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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8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5.18 06:10
조회
53
추천
6
글자
11쪽

운명의 도박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12화. 운명의 도박


어떻게 나무가 여기에 오게 된 것인지 석재가 물어보자, 촌장은 잠시 두두리나무를 바라보며 옛 추억을 회상했다.


“아...”


그리고 이 마을이 생겨나게 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같은 조상으로부터 뿌리내려왔다.


사실 그들은 뱀의 신을 모시던 사신(巳伸) 가문의 일족이었다.


하지만 가문은 정통계승권으로 인해 다툼이 일게 되었고,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했다.


이 싸움에서 밀려 정통계승권을 잡지 못한 일족은 결국 가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밀려난 일족이 바로 두두리마을 사람들이었다.


쫓겨난 그들이 마침내 이곳에 정착을 해 마을을 꾸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쫓겨난 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갈구하고 있었다.


힘을 갈구하는 것은 몇 대가 지난 후에도 계속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후, 지금으로부터 대략 20년 전쯤이었을까.


어느 날 한 노파가 마을 근처에서 밭일을 하고 있던 젊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젊은이, 혹시 여기 마을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흰 머리와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신선 같은 모습.


그 노파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젊은이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직 마을 이름을 정식으로 짓지는 않았으나, 가문을 잊지 않기 위해 흑사(黑蛇)마을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마을 주변을 눈으로 한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명칭은 좋지 않은 것 같으이. 뱀은 화(火)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서 머지않아 이 마을을 불태울 걸세.”


“마을이 화마(火魔)를 입는단 말씀이십니까?”


“껄껄. 그렇다네. 될 수 있다면 마을 이름을 고치는 게 좋지 않겠나?”


“하지만 저는 일개 장정일 뿐입니다. 그건 마을 촌장님에게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자네가 곧 이 마을을 이끌어갈 테니 말일세.”


“그 말씀은 제가 곧 촌장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선뜻 그 노파의 말이 믿기지 않았던 젊은이.


그가 바로 막 성인이 된 지금의 촌장이었다.


신선 같은 모습의 노파는 그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젊은 시절의 촌장이 노인 곁으로 다가가자, 그의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었다.


“일단 이 마을을 수호할 수 있는 성물을 하나 주겠네.”


젊은 시절의 촌장은 손안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


그가 손을 펴보니 큼지막한 씨앗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 씨앗을 잘 키우도록 하게. 그러면 귀력(鬼力)을 얻을 것이고, 권세를 가져다 줄 걸세.”


비록 어리둥절했지만, 귀력과 권세 참 달콤한 말이었다.


그 노인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셨다.


“참고로 이 나무는 인간의 피를 양분삼아 자란다네.”


“인간의 피 말입니까?”


“그렇다네. 신선하고 심장에 가까운 피일수록 좋지. 귀력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가?”


그 노인은 이 말만 남긴 채 유유히 길을 떠났다.


정말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본래 마을을 다스리던 촌장이 급사를 했고, 그가 새로운 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촌장이 되자마자 노인의 말대로 마을에 씨앗을 심었고, 마을 이름을 ‘두두리’로 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무를 키울 양분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쉽게 인간의 피를 구할 수 없었던 평화의 시기였다.


더군다나 심장에 가까운 피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팔을 스스로 베어가며 피를 양분으로 주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한 해가 지나면 몰라 볼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그 노인이 정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 노인은 나무를 한번 보더니 매우 흡족해했다.


“허허 보기 좋게 잘 자랐네. 내가 이 나무의 비밀을 알려주지. 이 나무는 인간의 기운을 빼앗아 버린다네. 나무의 일부를 몸에 닿게 하면 기력이 없어져 주저앉게 될 걸세.”


하지만 촌장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수 없이 만졌음에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촌장은 직접 나무를 어루만지며 노인에게 말했다.


“어르신, 제가 이렇게 만져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껄껄 웃으며 그런 촌장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자네들은 이 나무에 직접 자신의 피를 나눠 주지 않았나. 그 행동이 자네들에게 면역을 갖게 해준 걸세.”


그 노인이 사라진 후, 촌장이 다른 마을 사람을 데려와 실험해 본 결과, 그 노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 노인을 신성하다 여기게 되었고, 그 나무도 신성하게 여겨 받들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서방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주변이 흉흉해져도 그들은 두두리나무 덕에 안전할 수 있었다.


도적떼와 반란세력 등 그들을 위협하는 모든 사람들은 마을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나무의 귀력을 이용하여 큰 피해 없이 지금껏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여러 일들이 쌓이다보니 두두리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을 넘어서서 신으로까지 추앙하기 시작된 것이었다.』


*

두두리 마을의 탄생이야기를 들으니 석재는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십이지신이란 이름을 갖고 싶어 발생한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힘을 추종해 결국 이런 말도 안 되는 귀력을 가진 나무를 생성해냈다니...


또한 그 노인은 정말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려고 한 것인지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것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정말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랐다면, 피를 양분으로 쓰는 그런 사악한 나무를 줬을까 싶었다.


하필 이 마을만 구해준다는 것도 이상한 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마을에 득을 줬지만, 석재가 들은 그 이야기는 온통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잠시 뒤 촌장은 어디론가 떠나고, 석재 혼자 남아 있었다.


그때 그의 곁으로 선미와 아요가 다가왔다.


선미가 석재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신력을 개방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면서요?”


두두리나무 이야기에 빠져 한참 생각중이던 석재에게 새로운 화젯거리가 들어왔다.


석재는 선미 뒤에 서있는 아요를 바라봤다.


아요는 그에게 윙크를 했다.


그녀의 행동을 보니, 신력을 발휘한지 얼마 안됐다는 이야기를 아요가 말해줬음이 틀림없었다.


“네,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 말에 석재는 자신이 신력을 다루지 못해 겪었던 비참한 일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특히 아요, 진오, 원신이 용에 맞서 싸우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못했던 게 마음 아팠다.


그는 푸념하듯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된 싸움은커녕 작은 도움조차 될 수 없죠...”


그의 낯빛이 유독 어두웠다.


선미는 그의 표정을 보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나 보군요.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뜻밖의 말에 석재는 선미를 궁금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 가문은 인간의 기운과 신력을 대대로 연구해왔습니다. 그래서 신의 몸에 잠들어 있는 신력을 한시적으로 깨울 수 있죠.”


“한시적이라고요?”


“네, 말 그대로에요. 신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주지만 그 기간은 한시적이라는 거죠.”


“그럼 얼마나 가나요?”


“효과는 하루가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될 수도 있어요. 아주 드물지만 평생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선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비법서에서 말하길, 신력을 개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더군요. 신력을 발휘하는 습관이 정착되기 전에 말이죠.”


“위험한가요?”


그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마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갈 겁니다. 깨어나는 것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일주일이 걸렸다는 보고가 있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성공했을 때 기록일 겁니다.”


“......”


“실패 사례는 적지 않기 때문에, 아마 못 깨어 나신분도 있을 거라 추측됩니다. 모든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운명을 건 도박이군요...”


석재는 불확실함에 두려웠다.


혹시 못 일어나면 어떡할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아직 아버지를 찾지 못했고, 친구의 복수도 못했다.


성공한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차일피일 끌 수 없단 생각도 들었다.


막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할 때 아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요가 그를 향해 밝게 웃어주며 격려해주고 있었다.


“석재야, 너라면 분명히 할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는 얼마 전 아요가 달토끼로 변해서 폭주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녀의 폭주를 막아주고 싶었지만 전혀 막을 수 없었다.


막기는커녕 신의 모습을 오래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분명 아요도 그때 스스로 폭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싸울 수 없다는 걸 그녀가 알았기 때문에, 나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용과 싸움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미어졌다.


‘그래 지금 실력으로는 어차피 서방세계의 신들과 대적할 수 없어.’


자신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석재였다.


그는 아요를 바라보았다.


아요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여전히 그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한 번 시도해 보기로.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렇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

어느 방 침상에 누워있는 석재.


불안해하는 석재의 손을 아요가 꼭 붙잡아주고 있었다.


석재는 아요에게 자신의 피리를 맡겼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피리를 할아버지께 전해줘.”


“걱정 마, 석재야.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냥 한숨 푹 자고 일어난다고 생각해.”


때마침 선미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준비 되셨나요?”


“네.”


석재는 내심 불안했지만, 불안감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간결하게 대답했다.


이에 비해 선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곁에 다가왔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잘 될 겁니다.”


긴장하지 말라했지만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석재는 긴장감을 낮춰보고자 억지로 눈을 감았다.


선미는 백팔염주를 들고 한 차례 기도를 한 뒤, 염주를 두 손으로 쫙 펼쳤다.


그리고 그의 명치를 향해 그녀의 양손이 향했다.


“신력집강(神力輯强)”


선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의 몸이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끝과 발끝에서부터 세포들이 명치 쪽으로 쭉 몰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말초는 피가 통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 저릿저릿한 느낌이 점점 고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명치에 모였다고 느낄 때쯤 명치에 뭉쳐있던 것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몸이 편안해졌다.


그의 눈앞에 끝없는 암흑이 펼쳐졌다.


공허함과 허망감 그리고 외로움이 공존하는 그 곳.


석재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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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뜻밖의 만남 20.05.23 4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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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 운명의 도박 20.05.18 54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2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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