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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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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5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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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짧은 우정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0화. 짧은 우정


석재가 열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어린 석재는 심적으로 점점 병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해는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까지만 해도 석재에게는 친구가 몇몇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날 석재는 친구와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시간이 늦어 헤어지게 됐다.


친구는 집으로 갔고, 석재는 혼자인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곳에 남아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막 일어서려고 할 때, 길에 떨어진 팽이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가 평소 아끼던 팽이였다.


석재는 팽이를 집어 들고, 그걸 돌려주기 위해 친구네 집에 찾아갔다.


문 앞에 다가섰을 때 친구가 엄마에게 혼나는 소리가 들렸다.


의도치 않게 혼내시는 것을 듣게 되었다.


“내가 그런 부모 없는 애랑 놀지 말라고 했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들은 석재는 마음이 심란했다.


‘나랑 노는 게 이렇게 혼날 정도로 나쁜 건가......?’


그는 팽이를 문 앞에 살며시 두고, 울적한 마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평소에도 공허했던 집이 그날따라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친구 부모님들의 압박 때문인지 친구들이 하나 둘 석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석재 스스로도 이 사건을 계기로 친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석재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외로움이 극에 달해 항상 기운이 없고 축 쳐져있었다.


석재는 어느 순간 동네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저잣거리를 다니면 사람들이 수군수군 댔고, 아이들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놀려대기 일쑤였다.


어쩌다 밥이라도 조금 얻으면, 아이들이 뺏어먹거나, 어른들이 툭 쳐서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외로움이 극에 달했던 석재는 다시 친구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마을 공터로 가 재밌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멀리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차마 같이 놀자 하지는 못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석재에게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괴롭힘이었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돌을 던지기도 했고, 거리낌 없이 손찌검을 했다.


석재는 점차 나아지겠지 하며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이 공터 어귀에서 아이들이 석재를 괴롭히고 있었다.


“야 내가 여기 오지 말랬지.”


“그래. 노는 데 냄새나잖아.”


동네 아이들은 석재를 한 대씩 두들기기 시작했다.


석재에게는 너무나 상황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가혹한 일이 생기는 건가.


이런 현실이 슬펐다.


그저 친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나는 친구를 만들어선 안 되는 존재인지 개탄스러웠다.


석재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때 멀리서 한 아이가 달려오며 외쳤다.


“네 이 자식들! 어서 썩 꺼지지 못해!”


그리고선 앞장서서 놀리던 아이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 아이가 주먹을 맞고 쓰러지자, 다른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야, 거기 괜찮냐?”


석재를 구해준 아이가 석재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


석재는 당황스러웠다.


한동안 이런 따뜻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너 말고 누가 있냐. 괜찮아 보이니까 난 이만 간다.”


그 아이는 일방적으로 작별인사를 하며 뒤돌아서 가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석재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봤다.


신장도 크고 덩치도 컸다.


운동으로 다져졌는지 등도 넓고 꽤 근육질이었다.


석재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아이와 친구가 되면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그래서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졌다.


석재는 그를 쫓아가 팔을 꽉 잡았다.


그가 석재를 향해 뒤돌아봤다.


“......?”


내향적인 성격의 석재는 용기를 내었다.


“나랑 친구해줘!”


*

그 말을 내뱉은 석재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소극적이 되어버린 자신이 그런 말을 내뱉었단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용기를 짜내 그 한 마디를 쏟아낸 것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석재는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했다.


“싫어.”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청천벽력 같았다.


그 말 한마디에 석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너처럼 자기 몸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애랑 친구하기 싫어.”


그러고는 냉정하게 석재의 손을 뿌리쳤다.


그렇게 그는 석재를 떠났다.


그 날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그 아이가 나타나 구해주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석재는 그 아이와 너무나 친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 거절을 당했던지라, 소극적인 성격의 석재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저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재는 다시 용기를 내보았다.


분명 그 애도 자신과 친해지고 싶으니 그렇게 구해주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왜 나랑 친해지고 싶지도 않으면서,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구해주는거야?”


석재는 직접적으로 말할 용기는 없어서, 돌려 말했다.


“음 그건... 그냥 불쌍해서 정도라고 해두자.”


그 한마디만 하고, 그 아이는 늘 그렇듯 떠나가 버렸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석재는 마음이 아팠다.


그때 우울해 하는 석재 앞에 누군가 얼굴을 쓱 내밀었다.


“저 애는 용혁이야.”


석재는 갑작스런 누군가의 등장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는 복건을 쓰고 있고, 귀티가 나는 파란 한복을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귀족가문의 자제였다.


그 아이는 석재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나는 성호라고 해.”


석재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뭇거렸다.


자신의 더러운 손으로 성호의 손을 잡아도 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성호는 석재가 머뭇대자, 자신이 손을 먼저 잡아주었다.


석재에게 그 날은 무척 따스한 날이었다.


그는 성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이래도 돼?”


성호는 대답 대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석재와 성호는 공터 한 구석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마 저 녀석은 너랑 친구가 되고 싶을 거야.”


“나랑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던데?”


그 말에 성호는 웃으며 그에게 귀띔해주었다.


“그 녀석에게 무술을 알려달라고 졸라봐. 걔는 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기르길 바라는 걸 거야.”


그의 말이 옳았다.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무술을 알려달라고 하자 용혁이는 그제야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셋은 어느덧 친구가 되어있었다.


무관을 꿈꾸던 용혁이는 석재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었고, 문관을 꿈꾸던 성호는 석재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이 놀리면 항상 같이 싸워주었고, 석재가 혼자 외로워 할까봐 늦은 시각까지 함께 놀아주었다.


셋은 언제나 함께였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우정의 깊이가 깊어서 그런지 함께 할 시간을 오래 주지 않았다.


결국 열여덟이 되던 해, 운명은 석재에게 남아 있던 단 두 명의 친구 목숨마저 거두어 가버렸다.


서방제국군에 의해서 말이다.


*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있는 석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요는 석재의 품에서 미신이 건네준 마지막 남은 환약 한 알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잘근잘근 씹어 석재의 입으로 넣어 주었다.


역시 미신(未神)의 약은 효과가 대단했다.


입에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재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허억-”


석재는 이제야 숨이 트이는지 벌떡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니 황폐해진 군영에 시체들이 즐비했다.


옆에는 아요 그리고 처음 보는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석재에겐 지금 그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찢어지고 부서진 막사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그 안에는 성호가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다.


“성호야! 정신 차려 제발! 성호야!”


석재는 성호가 숨을 쉬는지 확인을 했다.


아직 미약하게나마 숨이 잡혔다.


“다행이다. 내가 치료해줄게. 잠시만 있어.”


그리고는 자신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그가 찾는 것은 품에 없었다.


“아요야 환약을 줘! 미신(未神)님이 준 그 환약 말이야!”


그는 다급하게 아요를 향해 외쳤다.


석재의 다급한 요청에 아요는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석재와 수인에게 한 알씩 써버리고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석재가 아요를 향해 울부짖었다.


“제발 빨리 줘. 부탁이야. 내 친구야! 내 친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그녀는 그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석재야 미안해... 이미 다 썼어.”


석재는 그녀의 말을 듣자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성호야! 성호야! 내가 군영으로 데려다 주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조금만 참아!”


석재는 울부짖으며 성호를 들려고 했다.


그때 성호가 석재의 팔을 잡았다.


“석재야... 괜찮아. 나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쿨럭.”


그의 입에서 꽤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내렸다.


석재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다.


“아니야 살 수 있어 성호야. 제발 살아줘... 부탁이야.”


성호는 석재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말 넌 신이었구나... 못 믿어줘서 미안해... 너는 꼭 끝까지 살아남아...”


그렇게 성호는 생을 마쳤다.


그의 나이 겨우 열여덟.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나 젊디젊은 꽃이었다.


*

석재· 아요· 수인이 갖바치 할아버지네 집에 도착했다.


친구를 잃은 석재의 낯빛이 유독 어두웠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둡지만 강렬했다.


눈빛의 독기는 강력한 복수심이었다.


그는 그때의 아픈 감정이 조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들 오너라. 고생 많았다.”


그러자 아요가 눈물을 글썽이며 할아버지에게 안겼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그런 아요를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인사를 끝마친 그들은 할아버지의 안내에 따라 옛날에 수행을 했던 들판으로 갔다.


그 곳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십이지신 동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꼬마 원신이가 제일먼저 달려와 석재에게 안겼다.


“형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석재는 애써 미소 지으며, 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요는 그 미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그래서 일부러 질투 난 표정을 지으며 원신에게 물었다.


“누나는 안보고 싶었어?”


그러자 원신은 몸을 배배꼬며 대답했다.


“보고 싶었지.”


그녀는 그런 원신이 너무 귀여워서 볼을 꼬집었다.


송축, 선미, 강수도 다가와 그들을 환영해주었다.


하지만 석재는 여전히 말 한마디 꺼내려하지 않았다.


진오는 멀리서 그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봤다.


진오의 스타일대로 환영대신 그들에게 핀잔을 줬다.


“쳇, 빨리빨리 안 오고 뭐했냐!”


그들이 그렇게 평화로이 인사를 나누는 도중, 석재는 알 수 없는 기척을 느꼈다.


들판 저편에서 낯선 독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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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6 쏠튼
    작성일
    20.05.27 15:12
    No. 1

    석재의 기구한 삶의 영향이 어떤 결과를 줄 지 기대되네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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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무위의 의미 20.05.30 29 4 11쪽
22 무너진 마을 20.05.29 2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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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우정 +1 20.05.27 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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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17 뜻밖의 만남 20.05.23 41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8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3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2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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