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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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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3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04 10:0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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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56. <장편> 죄의 탑 - 11

DUMMY

“그렇게 둘 순 없어요.”


거대한 화염과 함께 자신을 향해 달려온 해골인간을, 현과장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대로 그를 향해 은화를 던진 현과장. 그의 손을 벗어난 은화는 그대로 해골인간의 몸에 부딪혀, 그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계속해서 밀어냈다.

근육도 없는 뼈다귀가 무슨 힘이 있을까. 해골인간은 점점 뒤로 밀려나갔다. 현과장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려줄 것처럼 그랬잖아! 감자기 마음을 바꾼 건 무슨 뜻이야?!”


해골인간은 노발대발하며 그 굵직한 목소리를 이내 사방으로 뿌려댔다.

분노 속에 담긴 원망과 당혹감. 숨기지 못한, 아니 숨길 수 없던 그 감정은 그의 목소리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 그쪽도 죽고 싶어 했잖아요. 이렇게 마음이 바뀐 건 무슨 뜻인데요?”

“제정신이 아니었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해골인간은 다급해진 마음에 연거푸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미 완전히 현과장의 주변에서 밀려나버린 해골인간. 이제 남은 건 현과장이 그의 능력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뿐이었다. 주변의 세 친구들과 자신만을 감쌀 정도로 차분하게. 그런데 그때,


“캉! 캉! 캉!”


교실 문 쪽에서 들려오는 여우의 울음소리. 아무래도 2층의 여우들이 3층까지 올라온 모양이었다.


“여, 여우가? 왜?”


당혹감이 더욱 짙어진 해골인간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2층의 여우들도 평범한 여우는 아니었었다.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올 정도였으니까.


- 살아있는 인간, 그 해골만 남은 인간을 우리에게 넘겨주길 부탁한다. -


현과장으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여우의 텔레파시.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했고, 또 애절했다.


- 그 거짓말쟁이를 꼭, 꼭, 꼭! 넘겨주길 부탁한다! -


현과장이 대답을 망설이자, 다시금 들려온 애절한 텔레파시. 이번에 들려온 그 목소리에는 간절함에 더불어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순간, 해골인간이 보여줬던 그 떠오른 잔혹한 영상이 떠올랐다. 인간과 여우를 몇 번이고 죽이며 되살렸던 그 영상. 현과장의 머리가 강하게 외쳤다. 그 것이 영상의 끝이 아니라고. 보여줬던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고.


“당신,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나, 난 그냥 연구자일 뿐이야! 형상 변환이나 강화, 뭐 그런 걸 연구하는 연구자...”


해골인간이 변명을 늘어놓으려던 바로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면서 악취가 현과장과 해골인간을 향해 휘몰아쳤다.


“캉! 캉! 캉!”


문을 막고 서서 강하게 해골인간을 노려보고 있는 거대한 여우들. 그들은 은빛의 불길이 치솟고 있는 교실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지만, 불길이 닿지 않는 밖에서 그저 해골인간만 강하게 째려보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덤벼 들어 그 남은 해골 조각마저 산산이 부셔버릴 것처럼.


- 그대가 우리 곁을 지나간 뒤,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던 저주가 사라졌다! 우린 저 인간을 원한다! 다른 건 필요 없다! 제발 우리의 손으로 복수를 이루게 해다오! -


저주라는 말이 현과장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사실, 현과장은 여우들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는 노릇. 애당초 2층 초입에서 죽기 살기로 덤벼 든 존재는 다름 아닌 좀비가 된 여우들이 아니었던가.


“그냥 넘겨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우들에게 해골인간의 신변을 넘겨주기로 결심한 현과장. 그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여우들에게 신뢰감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바로, 그가 봤던 그 끔찍한 실험영상 때문에. 사람과 여우에게 행해졌던 그 잔인한 실험들. 영상 속 여우들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금 교실 문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는 저 여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리고 그가 조금 전 경험했던 형상 변환. 물건 위에 물건을 뒤집어씌우는 기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들이 점점 연관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를 향해.


“왜 여우 좀비는 있는데 사람 좀비는 없는 걸까.”


현과장의 물음에 해골인간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전달해 주는 대답. 현과장은 확신했다. 해골인간이 여우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당신, 여우와 사람을 섞은 거야?”


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현과장은 해골인간이 보여준 형상 변환도 이 실험으로 나오게 된 작은 부산물 정도로 느껴졌다. 무기 강화라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우린 저 인간을 미치도록 원한다! 제발 그러니까, 제발! -

“캉! 캉! 캉! 캉!”


썩어버린 악취 나는 육신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울부짖었다. 여우들은 자신들이 왜 그토록 해골인간을 원하는지 전혀 설명을 하지는 못했다. 그 정도의 지성은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뼈에 사무치는 원한만큼은 잊지 못한 모양이었다. 온몸이 썩어 들어가는 와중에도 복수를 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면.


“자리를 비켜줄 게.”


온몸을 뒤덮고 있던 불길을 거둔 현과장은, 일행들을 이끌고 교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말의 망설임, 흔들림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발걸음. 담담한 표정 속에는 표줄 되지 않는 깊은 분노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리코님, 키토님 올라가지 말고 잠시 기다려 보자. 느낌이 좋지 않아.”


그의 마음을 채운 한 가지 불안감. 그건, 해골인간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여우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무슨 의미일까. 이 죄의 탑 안에서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여우 따위는 손쉽게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여우도 한패라는 것 또한 고민 안할 수 없는 사항. 확신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현과장과 일행들은 교실 밖, 이미 다 타버린 연구실에 서서, 하염없이 교실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해골인간 불붙어 있지 않았어?”


미쳐 생각지 못한 사실을 떠올리고 만 현과장.

순간, 밖에서 기다리던 모두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멈춰버렸다.

잠깐만, 불길을 거둔 거 아니었어? 분명히 현과장이 온몸을 둘러싼 불길을 거둔 걸 봤는데. 설마, 나머지는 그대로인 거야?


“우리 가보자!”


현과장은 모두와 함께 교실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은빛 화염으로 활활 타고 있는 교실 안. 문 밖에 서 있던 여우들의 흔적 역시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교실 한 가운데에 정체를 모를 거대한 잿더미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불길이 꺼지지 않은 거대한 잿더미가.


***

여우들이 복수를 하길 원했지만, 터무니없는 실수 때문에, 모두를 화장(火葬)시켜 버린 현과장. 그는 착잡한 마음과 함께 다음 층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감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는데.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큰 사실을 놓쳤잖아. 그렇지 키토님, 리코님?”


루프의 머리에 올라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키토. 리코 역시 현과장의 머리에서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4층은 어떨까? 너무 더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야영도 해야 하고.”


탑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야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과장은 살며시 가슴속으로부터 걱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에게 아직 제대로 된 호떡을 대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 안 되면, 오늘은 계단에서 하루 지내야겠네.”


현 상황에서 제일 깔끔한 곳은 3층과 4층 사이의 계단. 현과장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한 채로, 4층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4층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마주 한 것은 거대한 정원.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마치 원더랜드의 숲을 작게 축소해 놓은 듯한 정원의 모습에, 그만 신이 나버린 리코와 키토. 그들은 제각각 루프와 현과장의 머리에서 뛰어 내려 정원을 만끽하고 있었다.


“루프 씨도 뛰어 놀지 그래? 냄새나는 곳에서 힘들었잖아.”


현과장의 배려에도 결코 그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 루프. 이상하게도 루프만이 주변을 날카롭게 경계하는 눈치였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네.”


그나마 깨끗한 장소에 온 덕분에,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현과장. 이어서 그는 붉은 가방 안에서 이런저런 용품들을 꺼내놓았다. 조리기구와 침낭, 그리고 텐트. 심지어 텐트도 거대한 12인용. 도대체 코딱지만한 가방 안에 뭐 이리 많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넘어가자. 현과장의 붉은 가방은 「made in 원더랜드」잖아. 정상이 아닌 게 당연하다 이 말이야.


“그럼 난 이런저런 준비를 할 테니, 루프 씨는 리코님과 키토님 좀 데리고 와주겠어?”

“멍멍!”


늑대인 루프가 왜 멍멍하고 짖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현과장의 말에 루프는 곧바로 정원 안 쪽을 향해 그 큰 육체를 날렸다. 그러자, 단 2초도 걸리지 않고 루프의 입에 물려서 현과장의 앞에 당도하게 된 리코와 키토님. 그 모습에 현과장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끼고야 말았다. 엄습해오는 불안감. 의심 가득한 현과장의 눈동자가 천천히 루프와 두 귀염둥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너 누구야.”


온몸에 불꽃을 휘감은 채로 눈앞의 세 동물들을 경계하는 현과장. 호떡 만들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눈앞의 생물들은 그의 소중한 가족인 리코와 키토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루프조자 가짜였다. 마음씨 다정한 루프가 두 귀염둥이를 입에 물고 나타날 리 없을뿐더러, 리코와 키토가 물린 채로 얌전히 있을 리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현과장이었기에.


“당장 말하지 않으면, 여기 정원 다 태워버릴 거야.”


현과장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치 그를 휘감고 있는 은빛의 불꽃처럼.


“잠깐만요! 거 참 사람 빡빡하게 사시네.”


현과장의 협박이 먹힌 것일까. 갑자기 목소리를 내는 루프. 이어서 그의 눈앞에 있던 다이어울프는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점차 변해갔다.


“아니, 장난도 못 칩니까?”


이윽고 현과장의 앞에 나타난 것은 3층의 교실에서 본 그 영상 속 주인공. 그 쌍둥이 중 한명이었다.


“당신 로스야? 아니면 레스?”

“선생이 별걸 다 말해 준 모양인데. 이름이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앞에 있는 게 중요하지.”

“...레스군.”


해골인간이 들려준 이야기에서는,

말이 많고 건방진 쪽이 레스. 조용하고 진중한 쪽이 로스였다.

비록 믿을 수 없는 인물이긴 했지만, 현과장은 어쩔 수 없었다. 눈앞의 쌍둥이에 관한 정보는 이게 전부였으니까.


“오호, 눈썰미가 좀 있네?”


레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봤던 그 미소. 순간 현과장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안 좋은 예감이 잔뜩 머릿속에 가득 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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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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