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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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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9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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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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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DUMMY

“한 번만 더 지껄여 봐. 고백해서 혼쭐 내줄 테니까.”

“미, 미안해요! 미안하다고요!”


제일 먼저 무릎을 꿇은 건, 일반 우유나였다. 얼굴 표정까지 사색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우유나. 그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현과장에게 미안함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싫어하는 거면, 이게 오히려 현과장을 엿 먹이는 거 아니야?


“난 현과장의 의견을 존중해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거예요? 이제 곧 결혼 할 사람이?”


기록관 그녀는 살며시 채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무슨 일어난지 모르는 그녀의 눈치.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왜 가슴을 쓸어내리는 거지?


“아니,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무슨 일이 있는 거랄까나?”


기록관 우유나의 시선이 신경이 쓰인 걸까. 터벅터벅, 사뿐사뿐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오는 채야. 일촉즉발의 상황. 뜻 모를 긴장감이 그녀와 함께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니야! 아무 일도! 채야는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있으면, 스페셜 메뉴에 좀 더 정진해! 어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현과장의 임기응변. 도대체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걸까. 채야와 올리는 결혼이 진짜 결혼도 아닌 주제에.


“아! 난 또 발정 난 수캐마냥 여기 저기 고백을 하는 줄 알았다랄까나. 그런 일 있으면 둘 다 가만히 안 둘 거야. 절대로.”


은은한 미소와 함께 낮게 깔리는 광기. 무엇보다, 말 꼬리가 없다랄까나. 그녀의 평소 말버릇인 말꼬리가. 이거, 진짜 무척이나 화난 게 틀림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왜 화를 내는 거야? 둘은 진짜로 결혼을 하려는 사이가 아니라고!


“그럴 리 없어요! 절대 없어요! 그쵸, 현과장?!”

“당연하지! 그럴 리 절대 없지.”

“그럴까나? 정말 그럴까나?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채야는 둘을 향해 눈을 흘기더니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마터면 채야의 손에 아작 날 뻔한 두 사람. 그들은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왠지 유부남의 생활이 이해가 됐어.”

“난 불륜녀요.”


기록관의 말을 들은 현과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불륜녀? 지금 그런 단어를 누구 뒤에서 꺼내 놓는 거야?


“기록관! 제정신이야?”

“그래, 제정신이랄까나! 감히 어느 년놈이 불륜을 저질러! 어!”


단번에 다가와 큰 눈동자를 부라리는 채야. 이미 그녀는 유부녀 역할에 푹 빠진 모양이었다.


“채야! 채야! 지금 여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빨리 먹고 난 신의 방패를 떼어 놓으러 가야한다고!”


현과장이 순간적으로 그녀의 주위를 끌어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부녀 역할에 너무나 진심인 그녀였기에.


“둘 다 부셔버릴 거야... 부셔버릴 거라고!”

“그런데 라면은 부셔서 넣는 게 맞냥? 그냥 넣는 게 맞냥?”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라면 사리를 흔드는 어흥선생.

유부녀 역할에 진심인 채야도,

불륜녀 역할의 기록관도,

그리고 그냥 현과장도 모두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의 손에 들린 라면사리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손이 라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역기 반으로 쪼개는 게 빨리 익는다냥!”


어흥선생의 손에 희미하게 올라오는 실핏줄. 라면이 반으로 쪼개질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어허! 지금 무슨 짓이야! 빨리 그 손 치워!”

“응? 왜 그러냥”

“라면은 조각내는 거 아니랄까나!”


현과장과 채야는 단번에 달려와 그의 손에서 라면사리를 빼앗았다. 그러더니, 마치 부물 다루듯이 소중히 다루는 현과장. 그는 아주 정성스럽게 라면사리를 그들이 만들고 있는 스페셜 음식 안에 넣었다.


“잘 들어! 이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야! 이건 예술이라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 한군데 뒤섞여 만들어낸 혼돈의 예술! 그런 음식에 부정하게 부서진 라면을 넣으려고 해?”


현과장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어흥선생을 몰아세웠다. 하찮은 라면 하나에도 정성과 열정을 다하는 현과장. 진짜 라면을 반으로 쪼갰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긴 한데...


“그런데 지금 무슨 음식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기록관은 현과장의 상태보다 음식에 더욱 관심이 있는 모양.

그녀는 이내 모드를 제치고 현과장이 정성을 다하고 있는 그 스페셜 음식 앞에 다가갔다. 일반 김치찌개라고 하기에는 너무 김치가 적은 냄비. 김치 대신에 여러 잡다한 식재료들이 함께 끓여지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부대찌개 되시겠다, 이 말이야!”


현과장은 자신 넘치는 목소리로 오늘의 스페셜 음식 부대찌개를 소개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실망스러운 표정의 사람들. 현과장은 그들이 왜 이렇게 실망하는 지, 이해 할 순 없었다.




“아니, 어쩜 그런 걸!”


호떡을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온 우유나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난 건지 연신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누가 햄 탕을 먹고 싶어 하냐고. 온니 김치 오로지 김치 몰라?”

“무슨 일인데?”


크게 궁금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티를 내는데 물어봐 주는 것이 인지상정. 난 그냥 그녀를 향해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아니, 과거의 현과장 왜 이렇게 생각이 짧아요?”


마치 가다렸다는 듯, 현과장 욕을 시작한 우유나.

그래, 욕을 하는 건 좋은데. 나도 그 호떡 하나 주면서 말을 하지. 왜 꼭 혼자만 저렇게 처먹는 걸까?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넌 입이고 난 주둥이냐? 왜 내 호떡은 없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현과장이 김치찌개가 아닌 햄 탕을 끓였다니까!”


우유나는 혹시나 호떡을 뺏길세라 꾸역꾸역 입안에 집어넣었다. 마치 보란 듯이.


“부대찌개 먹은 거야?”

“네! 모두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아휴~ 말도 마세요. 끄윽!”


실망한 사람치고는 트림까지 알차게 하는 우유나. 실망은 했지만, 맛은 알찼던 모양이었다.


“맛은 있었나 보네.”

“맛이 문제가 아니죠! 김치를 별로 못 먹었는데.”


당당하다. 너무나 당당하다.

도대체 뭐가 그녀를 이토록 당당하고 밝게 만든 것일까.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예전, 우리 모두에게 큰일이 터지기 전 그 시절의 그녀의 모습으로.


“먹을 거 타령은 그만하고. 원더랜드를 살릴 비책은 있다고 해?”

“뭐, 본인의 말로는 오늘 밤에 신의 방패를 떼어 놓는다고 하던데요.”


이제 현과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까. 하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 어불성설.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불안감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한편, 식사를 마친 현과장은, 갓패치와 단 둘이 소0소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혼자 오라고 했으니까, 나만 들어갈 게.”


갓패치를 돌려보내고 홀로 변호사 사무실 문을 열려고 했던 현과장. 그런 그때, 갑자기 갓패치가 현과장의 어깨를 꽉 잡았다.


“현과장, 정신 단단히 차려. 여긴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현과장은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아니 눈치를 채지 못한 쪽이 이상할 정도였다. 귓속말 한 번 한 것이 결혼사유라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인 것일까.


“비정상적인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현과장은 걱정하는 그를 향해, 안심의 말을 전한 뒤, 다시금 변호사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어깨를 잡으며 놔주지 않는 갓패치.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또 근심이 가득했다.


“제정신이야? 어느 정도 아는 것만으로는 안 돼. 확실히 알아야 해.”

“뭘 확실히 알아?”

“현과장, 명심해. 이 사릉가즌쟁이란 나라는, 자중동체인 지렁이도 둘로 헤어지게 만드는 나라라는 걸.”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내놓더니, 천천히 현과장의 어개에서 손을 내리는 갓패치. 이윽고 그는 차원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세 시간. 세 시간 뒤에 올 게.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그때까지 살아남아.”


그렇게 차원문 안쪽으로 사라진 갓패치. 마지막 그의 말이 조금 쌔하게 다가왔다. 살아남으라니. 덕분에 현과장의 마음에도 걱정이라는게 싹을 트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현과장은 자신의 마음에 생긴 걱정들이 단순한 기우(杞憂)라고 굳게 믿고, 다시금 변호사 사무시릉ㄹ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늦지 않게 오셔서 다행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밝은 얼굴로 그를 맞이하는 소0소 변호사. 물론 그 까탈스럽고 정신 나간 사무관 그녀도 함께였다.


“오긴 왔는데... 그런데 이렇게 밤에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 특별히 없습니다. 의뢰인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셔서 그랬습니다.”


하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건 사실. 현과장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렇긴 그렇죠. 그런데... 사무실 분위기가 좀 이상하네요?”


소0소 변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현과장은, 조금, 아니 많이 달라진 사무실 분위기에 약간 소름이 끼쳤다. 사방팔방 할 것 없이 온 사무실을 둘러싸고 있는 방수 비늘. 책상 위아래 할 것 없이, 심지어 바닥과 천장까지 방수비늘이 쫙 깔려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이렇게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작업을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좋습니다.”

“어떤 작업인데...”

“잠. 시. 만. 요. 의뢰인 분, 더는 질문 안 하실 게요.”


무슨 작업인지 묻자마자,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 막고 나선 사무관 그녀. 그녀의 눈동자에서 단호함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자세한 문의는 DM으로 부탁 드려요.”


느낌이 쌔했다. 갓패치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뇌리에 맴돌았다. 이렇게 사무실에 방수 준비를 했다는 건, 곧이어 현과장이 받을 작업이 단순한 작업은 아니라는 이야기.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지만, 현과장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그럼 시술 관련 동의서를 작성하고 작업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현과장이 다가오는 불안감에 정신을 가다듬을 때쯤, 소0소가 한 장의 종이와 펜을 현과장 앞에 내밀었다.

바로, 「시술 관련 동의서」.

얼핏 봐서는 진료 시 작성하는 일반적인 서류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자, 잠깐만요! 이게 뭐예요?”


현과장의 눈길이 한 조항에서 멈췄다.


“뭐 말씀입니까?”

“시술에 관한 내용은 비밀로 한다? 여기서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비밀로 하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시술을 하기에 비밀로 하라는 것일까. 그의 쥐위를 감돌던 쌔한 느낌이 마치 실체가 되오 다가오는 듯했다. 그런데,


“아, 그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각 변호사들은 자신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시술은 가업 비밀인 셈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하는 소0소 변호사. 듣고 보니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혹시나 생각했던 신체 포기 내용이나 그에 상응하는 기괴한 내용이 없었던 동의서. 현과장은 이윽고 서명을 위해 펜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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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4. 김장전쟁 - 1 +1 23.10.11 34 4 11쪽
223 223. 패잔병과 현과장 23.10.10 29 5 11쪽
222 222. 채야, 진짜 화나다! 23.10.09 32 5 11쪽
221 221. 기어오르는 위기들? - 4 23.10.08 24 5 11쪽
220 220. 기어오르는 위기들?- 3 23.10.07 21 4 11쪽
219 219. 기어오르는 위기들? - 2 23.10.06 21 5 11쪽
218 218. 기어오르는 위기들? - 1. 23.10.05 18 4 11쪽
217 217.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3 23.10.04 19 4 11쪽
216 216.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2 23.10.03 21 4 12쪽
215 215. 죽지 않는 기사들 23.10.02 23 5 11쪽
214 214. 다가오는 그림자, 데빌 위딘1 23.10.01 23 4 11쪽
213 213. 신의 능력자들3 23.09.30 24 4 11쪽
212 212. 신의 능력자들2 23.09.29 24 4 11쪽
211 211. 신의 능력자들1 23.09.28 21 4 11쪽
210 210. 데빌 위딘의 역습 23.09.27 17 4 12쪽
209 209. 붕괴되는 운명 23.09.26 22 5 12쪽
208 208. 납치의 이유 23.09.25 17 5 12쪽
207 207. 우유나 납치 사건 - 5 23.09.24 20 4 11쪽
206 206. 우유나 납치 사건 - 4 23.09.23 24 5 11쪽
205 205. 우유나 납치 사건 - 3 23.09.22 21 4 11쪽
204 204. 우유나 납치 사건 - 2 23.09.21 17 4 11쪽
203 203. 우유나 납치 사건 - 1 23.09.20 23 4 11쪽
202 202. 이딴 게 에필로그? 23.09.19 23 4 11쪽
201 201. 설마, 이게 끝이야? 23.09.18 23 4 11쪽
200 200. 마지막 찬스 - 2 23.09.17 21 4 11쪽
199 199. 마지막 찬스 - 1 23.09.16 24 4 11쪽
198 198. 의외로 찾아온 기회 +2 23.09.15 29 4 11쪽
197 197. 헤어짐 전문 변호사 - 3 23.09.14 20 4 11쪽
» 196. 헤어짐 전문 변호사 - 2 23.09.13 23 4 11쪽
195 195. 헤어짐 전문 변호사 - 1 23.09.12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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