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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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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0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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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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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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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DUMMY

“맞네. 그런데 어떡해. 도망치고 싶어도 난 붉은색의 주인인 걸.”


말실수를 했다고 해서,

모두가 응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더랜드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현과장은 정신을 가다듬고 또 한 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귀엽고 포동포동한 실루엣.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남았다. 그것도 두 발이나.”

“두 발? 날아오는 화살과 창도 날 어쩌지 못하는 데 겨우 총알 두 발로 날 어쩔 건데?”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소리에, 그만 헛웃음을 짓고 만 고만. 그의 얼굴은 현과장을 향한 무시와 멸시를 가득히 품고 있었다.


“답답한 어르신 특, 들리는 말을 그대로 믿음.”


그런 고만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한 마디를 내 뱉는 우유나.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일말의 자비도 없이, 그저 비난의 눈길로 그를 겨냥했다.


“뭐야, 총알 이야기가 아니었어?”

“맨날 그러니까 언니가 아빠 곁에 안가는 거야. 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지. 틀딱 이과충.”

“뭐 틀딱? 이과충? 지도 공대 나왔으면서!”

“할 말 없는 사람 특. 궁시렁궁시렁 말만 많음.”


부녀 사이에 강하게 오고가는 덕담. 서로를 향한 고만과 우유나의 눈빛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듯 했다. 덕분에 현과장은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할 시간 말이다. 현과장은 그대로 스테이지 밑의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갓패치! 지금이야!”

“지금? 제정신이야?”


그러나, 현과장의 외침에 갓패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니까 지금 부탁을 하는 거지!”

“아니, 제정신이냐고! 뭘 부탁하는 건데!”


소통의 부재로 인한 대 참사.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 건데. 어찌 이 사람들은 한결 같을까. 이렇게 된 이상 현과장은 어쩔 수 없었다. 직접 작전 내용을 언급하는 수밖에.


“집에 둘 있잖아! 둘!”

“둘? 아! 둘!”


그제야 현과장의 작전을 이해한 갓패치. 그는 거침없이 현과장의 등 뒤로 차원문을 열었다.


“원더랜드의 궁극 병기! 우리는!”


현과장은 가슴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 단어만 외치면, 차원문 안쪽에서 귀엽고 포통포동한 두 존재가 단번에 뛰쳐나올 것이란 것을.


“미드나잇...”


현과장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하늘을 향해 힘껏, 그 단어의 마지막 부분을 외치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미드나잇 클럽이다냥!”


현과장의 말을 가로막으며 차원문에서 불숙 튀어 나오는 한 남자, 어흥선생. 그의 양 어깨 위에는 키토와 리코가 멋진 포즈를 취한 채 올라앉아있었다.


“어, 어흥선생? 어흥선생이 거기서 왜 나와?”

“집에 가서 쌌다냥! 난 깔끔한 고양이다냥!”


볼 일을 보기 위해 집까지 뛰어갔다니. 뭐, 흔히 있는 일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응? 흔히 있는 일 아니야? 큰 일은 집에서 편하게 봐야지. 밖에서 사람들 눈치 보면서 어떻게 똥이 나와? 안 그래?


“맞다냥! 큰 일은 집에서 혼자 편하게 봐야한다냥!”


어흥선생은 자신의 대변에 관한 철학을 자랑스럽게, 아주 자랑스럽게 입에 담았다. 관중석에서는 그의 언행을 이해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런데, 어흥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내려 오셔야하는데.”


큰 일에 대한 이야기로 경기장이 한참 웅성거리던 바로 그때. 스테이지 밑에 있던 담당PD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내가? 내가 왜 내려가냥?”

“조금 전에 볼일 때문에 내려 가셔서, 실격 처리 되셨습니다.”

“실격처리? 그건 무슨 말이냥?”


어흥선생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실격처리라니. 원더랜드의 명운을 앞둔 이 상황에 실격을 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라도 하는 것일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냥! 더 큰 문제가 우리들 사이에 존재한다냥!”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라서...”

“으으... 규칙은 따라야 한다냥. 좋든 싫든.”


PD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어흥선생. 하지만 이내 그는 스테이지 밑으로 발길을 향했다. 리코와 키토를 현과장 앞에 내려 놓은 채로.


“이제 지저분한 이야기는 그만 해도 되는 거지? 현과장, 아니, 미래의 호떡 요리사.”

“그건, 여길 지나가고 나서 말을 해야죠, 전 장인어른.”


어흥선생이 내려가자, 본격적으로 기싸움을 펼치는 현과장과 고만.

무수하게 떨어지는 칼날들 사이로, 두 사람의 눈빛이 유독 날카롭게 빛났다.


“현과장이 실패하면 어떡할까나?”

“제정신이야? 그럼 당연히 우리가 나서야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채야와 갓패치. 하지만,


“아, 두 어르신분들도 실격입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찬물을 확 끼얹는 남자PD. 그의 말에 갓패치와 채야의 얼굴이 붉게 타들어갔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나?! 우리는 스테이지가 좁으니까 자리를 비켜 준 것뿐이랄까나!”

“제정신이야? 이게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지 알고 입을 놀리는 거야?”


당장이라도 사지를 분리할 것처럼 그를 노려보는 채야와 갓패치. 그러나 그들의 협박에도 담당PD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이건 규칙입니다, 어르신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

“맞다냥. 규칙은 지켜야 한다냥. 다름 사람도 아닌 우리는 더더욱 지켜야 한다냥.”


스테이지에서 내려온 어흥선생은, 이내 잔뜩 화가 난 채야와 갓패치 앞에 멈춰섰다. 두 사람을 향한 다부진 눈빛. 그의 눈동자 안에는 규칙을 향한 단호한 결단력이 자리를 비키지 않고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고집스러운 그의 눈빛 때문일까. 두 사람의 폭발할 것만 같은 분노는 어느새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밑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인데, 우리도 이만 끝내지 현과장.”

“그럽시다. 그러자고요!”


고만과 현과장은 서로를 바라보며 투지를 불태웠다.한 사람은 자신의 소원을 위해.다른 한 사람은 원더랜드의 미래를 위해.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화는 듯이 호떡을 뜯던 여왕은, 이내 고개를 돌려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쩔 수 없었다니까. 그건 운명이었다고.”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며, 호떡을 한 장 더 내미는 현과장. 여왕은 잔뜩 화가난 얼굴로 그가 내민 호떡을 잽싸게 낚아채었다.


“하아... 운명이란 가혹한 거랄까나.”


한숨을 내쉬면서 호떡을 한 입 베어 무는 채야. 그녀의 얼굴에는 착잡함 이 가득했다.


“그런데 호떡은 너무 맛있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지금 호떡이 문제야?”


웬일로 호떡을 밀어내며 채야에게 핀잔을 주는 갓패치. 그의 온몸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때문인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갓패치, 미안 내가...”

“이걸로 될 거 같아? 이걸로 될 거 같냐고?! 김치찌개를 내와야 할 거 아니야! 김치찌개를!”


갓패치의 목소리가 집안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슬쩍 호떡을 내려놓는 사람들. 오직 여왕만이 호떡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있었다.


“히그 무스 이리니까(지금 무슨 일입니까)?”

“여왕은 호떡이나 먹어. 우리가 여왕을 위해 양보한 거니까.”


절대 여왕에게는 김치찌개의 비밀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일까. 갓패치는 주변에 널린 호떡을 전부 모아 여왕 앞에 가져다주었다.


“오! 정말 그런 겁니까? 감사합니다만!”


진실도 모른 채, 그저 호떡의 산에 파묻혀 기쁨의 미소를 짓는 여왕. 그 모습을 본 현과장의 마음이 짠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과장, 이것만 명심해. 김치 냉장고에 김치가 그렇게 많지 않아.”


갓패치의 한 마디에 마음을 내려놓는 현과장. 김치도 얼마 없는 이 상황에서 여왕까지 합세한다면, 식사시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원더랜드의 멸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준비할 게.”

“내가 돕겠다냥!”


현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빠르게 그의 뒤를 쫓는 어흥선생.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키토와 리코가 단번에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어흥선생은 안 된다능! 자리에 앉으라능!”

“어흥선생, 먹보!”

“아니다냥! 난 그렇게 안 먹을 거다냥!”


아무리 애써 변명을 해보았지만, 결국 두 귀염둥이의 손에 이끌려 거실 구석에 앉게 된 어흥선생. 그에게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를 감시하기 위해 리코와 키토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것이랄까.


“그럼 만들어서 올 게.”


현과장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힘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요!”


갑자기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은 여성, 바로 기록관 그녀. 그녀의 등장에 거실 안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어이, 외부인. 지금 외부인이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야. 그쪽 몫은 없다고.”

“여기 와서 호떡이나 먹으랄까나. 다른 거 손대지 말고.”

“밥 그릇 절대 사수다냥!”


당연히 김치찌개. 갯패치와 모두는 그녀가 김치찌개 때문에 다시금 채야의 집을 방문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문제입니까? 물론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럼 돌아가라냥!”

“돌아가라능! 돌아가라능!”

“기록관, 메롱!”


김치찌개의 양이 작아질 것이란 사실에, 키토와 리코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적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돌아갈 기록관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는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이게 어찌 된 건가요?!”


그녀는 두 눈을 부라리며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슬쩍 눈빛을 피하는 현과장. 마치 그는 죄인처럼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큰 죄를 지은 죄인처럼.




<1시간 전>


각오를 단단히 한 현과장은 리코 그리고 키토와 함께 고만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리코와 키토의 맹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는 고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신의 방패」는 피아 구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능력이었으니까.


“전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군!”

“당연한 소리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


이런 고만의 모습은 관중석의 모두에게 더 큰 함성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원더랜드 주인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전진하는 노년의 남성.

언더독, 아니 올드독의 반란.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대로 경기장에 나타나고 있었다.


“젠장! 진짜 약한 건 난데”


모두의 응원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억울하기는 했다. 강자를 약자 취급하다니. 조금 전 어흥선생과 호각으로 싸웠던 사실을 모두 잊은 걸까? 이런 생각이 현과장의 머릿속에 꽃을 피울 무렵, 그의 눈동자 안으로 고만의 얼굴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멋진 외모. 누가 늙으면 추하데? 저렇게 멋있는데.


“젠장! 빌어먹을!”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점점 차오르는 자괴감. 외모만 놓고 보았을 때, 자신이 악역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얼굴만 보는 더러운 세상! 그런다고 내가 이대로 물러설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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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2 23.09.11 23 4 12쪽
193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23.09.10 24 4 11쪽
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6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5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4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3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4 4 11쪽
»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3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9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4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20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20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5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3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7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20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166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7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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