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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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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7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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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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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무위의 의미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3화. 무위(無爲)의 의미


석재가 크게 외치자, 낯익은 새하얀 구름 하나가 주변을 한 바퀴 휙 돌았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였다.


“흥 이 녀석 역시 그랬군. 절대 놓치지 않겠다!!!”


석재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품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피리를 불자, 회색 털로 덮인 쥐의 신이 나타났다.


자신(子神)은 속력을 붙여 그 구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구름을 따라 간지 채 10분이 되지 않았을 무렵, 움직이던 구름이 멈췄다.


그리고 그 곳에 구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그에게 매우 낯익었다.


분명 용이 나타날 때 생기던 모습이다.


서서히 검은 형체가 드러났다.


“허허 이걸 쫓아오시다니 절 찾으신 게요?”


근엄한 목소리와 함께 용의 모습이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子神)이시여... 눈썰미가 굉장하구려. 도대체 언제부터 눈치 챈 것이었소?”


“네 이 녀석! 저 새하얀 구름은 맨날 네 녀석이 부리던 것 아니더냐!”


“자신(子神)이시여, 저것은 구름이 아니외다. 이무기의 혼(魂)이오.”


용 주변에 모여들었던 구름이 마치 큰 구렁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이며 하늘로 솟구쳐 사라졌다.


“허허, 물론 눈치 챈 것 같소만, 내가 그대 주변에 이무기의 혼을 붙여뒀소이다.”


“......”


“허나 너무 염려하지는 마시오. 혼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위치밖에 없으니 말이오.”


용의 목소리는 여전히 엄숙하지만 차분했다.


그의 말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자약했다.


자신(子神)은 두두리 마을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말하는 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단검을 뽑아 들고 다짜고짜 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용은 순간적으로 장검을 뽑아 들어 그를 찔러 들어오는 단검을 방어해냈다.


“허허 대체 무슨 일로 그러시오. 평소의 그대답지 않게 이성적이지 못하구려...”


그러자 맞닿은 칼을 튕겨내며 뒤로 물러선 자신(子神)은 크게 웃었다.


“와하하하. 이성? 그런 건 버린 지 오래다. 이미 이 세계에선 이성 따위 통하지 않아!”


용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싸움을 몇 차례 해왔지만, 되도록 싸움을 피하려 했던 그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의 달라진 모습을 보니 다소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오늘은 그대와 싸우고 싶지 않소만...”


그러자 자신(子神)은 용을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말이 길어!”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며 자신(子神)은 용을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그의 단검은 용의 목을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

시간이 조금 흐른 뒤 토끼의 신 묘신(卯神)이 아이를 안고 도착했다.


이미 쥐의 신과 용은 서로 칼을 쳐내고 막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아이가 두려움에 떨며 소리쳤다.


“으아악! 저... 저... 저 사람이 우리 마을을!!!”


묘신(卯神)은 아이가 두려움에 소리치자, 황급히 그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아이를 달래주려 그의 얼굴을 품속에 푹 묻었다.


그들의 치열한 싸움소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석재를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석재야...”


한편, 아이의 외침은 서로 칼을 맞대며 힘 싸움 중이던 자신(子神)의 귀에도 들어갔다.


자신(子神)이 실소를 띄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어이, 네 녀석이 맞다는 데 그래?”


용은 오늘따라 힘 싸움이 버거운지 칼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도대체 뭘 말하는지 모르겠구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용의 회색 도포에 땀이 흥건했다.


“그것보다 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제대로 힘을 발휘 못하겠구려. 오늘은 그만 물러나주시면 안 되겠소이까?”


그러자 자신(子神)은 더욱 강하게 힘을 주어 밀어붙였다.


“그렇다면 오늘이 비로소 네 녀석을 없앨 날이군.”


강하게 밀어붙이자, 그의 힘을 버틸 수 없었던 용은 뒤로 물러났다.


용은 변해버린 자신(子神)의 모습에 연민을 느꼈다.


동정이 섞인 눈길로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읊조렸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구려. 어쩌면 당신이라면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을지 모른다 생각했건만. 안타깝구려, 안타까워...”


자신(子神)은 그런 용을 비웃었다.


“뒤틀린 세상 바로잡아야지. 전쟁을 일으킨 서양세계의 신, 서방제국 군, 앞길을 방해하는 너. 동방세계의 평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누구든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갖바치 할아버지네 집이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많이 줄어있었다.


다들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밤이 꽤 늦은 시각임에도 할아버지는 평상 위 호롱불에 의존해 가죽세공을 하고 계셨다.


가죽세공을 하는 시간만큼은 모든 잡념을 떨칠 수 있었기에, 할아버지는 늘 세공에 몰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시국이 복잡할 때는 더더욱 밤늦게까지 가죽세공이 이어졌다.


반면에 선미는 마당에서 원신에게 별을 알려주고 있었다.


원신은 잠자코 선미가 일러주는 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한참동안 세공을 하시더니 적적했는지 혼잣말을 내뱉으셨다.


“다들 임무를 수행하러 가니 집이 조용하구나. 껄껄”


그 소리를 들은 원신은 할아버지의 평상 위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할아버지 그런데 다들 어디 갔어요?”


마치 오랫동안 품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듯이 할아버지에게 물어봤다.


“허허 이 녀석”


할아버지는 원신에게 눈길을 한 번 주시고는 다시 세공 작업에 몰두하셨다.


“며칠 전부터 자고 일어나니 사람들이 한명씩 사라지고, 이제 우리 셋만 남은걸요. 저는 할 임무 없어요? 저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러자 선미가 원신에게 다가와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안았다.


더 이상 할아버지를 보채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선미가 원신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젊은 엄마와 아들처럼 보였다.


그만큼 그들은 어느새 무척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린 아이를 안은 채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달래 주었다.


“아가야. 때론 그냥 어른들에게 맡겨두는 것도 좋단다.”


하지만 원신은 선미의 품에서 벗어나 평상위로 다시 올라갔다.


원신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많았는지, 할아버지에게 계속해서 궁금증을 쏟아냈다.


“할아버지! 저 그러면 또 다른 궁금한 게 있어요!”


그러자 떼쓰는 아이를 어쩔 수 없으셨는지, 할아버지가 작업을 하시던 가죽 세공품을 내려놓으시며 말했다.


“껄껄껄 그래 뭣이 궁금한 게냐?”


원신은 올망졸망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며 그의 궁금증을 표출했다.


“저는 항상 궁금한 게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원신이 잠시 뜸을 들이며 이야기했다.


“가문의 조상님들이 따르셨던 무위(無爲)에 대해서 말이에요.”


“뭐라, 무위(無爲) 말이냐?”


뜻밖의 질문에 할아버지가 짐짓 놀라셨다.


“네, 할아버지, 폭군이 나타나거나 전쟁이 발생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가세가 기울며 백성이 궁핍해지잖아요.”


“으음... 그렇지.”


“근데 왜 동방세계를 수호해야할 수호신이 무위(無爲)를 근본으로 따르게 되었나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수호신이 아니라 그냥 방관자나 다름없잖아요.”


선미는 그런 원신의 발언이 놀라웠다.


어린아이가 생각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혹시 할아버지가 그걸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까 우려되어서였다.


“아가야 이리와! 할아버지 바쁘셔. 여기 와서 나랑 놀자.”


하지만 선미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원신이 기특한 듯 웃으셨다.


“허허 괜찮다 괜찮아. 원신아 이리 가까이 와서 앉아라.”


그러자 원신은 할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영특하구나. 과연 신동이라더니 그건 말 뿐이 아니었어. 정말 네게 썩 잘 어울리는구나.”


할아버지의 칭찬에 원신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렇다면 내가 옛날이야기 하나를 해주마.”


『과거 어느 한 마을에 백발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매우 학식이 깊고, 통찰력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게 나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할아버지에게 손님이 찾아 왔다.


그는 닭싸움을 통해 돈을 벌던 닭 싸움꾼이었는데, 새로 산 싸움닭을 들고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제일 실한 놈으로 시장에서 하나 골라봤는데, 이 싸움닭을 어찌 보이십니까. 지금 경기를 하면 최강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셨다.


“허허, 아직 멀었소.”


그러자 닭 싸움꾼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돌아갔다.


스스로 생각해도 아직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닭 싸움꾼이 그 싸움닭을 다시 들고 찾아왔다.


이번에는 훈련을 많이 시켰는지 근육도 제법 튼실해 보이고 덩치도 상당히 불어나 있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꽤 많은 훈련을 시켰습니다. 밥도 보양식으로 잘 먹였지요. 실전 훈련도 몇 번 해봤는데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닭 싸움꾼은 이번에야말로 최강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닭이 최강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으셨다.


“허허, 내 보기엔 아직 멀었소이다.”


그 말에 닭 싸움꾼은 그 할아버지를 속으로 비웃으며 생각했다.


‘흥!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다 헛소문이군. 이 닭은 여태 진적이 없다고. 이제 닭싸움 대회에 우승을 해서 저 노인네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고 말겠어.’


결국 그 싸움닭은 제일 규모가 큰 닭싸움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자 닭 싸움꾼은 거들먹거리며 의기양양하게 싸움닭을 들고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할아버지! 이제는 이 닭이 최강인 거 아시겠습니까?”


그 말에 할아버지는 같은 대답을 하셨다.


“허허, 내가 보기엔 아직도 한참 멀었소.”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안목을 인정하지 않자 화가 났다.


“세계에서 제일 큰 닭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 왜 인정을 하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대답했다.


“허허, 그대는 최강이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렇습니다. 최강이지요!”


“진정한 최강이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오. 가만히 서있어도 기세를 눌러 이길 수 있어야 한단 거지요. 다른 닭들이 이미 이 닭에게 덤벼들었으니, 이 닭은 최강이 아니오.”


“......”


“싸움은 자신까지도 병들게 하니, 싸우지 않고 이기란 말이오. 잘 새겨듣고, 더욱 훈련에 매진하길 바라오.”


닭 싸움꾼은 상처투성이가 된 닭을 보자 할아버지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가 말씀을 끝내시고 원신에게 물었다.


“어떠냐. 이야기가 재미있었느냐?”


원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위(無爲)라는 것의 의미는 진정 그런 것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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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17 뜻밖의 만남 20.05.23 41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8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3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2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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