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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4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7 07:35
조회
51
추천
6
글자
11쪽

나무의 비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1화. 나무의 비밀


휙-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만큼 처절한 고통이 느껴지진 않았다.


‘다행히 내 마지막이 고통스럽지는 않구나.’


‘......’


“괜찮으신가요?”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석재는 의아함에 눈을 떴다.


그제야 석재는 알았다.


자신을 벤 것이 아니라 포승줄을 잘라냈단 것을.


그는 곧 죽을 거라 생각해, 겁에 잔뜩 질려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아... 아, 네.”


이제 보니까 그녀가 들고 있던 뾰족한 검이 꽤 낯익었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그것은 아요의 검이었다.


그녀는 곧이어 아요의 포승줄도 잘라내주며 말했다.


“이 검은 아가씨 꺼 맞죠?”


석재는 그제야 그녀의 생김새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약간 둥근형의 얼굴에 쌍꺼풀은 없었지만, 그녀의 깊은 눈빛은 따뜻하고 자상하게 느껴졌다.


코는 흔히 보이는 동방사람들과는 달리 비교적 오뚝한 편이었다.


입은 봉숭아물을 들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빨갛게 물들어 있어, 그녀의 따뜻한 이미지를 배가시켜주었다.


그녀는 초록색 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곱게 땋았는데, 누가 봐도 양반집 규슈의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단 한 가지 특이한 점을 꼽자면, 손에 백팔염주를 차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제 소개를 깜빡하고 안했군요. 저는 선미라고 해요. 여러분과 같은 십이지신이에요.”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며, 마을 사람들이 가져갔던 아요의 검과 도를 다시 돌려주었다.


아요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선미도 환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석재 또한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 가문의 정통계승자들이신가요?”


생각해보니 그녀는 우리에게 자신을 소개했지만, 우리는 아직 그녀에게 소개를 하지 않았었다.


석재는 아차 싶어 황급히 자신을 소개했다.


“아,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석재라고 하고 쥐 가문의 정통계승자입니다.”


그리고 석재는 아요를 가리키며 소개를 이어갔다.


“이쪽은 아요라고 하고 토끼 가문의 정통계승자에요.”


그러자 아요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들의 소개가 끝나자 선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아 그렇군요! 이런 환난에 어찌 됐든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인사가 마무리 됐다.


석재는 내심 궁금했지만 인사를 하느라 잠시 미뤄뒀던 질문을 꺼냈다.


“그런데 도대체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쓰러뜨린 건가요?”


“아 그건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중 하나인 흡기(吸氣)를 썼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기운을 순식간에 흡수하는 기술이죠.”


그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쓰러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답을 끝마친 선미는 갑자기 하늘로 손을 쭉 뻗었다.


석재와 아요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이제 사람들에게 기운을 다시 돌려줘야겠네요.”


“귀기(歸氣)!”


한마디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손바닥에서 반투명한 기운들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이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돌아가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해했다.


석재는 그 광경을 보며 경탄했다.


‘정말 세상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아요 또한 놀라운 광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말했다.


“언니는 어떻게 저희가 여기 잡혀있단 걸 알고 오신 거예요?”


“사실 저는 몰래 두두리나무를 매일 연구하고 있었어요. 나무가 갖고 있는 신비한 힘의 원천을 알아내고 싶었죠. 그런데 어젯밤에 이 마을 분위기가 평소와 사뭇 다르더군요.”


“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것을 조용히 엿들었는데, 그 내용이 감금당한 십이지신들을 내일 밤 처형한다는 것이었어요...”


“아 그래서 언니가 오신 거군요!”


그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석재는 두두리나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 두두리나무에 대해서 좀 알아내신 게 있나요?”


선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겠군요.”


“몇 달 전 우연히 이 마을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두두리 마을이란 곳에 사람의 기운을 앗아가는 사악한 나무가 있다고요.”


“사람의 기운이라...”


“네, 이 나무의 능력은 저희 가문과도 접점이 있어요.”


“접점이요?”


“저희 가문이 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 기공사에요. 기를 흡수하거나 불어넣는 것이죠.”


“아 그래서 아까...”


“어찌됐건 기운을 흡수한다는 점이 바로 두두리나무와 저희 가문의 접점이었죠. 그래서 저는 이 나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흰 천에 둘러싸인 나뭇가지였다.


“저는 이 나무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마을에 몰래 잠입을 했죠. 첫날에 두두리 나뭇가지를 채취했는데, 그게 바로 이 나뭇가지예요.”


“아...”


“하지만 이걸 꺾자마자 뭔가를 알게 되었어요.”


석재와 아요는 궁금증에 눈이 동그래졌다.


“......?”


“이 나무는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힘을 가졌습니다. 인간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력 또한 일부 흡수하여 신의 모습을 제한하죠.”


석재는 포승줄을 감았을 때 느꼈던 그 느낌이 떠올랐다.


자신의 일부가 빨려 들어가는 그 묘한 느낌.


“인간은 이 나뭇가지에 닿기만 하면 기운이 흡수되어 쓰러져버립니다. 매우 치명적이죠.”


“아 두두리 신이 주었다는 힘이 바로 그것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다만 신은 인간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고 신력을 사용하기에 닿는 것만으로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아...”


“즉 이를 활용한다면 신력을 다 소모하지 않고도 십이지신의 모습을 해제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인 셈이죠.”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석재는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마을 사람들은 포승줄을 만져도 멀쩡했던 거죠? 인간의 기운을 빼앗는다면... 콜록, 콜록.”


그동안 신경을 잔뜩 쓴 석재는 또 다시 검은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 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두두리나무가 재빠르게 피를 흡수시킨 것이었다.


“석재야 괜찮아? 한동안 피를 안 토하더니 갑자기 또 그러네...”


아요는 그런 석재를 걱정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 보군요. 우선 제가 급한 대로 치유해드리겠습니다.”


선미는 백팔염주를 두 손으로 쫙 펼친 채, 그녀의 신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반짝이며,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십이지신으로 변한다는 신호였다.


서서히 그녀의 머리에 두 뿔이 길게 돋아났다.


뿔은 끝이 동그랗게 조금 말려진 상태였고, 복슬복슬한 하얀 털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양의 신, 미신(未神)이었다.


아요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 했다.


“아! 양의 신 미신(未神)이셨군요. 십이지신 중 유일하게 치유능력을 가졌다는...”


그녀는 녹색의 도복을 걸쳤는데, 그 색이 치유에 대한 신뢰감을 더 높여주고 있었다.


두 손으로 백팔 염주를 펴 잡은 미신은 석재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여기 바닥에 잠시 누우시겠어요?”


그는 그녀의 말에 따라 바닥에 누웠다.


미신은 그의 몸 위에 손을 대며 파열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몸 여기저기를 손으로 눌러본 뒤 그녀는 진료를 마쳤다.


“허파와 위장에 심한 충격을 입었군요.”


그리고는 잠시 숨을 들이쉬더니 미신은 기합을 불어넣었다.


“이얏-”


그러자 미신의 손에서 초록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석재의 부상 부위에 손을 갖다 대었다.


신선한 기운이 몸에 마구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산 속에 편안히 누워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뒤 그녀는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 이제 다 됐습니다.”


석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용에게 번개를 맞은 후, 늘 무겁고 불편했던 속이 이제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입었던 육체의 상처들도 모두 치유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미신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군요!”


“호호 과찬이십니다.”


석재는 그녀에게 일어나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그때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달려와 엎드렸다.


덩치 큰 촌장도 엎드린 채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 말했다.


“신이시여, 다친 가족들이 이곳에 많이 있습니다. 부디, 가엽게 여기시어 그들을 도와주실 수 없습니까.”


한 노파는 쓰러져있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가엾은 손주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아파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흑흑...”


노파는 울면서 간곡히 부탁했다.


이걸 시작으로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딱한 마음이 든 석재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석재 또한 그들 앞에 나아가 미신(未神)을 향해 엎드렸다.


“미신님, 이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시길 바랍니다. 십이지신의 통솔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미신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흠...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십이지신의 근본은 무위(無爲)입니다. 인간세계에 관여를 해선 안 되지요.”


“하지만...”


“제가 신력을 써서 인간을 치유한다면 선대 조상님들께서 크게 노하실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녀의 거절에 석재는 엎드린 채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켜야 할 인간이 있기에 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


“그동안 우리들의 무위(無爲)로 인해, 수많은 동방세계의 사람들이 고통받아왔습니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더 이상 무위를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발 제 생각과 함께 해주십시오.”


석재의 진심어린 요청이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미신(未神)은 석재를 두 손으로 일으켜 주었다.


“그대는 어쩌면 이 시대의 영웅인가 봅니다. 저 또한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마을들을 보며, 내심 그동안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신념이 그릇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석재의 검은 도포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었다.


석재는 눈물이 고인 채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는 꽤 많은 시일이 걸렸다.


사람도 많았거니와, 그들을 치료하는 데 미신(未神)의 많은 신력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미신(未神)은 먹고 자며 신력이 보충되는 대로 마을 사람들을 계속 치료해 주었다.


아요는 그녀 옆에서 간호를 도왔고, 석재는 마을 장정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자들을 들고 옮겼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두두리나무 밑에서 쉬고 있던 촌장 옆에 석재가 다가와 앉았다.


석재가 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촌장님, 그런데 이 나무는 어떤 연유로 인해 생겨나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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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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