까나?


“현과장이 곁에 있어야 안전하게 훈련을 진행 할 수 있다냥.”


그,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절대 훈련 중에 호떡을 먹기 위함은 아니다냥.”


응? 호떡을 먹는다고? 훈련 중에? 순간, 군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말로만 들었던... 현과장 님의 호떡?”

“마약빵을 이겼다던?”


무슨 이유에서 인지, 투지에 불타기 시작한 군인들. 소극적이었던 조금 전과 다르게, 그들은 결연한 눈빛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다냥. 그럼 지금부터...”

“아직 아닙니다만.”


막 군인들과 훈련을 시작하려던 찰나, 갑자기 어흥선생을 막아서는 여왕. 그녀의 표정 또한 사뭇 진지하고 또 진지했다.


“나도 참가하겠습니다만.”


아니, 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잖아? 그런데 군사훈련까지 직접 지휘하겠다고? 설마... 아니지? 호떡 때문은 아니지?


“호떡 남겨서 놓겠다냥. 막지 말아라냥.”

“정 그렇다면, 막지 않겠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호떡 때문에 눈이 돌아갔었던 그녀. 그럼 그렇지. 할 일도 많은데 군사훈련까지 챙길 순 없겠지.


“그럼 호떡, 아니 군사 훈련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만.”


어흥선생의 제안에, 여왕은 너무나 간단히 자리를 비켜줬다.

이제 군사훈련을 위해서는 남은 것은 단 하나. 바로, 집에서 놀고 있는 현과장뿐. 어흥선생은 군사훈련을 위해, 모두를 이끌고 당차게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직 하나 현과장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




“응? 나랑 군사훈련을 해야 한다고?”


어흥선생의 말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개를 기울인 현과장. 하지만 그의 손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원더랜드의 군인들 상태가 너무 말이 아니다냥. 현과장이 곁에서 사람들좀 보호해 주고 호떡도 좀 만들어 줘라냥.”

“호떡이라... 보호라...”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말을 곱씹는 듯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여전히 연신 움직이는 현과장의 손. 그 손은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눈앞의 남자의 머리통에 꿀밤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인간은 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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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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