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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넬리아의 서재

Our Endless Story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코르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2.05 19:58
최근연재일 :
2018.07.18 20:42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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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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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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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Ep.5 Chapter.3 ~가까워져가는 그곳~

DUMMY

“그럼 전 저쪽으로 가볼게요.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부탁하네. ···온 몸이 돌처럼 굳은 거 마냥 딱딱하군.”

“일 하시면서 무리되는 행동이라도 하신 거예요?”

“아주 살짝. 일순간에 힘을 많이 줘가지고 조금 크게 움직였을 뿐이네.”

10층인가. 3층 정도만 올라도 상당히 높게 느껴졌는데, 전체 20층 중에서 10층까지 올라오니 벌써부터 까마득하게 높아 보인다. 원래 10층이라는 거 자체가 낮은 건 아니지만··. 마리는 1층을 더 올라가네.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요···.”

“··조금은 아니지. 하지만, 이래 뵈도 전투 특화 종족의 일원인 만큼, 딱딱하긴 해도 그 외 문제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레이아 양.”

딱딱하다면서 굳이 안심시키려고 허리까지 동반하며 크게 움직이네. 저러다 골절이라도 오려면 어쩌려는 건지. 전투특화라고 해도 무리되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애초에 무리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떤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난다는 것인데, 전투 특화라는 어떤 신체적인 강함이 있다 한들, 무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문제가 아닌가.


“갑자기 끝 어미가 왜 그래요? 아무튼, 로트만스 씨는 예전부터 저희 아빠가 걱정할 정도로 안 좋으셨잖아요.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라니요.”

“··미안하네. 몸 상태가 예전 같으면 참 좋을 텐데.”

“로트만스 씨한테 예전은 얼마나 예전인 거예요?”

“마리 양하고 비슷한 나이 때, 딱 마리 양 같은 이와 휘황찬란한 이야기를 써내려갔을 때지.”

“그거 참 엄청 예전이네요.”

“엄청 예전이지. 자, 그럼 마리 양만 고생하게 하지 말고, 우리도 열심히 일 해야지.”

“괜찮겠어요? 괜히 다치시면 어쩌려고요.”

“괜찮소, 괜찮소.”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며 목을 돌리면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꼭 이러는 사람들이 안 괜찮은 걸 속여가지곤 나중에는 본인이 고생을 하지. 정말 왜 그러는 건지,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봐왔지만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간다. 특히 어디 사는 누구는. ···에휴, 마리나 함 보러갈까. 혼자서 무슨 일을 할.

“저, 당주님? 당주님에 의뢰하신 거에 대해 만나고 싶다는 분이 오셨는데요··.”

“아, 크라리스 씨. 혹시 키가 작고 헬멧을 쓴 사람이오?”

“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뢰?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번 따라 가볼까. 지켜보는 입장에선 이런 건 알아봐야지.


Chapter. 3 ~가까워져가는 그곳~


“여기가 사무실입니다.”

“나 참, 이렇게 곤란한 걸 갑자기 맡기면 늙은이 머리 아파서 황천길 건너거늘, 참 기분 나쁜 걸 맡겼구만.”

“결과가 나온 겁니까?”

유아 정도 되는 키에 검정 쫄쫄이를 입고, 하얀 가운을 걸쳤으며, 안이 보이지 않는 우주복 헬멧을 끼고, 왼손엔 지팡이를 잡으면서 오른손에 자기 두 배 크기의 가방을 든·· 사람?

손의 주름이나 크게 굵거나 얇지 않으면서 떨리는 목소리 같은 걸 생각하면 나이는 상당할 거 같다. 로트만스는 이런 사람에게 무슨 의뢰를 한 거지?

“안 나왔으면 내가 굳이 이런 곳에 왔을 것 같냐? 하여간, 이것도 다 예전에 그 애 덕분에 해주는 거지. 너 혼자였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아직도 질에게 한이 있는 겁니까, 아저씨? 읏.”

“아저씨라니. 이 어린놈이 말하는 게 아직도 그 모양이냐. 도서관에서 책 좀 읽으면 바뀔 줄 알았건만,”

“바뀌었습니다. 단지 아저씨에겐 예전 그대로를 보이고 싶은 거뿐이죠.”

폴짝 뛰어선 지팡이로 머리를 살짝 툭 치신다. 로트만스도 충분히 나이가 많은 거 같은데 그런 로트만스에게 어린이라니.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 건가. 와중에 질은 누구야?


“하여튼, 너 같은 놈이랑은 쓸데없는 잡담은 하고 싶지 않으니, 본론으로 넘어가지.”

“너무하시군요.”

“너무하기는. 이거나 봐.”

지팡이로 어깨를 툭툭 치면서 가방에서 꺼낸 건 저번에 로드데라의 두 사람이 데리엘레카 사건 해결의 도움을 준다던 누군가에게 받은 붉은 보석. 저게 뭔지 알아봐달라고 한 건가.

“확실히 니 말대로 이건 그냥 돌덩이가 아니야. 단순한 마력이 넘치는 건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광석들의 성분과 성분은 다 가지고 있지.”

“그러면 일종의 혼합물 같은 건가요?”

“혼합물이라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참 어려운 물건이야. 확실히 자연적으로 생겨난 건 아니야. 다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혼합시킬 수 있냐는 거지. 마력을 이용한 건지, 무슨 수가 있는 건지.”

뭔가 엄청난 물건이라는 건가.


“그렇군요. 그럼 이 안의 마력들은 단순히 혼합의 재료일 뿐인 건가요?”

“바보같이 생각하기는. 그런 이유에서라면 굳이 이렇게 많은 양을 담으려고 하지는 않겠지. 알고 있겠지만,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안에 들어와 담겨질 수 있는 마력의 양은 정해져있고, 또 특이체질이 아닌 이상 한정적이지.”

“네, 마법공학의 기초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죠.”

“잘 아는군. 그럼 그것들을 혼합하거나 한다 해서 담을 수 있는 양이 늘어날까? 아니. 해봐야 쌀 한 톨 크기 더 넣을까 말까지. 그럼 만약에, 그런 한정된 양을 넘어선 마력을 넣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때 그처럼, 죽겠죠?”

그때 그? 옛날에 로트만스에게 엄청난 일이 있었나.

“그래. 생물은 죽고, 무생물은 소멸하지. 요컨대, 이 안에 있는 수준으로 마력을 담으려 한다면 일반적으론 소멸하는 게 정상이야. 하지만 이건 잘만 존재하지. 내 몇 십 몇 백 마법공학 인생에서 이런 건 처음 봐. 가능하다는 이론은 여러 번 봐오고, 그걸 시도해보려는 다른 과학자들도 많이 봤지.

하지만 가능성은 너무 낮고, 그 이론들대로 하기엔 여러모로 복잡했지. 때문에 다 실패하고 말았어. 성공을 한다 해도 아주 미미했을 뿐이지. ···한계치 이상의 마력을 담은 채 존재한다. 그건 일반인들은 절대 행할 수 없는 자연의 장벽이야.

하지만 그걸 성공한 물건이 이 눈앞에 있다는 건, 그 정도의 마법공학을 터득한 어떤 자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거기에다가 추가적으로 다른 요상한 걸 집어넣었으니, 달리 할 말은 없지.”

8간부··· 단순히 전투력 같은 것만 좋은 게 아니라, 이과 쪽으로도 머리가 좋은 놈들인 건가? 아니면 8간부 중에 그런 쪽으로 특출한 이가 따로 있나?


“···확실히 보통 물건이 아니군요.”

“그래, 보통이 아니지. 또 한 가지 더, 말했듯이 이거엔 그거 말고도 요상한 게 하나 들어가 있어. 그 아이가 그런 반응을 한 게 납득이 가는 것이.”

마리를 말하나? 저걸 보고선 따갑다고 반응을 하긴 했었는데.

“···그것이 뭔가요?”

“마력의 발생을 뒤틀어서 사용할 수도 있고, 생명력을 빨아드릴 수도 있고, 물체와 물체를 융합시킬 수도 있고, 뭐 쓰기 나름에 따라 달라지는 물건이지. 이름은··· 카오스네리아의 언어로 위협을 뜻하는 ‘오스페’라고 하지.

카오스네리아인이 최초로 발견한 이놈은 미세량만 포함이 되어있어도 그 범위만 낮아질 뿐, 그 성질은 변하지 않아. 주위의 것을 뒤틀리거나 빼앗는 성질이 말이야.

이 성질로 인해서 체내에 마력이 비교적 많이 담겨있고, 그거를 하나의 생명줄로 살며, 여러 능력에 사용함과 동시에 아예 직접 재생산도 해내는 일부 종족들에겐 고역인 놈이지. 일반인들이 생명력을 빼앗기는 거랑 같은 거야. 그래서 그 애가 그런 반응을 보인 거고.”

그 말은 마리는 평범한 인간 종족이 아닌 다른 어떤 종족이란 소리인데··. 나중에 책 하나 정독해볼까.


“그런 것이 이 보석 안에 들어있다는 겁니까?”

“그래. 어디에 어떻게 쓰려는 건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 안에 들어가 있어. 대량의 마력과 함께 말이야. 도대체 이런 걸 왜 만들고, 왜 너한테 준 건지. 차라리 나한테 주면 마법공학의 역사를 새로 쓸 텐데.”

“마법공학의 지식은 많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이인가 보죠.”

“난 그런 놈들이 무서워. 머리는 좋은데 그 머리로 다른 요상한 걸 하려는 놈들. 그런 놈들이 나중에 세상에 돌풍을 불러올 짓을 한단 말이지. ··특히 이런 거나 만드는 놈은 더욱.”

“그럼 이걸 어찌해야 좋을까요?”

“안 그래도 제르시아에서 자기 이름을 이용해서 공립 연구소 같은 거나 차린 놈한테 예약을 해뒀지. 좀 이해가 안 가는 놈이지만 놈의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가 좋아서 안면을 터놨지. 자, 이게 놈의 명함이야. 언제든 연락하면 데리러 올 거야.”

··제르시아 공립 연구소 소장 공학 권위자 오를레오 피타루스. 이름 참 크게 걸어놓으셨네.


“제르시아면 사막지역 아닙·· 사막···?”

“뭐여, 갑자기 왜 그려? 뭐 사막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그냥 잠시···.”

“···아무튼, 난 여러모로 바쁘니 해줄 수 있는 건 이거 뿐이야. 나머진 예전처럼 네가 발 벗고 뛰어서 알아내야지.”

“하하, 죄송하지만 그건 무리입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예전 같은 실력은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마리 양하고 태인 군에게 부탁하죠.”

“허, 나한테 계속 아저씨 아저씨 했으면서 결국엔 너도 그리 되냐? 아무리 그래도 나이 먹었다고 안 그래도 사는 게 힘들 애하고 리얼 월드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막 부려먹으면 안 되지, 에잉. ···아 그렇지, 그 애는, 아직도 모르냐?”

뭐야, 갑자기 분위기 쫙 깔리네. 안 좋은 과거사 이야기라도 하려는 건가.


“···네. 비슷한 사람은 여럿 봐도, 본인은 보이지 않더군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리하는 건 걔한테 실례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 ··다시 생각해도 참, 꼭 그때 그런 선택을 해야 했었나.”

“저는 걔가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면, 저도 옳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참 나, 해바라기야, 해바라기. 아무튼, 난 갈 테니까 몸조심하면서 지내라고. 나이가 들면 자기도 모르게 퍽하고 가는 수가 있어.”

“네, 조심할 테니 아저씨도 조심하시고, 안녕히 가세요.”

“흥, 아저씨는 여전히 못 버리는군.”

···갔네. 저 작은 몸으로 혼자 괜찮나. 올 때도 혼자 온 거 같긴 하던데. ··음, 그럼 마리한테나 가볼― 아, 본인이 직접 나타나네. 레이아처럼 근심 있는 얼굴을 하고서.


Chapter. 3-1 ~향하기 전 여러 질문을~


“···되게 특이하신 분이네요.”

“아베르 드 파밀레. 특이하기보다는 괴짜지, 괴짜. 그것도 마법공학과 물리과학계에선 나름 이름 날리는 괴짜네.”

“괴짜라니···. 그런 사람은 편하게 아저씨라고 부르시는 거 보면 오래된 지인이신가봐요?”

“옛날에 내가 마리 양 자네만할 때 우연히 알게 되어선 여러 가지로 부딪혔던 사람이라네. 당시 나는 무모한 짓만 골라서 하는데다 여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놈이여가지고, 날 굉장히 안 좋게 보시지만 그래도 부탁을 하면 다 들어주신다네.”

로트만스가 그랬다고? 지금 이미지로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건··· 음, 상당히 난제다. 레이아랑은 정반대로 사람이 바뀌어버린 셈이네.

“왠지 그 사람이 좀 불쌍해지는데요.”

“어차피 내가 괜찮다 해도 그냥 본인이 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니 걱정 말게나.”

그러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뭔가 정말 서로 너무 안 맞는데 잘 맞는 콤비 같은 느낌이다.


“그런가? 확실히 걔도 그런 말을 했었지. ···그래서, 일부러 아저씨가 돌아가길 기다리면서까지 말하고 싶은 게 뭔가? 부탁이라면 최대한 다 들어주겠네.”

“아, 네. 그리 거창한 건 아니고, 그·· 이따 저녁 즈음에 레이아랑 단 둘이 상가 쪽으로 나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레이아랑 단 둘이서? 저녁 데이트?

“레이아 양이랑 데이트인가?”

“데이트라뇨,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오랜만에 둘이서 여러 여러 돌아보고 싶은 게 생겨서요.”

“그런가. 그런 거라면 굳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네. 내가 언제 둘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한 적이 있었나?”

저렇게 저런 포근한 말투로 저리 말하니 마치 로트만스가 레이아랑 마리의 부모같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나 마리나 둘 다 친부모는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로트만스랑 같이 살았고, 레이아는 부모가 아닌 레이아가 당주 직에 로트만스가 대리 총 책임자를 하는 거지?

“아니요, 항상 들어주셨죠. 하지만 8간부 일이나 그런 거 때문에 혹시나 해서··.”

“걱정하지 말게나. 난 언제나 둘이 하고 싶은 걸 적극적으로 하게 해줄 생각이니 말일세. 또한 설령 8간부 같은 문제가 있다 해도 절대 둘에겐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할 수 있는 건 최대한하고 갈게요!”


오, 로트만스의 말 몇 마디로 근심 있는 얼굴이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소가 만개한 얼굴로. 어디 사는 누구는 절대 지을 수 없는 그런 얼굴로··. 음, 역시 안 되는구먼.

“아, 그렇지. 마리 양, 들었겠지만 전의 그 보석에 관해 말이네. 제르시아에 도움을 맡겨놨다하니 나중에 태인 군이랑 같이 가줄 수 있겠나?”

“그 무더운 사막에요? 알았어요, 절 위해서라도 가야죠.”

여정의 다음 목적지는 사막. 여름옷을 미리 준비해둬야겠다. 저녁이면 몰라도 한낮의 사막에서 긴 셔츠에 긴 바지에 코트를 입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으니··. 마리도 여름용 정장으로 바꿔 입으려나?


“아니지, 잠시만요, 근데 왜 하필 태인이랑 같이 가야돼요?”

“제르시아엔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도 마물이 나올 확률이 높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 간다면 한명보단 두 명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네.”

마리랑 태인 조합으로는 둘이 아니라 1.5명 아닐까.

“어차피 걘 자기 1인분도 못할 걸요. 그 덜렁대고 툭하면 쓰러지는 놈이 사막이라는 곳에 가봤자 탈진해있는 거 이상으로 뭘 하겠어요?”

본인한테는 미안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 아무리 더위를 잘 안타는 체질이라지만 사막의 한낮의 더위까진 무리겠지. 안 그래도 체력이 없는 몸이라 좀만 있어도 쓰러지려는 게 눈에 훤하다.


“그래도 이미 검과 방패, 그리고 특정 도구 하나로만 거대한 마물을 쓰러트린 게 3번 아닌가?”

“1번은 스스로 쓰러트리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인정했는걸요. 그리고 거대 마물을 쓰러트리긴 했어도 그리 대단한 놈도 아닌 걸요.”

고루자드와 랑푸구스·· 뭔가 대단한 마물이냐고 묻는다면 답하기는 어렵지만··. 태인 기준으론 그 둘도 충분히 난적이긴 하다만.

그리고 데리엘레카. 그 자리에서 잡지 못하고 놓친 건 사실이지만, 왠지 그놈은 그 자리에서 잡히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놈은 뭔가를 잔뜩 알고 있다. 태인에게나 마리에게나 미안하지만, 그거를 다 털어내기 전까지는 놈은 잡히면 안 된다.

“확실히 그야 그렇네. 그렇지만, 조금은 신뢰성을 가져도 되지 않겠나?”

“가지려고 했죠. 하지만 본인이 깨버린 걸 어쩌겠어요?”

아, 그 참 난감하네.

“흠, 마리 양이 그리 말하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군. 무리하게 부탁해서 미안하네.”

“로트만스 씨가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죠. 태인이 잘못한 거죠 뭘.”

태인의 잘못··· 그런 건가. 어렵네.

“그럼 전 남은 시간동안 일하러 가볼게요.”

“알겠네. 수고하게나.”

···나도 이따 상가 쪽이나 가서 기분이나 풀어야겠다. 태인은 혼자 방에서 공부하라 하고.


Chapter. 3-2 ~별거 아닌 곳에서~


“언니하고 이렇게 둘이서 나서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은 무슨. 심부름이나 그런 걸로 나간 적 많잖아. 오늘도 그랬고.”

“그거랑 이거는 느낌부터가 엄연히 다르죠.”

“다른가?” 파란 미역 장발, 흰색 티셔츠, 검정 긴 바지, 허리에 묶은 겉옷과 손목에 찬 저번에 보았던 팔찌, 검정색 크로스백.

“다르죠, 충분히.” 분홍 펌 미디엄 헤어, 흰색 셔츠, 네이비색 긴 바지, 흰색 매신저백.

기쁨, 행복, 이를 받쳐주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표정과 말로 상가를 걷는 마리&레이아. 저리 나란히 사이좋게 걷는 모습을 보니 참 친자매 같다. ··그럼 둘을 방해하지 않도록 난 따로 움직일까. 모습도 보이게 하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웃고.

“이거 맛있을 거 같지 않아?” 떠들고.

“와 여기에 이런 게 있네.” 놀라고.

“내가 요런 건 또 음청 잘하지!” 자랑하고.

드높게 자리 잡은 원형 천장 아래 수많은 LED와 전광판들의 불빛으로 인해 어두운 하늘아래 밝고, 길에 늘어선 기존의 가게들 안에 섞여있는, 먹거리를 비롯해 옷, 문구 등을 파는 간이 가게와, 파란색 테이블과 의자들이 잔뜩 있고.

아이들 타라고 만든 작은 놀이기구 같은 거나 오락기도 있고, 공연이라도 하려는 건지 무대도 있고, 뽑기 같은 것도 있고, 그 외 온갖 것들이 다 있는 화려한 거리.

그 사이를 거닐며 원하는 걸 사며, 먹고 싶은 걸 먹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노래를 틀거나 하여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들.

그리고 이에 질세라 언제나 보다 더 분발하는 원래 가게를 운영 중이던 사람들까지··. 뭔가 했더니 천장에 무슨무슨 야시장이라 써져있는 걸 보니 야시장이었나. 야시장은 초등학생 때 살던 곳에서 한 걸 한 번 가본 게 전부다.

그런 걸 십년 가까이 지나서, 리얼 월드가 아닌 어나더 월드에서 와보니 상당히 새로운 느낌이다. 특히 밖에서는 전형적인 현대 도시의 모습을 띄우면서, 좀만 안으로 들어오니 이리 바뀌니 더더욱.

그럼 이제 감탄은 그만하고 돌아볼까. 옷도 살만한 게 있다 싶으면 사고. 돈은 많이 있지는 않지만.


“이거 솔직히 양에 비해 좀 비싸지 않아? 원래 이런 게 좀 비싼 건 알고는 있는데.”

“저거 하나 줄 참 기네. 다른 거 사고 있어. 줄은 내가 설게.”

“삼겹살 김밥이라니 참신하다는 생각 들지 않아?”

김밥 안에 삼겹살을 넣는다··. 나 살던 곳에 했던 야시장에도 있던 거다. 호기심에 샀다가 커서 먹는 데에 애먹었지. 결국 어찌저찌 다 먹기는 했지만 사례 들러서 고생한 기억이··.

“냉면구이라니, 이러면 냉면이라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냉면에 구이라, 요상한 조합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잘 먹던데.

“큐브 스테이크라, 요거 한번 사먹지 않을래?”

스테이크·· 그러고 보면 어나더월드에 오면서 고기류 들어간 건 먹은 게 없었지. 이왕 하나 사먹을까. 하지만 앉을만한 곳은 사람이 거진 다 찼고, 가격은 뭔가 사먹기엔 아깝고··. 어?


어두운 하늘에 밝은 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가게와 놀이기구와 장식과 사람들로 이루어진 야시장 메트로폴리스 상가의 야시장은 매년 특정 기간마다 열려, 다양한 것들이 존재해 즐기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날이 되는 일종의 큰 행사와 같았다.

그런데 약 5년 전부터 무슨 사정이 생긴 건지 갑자기 열지 않더니, 아침에 심부름으로 상가 쪽을 거닐니 들리는 게 야시장을 다시 연다는 거라니.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다시 여는구나.’ 정도로 그치겠지만, 나에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굉장히 오랜만에 열렸는데도 그때랑 다른 게 하나 없네요. 왜 갑자기 열지 않다가 이제야 다시 연 걸까요?”

“글쎄 말이야. 어떻게 딱 그 다음날에 갑자기 ‘매년 이곳에 열었던 메트로폴리스 특별 야시장은 주최 측의 사정으로 인하여 오늘부로 중단함을 알리는 바입니다.’라는 말만 하곤 딱 끊어버리니 알 방도가 없지. 다시 연다는 것도 갑자기 뜬금없이 다시 엽니다. 라면서 연 거고.”

“···알 수 없네요.”

“요 세상이 원래 알 수 없지. 뭐 아무튼 여기까지 와가지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때처럼 재미나게 시간 보내야지.”

“···네, 그래야겠죠.”

괜히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지금은 그저, 지금을 생각하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내자. 그때 그날, 언니의 뒤에서 그랬던 것처럼.


Chapter. 3-3 ~둘만의 시간 속~


“큰일이다! 교통사고야! 교통사고! 어서 구급차 불러!”

“애가 치였다고! 그것도 과속으로 치였어! 어서 구급차!”

···안 돼, 절대 안 돼. 절대 안 된다.

“난 잘만 운전하고 있었다고요! 애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라니까!? 나도 놀랐어!”

“선생님들이 알아서 해결할 거니까 너흰 모두 진정하고 버스 안으로 들어가 있어. 절대 나오지 마.”

···왜,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세상에 미쳐 돌겠구만. 이 좋은 날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 ―! 정신 좀 차려봐!”

“피도 상처도 너무 심해. 자칫하면 죽을지도 몰라··. 구급차는 얼마나 걸리는 거야?”

···말도 안 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이런 일을 일으키게 할 아이는 아니었는데!”

“미쳐 돌겠네. 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가지고!”

···나 때문이다. 다른 뭣도 아닌 나 때문이다.

“거 구경만 하지 말고, 누구 긴급치료 같은 거 할 수 있는 사람 없습니까?!”

“지금 주변에 차가 좀 막혀서 시간이 좀 걸린댑니다!”

“뭐 그딴 게 다 있어? 구급차면 거 위에 딸린 거 켜서 그냥 올 수 있잖아!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거 안 키고 차 막힌다고 늦는다는 거야?”

“그걸 킨 상태여도 빨리 오기가 힘들다고···.”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가 죽는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아름다운 표정을 지은 ??가, 나 때문에, 그 바다에서, 이렇게, 이렇게···. 아니야,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죽지 마, 일어나. 부디 죽지 마, 부디 일어나. 제발, 제발―

“―! ······잠들었던 건가··. 지금 몇 시지? ··초저녁은 다 갔구나. ···후, 람브리에로 돌아갈까.”


“무아? 무아!” 반겨주는 건 무아뿐인가.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저희 쪽에선 레이아 양을, 그쪽에선 아리아스 씨를 해당 고서점에 보내서 각자 교환할 것들을 고서점의 주인분의 도움으로 감정하여 교환하고, 나머지 물품들은 착불로 처리해 받는다. 로 결정이 나는 게 맞습니까?”

마리 씨도 레이아도 안보이네. 어디 가기라도 하신 건가. 로트만스 씨는 다행히 사무실에 계시고.

“시간은 12시 30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정하도록 하죠. 네, 서로 서로 운영에 힘쓰는 건 저희보다 더욱 전부터 있던 일 아닙니까. 비록, 그 의미는 달라졌다 해도, 앞날까지 계속 이 연을 놓치지 말아야죠.

하하, 어쩔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다보면 서로 달라지고, 얼굴 붉히는 일도 생기고, 또 다시 못 만나게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 그게 삶이죠.

하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한번 이은 연을 이어가는 것. 그건 무척이나 뜻깊은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미래를 선물할 수 있는 거죠. 아, 주인장님껜 어려운 이야기인가요? 아리아스 씨라면 굉장히 감명 깊게 들으실 텐데. 그럼 수고하십시오.”

어나더 월드어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뭔가 또 엄청난 말을 하시네. 복잡하거나 큰일이라도 있으신 걸까.

“저··· 로트만스 씨?”

“아 태인 군. 있는지 몰랐네. 오래 기다렸나?”

“아니요, 방금 왔는걸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통화라면 그리 큰일은 아니네. 단지 예전부터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고서점하고 서로 필요로 하는 서적 등이 엇갈린 것 뿐이네. 그건 그렇고, 뭔가 용건이 있나?”

“아, 그 딱히 용건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방에서 공부를 좀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잠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악몽을 꿔가지고···.”

“그 악몽 때문에 혼자 있기 찜찜해서 람브리에로 와 마리 양이나 레이아 양을 찾다가 둘이 보이지 않아, 사무실로 와보니 내가 있었다. 이건가?”

“완벽하게 짚어내시네요.”


사무실로 들어오는 무아를 조심스레 드시고는 쓰다듬으면서 관찰이라도 한 마냥 자연스럽게 짚어내시는 저 모습. 어쩜 저리 모습만으로 사람을 안정되게 하시는 걸까. 걔한테 나 같은 놈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 있어야 됐었는데··.

“무아아···.”

“살다보면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그 앞에 무엇을 했는지 유추하는 것도 가능해지지. 비록 난 완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렇다는 거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미 충분히 완벽하신 거 같은데요, 뭘.”

“그런가? 고맙네. 그래서 무슨 악몽을 꿨는가?”

“오후에 말한 것과 관련된 건데··· 바다에서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이요.”

“그거 참으로 무섭고 끔찍한 악몽이로군. 나 같아도 혼자 있고 싶지는 않을 게야.”

“역시 그렇죠. 그래도, 그렇게 막 엄청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이미 겪은 일이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여름날, 더운 날에 바다나 들어가고 싶다는 애들의 의견을 적극 수령했는지 바다 쪽으로 갔던 2박3일짜리 수학여행. 덕분에 애들은 모두 신나했고, 기본 코스도 최대한 애들이 흥미를 가지거나 할 정도로 짠 데다 딱히 사고를 치거나 하는 아이는 없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었다.

다만 그 이전에 바다에 관련해선 그리 안 좋은 기억들뿐이었던 난 영 탐탁지 못했고, 그때 그 아인 그런 날 계속 괜찮다 해도 기분 풀어준다면서 적극적으로 붙어 다녔다.

하지만, 난 그런 걔가 다른 때와는 달리 솔직히 좀 귀찮고 살짝 짜증이 났었고, 본격적으로 여행 코스가 바다로 갔을 땐 크게 밀려오는 감정을 최대한 억눌러 그냥 툭 치기만 했었다.

···그런데. 단순히 툭 치기만 했었을 뿐이었는데···.

“큰일이다! 교통사고야! 교통사고! 어서 구급차 불러!”


“그랬군··. 그래서 그게 지금까지도 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거고, 그래서 계속해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거다. 이건가?”

“역시나 완벽하시네요. ··네. 어나더 월드에 와서는 이번이 겨우 두 번째이긴 하지만, 리얼 월드에 있을 땐 그 당일날부터 계속해서 절대 잊지 못할 만큼 악몽으로 재생되고 재생되고, 또 재생되어왔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나 때문에, 누구보다도 날 위했던 애가 나 때문에 그런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절 갉아먹고요.

그래서 이 어나더 월드에 오고, ‘여덟 개의 보석을 모와 엄청난 전쟁과 같은 피해를 입힌 괴인 포르테우크스의 부활에 맞서 싸우라’는 전형적인 ‘마왕으로부터 세상과 사람들을 구해라!’ 같은 주인공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엔 이런 내가 그런 걸 할 자격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때문에 그 일을 피할 수 없이 무조건 해내야만 한다면, 이런 내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면, 적어도 그 일의 대화 죗값을 치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전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진심이다. 자신을 위했던 사람을 자신이 위험에 빠트린 짓을 하고도 판타지 세계에서 뻔뻔하게 사람을 구하는 영웅 행위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한 사람조차 제대로 지켜내지를 못하다 못해 아예 완전히···.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다수의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을 하라고? 절대 못한다.


“그렇게 된 거군. 그럼 그 본인에겐 어떻게 사과를 하거나 하기라도 했나?”

“아니요.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전에 이미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그런가. 그거 참 어려운 문제군. 그럼 그 본인이 태인 군 자네를 원망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글쎄요, 그거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마리 씨랑 레이아는 어디 간 거예요? 보니까 요 1층말고 다 어둡던데.”

“그 둘이라면 잠시 일이 있어서 말이네. 때문에 오늘 저녁은 혼자인가 했는데 태인 군이 와주니 좋군. 뭐 그래도 8시즈음이면 돌아오겠지만.”

“그러면 그때까지 여기 있어도 될까요? 괜히 혼자 있다간 또 잠들어서 그런 꿈을 꿀 거 같아서.”

“편히 있게나. 그럼 난 잠시 안에 들가서 뭐 좀 찾고 오지.”

“네-”

··가계부로 보이는 노트, 매일 대출되고 반납되는 책들을 정리한 노트, 연체된 책과 기간,

이런 곳에서 매일 혼자 밤늦게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면 안 힘드시나. 이리 큰 도서관의 관리와 운영, 여러 가지 숨겨진 것들에 대한 단서 조사, 그리고, 각종 마법진 같은 게 적힌 노트가 잔뜩 있는 걸 보면, 마법 공부 같은 것도 하시는 건가.

또, 확실한 사실은 아니지만, 단순히 맞을 확률이 낮은 내 예감의 어쩌면일 뿐이지만. 어쩌면··.

“후, 정말 매일매일 꺼내기가 힘들군.”

“로트만스 씨, 그거는··.”


연한 갈색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퍼진 원형 발판. 그 옆에 길게 위로 뻗고 얼굴 같은 삼각형 판이 튀어나온 장식과, 반대쪽에 꼬리마냥 짧게 나온 장식. 꼬리와 줄에 걸려 붙어있는 끝이 삐죽 나온 원형 장식.

발판에서 얼굴 옆에 뻗은 중앙이 살짝 굵은 조그만한 기둥. 꼬리 옆에 반만 뻗고 끝이 지팡이처럼 되어있는 기둥.

얼굴 옆 기둥으로 뻗어 역 사다리꼴로 아래를 감싸는 천장. 그 천장에서 지팡이 기둥 위에서 튀어나온 작은 기둥. 그 기둥을 타고 반 바퀴 원을 그려 반대쪽 기둥에 붙은 나무.

마지막 그 발판과 천장 사이에서 장식들의 중앙에 서있어 하얀 모래를 흘려 시간을 알려주는 것, 모래시계. ···뭐 이리 복잡하게 생긴 모래시계가 다 있나.


“모래시계 아니에요?”

“맞네, 모래시계. 그 어떤 곳에서도 더 볼 수 없고 구할 수 없는 이곳만의 모래시계지.”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겼네요. 크기는 한손에 쉽게 들 수 있는 크기인데··. 직접 만드신 거예요?”

“난 만든 적이 없고, 마리 양도 만든 적이 없고, 레이아 양도 만든 적이 없고, 그 외 내가 아는 그 어느 누구도 만든 적이 없는, 이 도서관만의 모래시계라네.”

“그렇군요···. 근데 그런 이걸 갑자기 왜?”

“며칠 전에 조사할 게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게 저 창고에 있어 뒤지다보니 나왔는데, 생긴 것도 그렇고, 신기한 점이 많아서 조금씩 시간을 내 관찰하고 있는 거네.”

“신기한 점···인가요. 생긴 거 말고는 딱히 모르겠는데.”

“이렇게만 보면 그렇지만, 잘 보다보면·· 아, 마침 때가 오는군. 지금 모래가 거의 다 내려간 상태지 않은가? 이 유리그릇을 잘 보게나.”

유리그릇? 이걸 잘 보라고 해도 뭐가― 어? 뭐야? 모래가 다 내려가니까 유리그릇만 따로 돌아가서 다시 내려가잖아? 아니 게다가 한쪽 면이 돌아가지 못하게 막혀있는데?


“와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예요?”

“나도 그게 궁금해서 계속 관찰하고 내 나름 예상도 써보지만, 보고 또 봐도 호기심이 생겨나더군. 모래도 꽤나 아름답고···. 아, 그렇지. 모래 하니까 떠오르는군.”

“네? 뭐가요?”

“태인 군.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나중에 마리 양과 같이 제르시아라는 사막지역에 다녀와 줄 수 있겠나? 그쪽으로 특별히 조사할 사항이 있어서 말이네.”

“사막이요? 사막이라, 사막, 사막. 안 좋고 힘든 일이 잔뜩 생길 듯한 사막, 사막. ···가아죠, 이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요.”

“고맙소. 원래 같으면 내가 가야하는 일인데, 나이를 먹고 여러 후유증까지 겹쳐서 갈수록 몸 상태가 안 좋아져가니 메트로폴리스를 벗어나는 것도 어렵게 느껴져가는구만··.”

“어쩔 수 없죠. 저희 할아버지가 말하시길, 원래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떤 이유에서든 뭐든 하기가 어려워지고, 집밖도 나가기 힘들어진다고 하셨거든요.”

“··나도 이제 노년인가. 정말, 모래와 같은 삶, 바람과 같은 삶, 흘러버린 삶이군.”

모래와도 같은 삶, 바람과도 같은 삶, 흘러버린 삶·· 인가. 흘러버린 거, 많기야 하지. 흘러버리면 안 되었을 거까지 전부 ― 어쩌면 이 삶까지 ― 흘려버렸지. ··신기한 거 사진이나 찍자. 이런 거 좋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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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5 Chapter.3 ~가까워져가는 그곳~ 18.07.18 39 0 32쪽
53 Ep.5 Chapter.2 ~같은 시간의 감춤과 약속~ 18.07.04 50 0 20쪽
52 Ep.5 Chapter.1 ~약속으로 시작하는 하루에~ 18.06.25 29 0 21쪽
51 Ep.4 Chapter.20 ~도주의 바다를 뒤로 도주하오며~ 18.06.13 48 0 15쪽
50 Ep.4 Chapter.19 ~바닷바람의 길, 끝은 도주인가 2~ 18.06.06 52 0 11쪽
49 Ep.4 Chapter.18 ~바닷바람의 길, 끝은 도주인가 1~ 18.05.28 39 0 14쪽
48 Ep.4 Chapter.17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는가 3~ 18.05.07 48 0 14쪽
47 Ep.4 Chapter.16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나 2~ 18.04.27 35 0 10쪽
46 Ep.4 Chapter.15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나 1~ 18.04.21 49 0 16쪽
45 Ep.4 Chapter.14 ~바람이 부는 바다와 가까이~ 18.04.10 32 0 11쪽
44 Ep.4 Chapter.13 ~드넓은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곳~ 18.04.07 41 0 13쪽
43 Ep.4 Chapter.12 ~밀물 다음 썰물을 뒤로하고~ 18.04.04 43 0 10쪽
42 Ep.4 Chapter.11 ~밀물과 함께 온 바닷바람~ 18.04.01 65 0 10쪽
41 Ep.4 Chapter.10 ~밀물이 차오르는 바다~ 18.03.29 47 0 9쪽
40 Ep.4 Chapter.9 ~갑작스런 밀물 2~ 18.03.26 33 0 10쪽
39 Ep.4 Chapter.8 ~갑작스런 밀물 1~ 18.03.23 50 0 13쪽
38 Ep.4 Chapter.7 ~찾아가게 되는 곳~ 18.03.20 54 0 10쪽
37 Ep.4 Chapter.6 ~바닷물은 깨끗하지만은 않다.~ 18.03.17 74 0 11쪽
36 Ep.4 Chapter.5 ~가까우며 먼 바닷물~ 18.03.14 71 0 11쪽
35 Ep.4 Chapter.4 ~다가오기 시작하는 건~ 18.03.02 52 0 11쪽
34 Ep.4 Chapter.3 ~조금씩~ 18.02.27 67 0 11쪽
33 Ep.4 Chapter.2 ~바람의 시작은 도서관에서~ 18.02.24 55 0 10쪽
32 Ep.4 Chapter.1 ~새로운 시작은 짐을 쥐어주며~ 18.02.21 64 0 11쪽
31 Ep.3 Chapter.15 ~끝끝내 비추지 못한 것~ 18.02.16 44 0 13쪽
30 Ep.3 Chapter.14 ~비바람에 젖는 건 무엇인가 2~ 18.02.13 59 0 15쪽
29 Ep.3 Chapter.13 ~비바람에 젖는 건 무엇인가 1~ 18.02.10 71 0 10쪽
28 Ep.3 Chapter.12 ~떨어지는 건 물방울만이 아니니~ 18.02.07 55 0 11쪽
27 Ep.3 Chapter.11 ~스스로 내린 비를, 스스로 맞으리~ 18.02.04 65 0 9쪽
26 Ep.3 Chapter.10 ~비를 맞는 것도 파란 것~ 18.02.01 85 0 12쪽
25 Ep.3 Chapter.9 ~비를 내리는 건 파란 것~ 18.01.29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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