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0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18 09:54
조회
23
추천
4
글자
11쪽

201. 설마, 이게 끝이야?

DUMMY

결의에 찬 목소리와 함께, 가슴팍에 올린 붉은 천 쪼가리를 단번에 찌르는 현과장. 순식간에 중식도는 그 천 쪼가리와 현과장의 가슴을 관통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 칼로는 가슴 못 뚫어. 알잖아.”


그 중식도, 은화는 이미 현과장과 한 몸인 상태. 현과장의 몸에 작은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벌인다고? 현과장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두고 보면 알겠지요.”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무척이나 거슬리게.

뭘 두고 보면 안다는 거지? 그리고, 그걸 왜 당신만 아는 거야. 그것도 내가 만들고 내가 분리한 이 세계 안에서.

난 단언 할 수 있었다. 단순한 허세라고.

그저 무지에서 비롯된 망상이라고.

그런데, 아마도 무지했던 쪽은 나였던 모양이었다.


“이게... 왜 안 아무는 거죠?”


도통 아물 생각을 하지 않는 현과장의 가슴. 은화에 찔린 그 가슴은 이윽고 거대한 은빛 화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게 왜 이래?!”

“그걸 나한테 물어본다고? 그 짓은 현과장이 혼자 벌인 짓이잖아!”


그래, 내가 알 리 없었다. 난 이런 설정을 준비한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설정한 것 이외의 것들이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는 『현과장 인 원더랜드』지만, 이렇게 원인조차 모르는 현상은 처음이다.


“난 이런 설정을 만든 기억이 없다고.”

“그야, 당신이 만든 설정이 아니니까. 이건 세상의 섭리에요. 당신이 아닌 그이가 만든.”


날 바라보며 옅게 짓는 미소. 그녀는 이내 현과장에게로 다가가더니, 나를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저주의 실타래가 저주의 불길을 만나 극대화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실이 현과장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현과장이 원더랜드를 살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렇다고 해도, 현과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아니요. 무척 상관이 있지요.”


그녀는 현과장에게 더욱 다가가더니, 그의 가슴팍에 꽂힌 은화를 더욱 신체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러자, 더욱 강하게 일렁이는 은빛 불길. 그 불길은 이제 현과장의 가슴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대지를 덮기 시작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물을 게요, 현과장. 정말 내 제안을 거절 할 생각인 거죠?”

“중간에 돌아설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현과장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편안한 그의 얼굴. 나조차 그리고 지금까지의 현과장들이 지어본 적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뭘 받아들이는 거지?

뭣 때문에 그렇게 편안한 거냐고, 현과장.


“왜 그렇게 편안 한건 지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어. 이제 원더랜드는 저기 채야의 집 한 채만 남아있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편안한 얼굴의 현과장도. 그리고 내 눈에 거슬리는 그녀도.

왜 내가 모르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거지?

이게 네 이야기인건 맞지만, 내가 만든 세상이야. 내 세상이라고.


“원더랜드를 구하려는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거 같군요.”

“절망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지. 난 저 바보처럼 낙천가는 아니니까.”


그녀는 내가 도대체 몇 번의 절망을 맛봤다고 생각한 걸까.

10억이다. 10억. 난 내가 만든 현과장이 10억 번 이상 실패한 걸 봐왔다.

10억 번의 실패가 안겨준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그녀는 알까?

알 리 없다. 그녀는 단순히 내 세상에 놀러온 사람일 테니까.


“고작 10억 번으로 마음이 꺾이다니. 어디 가서 이 이야기의 주인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창피하니까.”

“창피해? 이게 창피하다고?”

“신이란 존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의 세계를.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단호하게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

더욱 거슬려왔다.

도대체 당신 뭐야? 뭔데 이렇게 거슬리는 거야?


“저기...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예요? 주변이 다 타들어 가는데?”


현과장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잔뜩 배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과장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은빛 화염이 얼마 남지 않은 원더랜드를 전부 뒤덮고 있는 상황. 급기야 그의 불꽃은 채야의 집까지 삼키려 하고 있었다.


“잘하는 짓이다. 마지막 남은 원더랜드를 직접 태워 없애다니.”

“그러게... 이건 생각하지 못한 건데.”


주변을 뒤덮은 불꽃을 보니, 왜 이렇게 안도가 되는 걸까.

이제 원더랜드의 존망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냥 실패했으면 좋겠다. 그녀도 현과장도.


“그게 당신의 본심인 거예요. 위선자.”

“뭐, 뭐가 본심이야!”


난 반사적으로 입을 열고 말았다.

그건 그렇고 내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독심술? 아니면 내 말투? 도대체 당신 뭐냐고.


“당신 뭐야? 뭐냐고.”


내 물음에 살짝 미소 짓는 그녀. 옅은 미소였지만, 이상하게도 섬뜩함이 느껴졌다. 주름진 눈가에서 느껴지는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눈빛. 이 여자 단순한 노파가 아닌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서운 기운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다 알려 줄 게요. 이제 다 됐으니까.”

“다 돼? 뭐가 다 돼?”


난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 되다니. 뭐가 어떻게? 지금 이시점에서 끝날 수 잇는 건 단 하나 밖에 없다. 원더랜드의 생명. 그렇다는 건, 설마 원더랜드의 종말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그럼 그렇지. 원더랜드의 끝을 말하는 거잖아. 어디서 되도 않는 허세를.”

“허세가 아니란다. 그건 그렇고, 넌 예의라는 게 없는 거니? 어디서 나이도 어린놈이 꼬박꼬박 반말이야, 반말은. 내가 너 새끼 친구야?”


무시무시한 그녀의 눈빛에서 이제는 살기까지 느껴졌다.

눈빛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도대체 이 노파 뭐야, 뭐냐고!


“저, 저 대법관 님. 뭐가 끝나는 건가요?”

“현과장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요. 모든 건 그대의 선택에 의한 일이니까.”


나를 대하는 것과 다르게, 그녀의 눈빛은 현과장을 바라볼 때면 한 없이 부드러워졌다. 아니, 왜 사람을 차별하는 거지? 그쪽은 단순한 짝퉁인데. 오리지널은 바로 나라고, 나.


“이제 다 된 거 같네요.”


그녀는 현과장을 향했던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온 사방을 뒤덮은 은빛 불꽃들. 발딛을 곳은커녕 작은 틈 하나 없이 촘촘하게 불꽃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얼만 남지 않은 원더랜드 전체가 그 은빛 화염에 완벽하게 휩싸인 상황.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이제 끝인가요? 대법관님?”

“네, 끝이에요. 현과장. 이제 당신은 원더랜드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잠깐! 잠깐만! 원더랜드와 하나가 되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원더랜드와 하나가 되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너, 내가 말했지. 반말하지 말라고.”


나를 향해 불타오르는 그녀의 눈빛. 심장이 멈출 것만 같은 압박이 사방에서 덮쳐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여기가 네 세상이라면, 좀 확실히 알아 둬. 현과장이 붉은 동아줄과 은화의 은빛 화염을 이용해 자신의 영혼과 원더랜드를 하나로 묶었잖아.”

“제가요? 묶었다고요?”


현과장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려 자신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아니, 지금 그런 거 보고 있을 때야? 내가 죽어가잖아! 내가!


“현과장, 그쪽은 안 묶었으니까, 안심해도 되요.”

“아! 아직 사용가능 한 건가요? 다행이네요! 하하하!”


현과장은 뭐가 멋쩍은지 연신 큰 목소리로 웃어대었다.

아니, 왜 웃어? 뭐가 다행이야? 내가 지금 죽어간다고! 내가!“


“크헉... 크.. 크허억...”


목소리를 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상황에 목소리는커녕 숨소리도 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미래의 현과장.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현과장의 근심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 나이스 현과장! 그래 그거야! 날 도와야...


“이제 그런 생각 안 해도 되요, 현과장. 저 인간은 더는 현과장이 아니니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현과장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오리지널 현과장이라고. 내가! 바로! 현과장이라고!


“그이가 직접 기회를 줬음에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꿀이나 빨던 놈이 무슨 현과장이야. 쓰레기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욱 큰 압박이 날 덮쳐왔다. 숨이 전혀 쉬어지지 않는다. 숨이...


“크... 헉...”

“어디서 숨을 쉬려고. 애초에 네가 시련을 잘만 도전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약아빠진 여우 같으니라고.”


아니, 어떻게 나만이 아는 비밀을 아는 거지?

지금 숨을 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 노파 내 전부를 알고 있다. 내가 저지른 일의 전부를.


“제가 많은 일을 저질렀나요?”

“아, 현과장 말고요. 저 인간. 가짜 현과장.”

“크..내.. 지... 혀언..”


난 숨이 쉬어지지 않았지만 있는 힘껏 목소리를 올렸다. 하지만,


“무슨 네 놈이 진짜 현과장이야? 여기 이분이 진짜 현과장이지.”

“크읔...”


더욱 강하게 감기는 압박. 죽음이 눈앞에 당도한 듯이 느껴졌다.


“이제 거기까지만 하지. 앞으로 지옥 같은 나날들만이 남았는데.”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날 감싸고 있던 거대한 압박이 사라졌다.


“하긴 그렇죠. 이제 좋은 날은 완전히 끝났으니까.”


그 목소리에 동의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시선이 행한 곳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고개를 드는 건가.”


순간, 내 목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 그건 다름 아닌 거대한 발이었다.


“너도 내 목을 조였으니, 나도 이러는 게 맞겠지?”


그의 말에, 원더랜드가 끝나가던 날의 그때가 떠올랐다. 내 눈앞에 나타났던 남자. 정체 모른 누군가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말에 기회를 줬건만. 이렇게 내 뒤통수를 때리다니.”

“그래서... 이렇게... 원더랜드를...”

“시끄럽다. 난 현과장에게 기회를 줬다. 네가 아니라 진짜 현과장에게.”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침착한 분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이상 입을 털다가는 가루가 되어버릴 거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 입 다물어. 생각조차 하지 마. 네 놈의 생각이 들려오는 것조차 역겨우니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난 더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이야기 도중에 화가 풀릴지도 모르는 거니까.


“화 풀릴 리 없다. 넌 그냥 죽은 목숨이니까.”


젠장, 생각을 안 한다는 게 그만, 또 생각을 해 버렸네.

정말이지 나란 놈은, 도덕책...


“그럼, 현과장. 그대는 내가 만든 거대한 시련을 모든 것을 바쳐서 이겨내 주었다. 그대의 여정은 여기까지다. 정말 잘 해주었다.”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잠깐, 여정이 여기까지라고? 이야기가 끝난다는 말이잖아?

아니, 이렇게? 정말 이렇게 끝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4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9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196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