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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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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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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견자, 犬子 (5)

DUMMY

유현인은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팽무진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이 그 지랄을 했단 말이지.’


이미 기루에 설치해둔 비공개방송 수정구를 통해 팽무진이 자신의 입으로 말한 내용을 직접 들었다.


유현인은 뒤쪽의 벽에 꽂혀있는 횃불을 빼 들었다. 그리고 팽무진에게 다가갔다. 일렁이는 불꽃이 유현인의 얼굴을 비추며 동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현인이 입을 열었다.


“팽가야.”


그제야 유현인을 알아보는 팽무진이다.


“네, 네놈은!”


“그래, 나야. 내가 방송에서 한 말, 너도 들었지?”


찾아와서 사과한다면 한두대 맞고 끝날 것이고, 계속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만들어주겠다는 말. 물론 팽무진도 기억한다. 그리고 비웃없었다.


이제야 팽무진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유현인이 빙긋 웃었다.


“왜 그래?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지금 그렇게 잡아뗄 이유가 없을 텐데.”


하지만 위대한 명문세가의 자손이라는 삐뚤어진 자부심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도 스스로 거부하게 한다.


차라리 팽무진이 스스로 성취한 게 많은 부류의 인간이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무공도, 외모도, 성품도, 학문도 모든 게 주변 인물보다 도통 나은 게 없었던 팽무진은 자신의 핏줄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항주로 도망온 다음에는 그나마 그를 억제했던 형제들조차 없어서 하북팽가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권위와 금력에만 집착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당장 나를 풀어라. 네놈은 하북팽가의 보복이 두렵지 않나? 무림 오대세가의 명성을 들어보지 못한 모양이지.”


유현인이 팽무진의 가슴을 걷어찼다.


퍽!


“커헉!!”


보통 같았으면 피격당함과 동시에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타격에 가해진 힘이 흩어진다. 하지만 팽무진의 육체는 기둥에 꽁꽁 묶여 있었고 그의 육체는 발길질에 담긴 힘을 십 할 받아들였다. 팽무진이 피를 토한다.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오대세간지 촉대세간지 알게 뭐야. 너 머리가 조금 나쁘냐? 내가 제시하는 건 두 개야. 잘 들어.”


유현인이 검지 한 개를 폈다.


“첫 번째는 네가 내 방송에 나와서 네 이름을 공개하고 사과하는 거야. 이 경우에는 네게 추가적인 육체적 위해는 없다고 약속하지.”


“흥, 내가 무얼 했길래 네놈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냐. 증거는 있나?”


팽무진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이미 두어 차례 폭력을 겪고 난 다음에도 그는 아직 자신에게 극한의 상황이 닥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는 하북팽가니까.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팽무진에게 유현인은 두 번째 방법을 내밀었다.


“내가 네놈에 관해 조사를 좀 해봤는데 말이야.”


팽무진의 얼굴에 떠오르는 의문. 유현인이 빙긋 웃었다. 횃불 때문에 미소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고 팽무진은 왠지 모를 불길함에 몸을 떨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계집질이더라고?”


유현인이 자신의 검집으로 팽무진의 고간을 툭툭 쳤다.


“사마천이 어떤 형벌을 받았는진 알고 있겠지?”


사마천, 전한(前漢)의 역사가로 그 유명한 사기(史記)의 저자다. 그가 무제(武帝)의 비위를 거슬러 궁형(宮刑)을 받은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기도 하고. 팽무진이 흠칫한다.


“설,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너는 평생 계집질을 하지 못하게 될 거다. 아니 아예 성욕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겠지. 난 네 양물뿐만 아니라 고환도 제거해버릴 거거든. 그리고 네 얼굴과 잘린 양물을 방송에 걸고 네가 이런 잘못을 해서 내가 처벌했다고 할 거야.”


“안된다···!”


팽무진이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앞으로 여인을 안지 못하게 된다? 어떤 무공광(武功狂)들은 더 강한 힘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 동자공을 익힌다거나 아예 번민을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성기능을 폐하거나. 하지만 팽무진은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고 계집 없는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유현인은 공황에 빠진 팽무진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가 말한 건 공갈협박이 아니었으니까. 유현인이 검을 빼 들었다. 검집과 검이 마찰하는 소리가 지하실에 울린다.


“첫번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두번째 방법을 쓰는 수밖에.”


유현인이 검 끝을 팽무진의 양물에 가져다 댔다. 살가죽 표면이 얇게 베어지며 그의 바지가 핏빛으로 물들어간다. 팽무진은 다급히 외쳤다.


“하겠다! 하겠다! 시키는 대로 하겠다! 그러니 그 짓만은 하지 말아다오!”


급히 애원하는 팽무진이었다. 어차피 유현인은 자신이 한 짓을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만은 피해야 한다.


.

.

.

.



“조심해, 방송에서 허튼소리 나오는 순간 네 남성은 눈 깜짝할 새 사라질 거다.”


유현인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 팽무진에게 남긴 말이다. 팽무진은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이 시작됩니다.]

[방송 이름 : 악의적인 비방을 퍼트린 범인에게 사과받기]


팽무진은 자신이 퍼트린 소문, 그리고 사주한 내용을 하나하나 실토했다.


“저는 하북팽가의 방계, 팽무진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 사주를 통해 진선생 유현인 대협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그가 남색을 즐긴다거나, 음양인인 것 같다고 한 것. 실제로 무공 수준은 별거 없는데 눈속임을 통해 그 수준을 부풀리고 있다고 한 것. 그리고 용문혈사의 범인과 진선생이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한 것. 모두 제가 허구로 꾸며낸 소문입니다······.”


물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때까지 헛소문에 선동되어 유현인을 비방했던 자들조차 자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마냥 태도를 바꾸어 팽무진을 비난했다.


-와···하북팽가에서 저런 치졸한 짓을 하다니···. 참 무림명문도 별거 없네.

-저런 쓰레기자식이 유 대협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참 소인배처럼 생긴 놈이 소인배같이 행동하는구료.

-그래도 진선생이 참 너그럽긴 하오. 나 같았으면 아주 그냥 팔이나 다리 한 짝은 잘라버렸을 텐데.


팽무진은 자신을 향한 수천 명의 비난 전언을 하나하나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떨궜다. 극도의 모멸감이 온몸을 채웠다. 하지만 팽무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는 말을 끝까지 이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유 대협···.”


.

.

.

.




유현인은 약속은 지켰고 팽무진은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예전처럼 밖으로 나다닐 수 없었다. 기루도 갈 수 없었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그를 비웃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던 내공대래비 방송도 켤 수 없었다.


“영감! 술 가져와! 술!! 당장!!!”


남아있는 돈으로 하루하루 술독에 빠져 살 뿐이다. 팽무진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 무림에 명문세가로 이름을 날리던 하북팽가의 평판을 저기 어디 굴러다니는 개밥으로 줘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가 폐인처럼 살고 있을 때였다.


“도련님, 본가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그의 하인이 하북에서 온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를 받아드는 팽무진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이미 이런 상황에 부닥친 가문의 구성원이 어떤 처분을 받는지 알고 있었다.


[자결한다면 팽가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목숨을 부지하고자 한다면 너는 더 이상 팽이라는 성씨를 사용할 수 없다. 팽가의 무공 또한 사용할 수 없다. 단전을 폐하라.]


그의 하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팽가의 규율은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팽무진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곁에 있던 하인을 쳐다봤다. 팽무진의 흐리멍덩한 눈에 눈물이 잔뜩 괸다. 그러나 하인의 눈빛은 무감정했다.


“저도 주인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겁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살아가십시오. 무공을 폐한다고 사람이 살아가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팽무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인이 자신의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팽무진에게 다가와 그의 아랫배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뺀다.


“크윽!!”


팽무진의 하단전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그가 이때까지 쌓아왔던 내공이 그의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하인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흐으·········.”


하인은 다시 반 장 물러서서 허망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팽무진에게 절을 올렸다.


“잘못 보필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


하인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팽무진은 그제야 하인의 마지막 순간을 쳐다봤다.


“안돼.. 안돼.. .영감!!”


하인의 칠공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스스로의 심맥을 끊어 자진한 것이다. 줄 끊어진 인형처럼 하인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팽무진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로 질질 기어 하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미 끝나버린 일이다.


그가 평소에 행동한 대로 돌려받은 것이지만 자신의 행동은 언제나 ‘사소하고 그럴 수도 있는 것’이며 남이 자신에게 행한 것은 ‘가혹하고 부조리한 것’이다.


팽무진은 그의 가문도, 명예도, 금전도, 무공도 모두 잃어버렸다. 그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이내 검붉은 피를 눈물처럼 내보낸다. 그렇게 팽무진은 삼일 밤낮을 울부짖었다.


밤이 찾아오자 불을 켤 사람이 없는 장원은 칠흑이 내려앉은 듯 어둡다. 팽무진은 살아있지만 죽은 것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이 머무르는 방에 들어온 것도 알지 못했다.


“흐음. 무재도, 오성도 형편없건만 감정의 폭발만은 남다르군.”


누군가 팽무진을 내려다보며 뇌까린다. 어둠 속에 녹아든 검은 무복 탓에 인형도 보이지 않고 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머리 위에 들린 목소리에 팽무진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본다.


“누구냐.”


하지만 흑의인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팽무진에게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팽무진의 턱을 잡고는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현인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


유현인이라는 단어에 대답하지 않고 흑의인을 노려보는 팽무진. 흑의인은 피식 웃는다.


“네가 노려봐야 하는 건 내가 아니지. 약해 빠진 녀석.”


흑의인은 그렇게 말하며 팽무진의 뺨을 툭툭 때렸다. 그 나름대로는 가볍게 친 것이지만 안에 실린 힘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팽무진의 볼은 따귀 몇 대에 시뻘게졌고 입에서는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복수를 원하면 절박해야지. 그렇게 쳐다만 본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빌고, 기어라. 주인에게 꼬리 내리는 개처럼.”


마성이 담긴 목소리다. 그 안에 담긴 복수라는 제안이 팽무진의 흐린 뇌를 자극한다.


‘복수···. 유현인에게 복수······’


그래. 그것만 할 수 있다면. 팽무진이 그의 머리를 땅에 박았다. 쿵 하는 소리가 난다. 유현인에게 당해 찢어졌던 이마가 다시 갈라지고 선혈이 바닥을 적신다. 팽무진이 말했다.


“복수할 힘을 주십시오. 그 쳐죽일 놈의 살을 제 입으로 뜯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흑의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인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을 벗어나는 힘을 가지게 되겠지. 더 이상 네 자신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육신은 유현인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으냐?”


그건 마귀의 제안이고 귀신의 유혹이다. 하지만 팽무진은 거절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대가로 지불할 수 있다. 팽무진이 말했다.


“좋습니다. 가능합니다. 제발 복수할 힘을 주십시오.”


흑의인이 빙긋 웃었다.


“좋다. 따라와라.”


작가의말

내가.. 고자라니!!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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