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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넬리아의 서재

Our Endl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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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2.05 19:58
최근연재일 :
2018.07.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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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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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Chapter.2 ~같은 시간의 감춤과 약속~

DUMMY

“··안녕하세요, 레이아 폰 하르모렐라라고 합니다. 같이 로트만스 씨의 댁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반가워, 난 마리, 마리 루인. 8살이라고 했나? 난 11살. 서로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온 만큼, 잘 부탁해.”

“··전 누군가한테 부탁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은걸요. 그리고,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계신다면서 어떻게 그리 발랄하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 거예요?”

“너무 어둡게만 굴면 스스로한테 좀 그러니까. 아무튼, 기분도 풀 겸 온 김에 뭐 하고 놀래?”

“···놀 생각 같은 건 없어요. 공부나 할 거예요.”

귀찮은 사람.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 나한테 마리 언니는 그땐 그뿐이었다. 복잡한 심경을 가진 채 왔더니, 같은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그렇게 웃는 얼굴로 놀자고 하다니. 저게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Chapter. 2 ~같은 시간의 감춤과 약속~


“여기에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그래도 일단 체크는 해두고·· 다음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알겠네, 그럼 다음 장소는·· 바로 옆이군.”

그렇게 새로운 장소로 가는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현재 비상구로 다 막힌 과거 공간들을 이 잡듯이 뒤진 지 30분. 이때까지 나온 해답이라곤 역시나 그 책들을 어떤 형태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책장마다 전부 다르다는 굉장히 간단한 것뿐.

이래 가지곤 오늘 안에 그 지하 공간을 갈 수 있는 건가. 어째 살짝 불안한데, 이 느낌. ··근데 이 방, 뭐가 많을 거 같이 생겨서, 진짜 아무것도 없는 건가?


문을 앞에 두는 벽엔 여러 크기의 동그란 구멍들이 나있고, 그 구멍들을 이어주는 작은 선들··. 무슨 모양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거는- 전갈인가? 그럼 파여있는 구멍은 전갈의 얼굴, 두 개의 집게발, 그리고 독침인가.

그리고, 그 외엔 말라버린 잉크 통 박스, 낡은 목제 책상과 의자, 책장, 뭔가 식이 잔뜩 적힌 종이 다발, 그림이 보이지 않는 액자·· 정도인가. 육안으로보나 들춰보거나 해도 태인 말대로 딱히 뭐가 있지는 않네.

그래도 이런 이상한 벽이 있다는 거는 분명 확실히 숨겨진 뭔가가 있다는 의미겠지? 구멍에 맞추는 건 다른 곳에서 얻으면 되겠고··

하지만 그렇다쳐도 딸랑 이것만 있는 것도 좀 퀭한데. 진짜 뭐 다른 건 없나? 왠지 이런 걸 보면 그냥 넘어가기 찝찝한데···.


“하나·· 둘·· 셋! 윽, 로트만스 씨, 팔에서 뚝뚝 소리가 나요··.”

“나도 늙어서인지,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건 오랜만이라서인지, 몸의 상당 부분이 소리를 내네. 앉아서 하는 일만 몇십 년을 한 게 큰 이유인가.”

아주 살짝이지만, 로브 사이로 보이는 로트만스 씨의 몸·· 저런 모습으로 사시면 불편하지 않을까. 뭣보다 복부 부분에 깊어 보이는 흉터가 좀 있는데··. 아니, 지금은 괜한 참견하지 말자.


“로트만스 씨가 그 정도로 늙으셨어요···?”

“종족 나이론 아직 중년 수준이긴 하지만, 사람 나이론 할아버지가 돼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

“그렇다면 혹시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 거죠··?”

“···10 더하기 10 더하기 4···· 이제 대략 70이 멀지 않았나. 우리 종족이 보통 120 안팎으로 사니 아직 50 정도는 남은 중년이지. 노년도 멀지는 않았지만.”

“엄청나네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100세 넘기는 것도 세계급으로 엄청난데, 보통이 120이라니, 그 정도로 오래 살면 좋은 걸까요?”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생각하는 관점에서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네. 이 120 안팎으로 주어진 시간을 단순히 무언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느 생명이든 간에 주어진 시간이라는 게 길든 짧든, 원하는 대로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며, 안 좋은 것들도 잔뜩 일어날 수 있을 테니, 어찌 보면 부정적인 순간들이 남들보다 더 많이 올 수 있는 그런 안 좋은 것도 되지 않을지.”

“···심란해지네요. 괜히 물어본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미안해할 필요 없네. 삶이라는 게 원래 심란한 법이지. 아무튼, 지금 우리에겐 그럼 심란하고 먼 주제보다, 바로 앞의 주제가 더 중요하니 심란함은 떨쳐내세.”

“아 맞다, 그랬죠. 어디 보자··· 아, 그렇지.”


어나더 월드에 처음 올 때부터 로트만스 씨를 보면 정말 지식도 많으시고, 지혜도 좋으시고, 눈치백단에, 인간관계도 다양해서 겪으셨을 거 같고, 굉장히 오래 사셔서 사람의 삶에 대해 굉장히 잘 아실 것 같고··. 그야말로 만능인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로트만스 씨라면, 지금 내가 10년 가까이 갉아 먹히는 기분이 드는 이걸 털어내 주실 수 있을까? 보통 작품 같은 곳에선 나이 많고, 뭔가 겪은 게 많고, 또 쨌든 뭐가 많은 사람은 주변인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역할이 많이 나오니까― 비록 이건 현실이지만··

이왕 이렇게 로트만스 씨하고 단둘이, 마리 씨나 레이아가 중간에 올 틈도 없는 기회에, 한 번·· 부탁을 해볼까··?


“저··· 로트만스 씨,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응?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말해보게나. 할 수 있는 한에선 무조건 들어줄 테니.”

“그··· 이렇게 어나더 월드에서 한 명의 주인공― 그러니까,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살기 전에 계속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요··.

10년 가까이 취미생활에 몰두한다거나, 간단한 일자리를 구한다거나, 종일 잠만 자거나 하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도통 안 되는 게 있거든요··. 물론 그래서 전문 상담가한테도 가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런 거로는 도통 답이 없었고, 없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로트만스 씨라면 해결해주실 수 있으실 거 같아서·· 전부터 계속 고민해봤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알겠네. 다만, 그 전에 태인 군이 먼저 지금 현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네. 괜찮은가?”

“······네, 알겠습니다.”


Chapter. 2-1 ~감춤을 가진 두 이~


“그러고 보면 언니 이제 슬슬 머리카락 좀 잘라야 하지 않아요? 이러다 뒷머리 때문에 목 넘어가겠어요. 앞머리도 어쩔 수는 없지만, 조금은 단정하게 해야겠는걸요.”

“그럼 레이아가 잘라주면 안 돼?”

“머리카락 자르는 것도 손재주인걸요. 알잖아요, 제 손재주.”

내 손재주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간단한 가위질이나 칼질만 해도 아무리 하든 뭘 하든 엉성하기 짝이 없다.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이 사람의 손재주인가 싶을 정도로 난 손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다듬거나 하는 건 최악이다. 내 머리를 자르는 거랑 간단한 정돈 같은 건 잘한다고 칭찬을 받긴 했지만.


“하지만 미용실은 그다지 가고 싶지가 않은걸.”

“가고 싶지 않으셔도 가셔야 해요. 요 저번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꾸준히 가서 다듬고 하셨잖아요. 근데 왜 갑자기 가기가 싫으시다는 거예요?”

“···그냥 갑자기 그래.”

“또 저한테 뭘 감추시는 거예요. 우리 사이에 그냥 좀 말해주시지.”

“싫어- 그냥 그런 게 있어. 레이아 너야말로, 나한테 뭐 감추는 거 있지 않아? 얼굴에 딱 보이는데.”

“··사람 얼굴은 뭔가를 비추지 못하거든요.”

“에헤이, 괜히 찔려서 튕기기는. 우리 사이에 그냥 좀 말해줘- 응?”

다리를 쭉 뻗은 자세로 앉아 뒤에서 연고 바르기와 빗질하는 날 향해 얼굴을 젖히고, 애들이 부탁할 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줘’ 부분을 늘리며 말한다. ···원래부터 좀 어린 언니였지만 어째 갈수록 더 어려지는 거 같다.

“···그렇게 말 하시니 정말 할 말이 없어지네요··.”


이 언니는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시는 걸까. 앉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어린애 같은 투로 말 하시고·· 누가 이런 모습을 보고 인생 산전수전 다 겪은 21살로 볼까. 예전부터 도통 알 수 없다.

다른 사람들한텐 정말 산전수전 다 겪어서 세상에 무뚝뚝한 차가운 인물상으로 살면서 나한텐 그야말로 어린이가 된다니.


“···아무튼, 오늘은 좀 애매하고, 내일은 꼭 미용실 가서 뒷머리는 팔을 딱 붙였을 때 팔꿈치가 오는 높이의 위까지 올리고. 앞머리는 삐져나오거나 한 것들 정돈 좀 하고, 위로 좀 치세요. 알겠죠?

정 혼자 가기 그러시면 태인 오빠라도 끌고 같이 가세요. 보아하니 태인 오빠도 보관소 하나 다녀온 사이에 앞머리가 길어지셨던데.”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난 사람을 보면 제일 먼저 보는 게 머리다. 이 사람은 어떤 헤어스타일이고, 머리카락의 각 부분 부분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전과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거의 버릇처럼 유심히 관찰하고 혼잣말을 흘러낸다. 그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기기도 했는지라, 고쳐야 한다고 반복은 하는데···.


“네···. 아니면 차라리 레이아 네가 같이 가자. 너도 뒷머리는 어깨 타고 있고, 앞머리도 꽤 길었는데?”

“제 머리는 제가 직접 자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거참 치사하구먼. 나도 내가 직접 자르면 안 돼?”

이제는 과한 동작으로 팔짱을 끼고 흥이라 하듯 들썩거리는 건가. 표현방식도 참 다양해지네. ··아, 핀이 좀 필요해지는데, 언니 방에 머리핀이 있던가?

“치사하다뇨. 직접 자르시겠다면야, 딱히 말리지는 않을 거지만, 언니 같은 머리카락은 저 같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가가 맡아야 해요. 이렇게까지 고운 머리카락을 훼손시킬 수는 없어요.”

“그런가? 난 내 머리에 대해 그런 느낌은 안 드는데.”

“그런걸요. 그리고 너무 길다가 나중에 전투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분명 머리카락이 방해될 거예요. 그러니까 제때제때 잘라야죠.”

직접 전투 상황에 들어가거나 한 적은 없지만, 태인 오빠가 말해준 거 들어보면 전투 상황에선 수시로 빠르게 움직이고 해야 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이 무방비한 머리카락은 휘날릴 테고, 그러다 잡히거나 해서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고 홀로 생각해보는데···.

솔직히 마리 언니는 본인의 빈틈을 만들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하다.


“알겠습니다- 네 네 선생님-”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우셨어요?”

“저번 주에 길 가다가 조그마한 가방 멘 조그마한 애들 여럿이 어른 한 명 앞에 두고 하는 걸 봤거든. 근데 그게 좀 어감이 맘에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입에 붙더라,”

“그런 거 붙어봤자 뭐하게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시 다니지도 않을 거면서.”

“아, 그게 그런 거였구나.”

“전혀 몰랐던 건가요···. 하긴, 언니도 저처럼 뭐 하나 제대로 다닌 적이 없었죠. 로트만스 씨한테 필요한 것들만 배우면서 자랐을 뿐이지.”

“그렇지. 그래서 가끔 길 가다가 교복 입은 학생이라도 보이면 학교는 대체 어떤 곳이냐는 궁금증이 좀 생겨.”

“제가 들어본 바들이 맞는다면 좋은 곳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 궁금하면 태인 오빠한테 ‘학교는 어떤 곳이야?’ 하고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아, 그 전에 오빠한테 말을 했던가.”

“했었지. 나랑 레이아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다니지를 않았다고 말이야. 물론 그 이유는 전혀 말하지 않았지만.”

“···태인 오빠라면 말해도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요.”

“상관있어. 혹시 알아? 괜히 그런 놈한테 말했다가 지금까지 힘들 게 숨겨온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되어서 내가 끝장날지.”

“태인 오빠가 그런 결과를 도출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죠··. 사람을 좀 믿으시지 그래요?”

“싫어. 안 믿어, 못 믿어. 절대.”

“정말·· 이럴 땐 저보다 더 답답하신 분이라니까요··. ···언니가 과거에 그런 일들을 겪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하게 되고, 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됐다는 건, 제가 그랬기에 아주 잘 이해해요. 하지만··· 아니다, 관둘게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네요.”

“···레이아.”

“저도 아직 언니한테 감추는 게 있는데, 언니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이기적이잖아요··?”

“···그런가··?”

“··그런 거죠. 아, 일단 슬슬 람브리에로 돌아가죠. 장서점검은 끝났어도 할 일은 있으니까요.”

“응, 그러자.”

나 같은 게 괜한 부탁 같은 건 해선 안 된다. 이미 태인 오빠에겐 여러 번 하고 말았지만, 왠지 그 오빠는 옆에 있으면 걱정이나 그런 게 줄어들고, 굉장히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 그 오빠 주변에 뭐라도 있는 건가. ···마리 언니도 좀 그랬으면 좋겠는데.


Chapter. 2-2 ~복잡한 건 가지가지~


으으 갑자기 귀가 왜 이리 간지러운 거야, 귀 청소는 제대로 했건만···. 와중에 태인이랑 로트만스는 그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고, 이 비상구는 원래도 좀 길던 게 더 길어진 것 같고·· 어두운 것도 더 심해진 느낌이네. ···뭐, 기분 탓이겠지. 그럼 일단 층을 옮겨볼까.

···그런데 참, 이런 곳에 이렇게 혼자 있으니 괜히 예전 일이 떠오르네. 어서 빨리 장소를 옮기는 게 좋겠다. 하지만 어떻게 나 혼자서 숨겨진 문을 열 수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태인이랑 로트만스를 찾는 수밖에 없으려나, 이 많은 문 사이에서.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어디 보자, 세계지도를 북, 천칭을 남, 검과 방패를 서와 동으로 하면! 열렸다. 세상을 위로 보며 질서를 아래로 잡으니, 두 존재는 진실을 사이로 어둠을 남긴다·· 라는 게 이런 의미였나.”

“참 영사기 퍼즐이란 것도 신기하지만 ‘두 존재는 진실을 사이로 어둠을 남긴다.’라는 문장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상당히 흥미가 가는군.”

“저는 그런 거까지 신경 쓰다가 머리가 터지지 않을까 싶네요.”

진짜 파도 파도 이 도서관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곳만 해도 도대체 비상구 이전엔 뭐 하는 장소였던 건가. 영사기 퍼즐, 논리 문제, 순서 맞추기, 색깔 맞추기 같은 퍼즐 요소가 여럿 나오고, 그 요소를 해결하면 열쇠와 같은 게 나오고, 몇몇은 그 안의 새로운 공간이 나오고··.

그 외에도 방금과 같은 의미 모를 문장이 자꾸 쏟아져 나온다. ‘두 색의 눈이 마주 볼 때 세상은 끝을 보인다.’, ‘‘그것’은 세상은 위해. ‘그것’은 진실을 위해.’, ‘황혼과 달빛의 베일을 벗기는 이로부터 운명을 찾으리니.’ 등등···.

대체 이 도서관은 ― 이 도서관을 건설한 사람들은 ― 뭘 말해주려는 걸까. 어쩌면, 포르테우크스와 여덟 보석이 아니더라도, 어나더 월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태인 군? 괜찮은가?”

“아, 네, 아마도요···.”

“···힘들면 여기서 중단하고 나중에 와서 다시 해도 되네. 방법은 다 있으니 말일세.”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볼래요. 일단 이 새로운 방부터.”


바닥, 벽, 천장이 모두 검은색에 육각형을 띄우는 구조에, 평면도 입체도 아닌 기하학적 모양의 촛불이 작은 빛들로 비추며, 창문은 존재하나 노이즈 같은 것만 보이는 기이한 공간.

일부분만 빼면 평범한 방에서 퍼즐을 푸니 생긴 문. 그 문을 많은 열쇠 중 하나로 열고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그 짧은 길 사이에 공간 이동 마법이라도 걸려있었던 건가.

“중앙에 뭔가 있군.”

“중앙에요? 어, 진짜네. 뭐가 저리 볼록 튀어나온 거지? ······뭐야 이게?”

원형에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뭔가가 그려진 금속판.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어··· 아, 그 벽이 이상한 방! 거기에 필요한 건가? 그러면 가져가야··.

“어? 길이 막혔잖아?”

“태인 군이 그걸 꺼내니 길은 막히고, 천장엔 레버 같은 게 나왔네. 저걸 당기면 될 거 같다만, 높이가 태인 군이 내 위에 올라간다 해도 닿을 높이는 아니군.”

“쉽게는 가져가지 못한다는 건가요··. 그럼 이걸 다시 내려놓으면.”

레버는 사라지고 길은 나타나는구나. 그리고 다시 들면·· 똑같이 반복되어버리네. 막히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꼼수 같은 건 못 부릴 테고, 그럼 뭔가 저 레버를 당길 수 있는 게 있는 건가.

“··아무래도 부메랑이나 바람개비나 활 외에 다른 도구를 가져와야 할 거 같네요. 저런 걸 당길만한 그런 거.”

“같은 생각일세. 그럼 일단 여기서 멈추고, 그 도구를 얻을 때 다시 오면 좋겠군.”

“찬성이에요.”

복잡하네, 정말.


Chapter. 2-3 ~부디 간략한 설명을~


‘아아, 저 아래 민중을 보니라. 진실됨과 거짓됨의 저울질에 만인이 고통을 반복하네. 오른쪽의 진실인가, 왼쪽의 거짓인가. 나는 무엇을 따르린가.’ ··눈을 위, 얼굴을 아래, 뱀을 오른쪽, 사파이어를 왼쪽·· 오, 간단하네. 태인은 이런 걸 두고 어디로 간 거야?

아무리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를 않고, 잘만 열려있는 문은 덩그러니 놓여있고, 태인이 이런 걸 그냥 지나칠 애는 아닌데. 뭐,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볼까.


육각형을 이루는 형태에 드높은 벽과 여러 번 긁힌 자국이 있는 천장. 벽을 에워싸는 거대한 창문과 창문을 채우는 노이즈들··. 색은 하염없이 검정에 빛을 밝히는 건 촛불인가.

문제의 지하 공간들이랑은 사뭇 비슷하지만, 느껴지는 게 다르다. 그곳들하곤 다르게 제작이 되기라도 한 건가. 어, 저건? ···이건가, 전갈의 빠져있는 부분. 그럼 이걸 들고 가면― 웜메!

···뭐야, 길이 막혀버렸네. ··그리고 천장엔 요상한 게 튀어나왔네. 음, 혹시··? 음, 역시나네. 기껏 찾게 해놓고선 가져가지는 못한다는 건가. 나인데도 이렇게 인식하는 걸 보면 요걸로 인식하는 건가.

그러면 방법이·· 어? 여기에 원래 이런 두루마리가 있었던가? 갈색에 일그러진 나무에 누런 종이··. 함 읽어볼까.


‘시간과 같이 흐르는 그 땅에 묻힌 것을 보라, 진실을 향하는 최상의 열쇠가 되어주리니. 하나, 열쇠를 꺼내어 진실을 밝힐 시 세상은 혼란을 야기하리니라. 그대가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새로운 도구 같은 걸 얻는다면, 무언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건가. 그냥 쉽기 쉽게 적어놓으면 될 것이지, 괜히 이렇게 적어놓으니 사람 꺼리게 만드네. 아무튼, 일단은 놔두고 돌아가 볼까.


“아, 마리 양. 레이아 양이랑 꽤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근데 왜 비상구에서 나오시는 거예요? 그것도 태인이랑 같이.”

“아 마리 씨, 그건··.”

“혼자서 하기엔 버거운 일이 있어서 말일세. 마침 태인 군이 있길래 같이 해결하고 왔지.”

“비상구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밖에서 마리하고 눈치싸움 벌이고 있네. 비상구에 그런 것들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건가. 그것도 마리한테? 굳이?

“그런 게 있었다네. 하여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도서관 사서 일이 좀 밀린 게 있으니, 레이아 양은 물론 마리 양까지 같이하러 가세나. 아, 태인 군은 방에서 쉬든 책을 읽든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하고 있게나.”

“네···. 공부나 마저 하러 갈까.”

···마리 쪽을 따라가 볼까. 그쪽이 좀 신경이 쓰이는데. 뭣보다, 공부 같은 건 지루하기만 하고 말이지. 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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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p.5 Chapter.3 ~가까워져가는 그곳~ 18.07.18 39 0 32쪽
» Ep.5 Chapter.2 ~같은 시간의 감춤과 약속~ 18.07.04 51 0 20쪽
52 Ep.5 Chapter.1 ~약속으로 시작하는 하루에~ 18.06.25 29 0 21쪽
51 Ep.4 Chapter.20 ~도주의 바다를 뒤로 도주하오며~ 18.06.13 48 0 15쪽
50 Ep.4 Chapter.19 ~바닷바람의 길, 끝은 도주인가 2~ 18.06.06 52 0 11쪽
49 Ep.4 Chapter.18 ~바닷바람의 길, 끝은 도주인가 1~ 18.05.28 39 0 14쪽
48 Ep.4 Chapter.17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는가 3~ 18.05.07 48 0 14쪽
47 Ep.4 Chapter.16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나 2~ 18.04.27 35 0 10쪽
46 Ep.4 Chapter.15 ~그 바다의 바람은 어디를 향하나 1~ 18.04.21 49 0 16쪽
45 Ep.4 Chapter.14 ~바람이 부는 바다와 가까이~ 18.04.10 32 0 11쪽
44 Ep.4 Chapter.13 ~드넓은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곳~ 18.04.07 41 0 13쪽
43 Ep.4 Chapter.12 ~밀물 다음 썰물을 뒤로하고~ 18.04.04 43 0 10쪽
42 Ep.4 Chapter.11 ~밀물과 함께 온 바닷바람~ 18.04.01 65 0 10쪽
41 Ep.4 Chapter.10 ~밀물이 차오르는 바다~ 18.03.29 47 0 9쪽
40 Ep.4 Chapter.9 ~갑작스런 밀물 2~ 18.03.26 33 0 10쪽
39 Ep.4 Chapter.8 ~갑작스런 밀물 1~ 18.03.23 50 0 13쪽
38 Ep.4 Chapter.7 ~찾아가게 되는 곳~ 18.03.20 54 0 10쪽
37 Ep.4 Chapter.6 ~바닷물은 깨끗하지만은 않다.~ 18.03.17 74 0 11쪽
36 Ep.4 Chapter.5 ~가까우며 먼 바닷물~ 18.03.14 72 0 11쪽
35 Ep.4 Chapter.4 ~다가오기 시작하는 건~ 18.03.02 52 0 11쪽
34 Ep.4 Chapter.3 ~조금씩~ 18.02.27 67 0 11쪽
33 Ep.4 Chapter.2 ~바람의 시작은 도서관에서~ 18.02.24 55 0 10쪽
32 Ep.4 Chapter.1 ~새로운 시작은 짐을 쥐어주며~ 18.02.21 64 0 11쪽
31 Ep.3 Chapter.15 ~끝끝내 비추지 못한 것~ 18.02.16 44 0 13쪽
30 Ep.3 Chapter.14 ~비바람에 젖는 건 무엇인가 2~ 18.02.13 59 0 15쪽
29 Ep.3 Chapter.13 ~비바람에 젖는 건 무엇인가 1~ 18.02.10 71 0 10쪽
28 Ep.3 Chapter.12 ~떨어지는 건 물방울만이 아니니~ 18.02.07 55 0 11쪽
27 Ep.3 Chapter.11 ~스스로 내린 비를, 스스로 맞으리~ 18.02.04 65 0 9쪽
26 Ep.3 Chapter.10 ~비를 맞는 것도 파란 것~ 18.02.01 85 0 12쪽
25 Ep.3 Chapter.9 ~비를 내리는 건 파란 것~ 18.01.29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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