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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70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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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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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뜻밖의 만남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7화. 뜻밖의 만남


‘드디어...’


용은 검 끝에서 무엇인가 베이는 감촉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벤 것은 술신(戌神)의 몸이 아닌 도포였다.


위기상황에서 술신(戌神)은 검을 포기하고 재빠르게 뒤로 피해, 아슬아슬하게 몸만 구해낼 수 있었다.


그의 도포는 용이 휘두른 검 끝에 찢겨져 너덜너덜해졌다.


겉옷 속에 감춰줘 있던, 어딘지 모르게 여성스러운 살구색 옷이 드러났다.


용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잠시 넋을 놓았다.


“아저씨 사풍이요!!”


기회를 포착한 자신(子神)은 술신(戌神)에게 사풍을 부탁했다.


“사풍(砂風)!”


술신(戌神)이 모래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사풍으로 용의 시야를 차단한 뒤, 묘신(卯神)은 위에서, 자신(子神)은 옆에서 검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갔다.


최후의 일격이었다.


자신(子神)의 단검 끝이 무엇인가를 찔러 들어가는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감촉은 이내 사라졌다.


자신(子神)과 묘신은 서로 부딪혀 땅에 쿵 떨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아파라.”


그 곳에는 이미 용이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사라진 자리에는 구름만 뭉게뭉게 남아있었다.


자신(子神)은 단검을 바라봤다.


검 끝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잘못 느낀 게 아니야. 분명 용을 찔렀어...’


*

이른 새벽, 동방제국군이 강주성 탈환작전을 시행하였다.


서방제국군은 성 위에서 계속해서 총으로 위협사격을 하며, 동방제국군이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성문 앞에는 강주성을 지키는 서방제국 보병들이 횡대로 쭉 늘어서있었다.


동방제국의 한 장군이 병사들 앞으로 말을 타고 나왔다.


백마를 타고 있었고, 투구에 긴 깃털장식을 달고 있었다.


이제 때가 무르익었는지, 그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문까지만 도달하면 된다. 모두 돌격하라!”


그의 엄중한 외침과 함께, 기병과 보병들이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명령을 내린 장군도 백마를 탄 채 맨 앞에 서서 돌격했다.


문 가까이 도달하기도 전에 동방제국군은 앞 열부터 총에 맞아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라! 조금만 더 가면 성문이다!”


그는 철로 만들어진 방패를 들고 빗발치는 총탄을 막아내며 병사들을 계속 독려했다.


수많은 전우가 죽어나갔지만 그들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고, 그들은 끊임없이 성문을 향해 밀고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서방제국군은 동방제국군을 끝까지 저지할 수 없었다.


이윽고 동방제국군이 문 앞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선봉에는 여전히 그 백마 장군이 있었다.


그는 용맹하게 돌진하여 문 앞의 수많은 서방제국군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어느 집 마당.


강수, 석재, 아요가 퍼질러 앉아있다.


주변 대장간 여기저기에서 철을 단조하는 소리가 석재를 괴롭혔다.


“황성지역은 대장장이의 마을이라더니, 이른 아침부터 쇠 두들기는 소리가 시끌시끌하군요.”


강수의 집에서 편히 한숨 잘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소음에 잠시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강수는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 어쩔 수 없지. 원래 이 동네는 낮에 자기 힘들어.”


“그럼 오기 전에 미리 말했어야죠!”


잠을 못자 무척 예민해진 석재였다.


한편, 아요는 무언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는지 뾰로통해 있었다.


석재가 그런 아요 옆에 가서 목소리를 낮추며 얘기했다.


“어디가 안 좋아?”


“음 어디 안 좋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구해주긴 했지만, 어제 들은 이야기가 맘에 걸려서 말이야.”


“어제 이야기?”


“응, 정말 저 사람이 그녀를 죽게 만들었을까?”


“......”


아직은 딱히 뭐라 답을 내려줄 수 없는 질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녀의 질문이었다.


강수가 그런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일어나보니 내가 산속에서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술에 취해서 또 퍼질러 잤구나했지. 그때가 나한테는 좀 힘든 시기였거든...”


강수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으나, 그의 귀에 다 들렸나보다.


아요는 강수를 못마땅해 하며,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봤다.


술까지 마셨다니, 더욱 그가 미덥지 못했다.


강수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야... 산 밑에 사람이 죽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곳에 가봤더니...”


그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선화였어. 하지만 난 그런 적이 없어... 정말로...”


석재는 순간 생각했다.


‘그래. 사실이 무엇이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십이지신 한 명이라도 더 데려와 전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


석재가 고개 숙인 강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차피 용과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급한 일이 다 정리되고 추후에 같이 조사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래 내가 바라던 바야. 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말 알고 싶어.”


“어쩌면 시종이 착각했을지 모르죠.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아요의 눈초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잠시 뒤, 마음이 좀 진정된 강수는 다른 십이지신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다른 십이지신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새벌에 대부분 모여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얼른 새벌로 가자.”


석재는 아직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 전에 가볼 곳이 있으니, 아요와 먼저 돌아가시죠.”


“엥? 어디를 가려고?”


“듣기로는 강주성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더군요.”


“음 그렇지...”


“어차피 여기서 며칠만 가면 강주성이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자 합니다.”


*

그렇게 그들은 흩어져 각자 갈길을 향하게 되었다.


석재는 나흘째 강주성 지역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타고 왔던 말은 사랑하는 아요에게 넘겨주었다.


아요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새벌까지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작은 언덕너머 군인들의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벌써 여기까지 몰려 온 건가?”


언덕 위로 잽싸게 올라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름 모를 평야에서 양측 군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서방군이 이미 강주성을 점령했구나...”


그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양 쪽 진영이 횡대로 길게 늘어서 있다.


가장 선봉에는 장군들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중 동방제국 지휘관이 유독 눈에 띄었다.


금빛 갑옷에 금빛 투구, 온통 금빛으로 빛나는 한사람.


누가 봐도 그 사람이 총지휘관이었다.


석재는 속으로 내심 생각했다.


‘저렇게 입고 다니면 적들에게 집중공격을 받지 않을까?’


그 옆에는 검은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장군들이 몇몇 보였다.


그 중 백마를 탄 한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투구에 기다란 깃을 꽂아 장식해 놓았다.


백성들이 백마장군이라며 칭송하는 것을 많이 들었는데, 아마 그 사람인 것 같았다.


“제 1군 돌격!!”


금빛의 지휘관이 돌격 명령을 하자, 동방제국 기병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수를 육안으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보였다.


아마 그건 뿌옇게 인 먼지 탓도 조금 있었다.


서방제국의 보병들도 이에 맞서 총을 들고 달려왔다.


그들은 사거리를 조정하여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탄이 빗발치자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말들이 놀라 자빠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기병들의 접근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몇 명의 기병들이 서방제국군 가까이에 접근했다.


지척에 도달하자 그들은 마구잡이로 서방제국 보병들을 창으로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방제국 보병들은 뒤로 물러나고, 서방제국의 기병들이 창을 들고 등장했다.


이제 양측은 기병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광경을 석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잔혹한 상황을 보면서 한탄만 나왔다.


‘왜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죽여야 하는가...’


그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전쟁으로 죽은 동방군들도 불쌍했지만, 서방군들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과연 저들이 왜 전쟁을 하는지 이유나 알고 있을까 싶었다.


‘저들도 결국 서방세계 신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전쟁을 일으킨 원흉인 서방세계 신들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져 갔다.


석재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당장이라도 그 전쟁을 말리고 싶었다.


앞으로 여기서 벌어질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내가 신의 모습을 드러내면, 서방군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까?’


그는 이 생각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 말이다.


*

석재는 해가 다 저물어버린 밤중에 동방제국 군영을 찾아갔다.


한 바퀴 둘러진 목책 안쪽으로 천막들이 눈에 보였다.


군영 입구 쪽으로 다가서자 군졸들이 석재를 막아섰다.


“민간인은 이곳에 출입할 수 없소.”


“지휘관님을 만나게 해주시오. 제게 전쟁을 그치게 할 방법이 있소이다.”


당당한 이야기였지만, 돌아오는 건 군졸들의 코웃음뿐이었다.


“지휘관이 아무나 만나 줄 정도로 한가로운 줄 아시는 게요? 썩 물러가시오.”


실랑이를 하던 중 한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왔다.


석재가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리가 좀 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으나, 투구에 기다란 깃 장식을 한 그 백마장군이었다.


석재는 그 장군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고개를 숙였다.


장군이 군영 입구로 다가왔다.


“웬 소란이냐.”


그러자 군졸이 석재의 잘못을 이르듯이 말했다.


“이 놈이 자꾸 지휘관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써서 말입니다.”


석재는 그렇게 떼까지 쓰지는 않았는데 살짝 억울한 감이 있었다.


어찌됐건 자신이 왜 왔는지 그 장군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재는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을 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너는! 너는 성호 아니야!”


그들의 만남은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만남이었다.


성호는 백마에서 얼른 내려 석재를 끌어안았다.


“하하 석재야. 여기서 보는구나! 반갑다. 반가워!”


“아니 네가 왜! 아 그건 그렇고...”


“응?”


“나 잠시 좀 들어갈 수 있을까? 할 말이 있어.”


성호는 석재가 의미 없이 떼를 쓸리는 없다 생각했다.


“아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거로구나. 우선 내 막사로 가자.”


*

둘은 성호의 막사에 들어가 앉았다.


성호는 길다린 깃이 장식된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이야?”


보자마자 본론을 꺼내기 뭐했던 석재는 다른 주제를 먼저 던졌다.


“아니 그것보다 왜 무관이 되어있어? 너는 문관이 되고 싶어 했잖아.”


그러자 성호가 멋쩍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하 용혁이 녀석의 복수를 해주려고 지원했지. 어쩌다보니 장군까지 되어버렸고”


“아 용혁이...”


순간적으로 친구 용혁이의 생전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석재야. 그래 무슨 일로 찾아 온 거야.”


“음, 사실 이곳의 싸움을 중지시키고 싶어서 왔어.”


석재의 발언이 성호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이곳만 말하는 거야? 아니면 이 전쟁 전체를 말하는 거야?”


“일단은 이곳이라도 중지하고 싶어.”


그러자 성호는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곳 나산벌 전투만 막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무의미해.”


“알아. 하지만 그들을 강주성으로 돌아가게 한다면, 당장 며칠이라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잖아. 내일 당장이라도 사람들이 또 죽어나갈 텐데, 그걸 지켜볼 수만은 없어.”


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래 뭐 그렇게 된다 치고, 어떻게 중지시킬 건데?”


“나를 사자(使者)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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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짧은 우정 +1 20.05.27 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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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 뜻밖의 만남 20.05.23 42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8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4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2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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