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2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14 10:00
조회
27
추천
4
글자
11쪽

166. 왕좌의 게임 - 3

DUMMY

나마래가 입고 있던 티셔츠는 별거 아니었다.

단지, 그 티셔츠에 적힌 문구가 충격적이었을 뿐.


「키토와 리코 추방 위원회」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어흥선생도, 이 충격적인 캐치프레이즈에 입을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키토와 리코를 추방하자니. 이 인간들 정말 제정신인 것일까?


“제정신이야? 이봐, 아나운서! 당신 어흥선생의 추종자잖아!”

“우리는 어흥선생님께서 더는 괴물 같고 무시무시한 동물들에게 휘둘리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자매 여러분! 저 원더랜드에서 귀여운 것들을 몰아냅시다!”


갓패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나마래.

그녀는 오히려 두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뛰어 나오는 같은 티셔츠의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긴 했지만, 군데군데 남성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결코 평범할 것 같지 않은 외모의 남성들이.


“지금 내 뒤통수를 치겠다는 건가?! 내가 만든 이 무대에서?”


갓패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채, 나마래를 응시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것 보시면 좋겠습니다만. 이게 바로 왕의 위엄입니다만.”


하늘 위에서 들려오는 아주 낯 익은 목소리. 그 앙칼지고 앳된 음성에, 갓패치는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미우, 네가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우리를 쉽게 본 갓패치 탓이랄까나.”


이어지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채야. 여러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 그녀는 갓패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고 자애로운 ‘승자의’ 미소를.


“어디서 이런 비겁한 수를!”

“우리에게도 머리가 있었다랄까나.”


채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뒤에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 우유나. 그녀의 등장을 마주한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순간 아차 싶었다. 미우와 채야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지만, 우유나의 능력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알고 있었던 것은,

우유나는 5급 용자이며, 거대 로봇 건달의 파일럿.

그리고 강원랜드의 여왕, 무리나 마샤의 동생이라는 것뿐.

위의 사실로 유추해볼 때, 그녀의 능력은 결코... 잠깐, 위의 내용만으로도 그녀가 두뇌 출중한 인재란 건 이미 증명된 게 아니었을까.

바보가 용자가 될 리 없잖아.

멍청한데 로봇을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이 여자, 왕족이잖아!

순간, 이 사실을 모두 깨달은 어흥선생과 현과장. 그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 킹메이커 우유나 마샤! 당신을 진정한 왕으로 만들어 드리지요!”


우유나는 갓패치를 향해 당당한 모습으로 선전포고를 던졌다.

그녀의 용기 넘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성밖마을 사람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갓패치를 왕으로! 갓패치! 갓패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갓패치를 연신 외치는 우유나. 주변의 사람들도 이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그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짖기 시작했다.

이윽고, 광장뿐만 아니라 아웃랜드 전역에서 외쳐지는 이름, 갓패치. 정작 그 이름의 주인은 밀려오는 당혹감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선거 활동으로 끝이 나게 된 인터뷰. 선호도 조사 결과도 너무나 당연했다.

99.999 대 0.001 아니 그냥 100 대 0이라고 하는 게 나을 지 모르겠다. 미우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오직 인터뷰를 마친 세 사람뿐이었으니까.




이런 씁쓸한 결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그런데, 갑자기 왜 현과장이 앞에 툭 튀어 나오냐고?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갓패치라고 생각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이 이야기의 제목은 『현과장 인 원더랜드』. 이미 제목부터 현과장이란 이름이 딱 박혀있는 이상, 결코 갓패치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다, 이 말이야.

어찌 되었건, 패배의 참 맛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은, 거실에서 축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있는 그녀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 일의 승자, 바로 미우 팀을.


“제정신이야? 술이 넘어가?”

“술 아닙니다만. 사과 주스입니다만.”


미우는 당당하게 술잔을 들어보였다. 그녀 두 볼 가득한 취기. 그리고 풀린 동공. 이건 사과 주스가 아니다. 사과 주(酒)면 모를까.


“나이 어린 사람한테 술을 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미우를 바라보는 현과장. 그러자, 그 이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유나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갓패치 팀께서 이번 선거에 승리 하셔서 단단히 법을 개정하시면 되겠네요? 안 그래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를 바라보며 꺄르르 웃어버리는 미우와 그녀의 팀원들. 그래,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었다. 그것도 이 어마무시한 여자, 우유나 마샤에 의해.

완패다. 완패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 법.

아무리 지식이 풍부한 어흥선생있고, 사회생활에서 체득한 지혜가 있다고 해도, 이미 왕을 만든 적 있는 그녀를 이기기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제정신이야? 이렇게 진다고? 내가 호떡을 전부 포기해야 한다고?”


밀려드는 절망감에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 갓패치. 그러나, 현과장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직 한 발, 아니 하나의 생각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냥! 아직 끝난 게 아니다냥!”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갓패치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온 현과장과 일행들. 어느새 달려온 키토와 리코 그리고 루프도 그들과 함께였다.


“이렇게 된 이상, 비열한 방법을 쓴다!”


현과장은 닫히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라렸다. 그의 눈동자 속 피어나는 광기. 진정한 광기인 우유나에 견줄 정도의 훌륭한 광기였다.


“무슨 방법이냥?”


어흥선생의 물음에, 다부진 결의를 입 밖으로 내뱉는 현과장. 그의 말을 들은 모두는 일제히 표정을 굳혔다.


“강원랜드로 간다. 우유나에 필적하는 인물을 찾기 위해.”




그렇게 무턱대고 강원랜드에 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그들은 거침없이 여왕이 있을 알현실 문을 열었다.


“무리나, 무리나 거래를 하러 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같겠지만, 기분 탓이다. 절대 기분 탓이다.


“어머 어머, 이게 누구야? 전 남편이 찾아 오셨네. 겁 대가리 없이.”


현과장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두 눈에 불을 켜고 그를 노려보는 무리나 여왕. 어쩜 자매가 똑같이 이렇게 광기 충만한 것일까.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우유나가 내 계획을 망치려고 하는데, 조언을 좀 구하려 찾아왔다!”

“원수보다 더 못한 놈이 바로 전 남편이야, 현과장.”


역시나 무리나는 호락호락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은화가 당신 손에 있다던데, 사실이야?”

“사실은 사실이긴 한데...”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을 느낀 현과장. 오랜 사회생활과 영업접대에서 얻게 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현과장은 망설임 없이 은화를 몸 밖으로 떠냈다. 그러더니,


“이거 말이지?”


이내 은화를 그녀의 앞에 내미는 현과장. 은하를 본 무리나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환희와 감동이 꿈틀대고 있었다.


“이게 우리의 보물, 은화!”

“아니, 그쪽 보물이 아니라, 내 단검인데.”


너무 적나라한 여왕의 감정에, 돌파구를 찾게 된 현과장. 그는 잠시 여왕에게 단검을 맡겨 둔 채로 모두를 데리고 알현실 밖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방법을 찾은 거 같다.”

“어떻게냥? 설마 은화를 준다는 생각이냥?”


이미 현과장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어흥선생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어차피 강원랜드의 보물이잖아. 이쯤 돌려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정신이야? 밀봉이 안 되어 있잖아. 이건 돌려주는 문제가... 잠깐 그냥 돌려 준다고 말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뭔가 떠오른 듯, 음흉한 미소를 짓는 갓패치. 그러자, 현과장과 어흥선생이 정색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떽! 지금 얼마나 보는 눈이 많은데 그런 사기꾼 같은 소리를 하다니!”

“그렇다냥! 나쁜 짓을 장려할 수 없다냥!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냥!”


두 사람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잠깐 본모습을 드러낸 갓패치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그건 그런데, 너무 정직하게만 하면 글이 재미가 없어지는데. 이번에는 갓패치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우리는 사기를 치지 않는다냥!”


아, 단호하다. 단호박 고구마를 먹었나. 무척 단호하네.

아, 뭐 알아서 하겠지. 너희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내 나름의 생각이라는 게 있으니까.


“모두 조심해라냥.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데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냥. 명심해라냥.”


누군가를 엄청나게 의식한 듯, 진지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경고하는 어흥선생. 그의 이야기를 들은 현과장 및 모두는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루프와 두 귀염둥이 까지도.


“그럼 들어가서 교환을 하자고.”


말을 마친 현과장은, 모두를 이끌고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은화를 만지면서 기쁨에 차 있는 무리나. 그런 그녀에에게 다가간 현과장은, 매몰차게 은화를 빠앗아 몸 속으로 넣었다.


“현과장! 지금 무슨 짓이야?!”

“은화를 가지고 싶다면, 그에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셔야죠, 여왕폐하.”

“돈? 얼마면 돼? 얼마면 가질 수 있는데?”


이번에도 뭔가 익숙한 대사가 나온 거 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은화의 실물을 영접한 무리나는 욕심이라는 독이 바짝 오른 상태. 지금의 그녀는 그 어떤 조건에도 쉽게 응할 것만 같았다.


“우리가 선거에서 져야 하는데.”

“그런 거면 우유나에게 맞기면 되는데.”


무리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뜻밖의 이름 우유나. 아무래도 우유나 그녀가 진정한 킹메이커가 맞는 듯 했다.


“그녀보다 더 대단한 사람 없어?”

“없어. 없다고.”


무리나는 당차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현과장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나 처음은 있고, 처음이 있다면 그 길을 알려준 스승이 있기 마련. 현과장은 처음부터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팔 생각이었다.

끝까지 시치미를 땔 작정이라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먹음직스런 호떡, 아니 덫을 던지면 그만이었다.


“우리 처제에게도 스승은 있잖아, 안 그래?”


처제? 처제라는 말에 심하게 동공이 흔들리는 무리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 변태인 것은 동생이나 언니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한 분 있지...요, 한 분. 우유나를 킹메이커로 교육한 한 분이.”


수줍게 대답한 그녀의 목소리에, 밝은 표정이 된 현과장과 그 일행들. 하지만 이어지는 무리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현과장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분은 당신의 장인어른, 전 국왕 고만 마샤님이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4 194.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2 23.09.11 23 4 12쪽
193 193. 테스트 현실 습격 작전 - 1 23.09.10 24 4 11쪽
192 192. 붉은 동아줄 23.09.09 25 4 11쪽
191 191.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2 +2 23.09.08 36 5 11쪽
190 190. 우리 결혼할 사이입니다! - 1 23.09.07 25 4 12쪽
189 189. 사릉과 전쟁 23.09.06 25 4 11쪽
188 188. 원더랜드 구하기 - 2 23.09.05 22 4 11쪽
187 187. 원더랜드 구하기 - 1 23.09.04 24 4 11쪽
186 186. 미래의 과거 23.09.03 20 4 11쪽
185 185. 진실 23.09.02 23 4 11쪽
184 184. 마지막 인간체스 - 7 23.09.01 24 4 11쪽
183 183. 마지막 인간체스 - 6 +1 23.08.31 23 4 11쪽
182 182. 마지막 인간체스 - 5 23.08.30 19 4 11쪽
181 181. 마지막 인간체스 - 4 23.08.29 20 4 11쪽
180 180. 마지막 인간체스... 도중 밥 타임?! 23.08.28 25 4 11쪽
179 179. 마지막 인간체스 - 3 23.08.27 23 4 11쪽
178 178. 마지막 인간체스 - 2 23.08.26 20 4 11쪽
177 177. 마지막 인간체스 - 1 23.08.25 21 4 11쪽
176 176. 회귀는 회귀인데, 이건 망삘인데? 23.08.24 20 4 11쪽
175 175. 또다시 회귀? 23.08.23 25 4 11쪽
174 174. 호떡 파티 23.08.22 21 4 11쪽
173 173. 새로운 위협 등장? 23.08.21 23 4 11쪽
172 172. 회?귀? - 4 23.08.20 27 4 11쪽
171 171. 회?귀? - 3 23.08.19 22 4 12쪽
170 170. 회?귀? - 2 23.08.18 25 4 11쪽
169 169. 회?귀? - 1 23.08.17 20 4 11쪽
168 168. 왕좌의 게임 - 5 23.08.16 23 4 11쪽
167 167. 왕좌의 게임 - 4 23.08.15 24 4 11쪽
» 166. 왕좌의 게임 - 3 23.08.14 28 4 11쪽
165 165. 왕좌의 게임 - 2 23.08.13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