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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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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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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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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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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0)

DUMMY

하지만 턱이 박살이 난 동산일은 이미 뇌가 진탕되어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유현인은 쓰러진 동산일에게 다가가 그의 하단전에 손을 올려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으으윽!!”


자신의 단전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동산일이 신음했다. 유현인이 말했다.


“일을 벌이기 전에는 자신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각오는 했어야지. 목숨은 붙여주는 걸 자비로 알아라.”


유현인의 내공이 날카롭게 형상화된다. 수많은 기침(氣針)이 동산일의 단전을 헤집는다.


“크아아아악!!!”


단전에 벌집처럼 구멍이 나버린 동산일이 한없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앞으로 네가 내공을 아무리 모아봤자 다 새어나갈 거다. 손목 근맥도 손상됐으니 무공은 꿈도 못 꾸겠지. 잘 살아보도록.”


고통을 견디지 못한 동산일은 기절했다. 그의 입에서 거품이 질질 새어나온다. 동산일을 마무리한 유현인은 유명세와 백수련을 구하러 간다. 목에 칼이 꽂혀 절명한 무사 옆의 나머지 무리도 유현인이 이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자 겁에 질려 주춤주춤 물러선다.


조용한 종사회 앞에 유현인의 발걸음 소리만 낮게 깔렸다.


“명세야, 백 소저.”


유현인이 말했다.


“이제 돌아갑시다.”


그렇게 말한 유현인은 둘의 팔을 등 뒤로 결박하고 있는 매듭을 간단히 찢어버린 다음 점혈을 해제했다.


“공자님!!”


“유 소협!!”


풀려난 유명세는 유현인을 격하게 껴안았다.


“공자님.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조심해서 피했어야 하는데······.”


옆에 선 백수련은 껴안고 있는 두 남자를 보며 자신도 안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유 소협···. 고마워요.”


백수련의 어정쩡한 자세를 본 유현인이 유명세에게 말했다.


“명세야?”


“네?”


“이렇게 껴안지 않아도 돼.”


그제야 유명세가 한 발짝 물러난다.


“죄송해요. 너무 반가워서 그만.”


백수련이 말했다.


“동산일에게 보낸 편지를 저도 읽었습니다. 분명 유 소협이 동산일에게 찾아가 사죄한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희망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백수련의 목소리에는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분명 자신이 읽은 유현인의 편지는 비굴, 굴종으로 가득했는데. 종사회에 잡혀간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그녀의 눈은 벌겋게 부어있었다. 유명세도 백수련의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공자님, 왜 그런 편지를···.?”


“천당에서 개똥밭으로 굴러떨어지는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서?”


유현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직 사건이 끝난 건 아니야.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여기로.”


유현인은 둘을 향해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우두머리를 잃어버린 종사회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들을 가볍게 무시한 유현인은 바닥에 놓인 수정구를 집어들었다.


“명세야, 뭐하니? 이거 들어줘야지?”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유명세에게 내밀었다.


“네···.네!!!”


하루간의 악몽에서 깨어난 유명세가 얼떨떨하게 수정구를 건네받았다.


-???? 부검수 얼타는 거 보시오.

-그래도 귀여운 맛이 있네. 생긴 건 평범하지만.


유현인은 둘과 함께 다시 군중 앞으로 돌아갔다.


“저 소협이 뭐라 말하려나본데?”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유현인에게 다시 쏠린다.


“응. 응. 그렇게. 아니 좀 더 옆으로. 나와 앞에 계신 무림동도들이 다 나오게끔. 좋아.”


유현인은 유명세의 위치를 이리저리 지시했다. 마침내 수정구에 자신과 이 자리에 모인 군중이 한 번에 나오게끔 조정을 끝낸 유현인은 유명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내공 대래비 같네.

-아까 바닥에 두던 건 너무 좀 조잡했어. 어쩔 수 없었다곤 하지만.


유현인이 사람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무림동도 여러분! 항주 주민 여러분! 저 진선생 유현인은 간악한 사파 무리인 종사회, 그리고 그들의 수괴 동산일을 정당한 비무를 통해 제압했습니다. 여기 이 둘이 그들에 의해 납치, 감금당한 제 동료 유명세, 그리고 이웃 백수련입니다.”


웅혼한 목소리가 퍼져 나간다.


“동산일은 단전과 근맥이 손상되어 다시 이런 패악을 부리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구출, 그리고 복수는 여러분들이 지켜봐 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 유현인. 무림동도, 그리고 항주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간단하게 말을 끝낸 유현인이 군중을 향해 포권한다. 유현인의 단호한 어투 속에는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는 진심이 있었다.


무리에 있던 한 남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앞으로 나와 유현인에게 마주 포권했다.


“내 친우 중 한명이 종사회 무리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소. 비록 가진 힘이 약해 갚아주진 못했으나 그 원(寃)은 본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소이다. 그 원을 대신하여 해결해준 진선생께 진심으로 감사하오.”


그에 자극받은 또 다른 하나가 나서서 유현인에게 포권한다.


“제가 운영하는 객잔도 종사회의 인수제안을 거절하자 음해를 받아 결국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진선생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하나. 또 다른 하나. 고양은 사람들 사이를 타고 전염된다. 직접적으로 종사회에 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많았지만 그 악행이나 피해자는 건너건너 들려오기 마련이다. 이윽고 종사회 앞에 모인 군중들 전부가 유현인에게 포권했다.


“진선생 유현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오!”


겹쳐지고 겹쳐지고 겹쳐진 목소리가 종사회 앞에 울려퍼진다. 유현인 역시 다시 포권한다.


“별말씀을요.”



-미쳤다······. 심계, 웅변, 무공,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유 가가···. 저 쌀 것 같아요···..

-윗년, 음란하기 그지없군.

-최근에 이런 비재이 본 적 있나? 자기 잘난 척만 하는 고매한 놈들 보다가 진선생 보니 막혔던 혈도가 타통되는 것 같다.

-사람들을 이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협이지요. 참된 협객이외다.


유현인의 옆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유명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청자 수 : 삼천오백이십팔 명]


이 정도면 웬만한 지역의 중견문파급 비재이와 비교해도 절대 모자라지 않는 시청자다. 물론 그들은 별 내용 없이 방송을 켜기만 해도 이 정도 시청자가 들어온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기록이니까.


거기다 수없이 올라가는 내공기부와 애호 전언들.


[허창전격검님이 내공 삼입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옥상님이 내공 삼일을 기부하셨습니다.]

[화옥무님이 내공 사일을 기부하셨습니다.]

[······님이 내공 십일을 기부하셨습니다.]

[·········기부하셨습니다.]


더군가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 납치당한 동료와 미인을 구출하고 그 협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그야말로 소설 속에서나 벌어질 만한 일인데 자신이 그 현장을 직접 겪고 있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되었다.



남은 종사회 무리 중 일부가 동산일과 파공대원들을 수습해 안으로 들어갔다. 군중들은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종사회 앞 공터에는 유현인 일행을 비롯해 정립만 남았다. 유현인은 절운검 정립에게 정중하게 포권했다.


“대협, 이번에 주신 도움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 은혜를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정립은 고개를 저었다.


“도움을 바라고 행한 일이 아니오. 단지 협(俠)에 따랐을 뿐.”


“혹시 튀긴 닭 좋아하십니까?”


“···?”


정립이 의아하게 유현인을 쳐다봤다.


“항주에 머무신다면 다음에 우리 집에 오시죠. 작계(炸鷄, 튀긴 닭)에 죽엽청 어떠십니까?”


그제서야 알아들은 정립이 호탕하게 웃는다.


“껄껄껄껄! 좋소이다. 내 시간 내어 찾아가겠소. 부디 좋은 음식으로 대접받길 바라오.”


정립도 떠나고 종사회 앞에는 유현인, 유명세, 그리고 백수련만 남았다.


“아 맞다. 돈 가져가야지.”


유현인이 중얼거렸다.


“두 명,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유명세와 백수련을 잠시 세워둔 유현인은 종사회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내 돈 내놔!!!”







셋은 유현인의 집에 돌아왔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했지만 대문은 부서져서 열 수가 없다. 엉망인 집의 꼴에 유명세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비록 그가 돈을 써서 얻은 집도 아니고 산 지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같이 위치를 정하고 안을 채워넣은 건 사실이니까.


“공자님···. 어떡하죠? 집이 다 부서져서.”


“괜찮아. 고치고 새로 사면 되지. 네 잘못 아니야.”


유현인이 종사회에서 가져온 주머니를 흔든다. 다시 회수한 은화와 물건들이 묵직하게 흔들린다.


가벼운 위로에 유명세가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 안전한 곳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유명세와 백수련을 감쌌다. 이제야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셋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탁상 위에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다. 동산일이 유현인에게 보낸 협박편지다.


유현인은 그걸 펴서 둘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있던 편지야. 내가 보낸 건 이거에 대한 답장이었고.”


백수련이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동산일이 웃으며 유 소협의 편지를 저에게 보여줄 땐 진짜 죽고 싶었어요. 부하가 저를 감시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지만요.”


유현인이 대답했다.


“자, 어찌 되었건 간에 종사회는 이제 끝났습니다. 우리는 나쁜 기억들을 좀 씻어내죠. 맛있는 음식과 술로요. 명세야, 수정구 가져와. 배달시키자.”


“어디서 시킬까요? 음식은요?”


“항주제일야식점 말고 동화루에서 시켜. 아마 우리 정보가 거기서 샜을 테니까. 음식은 작계, 규화계, 서호초어··· 종류별로 두 개씩? 그리고 술도 오늘은 죽엽청 말고 다른 거 먹어보자. 비싼 거로.”


다 해서 은화 한 냥이 넘는 거금이 지출되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종사회에서 보상 명목으로 뜯어온 돈이 넉넉했으니까. 특급 배달원은 많은 양이지만 금방 배달해주었다. 널찍한 탁상이 부러지도록 차려졌다.


“자! 마음껏 먹자! 백 소저, 배 터질 때까지 드셔도 됩니다. 다들 고생했어요.”


튀긴 닭껍질은 바삭했고 구운 닭은 쫄깃했다. 새콤달콤한 생선찜이 튀김과 구이 사이를 뛰놀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백수련은 보기와 다르게 음식을 정말, 아주, 많이 먹었다. 유현인과 유명세도 그리 적게 먹는 편은 아닌데 둘의 속도가 백수련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정신없이 닭다리를 뜯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네 개의 눈을 느낀 백수련의 손이 멈칫한다.


“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유현인이 대답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보기보다 훨씬 잘 드시네요.”


백수련의 볼이 복숭아처럼 주홍빛으로 물든다.


“그게.. 그게.. 아까 마음껏 먹으라고 하셔서요···. 제가 조금 많이 먹어요.”


유현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발상이 떠올랐다. 과거에는 정말 많이 보고 흔했던 것이지만 아직 여기서는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도 한번 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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