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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3
추천수 :
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6.03 06:40
조회
24
추천
3
글자
11쪽

져버린 꽃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8화. 져버린 꽃


옷을 여기저기 뿌리는 이 작전은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아무리 도망가도 이틀 안에는 찾아오던 강수가 일주일이 지나도 찾아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노파의 집에서 점점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르신, 너무 감사해요...”


“호호, 아가씨 여기 계신 동안에는 아무 걱정 말고 그저 편안하게 쉬세요.”


“너무 감사해서 제가 어찌 보답을 해야 할지...”


“그저 잘 먹고 잘 쉬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이 늙은이의 바람이에요. 얼굴만 봐도 어찌나 시달리셨을지 쯧쯧.”


노파의 말처럼 그녀는 쫓겨다닌지 채 몇 개월 지나지 않았음에도, 피골이 상접된 것처럼 비썩 말라버렸다.


그간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얼굴에서 모두 드러났다.


예전의 꽃처럼 아름다웠던 선화는 이제 병들고 시들어버린 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를 뒤 따라온 에로스가 날갯짓을 하며 집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에로스는 일주일이 지나도 강수가 그녀를 찾아내지 못하자 조바심이 났다.


“흐음... 이래선 안 되는데, 용이 깨기 전에 저 아저씨가 여길 빨리 찾아야 할 텐데.”


한참을 빙글빙글 돌던 그는 좋은 생각이 난 듯 머리를 탁 쳤다.


“아 그렇지. 그 방법을 쓰면 되겠구나! 역시 난 똑똑해. 우히히.”


*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났다.


그녀는 두려움에 지쳐있던 마음이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집과 집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직접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어서 더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노파는 여느 날과 같이 그녀가 입은 옷을 다른 마을에 두기 위해, 같은 마을주민을 찾아가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노파에게 말했다.


“할머니, 여태 저 때문에 집 밖에도 한 번 제대로 못나가셨는데, 오늘 산책이라도 한 번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호호, 많이 쾌차하신 모양이네요. 하지만 걱정이 되어서 원...”


“할머니, 걱정하지마세요. 그렇게 많은 마을에 뿌려뒀는데 여길 찾기는 힘들 거예요.”


“아가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제 걱정은 말고 시장이라도 한번 다녀오세요.”


그렇게 그녀는 오랜만에 집에 홀로 있게 되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올 노파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빨래와 청소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사노동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듯 했다.


“정말 좋으신 분을 만나서 다행이야. 할머니에게 꼭 은혜를 갚아야지!”


그녀는 집안 이곳저곳을 빗질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안심이 되었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녀 혼자 있는 집에 똑똑 노크를 했다.


잊고 있던 두려움들이 다시 올라와, 그녀의 마음속에 한가득 자리 잡기 시작했다.


“누...누구세요...?”


“......”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누...누구...?”


그러자 해맑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 같은 마을에 사는데, 엄마가 이것 좀 갖다주래요!”


아이의 말을 듣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별일이 아니어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녀는 반갑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문 앞의 아이는 그녀에게 웃으며 사과 한 바구니를 건네주었다.

“여기요.”


“아, 고마워. 감사하다고 전해줄 수 있겠니?”


“네. 그런데 누나! 누나 머리끈이 참 예쁘네요.”


“아, 고마워. 그런데 내가 관리를 못해서 다 잃어버리고 이거 하나 남았지 뭐야.”


“아 그랬구나. 여하튼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아이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집 청소를 시작한 선화.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놓기엔 이르다는 듯, 갑자기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녀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또다시 두려움이 엄습했다.


“누... 누구세요...?”


“......”


문 밖에서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로 문에 귀를 조용히 갖다 댔다.


누군가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여기 누나한테 선물로 주자.”


“야 이거 내가 발견한건 데, 네가 왜 선물로 주자는 거야.”


“이 누나가 머리끈 다 잃어버렸대. 이 누나 꺼 일지도 모르잖아.”


다행히 문 밖에서 아이들이 속닥속닥 대는 소리였다.


그녀는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머, 얘들아 무슨 일이니?”


문 바깥쪽에는 두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한 남자아이가 주춤주춤하더니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는 노란 머리끈이 놓여 있었다.


“누나, 이거 가져요.”


그 남자아이가 마지못해 양보하는 듯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런 아이들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두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고마워 얘들아.”


그녀는 아이가 건네준 머리끈을 받아들었다.


머리끈을 받아든 선화는 흠칫 놀랐다.


잃어버렸던 그녀의 머리끈이었다.


“어머 얘들아 이거 어디서 났니?”


“아 이거, 여기 집 주변에 떨어져 있었어요.”


선화는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이 집에 오고부터 문 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집 주변에 이게 떨어져 있다니 도무지 이상했다.


“아 그랬구나. 고마워 얘들아. 나중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아이들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혼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왜 집 밖에서 내 머리끈이 발견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은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그녀가 식탁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때, 또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그녀는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


*

문 밖을 본 순간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문 밖의 인물이 한 걸음씩 걸어오자, 그녀는 겁에 질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었다.


집에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강수였다.


“너... 너 여기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이른 새벽, 강수는 선화를 찾아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선화를 자신의 정혼녀로 착각하고 있었다.


“킁킁... 냄새는 분명히 나는데, 왜 이렇게 그녀 냄새가 나는 곳이 많지?”


그녀를 찾아 떠돌던 강수는 냄새를 쫓아 어느 산길에 다다랐다.


그의 눈에 머리끈 하나가 우연치 않게 보였다.


그는 그 머리끈을 주워들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어 이 향은... 최근에 여길 왔었구나. 냄새가 진해.”


갑자기 강수는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머리끈 냄새와 같은 냄새가 주변에서 또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냄새가 나는 곳에 이르니 또 다른 머리끈이 하나 나왔다.


“역시 냄새가 이어져 있었구나! 이 걸 따라가면 찾을 수 있겠어.”


그랬다. 그것은 모두 잠든 틈에 에로스가 그녀에게서 몰래 훔쳐와 길목마다 놓아둔 것이었다.


그저 머리끈 냄새만 쫓으면 선화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두었던 것이다.


에로스는 그 광경을 보고 신이 난 듯 공중을 날아다녔다.


그는 강수 머리 한참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신난다! 드디어 발견했어. 서둘러요, 서둘러.”』


노파의 집에 들어온 강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온 몸에 치가 떨릴 정도로 두려웠던 그녀는 고개를 확 피했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눈에 식탁이 들어왔다.


“이야앗!”


한 차례 비명과 함께 그녀는 힘껏 식탁을 당겨 넘어뜨렸다.


그 바람에 다행히 강수와 조금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강수는 갑작스레 펼쳐진 일에 당황스러웠다.


“대체 왜, 대체 왜 나를 피하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강수의 말을 들을 정신이 없었다.


강수가 무어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여기서 벗어날 방법만 강구할 뿐.


그녀는 거리를 벌리며, 주변에 꽃병, 접시 등 보이는 것을 다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조금 찢어지는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것이 강수에게 그리 큰 타격이 되지는 않았다.


강수는 그걸 맞으면서도 꿋꿋이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얏 죽어!!”


선화는 의자를 들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강수의 머리를 찧어버렸다.


“악!”


강수는 아파서 머리를 문질렀다.


하지만 대장장이로 육체를 오래 단련해 온 그는 이 정도로는 끄떡도 없었다.


그녀는 점점 절망에 휩싸이고 있었다.


‘아아...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달아나야 한단 말인가...’


그때였다. 근처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마을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아이들은 나무판, 몽둥이, 쟁반 등 다양한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아까 본 두 아이들이 그녀를 구하려고 친구들과 함께 와준 것이었다.


사과 바구니를 주었던 옆집 아이가 그녀를 대신해 강수를 막아섰다.


“저희가 막고 있을 테니 얼른 도망쳐요, 누나!”


아이답지 않은 결연한 의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차마 어린아이들을 두고 도망갈 수가 없어 주춤주춤했다.


그러자 머리 끈을 건네 줬던 아이가 말했다.


“얼른요, 우리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몰라요. 금방 이 아저씨가 따라갈 수도 있어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뛰쳐나오자, 그녀의 눈물이 공중에서 흩날리기 시작했다.


‘얘들아 고마워...’


*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그녀의 가죽 신발은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에 찢겨져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발에 고통이 느껴지자, 달리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다 보니 산 속 어느 낭떠러지 앞에 도달했다.


그녀는 잠시 그 앞에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이 정도면 괜찮겠지?”


문득 낭떠러지 앞에 서자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저 하늘에 운명을 맡겨볼 수밖에 없었다.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제발... 제발...’


하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운명은 잔혹했다.


“킁킁... 킁킁...”


주변에서 그의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으나,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제발 그냥 지나가 줘...’


하지만 그녀의 소망과는 달리, 그는 점점 그녀 가까이로 다가 오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강수의 극도로 발달한 후각을 그녀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이 어떤 선택인지를.


그녀는 모든 것을 체념했다.


‘그래... 이렇게 시달리며 사느니, 그냥 깨끗하게 죽겠어.’


그녀는 바위틈에 꽃신을 조용히 벗었다.


그리고 먼 하늘을 바라봤다.


속마음을 대변하는지 먹구름이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하늘이시여... 정녕 저를 버리시나이까!”


그녀는 그렇게 낭떠러지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안녕 기진씨... 다음 생에서 부디 다시 만나길...’


그렇게 한 송이의 예쁜 꽃이 지고 말았다.


선화의 생명이 다하자, 마침내 신의 장난이 풀렸다.


강수는 그대로 산에 고꾸라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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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17 뜻밖의 만남 20.05.23 41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8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8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3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1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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