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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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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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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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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11. 신의 능력자들1

DUMMY

“특이 사항 같은 건 없겠지?”


근엄한 목소리가 어두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남성.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뿜은 갑옷은, 보고 있는 이에게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로부터 왼쪽 볼까지 내려오는 긴 1자 상처 또한 그의 인상을 더욱 험악하게끔 보이게 만들었다.


“모든 것은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각하!”


그의 물음에,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정중히 무릎을 꿇는 한 기사. 은색의 은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갑옷이었지만, 그 광채는 어둠에 먹히고 또 찬란한 황금빛 광채에 묻히고야 말았다.


“그럼 더는 「신의 방패」가 없다는 말이지?”

“원더랜드가 사라진 이상. 「신의 방패」는 이제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각하.”


판단이라는 말에, 남성은 그 험악한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 그러더니,


“난, 네 판단 따윈 듣고 싶지 않다, 하찮은 기사. 내게는 그 능력의 존재 유무만 중요할 뿐.”


위협적이고 강압적인 목소리를 곧바로 쏟아내는 남성. 은색 갑옷의 기사는 곧바로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아담 각하! 더는 세상에 신의 방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기사는 떨리기는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때,


“기사들은 멍청한 건지, 아니면 투구처럼 머릿속이 텅텅 비어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머저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어떤 여성의 음성.

그 음성은 칠흑 같은 공간 속에서 점차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가늘고 붉은 입술.

그리고 창백한 얼굴과 붉은색 눈동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빨간 머릿결. 미인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개성 있고 호감을 이끌어낼 만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마치 붉은색에 미쳐있는 모양인지, 온몸을 붉은 색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붉은빛 나는 어깨 견장. 더욱 진한 붉은색의 가죽상의.

옅은 붉은색의 장갑과 검붉은색의 핫팬츠.

강렬한 붉은색의 스타킹까지.

마치 그녀의 모습은, 흡사 걸어다는 태양. 아니 그 보다 더 찬란했다.


“음침한 도적 계집.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여긴 내 공간이다.”

“음침한 건 네 얼굴이지. 그렇게 자기 자신도 모르니까 허구헛날 뻘 짓만 하지.”

“뻘 짓?”


잔뜩 찌푸렸던 아담의 얼굴에, 더욱 주름이 깊게 파였다.

당장이라도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아담의 시선을 그녀 자신이 아닌 무릎을 꿇고 있는 기사에게로 돌리게끔 만들었다.


“원더랜드. 아직 건재한 거 몰라?”

“이게 무슨 말인가, 기사.”


기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단지 눈빛만 그를 향했을 뿐인데, 거대한 돌덩이로 찍어 누르는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그럴 리 없습니다! 기사들의 조사에 의하면, 원더랜드의 수명은 이미 다했습니다. 별과 함께 신의 방패는 소멸했습니다.”


기사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그리고 침착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하여간 머리가 빈 기사들이란. 신의 방패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그런 기사를 한껏 얕잡아보는 붉은 머릿결의 그녀. 이어서 그녀는 작은 손거울을 아담의 앞에 툭 던졌다.


“무슨 짓이지?”

“증거. 아직 원더랜드가 남아있다는 증거.”


그녀의 말에, 서둘러 거울을 들어 확인하는 아담. 그러자, 그녀의 말대로 거울 속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건재한 원더랜드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운명은 분명 원더랜드의 끝을 선택했다.”

“「신의 방패」를 가진 주인은 그 운명을 거부한 거 같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담의 얼굴에는 거대한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르는 듯이 벌게진 그의 얼굴. 눈빛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기사.”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의 감정. 기사는 두려움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에 책임을 지어라.”


파르르 떨리다 못해 이젠 부들부들 떨리는 기사의 몸뚱이. 위험을 직감한 것일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둠을 향해 냅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으아아아악!!”


발끝서부터 서서히 조각나기 시작한 은색의 기사. 그렇게 그는 단발마의 비명만을 남긴 채, 그대로 어둠속으로 사라지고야 말았다.


“언제 봐도 정말 께름칙한 능력이네, 「신의 창」은.”


그녀는 기사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네 년의 능력만 할까, 라니. 항상 뒤통수 칠 궁리만 하는 주제에. 음침한 도둑 년 주제에”

“뒤통수 맞는 거 보다 때리는 게 나으니까. 머리까지 무쇠인 쓰레기 자식아.”


서로를 향해 덕담(?)을 주고받은 아담과 라니.

이렇게 감정을 보란 듯이 드러낸 그들이었지만, 정작 그들이 덕담(?)을 건네고 싶은 인물을 따로 있었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원더랜드에.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밀크나가 그런 이야기를 꺼냈던 것일까. 운명이니 뭐니.

정말 그녀의 말대로, 인생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잠깐. 이거 노래 가사잖아.


“그래요~ 난~ 꿈을 믿어요~”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즐겨듣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답게 감성 지긋한 그 시절 발라드를 쭝얼거리는 현과장.

여기서 잠깐.

그가 부르는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모르면 20대 언더.

인륜 있는 여성 가수의 노래라고 아는 사람은 20대에서 30대.

실력 있는 남성 가수 둘이라는 걸 안다면 40대 이상.

뭐 그냥 웃자고 한 이야기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아니! 현과장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걸까나!”


그가 이렇게 노래를 흥얼거리던 바로 그때, 채야가 문을 벌컥 열며, 갑자기 그의 방으로 후다닥 들어왔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 분노를 잔뜩 머금고 있는 입술. 그리고 곽 쥔 주먹까지. 누가 봐도 그녀의 모습은 화난 사람 그 자체였다.


“아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성숙한 남자의 방을 그렇게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지.”

“현과장이야말로 그러면 안 된다랄까나! 무슨 일이 있어도 노래는 절대 안 된다랄까나!”


이미 현과장의 노래 실력을 아는 채야는, 결사코 현과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포기할 현과장이 아니다. 그는 입이 막힌 채로 신명나는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가만히 좀 있으랄까나! 이러다가 다 죽는다랄까나!”


그녀의 간절함 가득한 외침에도 현과장은 아랑곳없이 소리를 이어갔다.

사실, 노래나 음악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음색. 그래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소리’라는 선에서 타협을 보도록 하자.

현과장은 비록 입이 봉쇄당했지만, 음악을 향한, 노래를 향한 그의 마음만큼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그래, 누가 그랬잖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


“읍! 읍! 읍!”


그는 더욱 발버둥 쳤다. 그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하지만, 결코 그를 놓아줄 마음이 없던 채야. 그녀는 자신의 고막을 위해 결코 손에서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절대 못 부르게 할 거랄까나!”


왜 사람들은 못 하게 막으면 더 하려고 난리를 칠까. 현과장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오기와 끈기. 그는 기어코 노래를 부를 심산이었다.

결국, 비장의 수를 쓰기로 한 현과장. 그는 혀를 삐죽 내밀어 채야의 손바닥에 침을 묻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포기 못 한다랄까나!”


채야는 참았다. 그 더럽고 찝찝한 기분을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아무리 참아도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오는 그 간지러움은 참기 힘든 법. 사실, 간지러움은 어느 정도 참을 만 했다, 문제는 간지러움 뒤어 찾아오는 이상 야릇한 감정 때문이었지.


“진짜! 진짜 왜 이럴까나?!”


결국, 자신의 고막을 희생하기로 한 채야.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현과장에게서 떨어졌다.


“그 누구도 날 말릴 순 없다!”

“현과장이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죽는다랄까나! 모두가 불행하다랄까나!”

“사람, 때로는 이기적인 법. 나도 사람이야. 매번 호구짓을 해서 그렇지.”


너무나 결연한 그의 태도는 채야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러지 마랄까나. 제발...”



채야의 간절한 눈빛에도, 기어코 입을 열기로 한 현과장.

이윽고 입 밖으로 노래아닌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요우~ 나~안! 꾸움히 있어요우~”


집안을 가득 메운 지옥의 세레나데. 악마의 발라드.

참을 수 없는 그 ‘소리’에 채야는 그만 두 귀를 막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냥?! 왜 현과장이 노래를 부르는 거냥?”


이 엄청난 사태에, 어흥선생도 현과장으로 달려왔다.

리코도 날아오고, 키토와 루프도 뛰어왔다.


“현과장 그건 무슨 노래냐능?”

“리코 같이 부르고 싶음.”


채야와 어흥선생의 반응과 다르게, 리코와 키토는 두 눈을 반짝이며 현과장의 곁에 찰싹 붙었다. 정말이지 현과장이 무슨 일만하면 비판 없이 그냥 호응만 해주는 두 귀염둥이들. 내 곁에도 저런 주인님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 리코님! 키토님! 내 노래가 마음에 들었어?”

“난 좋다능! 현과장 목소리 좋다능!”

“나도. 나도.”


두 귀염둥이의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

이 관심과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현과장은 두 귀염둥이에게 자신이 부른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알았다능! 불러 보겠다능!”

“나도, 나도.”


현과장을 따라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려는 두 주인들. 현과장의 밑에서 배움을 받아서 일까. 두 귀염둥이에게 거는 기대는 그렇게 크지, 아니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예상과는 다르게 키토의 목소리다 담담하게 흘러 나왔다. 아니, 그런데 왜... 듣기 좋은 거지? 아니, 왜 잘 부른 거냐고?


“내 마음 속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리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집사인 현과장에 비해, 1억 배 아니 10억 배는 더 잘 부르는 두 주인들. 이거 말이 안 되잖아.


“난 리코 님과 키토 님의 팬이 되었다랄까나!”


그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에 홀딱 빠져버린 채야. 어흥선생의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브라보다냥! 원더풀이다냥!”

“둘의 매니저는 내가 하겠다, 멍!”


루프까지 두 귀염둥이의 편에 서고 만 상황. 당연히 리코아 키토는 기분이 좋을 따름이었다. 단 한 사람 그들의 스승을 제외하고.


“살리에리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심난하다. 심난해.”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 앞에 그만, 열등감이 가슴 전체로 번져버린 현과장.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시련은 더욱 현과장을 강하게 만드는 법. 그는 두 천재 보컬리스트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좋은 경쟁이 되겠어. 리코 님, 키토 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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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8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0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2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8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2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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