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6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3 06:35
조회
118
추천
11
글자
13쪽

진정한 평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6화. 진정한 평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


석재는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귀신에 홀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하지만 좋아하는 아요 앞에서 귀신이라는 둥 말하며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여기 정말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석재는 두려움을 애써 에둘러 표현했다.


아요의 대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항상 초롱초롱하던 그녀의 눈빛이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반면, 진오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듯 꽤 덤덤했다.


여기까지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냐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들어보지도 않고, 문을 쾅쾅 두드렸다.


‘申’


석재는 다시 한 번 문을 바라봤다.


오후 네 시를 뜻하는 이 한자가 붙어 있는 게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아니 찜찜한 걸 넘어서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는 죽음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석재와 아요는 제발 집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굳게 닫혀있던 대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슬그머니 열렸다.


석재와 아요는 혹시 귀신은 아닐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마침내 문이 활짝 열렸다.


다행히 한 아주머니가 고운 한복을 입으신 채 문을 열고 그들을 맞아주셨다.


“어머, 여행자들이신가 봐요.”


석재와 아요는 그제서야 한숨 돌리며 긴장을 풀었다.


예상과는 달리 여인이 나오자, 진오는 들고 있던 창을 뒤로 슬그머니 숨기며 말했다.


“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밤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묵을 곳이 없어서 그런데, 괜찮으시면 하루 신세를 좀 져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진오는 아둔했다.


창을 뒤로 숨겨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창이 진오의 신장보다 더 길어서, 머리위로 창날이 뾰족 튀어나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은 마치 자기 눈앞에만 안보이면 다른 사람도 안 보이는 줄 아는 꿩만 같았다.


“호호호, 창을 잘 쓰시나 봐요. 여성분도 검을 들고 계시고, 이쪽 분은 악기를 다루시나 보네요. 평범하게 여행하시는 분들은 아니신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서 은근한 경계심을 느낀 진오.


그는 자신과 일행이 이 집에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이란 걸 소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저는 마진오라고 합니다. 여기는 저와 같이 다니는 일행이죠. 지난 동화산 전투에서 활약했었는데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아! 동화산 전투는 처음 들어보지만, 마진오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혼자 적진에 들어가 적장의 목을 베어왔다지요.”


진오는 그 말을 듣자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제가 그 마진오입니다.”


“그런 전쟁 영웅이 이런 누추한 곳을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님들을 오래 서 계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얼른 들어오세요. 호호호.”


일행은 고맙다는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에 왜 ‘申’이라는 한자가 붙어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전면부에 원숭이 신을 모시는 큰 사당이 있었고, 그 사당 안에 엄청 큰 원숭이 신의 동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문에 붙은 申은 네 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홉째지지 원숭이 신을 뜻하는 한자였던 것이다.


석재는 다시 한 번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쪽지를 살펴봤다.


분명 쪽지에 적혀진 동네는 아직 한참 더 가야하는데, 왜 이 곳에 원숭이 신의 사당이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일행은 마당에 서서 집을 둘러보았다.


마당도 넓고, 집의 규모도 제법 컸다.


잠시 뒤 원숭이 신을 모시는 사당의 오른편에 조금 떨어진 방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왔다.


머리에 상투를 틀고 하얀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아마 행색을 보니 곧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록 자기 전이었으나, 뒷짐을 지고 걷는 모습에서 그의 격식이 느껴졌다.


“어서들 오시지요. 밤이 늦었는데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혹시 식사들은 하셨습니까.”


마침 먹을 것을 모두 나눠줘서 허기가 졌던 석재.


그는 내심 식사라는 반가운 단어를 들어서 기뻤다.


“하하, 아직 식사를...”


석재가 밥을 못 먹었다고 아직 이야기도 못했는데, 갑자기 중년 남성 뒤에서 한 아이가 나타나 난동을 부렸다.


그 아이는 무엇이 그리 신이 났는지 중년 남성 주위를 방방 뛰면서 뱅글뱅글 돌았다.


“아버지! 거봐요. 제가 올 거라고 했죠? 히히.”


석재와 일행은 그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크게 놀랐다.


좀 전에 자신을 이 집으로 이끌어줬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제는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나타난 것이었다.


“아니 너는!!!”


깜짝 놀란 진오는 들고 있던 창으로 그 아이를 가리키며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의 외침을 들은 아이는 중년 남성의 뒤로 쏙 숨어버렸다.


비록 진오는 놀라서 순식간에 저지른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이 아이에게는 큰 위협으로 느껴졌다.


한편 진오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갑자기 방에서 나타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냥 비슷하게 생긴 다른 아이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아 어르신 죄송합니다. 초면에 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잠시 착각을 했나봅니다. 이 집으로 오는 길에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마주친 적 있어서요.”


그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중년 남성의 뒤에서 아이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배꼼 내밀었다.


“히히 아저씨 그거 저 맞아요.”


그 말을 들은 진오는 갑자기 들고 있던 창으로 땅을 쾅쾅 쳤다.


화가 났음이 틀림없었다.


석재는 진오가 아이에게 당한 것 때문에 화가 났나 생각했다.


“뭐어? 아저씨!!! 야 꼬맹아. 난 이제 열여덟이라고!!!”


진오는 석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화가 났다.


화를 내는 그가 무서웠는지 아이는 다시 중년 남성 뒤로 쏙 숨어버렸다.


“허허허. 저희 아이가 장난기가 좀 많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중년 남성은 뒤돌아 아이의 높이에 맞추어 무릎 굽혀 앉았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자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얘야. 손님들에게 얼른 사과드려라.”


그러자 작은 아이가 쭈뼛쭈뼛하며 고개를 숙였다.


“형들 누나 미안해요.”


아요는 웃으면서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헤 너 참 귀엽구나. 이름이 뭐니?”


그녀의 행동에 아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몸을 배배꼬았다.


“저는 원신이에요. 열두 살입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이야 원신아 이름도 멋있네! 그건 그렇고 원신이는 어떻게 순식간에 대문 밖에서 아버님 방으로 들어간 거야?”


“히히 그건 제 분신이었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요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 정말? 혹시 분신이라는 거 누나한테 보여줄 수 있어?”


“그럼요! 예쁜 누나.”


원신이는 두 손을 주먹 쥐고 허리에 갖다 대며 큰 자신감을 보였다.


작은 꼬마 아이는 잠시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자 본래는 머리색이 검은색이었는데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


아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았다.


그리고 입김을 불자 원신이와 똑같은 아이가 펑하고 나타났다.


아요는 정말로 이런 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석재와 진오도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그런 그들의 표정이 재밌는지 원신은 방긋 웃었다.


*

갖바치 할아버지는 마당에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 계셨다.


하늘에는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드디어 만난 게로구나. 껄껄껄...”


갑자기 반짝이던 별들 사이에 붉은 별 하나가 새로이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지셨다.


“갑자기 흉성이 밝아지다니... 좋지 않은 징조구나.”


*

원신이네 집 안방에 모두들 모여 앉아있다.


중년 남성이 상석에 앉아있고, 그 옆에 원신이가 앉았다.


그들과 마주보며 석재 일행이 앉아있다.


“아... 그렇게 저희를 찾아오신 거였군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바로 원숭이의 신을 모시는 가문입니다.”


석재는 생각보다 일이 술술 잘 풀려서 안도감을 느꼈다.


“네 역시 짐작대로 여기가 원숭이 신을 모시는 가문이었군요. 다행입니다. 우연히 이 아이를 만나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운명 같군요.”


그러자 중년 남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우연이 아닙니다. 모두 이 아이의 계산이었죠. 허허허.”


“네, 계산이요?”


“이 녀석은 비록 어린아이지만 매우 똑똑하답니다. 바둑 신동으로도 동방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죠. 바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는 뿌듯하다는 듯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신이나 대답했다.


“히히 분명 세상이 혼란해지면 저희를 찾아올 거라고 그랬죠?”


아요는 어린아이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우와 넌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아이는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말했다.


“예쁜 누나가 물어보니까 특별히 말해줄게요. 음...”


원신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지금 서방세계의 힘이 막대하니 동방세계는 순식간에 밀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동방세계가 벼랑 끝에 몰리면 결국 십이지신이 세상 밖으로 나올 거라 예상했어요.”


“......”


“어쩌면 서방세계의 신들이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석재는 이렇게 작은 아이가 어떻게 저리 깊은 생각을 하는지 감탄하고 있었다.


아이는 말이 끝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집과 쥐 가문네 할아버지가 옛날에 연락이 닿은 적이 있다고 아버지께 들었어요.”


석재는 그 말에 할아버지가 준 쪽지를 꺼내 들었다.


그 쪽지를 본 원신이 말했다.


“역시 짐작대로 알고 계신 집은 예전에 살던 집이군요. 저는 그래서 십이지신이 그 곳으로 향한다는 가정 하에 반드시 거쳐 갈 곳을 예상했어요. 그 곳은 바로 산 아랫동네였죠.”


“아, 그랬구나.”


“네, 그래서 제가 분신을 통해 수상한 자들을 염탐했어요. 전쟁이 시작된 후 매일매일요.”


진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쳇, 그건 그렇고, 우리가 십이지신인 걸 어떻게 알았냐.”


그는 자신보다 똑똑한 어린 아이에게 내심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아이는 석재의 품에 삐져나온 피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그 피리 때문이에요! 피리는 쥐 가문의 상징. 그리고 주변에 창과 검을 든 사람이 있으니 범상치 않죠. 십중팔구 맞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의 추리력은 가히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하지만 석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정말 아이가 대단하군요. 그건 그렇고 혹시 어르신이 신력 계승자이십니까?”


“허허 과거에 저도 신력을 계승했기에 신력이 조금은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정통 계승자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원숭이 신 가문의 정통 계승자는 제가 아닌 우리 애입니다.”


모두들 속으로 놀랐다. 저 꼬마 아이가 정통 계승자라니.


한편으로는 과연 어린 아이가 서방세계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아이의 아버지는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밤이 꽤 늦었군요. 저희 애도 잠자리에 들어야하니, 이제 그만 모두 각자 방으로 가서 쉬시겠습니까.”


끝내 원신의 아버님은 식사를 했는지 다시 묻지 않으셨다.


석재는 배를 주린 채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

모두가 잠든 새벽 원신의 아버지는 아직도 책을 보며 앉아계셨다.


그때 갑자기 방의 호롱불이 훅 꺼졌다.


방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방안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하지만 원신의 아버지는 태연하게 앉아계셨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허허 자네 왔는가.”


“그래 자네도 별고 없었는가.”


상대방도 자신의 목소리를 밖에서는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냈다.


굵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별고라... 어쩌면 별고인건가. 지금 집에 십이지신이 세 명 와있다네.”


“후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제 발로 찾아왔군 그래.”


굵은 저음의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 전에 내가 제안한 것은 어찌 생각하는가?”


원신의 아버지는 잠시 뜸을 들였다.


“무엇 말인가...?”


굵은 저음의 남자는 처음보다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모든 신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말일세. 이 세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말이야!”




추천, 선작, 댓글은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입니다. 20.06.05 49 0 -
공지 연재 완료 예정 +2 20.06.02 42 0 -
공지 연재 주기와 시간 공지입니다. +1 20.05.14 79 0 -
32 가자, 서방으로! (完) 20.06.05 38 4 12쪽
31 오행의 원리 20.06.05 24 2 11쪽
30 오행술의 달인 20.06.04 24 2 12쪽
29 굳은 결의 20.06.04 24 2 11쪽
28 져버린 꽃 20.06.03 25 3 11쪽
27 농간과 간계 20.06.03 29 3 11쪽
26 양날의 검 +2 20.06.02 30 3 11쪽
25 수상한 냄새 20.06.02 24 1 11쪽
24 세가지 물질 20.06.01 29 3 11쪽
23 무위의 의미 20.05.30 29 4 11쪽
22 무너진 마을 20.05.29 29 6 12쪽
21 입장 차이 20.05.28 30 7 11쪽
20 짧은 우정 +1 20.05.27 34 6 11쪽
19 폭주한 신력 20.05.26 33 8 12쪽
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17 뜻밖의 만남 20.05.23 41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8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3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2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 진정한 평화 20.05.13 119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